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경도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주총에서의 일에다 안금여까지 쓰러지는 바람에 뒤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밤새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나름 수확이 있었다. 운경이 나서서 주주들을 설득하자 회장 재선임 일정이 뒤로 미루어졌다. 또 구체적 사안은 안금여가 호전되면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이 또한 몇 년 동안 안금여가 회장직에 있는 동안 세운 공헌이 막대하다는 걸 의미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말은 사실무근이었다.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안금여가 WS그룹을 이끌면서 다른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안금여의 기운이 예전만 못했기 때문에 말이다.밤 늦게까지 서류를 처리해야 하는 날이기라도 하면 차를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이처럼 피로 누적이 장기화되다 보니 몸이 축나고 건강에 무리가 갔던 것이다.그러나 WS그룹은 안금여의 안정적인 경영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 주주들은 상당한 배당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이성을 마비시켰고, 탐욕에 눈먼 주주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를 그룹의 회장으로 추대하는 데에 찬성표를 던졌다.안금여는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잘 이끌어 왔었다. 객관적으로 얘기하자면 회사에 대단한 기여를 한 것도 없지만 특별히 손해를 끼친 것도 없었다.안금여의 운영방식도 예전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예전 그룹의 전략적 미스로 인해 그룹전체가 위기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주식 가격이 하한가를 연속으로 맞는 등, 모두가 WS그룹의 위기를 예상했지만, 그 고비를 안금여가 버티며 넘겼기에 오늘날의 WS그룹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거였다.주주들도 지난날의 친분을 생각해서 회장 재선출 안을 연기하는 데에 찬성했다.그들도 쓰러져 누워 있는 안금여를 너무 심하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강상철과 강상규의 생각은 달랐다.새 회장 선출일정이 미뤄진 것을 안 강상철은 벼락같이 화를 냈다.사무실 바닥에 던져진 서류가 여기저기 흩어져 뒹굴었다.강상규는 강상철의
할머니 안금여의 의식 회복은 당연히 기쁜 일이었다.하지만 회복 과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어쩌면 정말 하늘의 보살핌일수도.이러니 저러니 해도 현실이 얼마나 잔혹한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더욱이 의학에서 요행을 찾기란 힘들다는 사실도.안금여의 병세는 사위 조승호가 줄곧 함께하며 관리해 왔었다.그러니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조승호였다. 당시 안금여의 몸은 이미 완전히 기력이 다한 상태였다.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뿐. 심작박동과 호흡이 아주 미약한 상태였다.의식이 돌아온 이후의 회복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회광반조 현상도 없었고.도대체 어떤 연유로 좋아졌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던 조승호는 장모 안금여가 잠 든 사이에 전신 검사를 다시 시도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검사를 진행했다. 아주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그리고 혈관에서 은침 자국을 발견했다. 모두 서너 군데였다.의식불명 상태의 안금여를 깨운 것은 바로 이 은침이리라.검사를 진행했던 조승호가 무진을 따로 불렀다.무슨 문제가 생겼나, 걱정하며 무진이 물었다.“고모부, 무슨 일입니까? 할머니 건강 문제입니까?”운경으로부터 무진에 대한 얘기는 자주 들어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그러나 강운경의 조카인 이상 자신의 가족이기도 했다.“무진아, 할머님의 몸이 갑자기 좋아졌어. 그런데 다시 한번 검사해보니 혈관에 은침 자국이 있더구나. 혹시 네가 사람을 보내 치료하게 했니?”이 조카는 딱 봐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사람이 아니었다.만약 무진이 데려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무진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오.”고모부의 의술을 믿는 무진이다. 병원장직을 맡을 정도로 그의 능력은 뛰어났고 또 자신과 한 가족이었다.그래서 할머니 안금여를 그에게 맡기고 다들 안심했었다.조승호가 안금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만약 고모부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정말
당시 의사와 간호사를 제외하고 병실에 들어간 사람은 성연 혼자뿐이었다.성연의 의술이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을 무진은 잘 알고 있었다. 성연 자신은 한사코 숨기려 들지만.창고에서 자신을 구한 이도 그녀 아닌가. 다리 부상, 불면증으로 인한 조광증까지 성연의 치료 덕에 많이 호전되었다.모든 정황이 성연을 가리키고 있었다.설마 할머니를 구한 게 진짜 성연이란 말인가?이제까지 무진에게 있어 성연의 존재는 단지 호기심을 일으키는 작은 유희 정도였다.그러나 지금은 정체불명의 감정에 또 다른 뭔가가 더해졌다.무진의 마음이 다소 복잡해졌다.성연은 아침 일찍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갔다. 이미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던 할머니가 학업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다며 돌아가게 한 것이다.이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성연 또한 순순히 돌아갔다.그래서 묻고 싶은 게 많지만 당장은 물어볼 수가 없었다.