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1164 챕터
제141화 무슨 낯으로 큰 소리야
임수정의 말을 듣던 송종철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아래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요즘 들리는 소문에 강씨 집안 WS그룹의 회장님이 아파서 그룹의 주인이 바뀐다는 말이 있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가서 회장님을 면회하면서 상황을 알아봐야 되겠어.”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찌라시 같은 정보였다.사실 뜬소문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사실이 어떻는지는 외부에 알려진 게 전혀 없으니까.그러나 송종철은 믿지 않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 WS그룹 쪽에서 정말 회장을 바꿀지도 모르지.하지만 모두 자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들이다.당장의 급선무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해결하는 것이니.성연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강씨 집안에서 뭔가 소득을 얻기를 바랄 수밖에는.“아빠, 저쪽 집안에 가시면 제 얘기하는 거 잊지 마세요. 학교에 가고 싶어요. 집에 있기 싫어요.”아연의 목소리에는 짙은 원망이 배어 있었다.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예전의 학우들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었지만, 모두들 마치 홍수나 맹수가 뒤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을 피했다.아무도 자신의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았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해킹까지 했다.뭐 때문에? 저들이 무슨 자격으로?예전엔 하루 종일 자기 뒤꽁무니나 쫓으며 아양 떨기 바쁘던 것들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하나같이 벙어리 시늉만 하니.밀려오는 좌절감에 화가 나면서도 당혹스러웠다.정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자신은 방법이 없으니 아빠가 대신 어떻게 해 주기만을 기댈 수밖에 없다.“네가 말할 자격이나 있느냐?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해 가지고, 응?”아연이 저 아이 때문에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인 걸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송성연, 걔가 두 분을 화나게 했잖아요? 나는 교훈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걔가 날 도로 물어뜯을 줄 누가 알았냐구요?”아연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임수정이 목소리를 키웠다.“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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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어떻게 그에게 좋을 일을 하겠나
옷 매무새를 다시 한번 가다듬고 살핀 다음, 송종철이 병실 문을 노크했다.안에서 대답이 들리자 문을 밀고 들어갔다.병실로 들어서는 송종철을 본 안금여는 상당히 놀랐다.그러나 곧바로 표정을 정리하며 인사했다.“사돈, 어떻게 예까지 오셨습니까? 운경아, 사돈 앉으시도록 의자 좀 갖다 드리렴.”운경이 바로 옆에 있던 의자를 송종철 쪽으로 밀며 권했다.송종철이 과일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 두며 말했다.“회장님께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계속 병문을 오려 했으나 집안에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 보니, 이제야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그래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이 늙으니 고장나는 데도 많네요.”안금여도 송종철을 따라 예의상의 인사를 건넸다.마주하고 앉은 두 사람이지만, 한 명은 위에 앉았고 또 한 명은 아래쪽에 앉은 것이 꼭 지위 상의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는 듯했다. 회장을 힐끗 쳐다본 송종철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회사의 상황을 생각하며 눈을 딱 감고 입을 열었다.“회장님, 지난번에 저에게 말씀하셨던 그 일 말입니다. 사실 무진 군을 집에 초대해서 식사도 하며 잘 말해 볼 참이었는데, 무진 군 성격이 좀 까다로워서 장인인 제 초대에도 응하질 않네요.”말을 하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안금여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무진의 성격에 송종철에게 과실을 내줄 리 없다는 것을 안금여는 일찌감치 예상했었다.하지만 몰랐다는 듯 놀라는 모습을 연출했다.“아니, 설마 우리 손자가 아직 주지 않은 겁니까?”이어 또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제가 나중에 혼을 내주겠습니다. 정말 아직도 저리 철이 안 들어서야, 원. 제가 일전에 말씀드렸지요. 응당 드려야 할 돈인데, 제가 지금 건강이 좋지 않아 며칠 손자 얼굴을 못 봤네요. 나중에 몸이 좋아지면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지금 성연을 무척이나 아끼는 안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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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자업자득
