다음 날, 무진이 회사로 가자 강상철과 강상규가 그의 사무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무진을 본 강상철은 무진이 자신 앞에 오자마자 생트집을 잡았다.“강무진, 어쨌든 나나 네 셋째 할아버지는 너보다 어른들인데, 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우리를 못 들어오게 막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사무실 안에 중요한 서류들이 있는데 잃어버리면 또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작은 할아버님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으실 테죠? 제 밑의 사람들은 회사 기밀을 지키며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조리 정연하게 설명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이리 다급하게 자신을 찾아와 귀찮게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이런 핑계까지 대도록 견문을 넓혀 주시는군.’강상철과 강상규의 표정이 다소 경직되었지만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콧방귀만 뀌었다.무진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강상철과 강상규도 따라 들어갔다.그들이 소파에 앉자 무진의 비서가 즉시 차를 가져왔다.‘회사니까, 어쨌든 시늉은 해야겠지.’무진이 아랫사람이니 결국 강상철과 강상규의 체면을 세워줄 수밖에 없다.‘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분명 또 아래 사람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따지고 들겠지.’강상철, 강상규는 오늘 골칫거리를 만들려고 온 거였다.이 일로 한 차례 들쑤셔서 무진이 더 이상 날뛰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차를 한 모금 마시며 살짝 입을 축이던 강상철이 별안간 입안에 있던 찻물을 뱉으며 소리쳤다.“이건 도대체 무슨 찻잎이야? 너는 이런 저질 찻잎으로 우리를 우롱하는 거냐?”강상철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무진이다.업무 상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이런 작은 건수를 잡아 흠집 내려는 수법이 아닌가.“일반적인 찻잎입니다. 저는 마셔도 괜찮은데요?”무진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강상철은 꼭 솜방석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처럼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무진은 마치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아니면 꺼지라’는 식의 태도로 대답했다.세 사람이 마주 앉으니 상당
강상철, 강상규의 인내심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점심 시간에 나가서 식사하고 온 것을 빼고는 무진의 사무실에 억지로 머물면서 오후까지 기다렸다.이번에 무진이 회수한 지사들은 모두 다섯 곳이었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직접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무진은 평가자료를 두 사람에게도 건네주어 함께 보았다.평가를 결과를 토대로 무진은 당장 지사 두 곳을 문 닫겠다고 선포했다.새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가동시키기로 했다.이 지사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어떻게 해도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가 없었다. 장기적으로 적자만 날 뿐.툭 까놓고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었다.그룹 본사의 돈을 여기에 쏟아붓기보다는 이렇게 적자만 나는 항목들을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게 나을 터.강상철과 강상규가 무작정 여기서 기다린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함이었다.강상규가 바로 비꼬았다.“설마 네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고? 멀쩡한 회사를 네 손으로 바로 닫아버려?”무진은 속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싶었다.수치가 모두 저들 앞에 놓여 있는데 말이다.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마 진짜 몰라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어쩜 저리 뻔뻔스러운지.무진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두 분이 능력이 되시면 이 지사들 가지고 가세요.”어차피 무진은 의견이 없었다.이제는 지사 뒤에서 벌이던 그 추잡한 짓거리들을 모두 들켰으니.강상철과 강상규가 다시 회수해 간다 해도 더 이상 잔꾀를 부리지는 못 할 테지.회사가 위아래로 그렇게 많은 눈들이 주시하고 있는데, 경거망동하지는 않을 것이다.늙은 여우는 종일 남을 속일 궁리만 하는 법.무진을 말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사실 최고 관리자로서 이 지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자신들이 제일 잘 알았다.그러나 무진은 지사 두 곳을 포기하고 세 곳을 남겨 두었다. 설마 적자를 흑자로 돌릴 자신이 있단 말인가?
