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Bab 121 - Bab 130
1160 Bab
제121화 사전 모의
강상철과 강상규는 안금여의 당황한 기색을 보며 내심 통쾌했다.그들은 본가만이 집안의 기업을 장악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다.‘모두들 회사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왜 본가만 권력을 잡고 휘두르려고 하는 건데?’‘일개 아녀자에게 참 오랜 세월 동안 억눌려 지냈었다…….’이건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그들도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이다.게다가 지금의 본가에는 WS 그룹을 이끌만한 인물이 더 이상 없는 것이다. 안금여 다음의 후계자 자리를 물려줄 마땅한 후계자 역시.본가의 유일한 남자인 무진은 모두에게 병신 취급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느 누구도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출가외인 강운경에게 회사를 물려줄 수 없는 법.다시 말해 회사를 강상철과 강상규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그리고 그들만이 WS그룹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회장이 된 뒤로 내내 규정을 들먹이는 안금여는 봉건적 사고방식에 고루하기 그지없었다,지금 앞으로 쭉쭉 뻗어가려는 WS그룹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그런 그들의 눈에 안금여는 자신들의 회장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고 있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뿐이다.안금여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얼굴에 혈색을 잃은 상태였지만 등을 곧게 펴고 음성에 힘을 실었다.“네, 몸이 안 좋은 거 인정합니다. 허나 아직 몇 년 더 버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내가 살이있는 한, 회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급하신 것은 잘 알겠는데, 아무리 급하더라도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겁니다. 내가 죽고 우리 집 영감 옆에 누으면, 그 때 다시 회장에서 내려오니 마니 논의하시죠?”그녀의 말에는 한껏 조롱기가 다분했다.‘이것들이! 사람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자리에서 내려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니……. 꿈도 야무져! 누가 자리를 내놓는데?’“형수님,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세요? 제가 좋은 병원을 알아봐 드릴 테니 안심하고 치료 먼저 받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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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당장 자리를 내놔라
위에는 강상철과 강상규의 이름이 적혀있었다.안금여가 보니 그들이 보유한 주식은 이미 본가에 육박할만한 수치였다.모두 강상철과 강상규가 몰래 인수한 것들이었다.주주들로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주식을 이만큼 사 모으는 데까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을 거다.이번 주총을 위해 회장직을 차지할 계획을 가지고 오래전부터 철저히 준비해 왔을 터.조금씩 핏기를 잃어가던 안금여의 얼굴이 완전히 새하얗게 질렸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집안 사람들 아닌가? 이 정도까지 도가 지나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우리 영감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이 두 놈이 여기서 이처럼 날뛸 수 있었을까?’주식 위임동의서는 안금여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그녀의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강운경이 얼른 안금여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엄마, 괜찮으세요?”무진도 미간을 한군데로 잔뜩 모았다.“할머니…….”“나, 괜찮다.” 강운경의 품에 안긴 안금여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쥐었다.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최근 몇 년간 본가에서 눈 감고 참아준 게 한 두 번입니까? 뭘 더 원하세요?” 안금여는 숨을 고르며 강상철과 강상규를 향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 우리가 뭘 원하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회장직을 내놓으시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지 않으십니까?” 강상철의 표정도 싸늘해졌다.주식 위임동의서를 내놓았다는 것은 본가와 등을 돌리겠다는 것과 진배없었다.‘WS그룹이 옛날의 그 WS그룹인 줄 아시나?’큰형님이 돌아가신 후, 본가도 이미 그 힘을 잃었다.큰형이 살이 있을 때는 비위를 맞춰야 했지만, 지금은…… 본가가 자기들에게 빌붙어 살게 할 것이다. 오랫동안 참았던 이 수모도 풀어내면서…….“둘째 숙부님, 우리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숙부님들을 얼마나 아끼셨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기어이 우리 본가의 숨통을 끊으놓으시려는 겁니까?” 강운경의 눈시울이 옅은 빛으로 붉어졌다.‘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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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
병원에 호송된 안금여는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다. 강무진과 강운경도 함께 응급실 입구까지 따라 갔다.성연은 나중에야 안금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강무진이 전화로 알려준 것이다.선생님께 말씀드린 후, 수업을 빠지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강운경과 강무진이 응급실 입구에서 지키고 있었다.운경은 매우 초조해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 붉어진 눈시울, 한숨도 못 잔 듯한 초췌한 얼굴.안금여가 들어간 응급실을 바라보며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무진은 그녀보다 좀 침착해 보였다. 하지만 흔들리는 두 눈동자에서 무진의 마음도 겉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평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왠지 모르게 성연의 마음도 울컥했다.무진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자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아저씨, 할머니는 괜찮으실 거예요.”예전에 외할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그녀도 정말 절망적인 심정이었다. 