“회장님, 성연이가 참 고집스럽게도 말을 잘 안 듣습니다. 학교에서 그렇게나 큰 사단을 만드는 바람에 제 작은 딸을 받아주려는 학교가 없습니다. 이 일에 대해, 회장님께서 좀 도움을 주시면 없겠습니까?”기대 어린 눈빛으로 안금여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성연이는 학교에서 학업에도 그리 충실하지가 않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수업도 잘 안 듣는다고 하더군요. 이번 일은 분명 아연이 성적이 좋은 걸 질투해서 일으킨 겁니다. 아마도 우리 아연일 꼬드겨 시켰겠죠. 우리 불쌍한 아연이가 제 언니를 돕다가 결국 탈이 나 버렸습니다. 매일 학교에 가고 싶다고 웁니다. 공부하는 걸 제일 좋아하던 우리 아연인데, 이렇게 시간을 끌다 교과 과정을 못 따라가게 되면 상심해 죽을 지도 모르겠습니다.”성연을 헐뜯으면서 동시에 아연을 띄워, 둘 사이의 우열을 드러내려는 수작이었다.이리 말하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할 지 누구라도 알 것이다.또 아연이에 대해 좀 더 좋은 이미지를 안금여에게 심어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그래야 안금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겠는가?그리고 동시에 안금여가 성연을 썩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두어 마디 더 비방을 해도 상관없겠지.어쩌면 안금여의 마음에 맞는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그러면 이 늙은이가 자신의 말에 흔쾌히 동의해 줄까?자신들이 성연을 좋아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 거고 생각하는 송종철.그의 말을 듣는 즉시 화가 난 안금여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이 일은 당신 딸의 자업자득이 아닙니까? 왜 내 손녀며느리에게 덮어씌우려는 거지요? 당신이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 아닙니까? 동생이 사사건건 언니와 맞서려 들더니 이제는 감히 내 앞에 와서 내 손자며느리를 비방하다니요? 이건 일부러 나를 욕보이려는 게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안금여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은 이 모든 일의 경위를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한 번만 그랬으면 괜찮았을 터.한 번쯤은 성연이가 잘못했을 수도 있으니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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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사과 받을 자격이 안 됩니까
안금여에게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자 애가 탄 송종철이 염치 불구하고 재차 물었다.“저기, 그럼…… 학위 회복만이라도?”강씨 집안이 발만 한 번 굴러도 북성 전체가 몇 차례나 흔들릴 것이다.한 마디 언질이면 누구든 강씨 집안의 체면을 봐서라도 들어줄 것이다.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만 않았어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안금여의 얼굴을 쳐다볼 만큼 뻔뻔하지는 않았다.딸 운경이 건네어 준 차를 한 모금 마신 안금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뭐, 안 되는 건 아니지. 어찌 되었든 어린 나이에 공부하지 않으면 인생 망칠 수도 있으니.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구구절절 듣기 민망한 그의 말들 중에 성연에 대한 좋은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그렇게 쉽게 도와주지는 않을 생각인 안금여다.강씨 집안에는 확실히 소소한 일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봐가면서 해야 하지 않겠나. 송씨 집안은 도와주어야 할 아무런 가치도 쓸모도 없는 치들이다.도와줘 봤자 손해 보는 장사인 셈이다.송씨 일가가 합심으로 성연의 피를 빨아먹으려 한다는 것쯤은 진작에 눈치챘다. 이 변변찮은 집안은 애초에 글러먹었다.또 무슨 낯짝으로 자꾸 시골 사람을 업신여기는지, 저들이야말로 시골 사람들보다 못난 것들이 아닌가 말이다.낯부끄럽게도 어찌 그런 말들을 하는지.성연이 오랫동안 시골에서 지냈던 것 역시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가 아닌가.직접 키운 아이는 보배이고, 자신이 키우지 않았다고 잡초가 되다니.그의 이런 태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네, 회장님, 말씀하십시오.”마침내 안금여의 입이 열리자 송종철의 눈이 확 밝아졌다.지금 한 가지를 요구해도 열 가지도 넘게 해줄 수 있었다. 그런 건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아연이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이어 가기만 한다면, 그 재능과 성적으로 다시 학교에서 그들 집안을 위해 영예를 떨칠 수도 있을 터.그러면 더 이상 체면을 잃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어쨌든 아연이는 자신을 걱정시킨 적이 없는 아이였다.오직 이 두 번의 일만 예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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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남아있어야 복수할 수 있어
