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막 끝났을 때 성연은 전화를 받았다.특수하게 처리된 알림음을 들은 성연은 잠시 멍했다.곧 정신을 차린 성연은 은밀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그녀의 음성은 공손하면서도 흥분한 상태였다.“사부님, 어떻게 전화하실 시간이 다 있으셨어요?”평소 고학중이 성연에게 전화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아주 중요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말이다.성연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부님이 자신에게 전화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수화기 저편에서 고학중이 바로 용건을 말했다.“이제 1년 남았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둬. 네 진로는 스승인 내가 모두 안배해 두었다. 네가 이전에 시험을 보려고 했던 HF에 입학할 준비 해. 초심을 잊지 말거라.”잠시 말을 쉬었다가 다시 입을 연 고학중이 훈계 조의 어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이 너에게 건네는 온정으로 기세를 잃으면 안된다. 너의 최종 목표는 결혼이 아니야. 너는 집에서 남편 내조하고 아이 양육하는 그런 생활에 맞지 않아.”사부님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성연은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성연은 그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무진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왠지 모르게 성연의 마음이 괴로워졌다.마치 가슴에 큰 구멍이 나서 휘휘 바람이 불어대는 것 같아 성연을 당황스럽게 했다.그러나 성연은 아무런 내색 없이 차분한 음성으로 바로 대답했다.“네, 사부님. 말씀하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성연아, 누구보다 내가 너를 가장 잘 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잃으면 안되느니라.”고학중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학중은 성연의 마음이 다소 흔들리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아챘다.그러나 아마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미련을 가지는 거겠지.어릴 때부터 혈육의 정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자란 데다 마음도 여린 성연이 자신에게 잘해 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간에 강
성연은 넋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언제나 생기발랄하던 성연이었다.그런데 창백한 얼굴로 현관문을 들어서는 성연을 보고 집사가걱정스럽게 물었다. “작은 사모님, 괜찮으십니까?”멍한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보던 성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바로 위층 침실로 올라가 침대에 쓰러져 잤다.저녁 식사를 차린 후 집사가 침실 문을 두드렸으나 성연은 안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아무 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잠시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집사가 자신의 일을 무진에 알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무진은 지금 이미 충분히 바쁠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이게 하는 건 곤란했다.“잠시만요. 나가요.” 머리를 정리한 성연이 문을 열고 나갔다.집사가 보기에 성연은 여전히 좀 이상했다.집사가 관심 어린 눈길로 물었다.“작은 사모님, 몸이 불편하시면 저에게 말씀하세요. 주치의 선생님을 부를까요? 아니면 도련님께 오시도록 연락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성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냥 최근에 시험이 좀 많아서 피곤했을 뿐이에요. 무진 씨 일도 많은데 알릴 필요 없어요.”집사는 다시 성연을 살펴보았다. 평소와 다름 없는 성연의 표정에 집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집사를 따라 내려가 저녁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성연은 올라가서 공부해야 하니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집사에게 일렀다.성연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상시와 똑같이 보이려 했다.성연이 애써 연기를 한 덕에 자연히 집사는 알아챌 수 없었다.이제 성연이 별 문제가 없는 듯하자 집사는 그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찌되었든 성연은 아직 청소년기의 아이였다.공부하느라 힘든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한 집사는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리지 않았다.물론 성연도 자신에게 말하지 말라는 뜻을 내비쳤지만.그날 밤, 성연의 머리는 혼란의 극치였다.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일찌감치 잠을 잤다.무진이 언제 돌
처음에는 시험이 힘들어서 성연이 저러는 줄 알았다.온종일 업무 처리하느라 바쁜 무진이다.그러나 성연의 상태가 뭔가 이상함을 예리하게 느끼고 있었다.며칠째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로 얼굴에는 웃음기조차 안 보였다.그래서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성연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주말, 식사를 마친 성연은 아직 집에 있는 무진을 보고 좀 놀랐다.그동안 너무 바쁜 나머지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던 무진이었다.성연이 의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회사에 안 나가요?”무진이 대답했다.“너랑 같이 있으려고. 오늘 어디 놀러 가고 싶은 데 없어?”무진은 자신이 함께 보내는 것이 너무 적어서 성연의 기분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그동안 확실히 자신이 좀 바쁘긴 했다.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함께 보낼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도 사실.‘일도 중요하지만, 성연이만큼 중요한 건 없어.’시간을 내서 성연이와 함께 보내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무진이다.