마음속의 묘한 감정을 누른 무진이 병원에 가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좀 늦은 시각. 집에 돌아온 무진은 포장해 온 딤섬을 성연에게 건네어 주었다.자신이 왜 이렇게 하는지도 모른 채.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저 성연이 보고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손건호를 시켜 사오게 했다.정신이 돌아오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뭐, 이미 사왔으니 버릴 수는 없으니까.만약 정말 성연이 할머니를 구했다면, 고마움을 표하기에 이 딤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터.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오니, 성연은 소파 위에 책상다리를 한 채 게임 삼매경이었다.마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이 매 관문을 통과하지만 마지막 관문 앞에서 항상 멈추었다.인기척을 들은 성연이 고개를 들어 건성으로 인사했다.“어, 왔어요?”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포장해 온 딤섬 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저녁도 배불리 먹은 참이었다.하지만 공기 중으로 고소한 냄새가 퍼지 순간.꼬르륵 소리로 배가 진동을 했지만 손대지 않은 채 긴가민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나 먹으라고 주는 거예요
고급 클럽 안.강씨 집안 둘째 강상철이 암암리에 차린 이 클럽은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말이 새어 나갈 염려가 없었다.회장 안금여가 회복되었으며 이전보다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강상철과 동생 강상규는 긴급 회동을 가졌다.강상철은 화가 나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형수님 명이 진짜 길군. 분명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 돌아오다니 말이야. 우리를 얼마나 더 힘들게 하려는 건지.”강상규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형님, 만약 큰형수가 다시 일어나면 우리에게 좋을 게 없어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큰형수님이 기력을 되찾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게 해야 해요. 그래야 또 그 측근들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다시는 형수 뜻대로 되지 못하게 말입니다.”“말은 쉽지. 대체 무슨 수로?”강상철이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그걸 누가 모르냐는 말이다. 실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병원이든, 회사든 항시 곁에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 안금여다. 손을 대기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 말이다.강상규의 안색도 형 강상철을 따라 침통해졌다.당장은 확실히 별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자 얼굴 가득 짜증을 묻힌 강상철은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똑똑똑- 이때 누가 문을 노크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대화가 뚝 끊겼다.“들어와.” 강상철이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트레이를 밀고 들어온 종업원이 강상철에게 차를 따르며 공손하게 말했다.“차 드시지요.”한 모금 입에 대던 강상철은 뜨거운 찻물에 혀가 데인 듯 혀끝에 통증을 느끼고는 곧바로 입안의 차를 뱉어냈다.가뜩이나 화가 나 있는 상황에 뜨거운 찻물에 입까지 데였다. 하나부터 되는 일이 없다고 느낀 강상철이 노성을 질렀다.“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찻물을 적당히 식히지도 않고 줘? 고의야, 뭐야?”벌게진 눈으로 노기를 터트리는 얼굴이 공포스러울 정도였다.놀란 종업원이 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
룸에는 강상철과 강상규의 손자 강일헌과 강진성도 불려 나와 있었다.두 사람은 해프닝이 끝난 후에 도착했다.바닥에 떨어져 있는 파편들을 보며 종업원이 두 어르신들을 화나게 한 모양이라고 추측했다.강일헌이 즉시 문쪽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그렇게도 눈치가 없어? 바닥이 더러운데 치울 줄도 몰라?”방금 종업원을 해고한 지배인이 강일헌의 목소리를 들고는 감히 다른 종업원을 보낼 생각도 못한 채 얼른 자신이 직접 달려왔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즉시 깨끗이 정리하겠습니다.”잽싸게 깨끗이 정리한 지배인이 문을 닫아 주었다. 어찌나 동작이 재빠른지 마치 뒤에 뭐가 쫓아오는 듯했다.“할아버님, 작은할아버님, 무슨 일이십니까?” 강일헌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고 물었다.“은혜도 모르는 물건이 네 할아버지 심기를 건드렸지 뭐냐? 별일 아니니, 더 이상 꺼내지 마라.”강상규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할아버님, 노기를 푸십시오.”강일헌이 적당히 나긋한 음성으로 할아버지를 위로했다.“저것들한테 화낼 가치는 있고?”강상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강일헌과 강진성이 강상철과 강상규의 맞은편에 앉았다.강씨 집안의 젊은 세대인 두 사람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강상철과 강상규는 다음 후계자로 양성할 의도로 매번 의논하는 자리마다 저 둘을 불렀다.“할아버지, 오늘 저희를 부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사생활면에서 동류에 속하는 강일헌과 강진성은 사이가 좋았다. 지저분한 짓이란 짓은 모두 저지르며 밑바닥까지 악취가 진동하는 게 서로 잘 죽이 맞았다.“죽지도 않는 늙은이 말고 무슨 일이 있겠어?” 안금여를 언급하자 더 화가 치솟는 강상철이다.옆에 있던 강상규가 두 손자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했다.