그 당시 누구 한 사람이라도 곁에서 자신을 다독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랬었다.그러나 그녀는 늘 혼자였다.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런 두려움과 고통을 잘 알았다.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본 무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응급실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그때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남자의 몸에는 오랜 세월의 경험과 진중함이 베어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는 약간의 피곤함도 함께 묻어나왔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운경이 슬픔을 참으며 손수건으로 의사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는 좀 어떠세요?”그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 남자가 운경의 남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흰 가운의 가슴 부근에 새겨진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원장, 조승호.’조승호의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썩 좋지 않아.”최근 몇 년간 안금여의 주치의가 되어 최고의 약과 최신 의료장비 등 모든 것들을 사용해가며 치료를 전담해왔었다.하지만 지금 안금여의 몸은 지금 당장 넘어가도 이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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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
비관적인 진단 결과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운경이 몸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휘청거렸다.동작 빠른 성연이 얼른 다가가 자신의 몸으로 운경의 몸을 지탱했다.“고모님, 조심하세요.”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운경이 성연의 목소리를 듣고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그리고 성연의 손을 빌려 몸을 바로 세웠다.“고마워, 성연아.”“아니에요.” 무진의 안색도 안 좋았다.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할머니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지금의 안금여는 꺼져가는 불빛 마냥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셈이다.무진의 뒤로 다가간 성연은 생각이 깊어졌다.그녀는 안금여가 좋았다. 아주 많이.마치 자신의 외할머니처럼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다.성연의 삶에서 따스한 온기를 선사한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안금여였다.외할머니 같으신 분이 자신의 눈앞에서 돌아가시는 것을 차마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강상철과 강상규, 모두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저들이 계속 날뛰는 것 또한 보고 싶지 않았다.‘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무진과 운경이 잠시 자리를 비우게끔 해야 한다.’‘그리고 당장 할머니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봐야겠다.’어느정도는 자신의 의술에 자신이 있었다잠시 생각을 정리한 성연이 무진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아저씨, 회사에 그 사람들 그냥 그렇게 끝내지 않을 것 같은데, 누가 가서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할머니가 안 계시니, 그들이 함부로 경거망동하지는 못할 거야.” 성연이 강상철과 강상규가 강압적 수단을 써서 본가를 공격해 올까 봐 걱정하는 줄 알고 무진이 대답했다.그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인성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른 주주들까지 그렇지는 않았다.안금여가 입원까지 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본가를 몰아붙인다면, 여론이 악화되어 뒤집어지는 것까진 바라지 않을 터였다.따라서 속으로는 간절히 원한다 해도 계속 억지로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다.무진은 교활한 두 늙은이가 처리하는 방식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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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
목석 같은 무진에게는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그럼 강운경 쪽은 더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슬슬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강운경 쪽에서 자신이 먼저 자리를 비우겠다고 한다.회사는 현재 난장판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회사의 주축이었던 안금여가 쓰러졌으니 회사 주주들뿐 아니라 직원들도 불안하고 초조해 할 것이다.누군가는 현장을 수습하고 주주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했다.안금여가 쓰러졌으니 지금 회사를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무진은 아직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강씨 집안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반드시 버텨내야 했다.두 숙부가 어머니의 병세를 폭로하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문을 낸 지금, 회사 주주들도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어할 게 분명했다.비록 지금 자기들 편에 선 주주들이 많지는 않겠지만.그러나 표면적인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운경이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촉촉해진 눈가를 훔쳤다.“무진아, 여기서 할머니를 잘 보살펴 드려. 난 먼저 가 볼게. 회사 내에 우리 가족이 없어선 안 돼. 고생해라.”비록 출가외인이라고 하지만 그녀 역시 선대회장의 딸이었다.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와 생사 고난을 같이한 원로들이기에 분명 어느 정도는 봐줄 것이다.“고모, 제일 힘든 건 고모이지요. 전 아무 도움도 안 돼는 걸요…….” 무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불빛 아래 선 그에게서 외로움과 연약함이 묻어났다.밖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그의 실력이 형편없는 게 아니었지만,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그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예를 들면, 그의 다리 그리고 할머니 안금여의 병세…….