무진이 남긴 지사 세 곳은 모두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그러나 기술자 유출로 인해 오랫동안 아무것도 개발할 수 없었고, 그러다 결국 회사 경영이 어렵게 된 것이다.무진이 보기에 문을 닫기로 한 두 곳보다는 나은 편이라 해도 흑자로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저녁 식사를 하면서 무진은 강운경, 안금여, 그리고 강상문과 함께 이 일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강상철, 강상규 그 둘의 속셈을 내가 모를 수 있겠어? 요즘 회사에서 무진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니 이 일을 꼬투리 삼으려는 거지.” 안금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흥, 저 두 늙은 여우가 무슨 좋은 심보를 가지고 있겠어?’“확실히 그렇습니다. 오늘 두 사람은 남긴 지사 세 곳을 제가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 떠보더군요.”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속셈은 얼굴에 그대로 다 드러나 있었다.‘자신이 아직도 그걸 모르겠는가?’하지만 세 곳을 그대로 남겼지만 절대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내 생각대로라면 저렇게 적자를 낸 회사들 모두 그냥 다 닫아도 돼. 주주들도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네 탓을 하진 않을 거야.”운경이 옆에서 말했다.만약 모두 문을 닫아버리면 강상철과 강상규가 뛰어들어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없을 것이다.“굳이 문 닫을 필요는 없어요. 제가 쭉 지켜봤습니다. 그 세 곳의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편입니다. 다만 상부의 운영자가 능력이 없어서 그래요. 능력 있는 사람을 보내면 직원들을 잘 이끌어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무진 생각에 그들은 모두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요 몇 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교활한 짓을 하는 자들이라면 무진은 절대 남기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모두 성실한 직원들이었다.자신의 일에만 몰두했지 위에서 하는 짓들을 몰랐을 뿐. 또 강상철과 강상규의 사람들이 줄곧 직원들의 임금을 탈취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조사로 밝혀졌다.일자리가 필요한 직원들은 감히 화를 내지도 입을 열지도 못했던
“무진아, 넌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거니?”운경이 궁금해서 물었다.무진이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운경은 분명 무진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역시 무진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방법이야 있지요. 전제는 제왕그룹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겁니다. 제왕그룹은 해외를 발판으로 첨단과학기술 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그들은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만약 연구개발이 순조롭다면 당초 제가 손에 넣으려 심혈을 기울였던 스카이 아이 시스템보다 더 대단할 겁니다. 저는 거기에 참여할 생각입니다.”가족들만 모인 자리인만큼 무진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무진의 말에 안금여가 눈살을 찌푸렸다.“제왕그룹이라면 우리 경쟁사 아니니? 그런데 우리와 합작하려고 하겠니?”예전에 비서가 정리해 온 자료에서 몇 차례 입찰 상대가 모두 제왕그룹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이다.“경쟁사니, 맞수니 하는 말은 모두 외부에서 그렇게 떠드는 것일 뿐입니다.”최근 몇 년간 제왕그룹의 성장세는 확실히 엄청났다.프로젝트를 놓고 여러 차례 WS그룹과 경쟁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일 뿐이다. 좋은 프로젝트는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경쟁하면서도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그러니 합작의 희망이 남아있는 셈이다.어쨌든 제왕그룹도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할 테니까.WS그룹은 저들로서도 나쁘지 않은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틀린 말은 아니다만, 나는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상문 또한 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중요한 건 그들은 제왕그룹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내부 사정을 잘 모르니 함정에 빠지거나 전략적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제왕그룹이 실력만 된다면 충분히 합작할 수 있습니다.” 무진이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럼 어떻게 하려는 거야?” 운경이 물었
곧 무진 쪽에서 제왕그룹으로 사람을 보내어 소통할 계획이다.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따낼 생각으로.이 프로젝트에 해외지사 세 곳의 존망이 걸려 있었다.그래서 무진은 비서 손건호를 제왕그룹에 직접 보내어 협상하게 했다.일을 가장 잘 처리할 사람으로 무진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바로 손건호였다.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강상철, 강상규 쪽 눈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이것은 누구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문제이다.무진의 지시를 받은 손건호는 즉시 서류를 가지고 제왕그룹으로 갔다.무진의 조건은 간단했다.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저들이 제시하는 조건이 지나치지만 않으면 최대한 수용할 것이다.어쨌든 자신들은 제왕그룹의 이 프로젝트로 지사 세 곳을 기사회생 시킬 테니까.만약 실제로 합작을 성사시킨다면 향후 그것으로 얻게 될 수익 또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이런 상황이니 지금의 출현은 아무 것도 아니다.무진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줄 리가 없다.제왕그룹에 도착한 손건호는 프론트의 안내로 응접실에 앉아서 곽연철의 통보를 기다렸다.프론트 데스크의 전화로 WS그룹에서 사람이 왔다는 내용을 들은 곽연철의 눈에 의아한 빛이 들어찼다.‘WS그룹에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온 거지?’곽연철은 일단 만나본 다음 저쪽에서 무슨 목적을 가진 건지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곽연철의 지시를 받은 프론트 데스크에서 바로 손건호를 위층 대표실로 안내했다.곽연철의 사무실에 도착한 손건호가 ‘곽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손 비서님이 이곳까지 오시다니 무슨 용건이신지 모르겠군요.”곽연철은 손건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손건호는 강무진이 가장 신임하는 오른팔로 항상 강무진과 함께 다녔다.그래서 손건호에 대한 태도 또한 강무진에게 버금갈 정도였다.비록 강무진의 직원이고 부하였지만, 다들 강무진의 얼굴을 봐서 손건호에게도 예의를 지켰다.“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귀사에 온 것은 바