얼른 집으로 돌아간 송종철이 임수정과 송아연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임수정이 송종철에게 욕을 퍼부어댔다.“사과? 송성연 그 촌 것이 무슨 자격으로? 그럼 내가 뭐가 돼냐고?”“그러게 아빠, 걔한테 사과하라는 건 나더러 죽으라는 말 아냐? 정말 촌닭 송성연 같은 애한테 사과하라고 하느니 차라리 날 죽여.” 아연이 얼굴 가득 혐오감을 드러내며 거부했다.두 모녀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송성연 그 애가 자격으로 자신들의 절과 사과를 받느냐는 것만 생각했다.좀 더 이성적이라 할 수 있는 송종철은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강씨 집안에서 말을 해 주지 않는 이상 북성에서 아연을 받아줄 학교는 없었다.이전엔 함께 욕하던 송종철이었지만, 이제는 그들을 질책했다.“소란 피우지 마. 이제는 통제가 안되는 상황이야. 성연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귀염을 받고 있어. 강씨 집안 회장님이 직접 아연이 너더러 와서 사과하라고 하신 거야. 물론 나도 같이 고개 숙이고 잘못을 빌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를 외국으로 보내 공부시킬 수밖에 없다.”송종철 또한 여러 가지로 성연이 맘에 들지 않았다.괴롭기 그지없지만, 부득이 현실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학위도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야.“아빠, 전 외국에 나가지 않을 거예요. 난 계속 북성남고에 남을 거라고요.”아연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정말 해외로 나가게 되면 강제로 떠밀려 간다는 자패감에 스스로 창피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무엇보다 자신을 몰아낸 것이 다름아닌 송성연이라니.송성연, 그 촌닭, 촌뜨기는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그런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건 스스로 내 뺨을 때리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성연은 틀림없이 자신을 비웃을 것이다.“어렸을 때부터 아연은 내가 직접 데리고 키웠다구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애를 외국으로 보내서 어쩌려고? 혼자 집을 떠나보내다니, 당신 그럴 수 있어요? 당신한테 경고하는데, 아연이 정말 외국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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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훔치는 짓은 하면 안되지
그날 저녁.방과 후, 할머니 안금여의 병실에 들어서던 성연은 송종철, 임수정과 송아연 일가족이 모두 와 있는 걸 보았다.막 문을 들어서자 임수정이 친한 척하며 다가와 다정하게 손을 잡았다.“성연아, 학교 갔다 왔어?”이 가족들을 본 성연은 기분이 확 나빠졌다.임수정의 손을 차갑게 밀어내며 병상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할머니, 어떻게 된 거예요?”이 사람들이 아무 일 없이 여기 왔을 리가 없다.송씨 일가족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한 자리에 모인 건 정말 드문 일이다.안금여가 침착하게 말했다.“이 분이 여동생과 함께 너에게 사과하러 왔단다. 지난 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너에게 잘못했다고 해서 나도 막지 않았다.”안금여는 임수정을 말하며 성연의 ‘새어머니’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 ‘계모’라는 말도 가당치 않았다.기껏해야 낯선 아주머니일 뿐.그게, 내내 온갖 짓으로 성연을 괴롭힌 행태에 딱 맞는 표현일 거다.그래도 ‘이 분’이라고 존칭은 써 준 셈이다.그리고는 송종철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사과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제 성연이 왔으니 해 보시지요.”병실에 죽치고 있는 이 가족을 보는 것도 눈에 거슬리고 피곤했다.빨리 끝내고 나가기만 기다리는 심정이다.“회장님, 저희 아연이가 어려서부터 오냐오냐 커서 낯을 많이 가립니다. 시간이 좀 필요한 모양입니다. 너그러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송종철이 얼른 대신 변명하며 아연을 다그쳤다.“언니에게 얼른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빌어. 한 가족 아니냐, 언니가 용서해 줄 거야.”송아연은 제 자리에 선 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런 아연을 지켜보던 안금여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버릇이 잘못 들었으면 지금이라도 바로 가르치면 늦지 않겠지요. 설마 내키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뭐, 그래도 상관없다. 하기 싫으면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마. 다들 나가세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군요.”속으로 분을 참고 있던 아연은 성연에게 사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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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줄 테다