무진의 모습을 본 운경은 마음이 아팠다. 요 몇 년 동안 억울한 일을 많이도 당한 무진이었다. 게다가 무거운 짐까지 지고 있으니.운경이 무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다독였다.“네가 무사한 게 할머니께 가장 큰 효도야. 무진아,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무진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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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성연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무진이 계속 자리를 안 뜨면 어떻게 할머니에게 침을 놓지?’무진 앞에서 침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 수 있으니…….‘내 신분이 노출되어서는 절대 안 돼.’마침 조승호가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밤새 환자를 돌보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고모부.” 무진이 고모부를 불렀다.“할머니를 뵙고 싶어?”조승호가 물었다.무진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들어가봐도 돼. 다만 지금 할머니께선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해. 외부의 어떤 자극도 더이상 견뎌낼 수 없으셔. 규정상 중환자실은 30분간 한 명만 가능하니, 들어가봐.”조승호는 안금여의 주치의로서 안금여를 치료하는 것 외에는 강씨 집안에 관한 어떠한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집안 일 어디서부터 관심을 가져야하는지도 모르기에 사무적인 태도를 취했다.그는 조카 무진과의 접촉도 거의 없었다. 무진을 담당하는 주치의 또한 따로 있어서 그가 개입할 입장도 아니었다.“고모부,감사합니다.” 무진은 감사의 말을 전한 뒤, 휠체어를 조종해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이때 성연이 앞으로 가 무진의 휠체어를 잡았다.휠체어가 움직이지 않자 무진이 고개를 들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성연을 바라보았다.“왜?”“제가 다녀올게요. 할머니도 분명 저를 보고 싶어하실 거예요.”성연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지금이 절호의 기회야.’중환자실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면 안금여를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속으로 ‘아싸!’하고 외쳤다.“그래도 내가 가야지. 할머니를 뵙고 싶어.” 무진이 승낙하지 않았다.지금 이 상황에서 안금여가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바로 자신일 테니까.할머니에게는 속으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비록 집안 권력다툼에 의해 무너졌지만…….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할머니는 그의 혈육이었다. 천성이 좀 차갑긴 하지만 전혀 감정이 없을 만큼 무정하지는 않았다.무진이 거절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성연이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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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구원
무진을 설득하느라 성연은 입이 닳는 줄 알았다.무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성연은 바로 중환자실로 향했다.성연이 들어가자 조승호는 중환자실 출입문을 닫았다.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안금여의 몸에는 다양한 의료용 기기와 호스가 꽂혀 있었고,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빈약하고 초췌한 모습에서 지난 날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성연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로 돌아간 듯 심장이 아려왔다.눈을 감은 채 조금씩 떨리는 손을 내밀며 옛날의 가슴 아팠던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애썼다. 서서히 냉정을 되찾은 뒤, 안금여 손목에 손을 얹었다.진맥이 끝내고 대략적인 치료 계획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먼저 혈자리를 정확히 찾은 다음, 가방에서 은침을 꺼내 안금여의 혈 자리에 가볍게 찔러 넣았다.안금여는 연세가 많은데다 몸도 허약해서 무진같은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 시침할 때처럼 해서는 안 되었다. 침을 놓는 성연의 동작이 하나하나가 가벼운 듯 조심스러웠다.몇 군데에 침을 놓은 후, 옆에서 조용히 그리고 세밀히 관찰해다.몇 분 후 할머니의 손가락이 아주 미미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할머니가 반응을 보이자 성연이 겨우 후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은침을 챙겨 넣으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할머니, 빨리 나으세요. 부디 그런 나쁜 사람들이 활개치지 못하게 해주세요.’할머니는 곧 정신이 들 것이다.옆에서 잠시 지켜보다 면회 시간이 다 되어가자, 일어서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중환자실을 나섰다.그날 밤, 무진과 성연은 안금여가 걱정되어 병원에 계속 머무르기로 했다.고모부 조승호가 두 사람에게 할머니를 지켜보며 지낼 수 있도록 병실 하나를 내어 주었다.공간은 널찍하였다.침대에 기대어 앉은 성연은 무심하게 휴대폰을 넘겨보고 있었고, 무진은 소파 옆의 휠체어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할머니의 병세를 알고 난 뒤부터 무진은 줄곧 무표정이었다.할머니에 관한 얘기 외에는 그 누구와의 대화도 거부했다.마치 외부와 차단된 자신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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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죽으면 끝이다