요 며칠 간의 자신의 근심과 무진의 행동을 생각해 보던 성연은 바로 알아챘다.이 상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연은 무진의 제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도 무진과 함께 있고 싶었다.잠시만이라도.만약 자신이 떠나게 되면 무진과는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지금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무진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말했다.“교외에 있는 과수원을 알아요. 지금 가을이라 마침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을 텐데 무척 아름다울 거예요.”“알았어, 준비해. 바로 나가자.” 무진은 더 묻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오늘 그의 임무는 성연과 함께 하는 것, 그 뿐이다.성연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자 기사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성연이 말한 과수원으로 갔다.과연 성연의 말이 맞았다. 온통 노란 빛으로 끝없이 이어진 과수원은 정말 아름다웠다.그리고 잘 익은 과일들이 아주 먹음직스럽고도 보기 좋았다.공기 중에 상큼한 과일 향기가 떠돌았다.과일 향을 맡으니
다음 날, 무진이 회사로 가자 강상철과 강상규가 그의 사무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무진을 본 강상철은 무진이 자신 앞에 오자마자 생트집을 잡았다.“강무진, 어쨌든 나나 네 셋째 할아버지는 너보다 어른들인데, 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우리를 못 들어오게 막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사무실 안에 중요한 서류들이 있는데 잃어버리면 또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작은 할아버님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으실 테죠? 제 밑의 사람들은 회사 기밀을 지키며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조리 정연하게 설명했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이리 다급하게 자신을 찾아와 귀찮게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이런 핑계까지 대도록 견문을 넓혀 주시는군.’강상철과 강상규의 표정이 다소 경직되었지만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콧방귀만 뀌었다.무진 문을 밀고 들어가자 강상철과 강상규도 따라 들어갔다.그들이 소파에 앉자 무진의 비서가 즉시 차를 가져왔다.‘회사니까, 어쨌든 시늉은 해야겠지.’무진이 아랫사람이니 결국 강상철과 강상규의 체면을 세워줄 수밖에 없다.‘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분명 또 아래 사람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따지고 들겠지.’강상철, 강상규는 오늘 골칫거리를 만들려고 온 거였다.이 일로 한 차례 들쑤셔서 무진이 더 이상 날뛰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차를 한 모금 마시며 살짝 입을 축이던 강상철이 별안간 입안에 있던 찻물을 뱉으며 소리쳤다.“이건 도대체 무슨 찻잎이야? 너는 이런 저질 찻잎으로 우리를 우롱하는 거냐?”강상철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무진이다.업무 상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이런 작은 건수를 잡아 흠집 내려는 수법이 아닌가.“일반적인 찻잎입니다. 저는 마셔도 괜찮은데요?”무진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강상철은 꼭 솜방석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처럼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무진은 마치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아니면 꺼지라’는 식의 태도로 대답했다.세 사람이 마주 앉으니 상당
강상철, 강상규의 인내심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점심 시간에 나가서 식사하고 온 것을 빼고는 무진의 사무실에 억지로 머물면서 오후까지 기다렸다.이번에 무진이 회수한 지사들은 모두 다섯 곳이었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직접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무진은 평가자료를 두 사람에게도 건네주어 함께 보았다.평가를 결과를 토대로 무진은 당장 지사 두 곳을 문 닫겠다고 선포했다.새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가동시키기로 했다.이 지사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어떻게 해도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가 없었다. 장기적으로 적자만 날 뿐.툭 까놓고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었다.그룹 본사의 돈을 여기에 쏟아붓기보다는 이렇게 적자만 나는 항목들을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게 나을 터.강상철과 강상규가 무작정 여기서 기다린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함이었다.강상규가 바로 비꼬았다.“설마 네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고? 멀쩡한 회사를 네 손으로 바로 닫아버려?”무진은 속으로 저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싶었다.수치가 모두 저들 앞에 놓여 있는데 말이다.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마 진짜 몰라서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어쩜 저리 뻔뻔스러운지.무진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두 분이 능력이 되시면 이 지사들 가지고 가세요.”어차피 무진은 의견이 없었다.이제는 지사 뒤에서 벌이던 그 추잡한 짓거리들을 모두 들켰으니.강상철과 강상규가 다시 회수해 간다 해도 더 이상 잔꾀를 부리지는 못 할 테지.회사가 위아래로 그렇게 많은 눈들이 주시하고 있는데, 경거망동하지는 않을 것이다.늙은 여우는 종일 남을 속일 궁리만 하는 법.무진을 말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사실 최고 관리자로서 이 지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자신들이 제일 잘 알았다.그러나 무진은 지사 두 곳을 포기하고 세 곳을 남겨 두었다. 설마 적자를 흑자로 돌릴 자신이 있단 말인가?