아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시험지를 훔쳤다. 성연을 모함하기 위해서. 시험문제는 보지도 않았다.‘송성연, 분명히 일부러 저런 말을 한 거야.’강씨 집안을 옆에 낀 성연의 말은 힘이 있었다. 의기양양한 그 모습을 보노라니 또 화가 치민다.옆에서 지켜보던 임수정 역시 이를 갈며 성연을 향해 불만을 드러내었다.“말이 너무 지나치잖니? 아직 어린 동생이 철이 없어 그런 건데!”성연에게 사과하러 오는 것까지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계였다.지금 제 후원자를 믿고 일부러 자신들을 모욕하고 있는 거 아닌가?자기 눈앞에서 방자하게 구는 성연을 임수정이 어찌 용납할 리가.참으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기어이 입에서 소리가 튀어나왔다.하, 저 심보가 십만 팔천 리나 뻗었지? 성연이 조소를 날리며 비아냥거렸다. “곧 성인이 되는데 아직 철이 없어? 너 지능이 없는 거니? 아니면 원래 머리가 없는 거니? …… 그리고 괜히 나를 탓하고 원망하는데, 어쩌죠? 저 그렇게 대단한 능력 없어요. 학교에 압력을 행사하다니요. 학교에서 거부하는 건 본인이 저지른 더러운 짓 때문이라는 거 모두 다 아는 일 아닌가요?”솔직히 송아연 같은 애는 성연이 손 댈 가치도 없었다.자신의 손을 더럽히기 싫었다.게다가, 저 멍청한 머리로 지 스스로 죽을 길을 찾는 거 아냐? 자기 꾀에 빠져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저런 쓸모없는 짓을 성연이 할 필요가 아예 없었다.아연의 얼굴이 매우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만약 그때 그 일이 성연의 짓으로 되었다면, 적어도 그녀의 명성은 여전할 것이고 체면도 살아있겠지.하지만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모든 학교들이 아연을 거절하는 것이다.그녀의 아름다운 성적과 피아노의 성과들 모두 한 차례 우스개에 지나지 않는 듯했다.어느 사이 뭔가 획 지나가는 듯하더니 뺨이 화끈거렸다.아연이 억울하게 당하는 모습을 본 임수정이 성연을 비난하려는데, 송종철이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에게 눈빛으로 안금여 쪽을 가리켰다.그의 뜻을 이해하면서도 치솟는 듯한 화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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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얼굴을 못 들 정도다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송종철은 속으로 또 한 차례 경악했다.이건 또 어떻게 된 거야? 성연이 총애 받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벌을 받는거지? 이거 보아하니, 마냥 총애받는 것 같지도 않구만.성연에 대한 강씨 집안의 태도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안금여 곁에 있던 강운경도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역시 시골에서 와서 그런지 교양이 없구나. 이제 보니, 예의 선생님을 불러 계속 가르쳐야겠다. 나중에 우리 집안 어른께도 이렇게 대들면 어떡할 거야?”성연은 강운경과 안금여의 뜻을 바로 이해했다.무서워 벌벌 떠는 모습을 연기하며 두 사람의 연극에 동참했다.“할머니, 제가 잘못 알았어요. 제가 예의를 몰라서 그랬어요.”말하면서 있지도 않는 눈물을 훔치는 척했다.“그만 해라. 옹졸한 모습은 사람들의 비웃음만 살 뿐이야.”안금여가 휘휘 손을 내저었다.임수정, 송아연 두 모녀는 안금여의 태도 변화에 어리둥절해졌다.자신들이 생각했던 전개와 달랐다.마침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 안금여가 고개를 돌려 송종철에게 말했다.“사과도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세요. 나중에 학교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죠.”송종철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회장님, 감사합니다.”기실 그 말은 공수표나 다름없었다.안금여가 어느 학교에다 얘기해 놓든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그들은 아연이 북성남고에 계속 남아 있게 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안금여의 생각은 확연히 달랐다.그러나 어찌되었든 학위를 건사할 수 있게 됐으니 아연을 외국으로 보낼 필요가 없게 됐다.이렇게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송종철이다.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한 뒤 임수정과 아연을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병실을 나오자마자 안에서 당한 억울함과 불만의 말들이 임수정과 송아연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송종철, 당신 설명 좀 해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송성연 그것이 총애를 받는다는 게 이거야? 오늘 얼굴을 못 들 정도로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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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무릎 꿇고 싶으면 그렇게 해줄게