대화 마지막까지 곽연철은 승낙 여부를 말하지 않은 채 다소 애매모호한 대답만 했다.손건호가 떠난 후 곽연철은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그리고 성연의 의견을 물었다.만약 곽연철 자신이라면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실제로 제왕그룹은 실력이든 재력이든 모두 탄탄했다.그들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전체를 개발할 능력이 있었다.이 커다란 케이크를 나눌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그러나 곽연철은 동시에 성연이 강씨 집안에 있으며 무진에 대한 태도 또한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단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곽연철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마음이 좀 복잡했다.그녀는 속으로 약간 망설이는 중이었다. 회사와 아수라문은 조직원 모두의 것이었다.이 프로젝트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라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섞어서는 안된다.하지만 무진이 맞서야 하는 사람은 너무 많으면 몸이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안금여 등과 토론하던 말을 들으니 무진에게 이 프로젝트는 무척 중요했다.이 건이 성사되지 않으면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이걸 빌미로 트집을 잡을 게 뻔했다.‘장래에 자신은 결국 떠날 테니 무진을 좀 도와주면 어떨까?’‘강씨 집안 가족들이 나한테 잘해준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뭐.’자라오는 동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온정을 이 강씨 집안에서 맛보았다.어떤 것들은 머릿속에 남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잠시 고민하던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의 합작 제의를 수락하세요. 하지만 저쪽에서 아수라문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 알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합니다.”성연이 사실은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인 것이다.만약 제왕그룹 배후에 자신들의 조직 아수라문이 있다는 게 드러나기라도 한다면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하지만 성연은 일단 합작하는 사람이 강무진이라는 사실만 생각했을 때괜찮다는 판단을 했다.강무진은 절대 도리를 모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보스, 정말 제왕그룹과 WS그룹의 합작을 확신하십니까?” 이
성연 쪽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무진 쪽에서도 즉시 제왕그룹에게서 회신을 받았다.합작을 승낙한다는.승낙의 소식을 받아 든 손건호는 즉시 무진에게 알렸다.“보스, 제왕그룹 쪽에서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손건호가 흥분한 음성으로 말했다.이제 지사 세 곳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정말이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무진이 되물었다.“네, 진짜입니다. 제왕그룹의 대표가 직접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습니다. 틀림없습니다.”손건호가 즉시 대답했다.“좋아, 즉시 가서 합작 계약서를 작성해. 가능한 빨리 합작을 확정해. 날파리가 들러붙지 않도록.”무진이 침착하게 말했다.“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손건호는 바로 지시를 이행하러 갔다.무진은 제왕그룹이 승낙했다는 사실이 좀 의외로 여겨졌다.사실 제왕그룹이 진짜 승낙할 줄은 몰랐다.자신도 한번 시도해보겠다는 마음이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사람을 보낸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제왕그룹이 승낙해 오다니.그런 화수분 같은 프로젝트라면 제왕그룹에서 적어도 한 번은 WS그룹을 사정없이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적어도 며칠은 마음 졸이게 할 거라 생각했는데?저쪽에서 이렇게 쉽게 승낙할 지 누가 알겠는가?무진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설마 성연의 체면을 봐서?’성연은 진미선을 제왕그룹에 소개해서 왕대관의 회사와 합작했던 일을 무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지금 제왕 쪽에서 합작을 약속한 것도 성연과 관계 있는 것일까?’무진의 마음 깊숙이 계속 의심이 생겨났다.그러나 만약 제왕이 정말 성연이 때문에 합작을 승낙했다면 자신은 성연에게 엄청난 신세를 진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손건호는 오후에 계약서 작성을 다 마치고 먼저 무진에게 보여주었다.무진이 계약서를 살피는 동안 손건호는 저도 모르게 변명했다.“제가 합작 건을 처음 제시하면서 10%의 이윤을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왕 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5%를 더 양보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합작 건을 위해 무진이 직접 제왕그룹에 갔다.곽연철은 즉시 직원들에게 차와 간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합작 건과 관련한 회담은 곽연철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이건 WS그룹이 작성한 합작 계약서입니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곽 대표님께서 제시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무진의 태도는 아주 좋았다.제왕그룹이 합작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의 경사였다.무슨 문제이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무진은 생각했다.곽연철은 단지 합작 계약서를 슬쩍 쳐다만 보았다. 아마 그는 합작 조항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바로 맨 뒤 페이지에 서명한 듯했다.무진과 손건호는 곽연철의 행동이 좀 충격적이었다.결국 무진이 정중하게 말했다.“곽 대표님, 더 안 보셔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바로 사인하시면, 제가 계약서에 함정을 파두지는 않았을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협력관계인 만큼 무진도 제왕그룹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이것은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지, 당장의 이익만을 중시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곽연철은 속으로 몰래 투덜거렸다.강무진을 믿는 것이 아니라 보스 송성연의 안목을 믿는다고.계약서에 서명을 마치면 성연에게는 나름의 속셈이 있었다.“나는 강 대표님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당신의 인품을 믿겠습니다.”곽연철이 침착하게 말했다.무진은 본래 제왕그룹이 성연이 때문에 WS그룹과 합작한 것이라고 의심했다.그런데 지금 곽연철의 태도를 본 무진은 더 의심스러워졌다.아무리 그래도 첫 합작은 누구든 시원하게 하기 힘들었다.그래서 무진이 탐색하듯 물었다.“제왕이 WS그룹과 합작한 데에 혹시 다른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곽 대표님, 계속 의심이 드는군요. 곽 대표님께서 설명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무진이 이렇게 묻자 곽연철은 속으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확실히 강무진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도 빨리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다니.그러나 곽연철이 강무진에게 알려 줄 일은 없을 게 분명하다.그래서 곽연철은 대외용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