한편, 강상철과 강상규 측은 벌써 축제 분위기였다.그들이 보기에 WS 그룹은 이미 자신들의 차지가 된 거나 다름없었다.안금여가 쓰러지면 본가도 끝난 셈이니.“자, 동생, 앞으로 우리 같이 꼭대기에 앉아 제대로 누려 보자구. 더 이상 그 할망구의 눈치 보지 말고…….” 득의만면한 얼굴의 강상철이 술을 한 잔, 한 잔 연거푸 들이켰다.“형님, 회장 자리는 엄연히 형님께서 앉으셔야죠. 형님의 능력은 이미 모두가 익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먼저 형님께 축하주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강상규는 잔에 든 술을 단번에 쭉 들이켰다.둘째 형님과 함께 한 지가 이미 여러 해였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둘째 형님은 잊지 않고 그를 챙겼다.그리고 큰 형님처럼 억누르려 들지도 않았다.그래서 그는 큰형님보다 둘째 형님을 더 좋아하고 결국 선택했다.사실 두 사람은 닮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대방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 잘 알았다.“고마워. 내가 오늘 여기까지 오는 데는 네 공이 가장 컸어. 걱정마라. 네 지위는 나와 동등할 거야. 우리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야. 네 것 내 것 따로 없다!”강상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이 부침성 좋은 셋째 동생을 많이 아꼈다.자신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생은 암암리에 뒤에서 움직이니, 이 같은 찰떡 궁합은 없을 것이다.“둘째 형님, 고맙습니다.” 강상규는 다시 잔을 들었다.이 때 강상철 옆에 앉아 있던 부인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그런데, 형님이 입원하시게 된 거, 다들 우리 쪽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본가 쪽에 형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큰 아주버님도 돌아가시고 형님 혼자된 지도 오래됐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셋째 강상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둘째 형수라 감히 뭐라고 말은 못하고 있었다.이때, 강상철이 잔을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놓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사뭇 매서웠다.“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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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장가 잘 갔다
강상철과 강상규 저쪽에서는 모두 안금여가 하루 빨리 숨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다음날 병원에서 안금여의 상태가 호전되었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한나절 동안 관찰한 후 안금여의 병세가 안정되어 일반 병실로 옮겼다는 ‘비보’와 함께.성연과 무진 모두 안금여를 지키고 있었다.꼼짝 않고 병원에서. 안금여가 호전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먼저 달려갔다.핏기가 돌기 시작한 안금여의 얼굴은 불그스름했다.컨디션도 좋아 보였다.안금여는 감개무량했다.“이 할미가 다시는 너희들을 못 볼 줄 알았다.”성연은 다가가서 안금여의 병상 앞에 앉았다.“할머니, 착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했어요. 보세요, 할머니 지금 다 나았잖아요? 앞으로 할머니 건강은 점점 더 좋아지실 거에요.”“아이고, 말도 참 예쁘게 하지…… 할미는 너와 무진이의 증손자도 안아봐야 하는데…… 당연히 벌써 요단강을 건널 수 없지…….”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안금여는 자신의 몸이 예전처럼 무기력하지 않음을 느꼈다.몸이 많이 가벼워졌다.진심으로 하늘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 봐주지 않았나 생각했다.할머니의 안색이 좋아진 걸 본 무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과정이 어떻든 간에 안금여가 호전되면 된 것이다.“할머니, 지금 좀 어떠세요?” 성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있는 한 할머니는 몇 년 더 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다만 증손자를 보는 일은 없던 일로 해두고…….그녀와 무진은 단지 표면적인 혼약일 뿐이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떠날 것이다.WS그룹의 100억 원을 받고 무진의 다리를 치료하고 안금여를 구했다.그녀도 최선을 다한 셈이다. 100억 원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 “많이 좋아졌어. 가슴이 답답하지도, 아프지도 않아. 평소와 똑같아. 신기하네.”안금여가 놀라며 말했다.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그녀는 저승문을 다녀오는 것 같았다.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안금여는 자신의 몸 상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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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나는 기다릴 수 있다
강운경도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주총에서의 일에다 안금여까지 쓰러지는 바람에 뒤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밤새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나름 수확이 있었다. 운경이 나서서 주주들을 설득하자 회장 재선임 일정이 뒤로 미루어졌다. 또 구체적 사안은 안금여가 호전되면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이 또한 몇 년 동안 안금여가 회장직에 있는 동안 세운 공헌이 막대하다는 걸 의미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말은 사실무근이었다.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안금여가 WS그룹을 이끌면서 다른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안금여의 기운이 예전만 못했기 때문에 말이다.밤 늦게까지 서류를 처리해야 하는 날이기라도 하면 차를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이처럼 피로 누적이 장기화되다 보니 몸이 축나고 건강에 무리가 갔던 것이다.그러나 WS그룹은 안금여의 안정적인 경영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 주주들은 상당한 배당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이성을 마비시켰고, 탐욕에 눈먼 주주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를 그룹의 회장으로 추대하는 데에 찬성표를 던졌다.안금여는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잘 이끌어 왔었다. 객관적으로 얘기하자면 회사에 대단한 기여를 한 것도 없지만 특별히 손해를 끼친 것도 없었다.안금여의 운영방식도 예전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예전 그룹의 전략적 미스로 인해 그룹전체가 위기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주식 가격이 하한가를 연속으로 맞는 등, 모두가 WS그룹의 위기를 예상했지만, 그 고비를 안금여가 버티며 넘겼기에 오늘날의 WS그룹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거였다.주주들도 지난날의 친분을 생각해서 회장 재선출 안을 연기하는 데에 찬성했다.그들도 쓰러져 누워 있는 안금여를 너무 심하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강상철과 강상규의 생각은 달랐다.새 회장 선출일정이 미뤄진 것을 안 강상철은 벼락같이 화를 냈다.사무실 바닥에 던져진 서류가 여기저기 흩어져 뒹굴었다.강상규는 강상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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