병실 안.사람들이 다 나가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안금여는 편안한 자세로 베개에 기대었다.송종철 일가를 상대할 때에 비해서 훨씬 부드러운 음성이다.“나이도 어린 것이 머리를 꽤 많이 쓰는구나.”송아연은 자신이 꾸며내는 말과 행동을 사람들이 못 알아챌 거라고 착각했다.사업을 하는 동안 다년간 장사치들 틈에서 굴러온 안금여와 강운경이었다. 속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들의 눈에 훤히 보였다.마냥 어린 계집아이가 마음속에 몇 근 몇 냥이 들어있는지 다 읽혔다.강운경도 혐오감이 일었다. 진심이라곤 없이 이런 잔꾀 부리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다. “연기도 제대로 못하더군요.”‘송씨 저 세 가족은 하나같이 정말 진상이었다.’‘가치관이 저리도 삐뚤어지다니, 참.’‘그래도 성연이가 저들과 같이 지내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그렇지 않았으면 성연을 어떻게 가르쳐 놨을지…….’성연은 여전히 눈썹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방금 전의 분위기에서 아직 못 빠져나온 듯했다.이런 성연의 모습을 본 안금여는 웃음을 참기 힘든 듯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사람들 다 갔는데 계속 연기할 테냐?”성연이 고개를 들며 일부러 불쌍한 척했다.“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셨잖아요? 설마 가짜였어요?”능청스러운 성연의 말에 기가 찬 웃던 안금여가 짐짓 나무라듯 말했다.“이런 영리한 것 같으니라고. 네가 무릎을 꿇고 싶다면 내가 그렇게 해 주마.”아이고, 요 녀석, 혹시라도 야단 맞을까 봐 이렇게 또 확인까지 하는 것 봐.일부러 그러는 거지.그러나 이제는 송성연이라는 이 아이를 보물같이 여기며 친손녀처럼 대했다.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사람은 돌아보지도 않는 안금여다.그런데 성연을 위해 대신 신경 써서 화풀이까지 해주었다.조금전의 연약한 모습은 싹 씻어 낸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윽, 무릎 꿇기 싫어요. 할머니께서 화 내시는 시늉을 하시면서 저 대신 화풀이 해주셔서 정말 감동 받았어요. 자, 이제 제가 할머니께 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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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손이 근질근질해
업무를 끝낸 무진이 마침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병실 입구에서부터 안금여의 웃음소리 사이로 대화하는 음성이 간간이 들렸다.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안으로 들어갔다.“할머님, 뭐를 빼지 않는다고요?”“내가, 성연이 안마 솜씨가 좋아서 틈틈이 너도 해주라고 했거든. 어쩜 너한테 이런 복이 다 있는지 모르겠다.”안금여는 웃으며 무진을 놀렸다.다시 담담한 얼굴을 한 성연이 계속해서 다리를 부드럽게 주물렀다.성연을 한 차례 눈으로 흘깃한 무진이 입을 열었다.“할머니, 성연이가 매일 밤 안마해 줍니다. 다리가 많이 좋아졌어요.”성연이 만져 주기는 했지만 안금여가 생각한 만큼 횟수가 많지는 않았다.그런데도 무진은 수긍하고 받아들였고 다른 불만도 없었다.언제나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던 무진이 이런 말을 하자, 이 두 어린 부부의 감정이 꽤 괜찮은 듯 보였다.안금여는 더없이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이 어린 손주 며느리를 보며 감탄하는 한편, 과연 자신이 애쓴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했다.저녁, 병원에서 저녁을 먹은 후.안금여가 입을 열었다.“성연아, 너는 무진이를 따라 집에 가거라. 병원엔 너희들이 같이 있을 필요가 없어. 어쨌든 성연이 내일 또 학교 가야 하지 않니? 이런 늙은 사람 때문에 학업을 그르치면 안되지.”매일 병실로 오는 성연이다. 이런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다소 망설이는 듯한 무진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요즘 병원에서 밤에 계속 고모님이 계셨어요. 낮에는 회사 업무를 보시는데, 많이 힘드실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무진이 자신에게 적극 관심을 보이자 곁에 있던 운경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얼굴 표정도 부드럽게 풀어졌다.“무슨 고생이랄 게 있나? 네 고모부도 병원에 있으면서 잘 챙겨주지 않니? 걱정하지 마.”“그럼 고모도 건강 잘 살피세요.” 어쩔 수 없는 듯 무진이 성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후, 책가방을 집어 던진 성연이 물과 간식을 챙겨서 컴퓨터를 켰다. 목욕을 하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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