무진이 남긴 지사 세 곳은 모두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그러나 기술자 유출로 인해 오랫동안 아무것도 개발할 수 없었고, 그러다 결국 회사 경영이 어렵게 된 것이다.무진이 보기에 문을 닫기로 한 두 곳보다는 나은 편이라 해도 흑자로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저녁 식사를 하면서 무진은 강운경, 안금여, 그리고 강상문과 함께 이 일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강상철, 강상규 그 둘의 속셈을 내가 모를 수 있겠어? 요즘 회사에서 무진의 입지가 점점 넓어지니 이 일을 꼬투리 삼으려는 거지.” 안금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흥, 저 두 늙은 여우가 무슨 좋은 심보를 가지고 있겠어?’“확실히 그렇습니다. 오늘 두 사람은 남긴 지사 세 곳을 제가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 떠보더군요.”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속셈은 얼굴에 그대로 다 드러나 있었다.‘자신이 아직도 그걸 모르겠는가?’하지만 세 곳을 그대로 남겼지만 절대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내 생각대로라면 저렇게 적자를 낸 회사들 모두 그냥 다 닫아도 돼. 주주들도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네 탓을 하진 않을 거야.”운경이 옆에서 말했다.만약 모두 문을 닫아버리면 강상철과 강상규가 뛰어들어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없을 것이다.“굳이 문 닫을 필요는 없어요. 제가 쭉 지켜봤습니다. 그 세 곳의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편입니다. 다만 상부의 운영자가 능력이 없어서 그래요. 능력 있는 사람을 보내면 직원들을 잘 이끌어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무진 생각에 그들은 모두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었다. 그리고 요 몇 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교활한 짓을 하는 자들이라면 무진은 절대 남기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모두 성실한 직원들이었다.자신의 일에만 몰두했지 위에서 하는 짓들을 몰랐을 뿐. 또 강상철과 강상규의 사람들이 줄곧 직원들의 임금을 탈취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조사로 밝혀졌다.일자리가 필요한 직원들은 감히 화를 내지도 입을 열지도 못했던
“무진아, 넌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거니?”운경이 궁금해서 물었다.무진이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운경은 분명 무진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역시 무진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방법이야 있지요. 전제는 제왕그룹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겁니다. 제왕그룹은 해외를 발판으로 첨단과학기술 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그들은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만약 연구개발이 순조롭다면 당초 제가 손에 넣으려 심혈을 기울였던 스카이 아이 시스템보다 더 대단할 겁니다. 저는 거기에 참여할 생각입니다.”가족들만 모인 자리인만큼 무진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무진의 말에 안금여가 눈살을 찌푸렸다.“제왕그룹이라면 우리 경쟁사 아니니? 그런데 우리와 합작하려고 하겠니?”예전에 비서가 정리해 온 자료에서 몇 차례 입찰 상대가 모두 제왕그룹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이다.“경쟁사니, 맞수니 하는 말은 모두 외부에서 그렇게 떠드는 것일 뿐입니다.”최근 몇 년간 제왕그룹의 성장세는 확실히 엄청났다.프로젝트를 놓고 여러 차례 WS그룹과 경쟁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일 뿐이다. 좋은 프로젝트는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경쟁하면서도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그러니 합작의 희망이 남아있는 셈이다.어쨌든 제왕그룹도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할 테니까.WS그룹은 저들로서도 나쁘지 않은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틀린 말은 아니다만, 나는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상문 또한 이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중요한 건 그들은 제왕그룹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내부 사정을 잘 모르니 함정에 빠지거나 전략적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제왕그룹이 실력만 된다면 충분히 합작할 수 있습니다.” 무진이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럼 어떻게 하려는 거야?” 운경이 물었
곧 무진 쪽에서 제왕그룹으로 사람을 보내어 소통할 계획이다.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따낼 생각으로.이 프로젝트에 해외지사 세 곳의 존망이 걸려 있었다.그래서 무진은 비서 손건호를 제왕그룹에 직접 보내어 협상하게 했다.일을 가장 잘 처리할 사람으로 무진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바로 손건호였다.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강상철, 강상규 쪽 눈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이것은 누구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문제이다.무진의 지시를 받은 손건호는 즉시 서류를 가지고 제왕그룹으로 갔다.무진의 조건은 간단했다.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저들이 제시하는 조건이 지나치지만 않으면 최대한 수용할 것이다.어쨌든 자신들은 제왕그룹의 이 프로젝트로 지사 세 곳을 기사회생 시킬 테니까.만약 실제로 합작을 성사시킨다면 향후 그것으로 얻게 될 수익 또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이런 상황이니 지금의 출현은 아무 것도 아니다.무진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줄 리가 없다.제왕그룹에 도착한 손건호는 프론트의 안내로 응접실에 앉아서 곽연철의 통보를 기다렸다.프론트 데스크의 전화로 WS그룹에서 사람이 왔다는 내용을 들은 곽연철의 눈에 의아한 빛이 들어찼다.‘WS그룹에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온 거지?’곽연철은 일단 만나본 다음 저쪽에서 무슨 목적을 가진 건지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곽연철의 지시를 받은 프론트 데스크에서 바로 손건호를 위층 대표실로 안내했다.곽연철의 사무실에 도착한 손건호가 ‘곽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손 비서님이 이곳까지 오시다니 무슨 용건이신지 모르겠군요.”곽연철은 손건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손건호는 강무진이 가장 신임하는 오른팔로 항상 강무진과 함께 다녔다.그래서 손건호에 대한 태도 또한 강무진에게 버금갈 정도였다.비록 강무진의 직원이고 부하였지만, 다들 강무진의 얼굴을 봐서 손건호에게도 예의를 지켰다.“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귀사에 온 것은 바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