다만 아직 실행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너희들도 의견이 있다면 과감하게 말해 보거라. 일이 중차대하니 빨리 손을 써야 해.”강상규는 강상철보다 더 감정을 억제할 줄 알았다.성질이 불 같고 수단도 악랄한 강상철에 반해 강상규는 언뜻 온화해 보이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된 안금여는 정신도 또렸했다.소식을 들은 강운경은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요 며칠 동안 바쁘게 뛰어다니며 수고한 게 조금도 헛되지 않은 모양이다.천만다행으로 어머니 안금여가 깨어났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버텼을 지.“엄마, 앞으로는 제발 그렇게 사람 놀래키지 마세요.”안금여의 마르고 주름진 손을 잡은 채 운경이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했다.손을 빼낸 안금여가 거꾸로 딸의 손을 마주 잡았다.“언제든 마음의 준비를 해 둬야 해. 이번에는 하늘이 나를 데려가지 않았지만 다음에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운경이 끊었다.“엄마, 그런 불길한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제 옆에 쭉 계시면서 백 세까지 장수하셔야 해요.”“그래, 알았다, 네 말 대로 하마.” 안금여가 애정을 숨길 수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할머님, 고모님 말씀이 맞아요. 이제 보양만 잘하시면 백 세까지 문제없어요.”운경을 따라 옆에 앉아 있던 성연도 덕담이라고 한 마디 보탰다.“성연인는 정말 말을 잘해. 무진아, 네가 성연이 반만큼만 말을 할 줄 알았어도 좋을 텐데.” 안금여가 나무라듯이 무진을 바라보았다.“전 당연히 성연이 보다 못하지요. 성연이에게 이런 특별한 점이 없었다면 할머님이 지금처럼 좋아하셨겠어요?”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저런 헛소리만 잘 하지. 그러나 이번에 이 할미가 정말 염라대왕 앞을 다녀온 셈이 아니냐? 이제 몸이 오래 버티질 못해. 이 할미는 네가 좀 더 분발하기를 바란다. WS그룹에 네 밖에 없지 않니!” WS그룹은 선대 회장 강상중이 심혈을 기울여 세운 기업이다.어느 누구에게 맡긴다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오직 무진밖에는.강상철과 강상규가 회사를 가진다면 어떤 사단이 날지 암담할 뿐이다.사람은 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정상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너무 탐욕스러운 것은 좋지 않았다.자신이 아직 살아있는데도 무진을 무시하는 둘째, 셋째 일가들인데, 하물며 이후에는 어떠하겠는가?둘째 네와 셋째 네는
자분자분 할머니를 달래는 서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할머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성연은 확실히 강씨 집안의 복덩어리가 맞았다.가슴 통증이 누그러지자 할머니 안금여는 가만 있지 못하고 다시 회사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해댔다.“회사는 지금 어떤 상황인 거냐?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는 다른 기척이 없니?”무진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둘째 할어버님과 셋째 할아버님은 절대 그냥 계시지 않을 분들입니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반드시 조심해야겠지요.”안금여의 입에서 허, 냉소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내 비록 다 늙어빠진 몸뚱이지만 아직 버틸 수 있다. 저들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내 한 번 봐야겠구나!”환자복을 입은 안금여의 얼굴에 불그스럼하니 혈색이 돌고는 있었지만, 병고로 인한 피로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본 무진이 참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할머니, 아니면…… 제가…….”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끊어졌다.“그럴 필요 없다. 내가 저들을 어쩌지 못할까 봐 네가 나서겠다는 거냐?”아직까지는 될 수 있는 대로 무진의 신분을 더 꽁꽁 숨겨야 했다. 강상철과 강상규 또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저들을 상대하기 위해 야단법석 떨 필요 또한 없었다.옆에 있던 강운경도 안금여를 따라 무진을 말렸다.“무진아, 할머니 말씀 들어. 우리 오래 잘 참아 왔잖니? 한순간의 호승심으로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선 안돼.”이제는 성연이 완전히 자신들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주고받는 대화에 감추는 것이 없었다.아리송한 운경의 말은 명확하게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왠지 그 속에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안금여와 강운경의 뜻을 대충 알아들었다. 무진의 실력은 절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닐 거라는 점은 확실했다.그는 아마도 쌀이나 축내는 백수가 아닐 것이다.매일 서류를 들여다보는 걸로 봐서 성연 역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안금여는 몸이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전히 병원에서 지냈다.의료 장비가 잘 구비되어 있는데다 간호사들도 상주 중인 병원에 있는 것이 더 나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성연은 낮에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병원에서 할머니 안금여와 함께 지냈다.성연을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안금여의 기분이 많이 밝아졌다.그날 저녁, 막 하교하던 시각.성연은 할머니가 중얼거리던 간식을 가져다 드려야지, 하는 생각에 골똘해 있었다.아마 보시면 무척 좋아하실 거란 생각도 하면서.교문 앞에서 송종철을 만나게 될 줄은 모른 채.성연의 얼굴이 바로 딱딱하게 굳었다.송종철, 저 사람이 또 무슨 낯으로 찾아왔는지 모르겠다.성연을 본 송종철이 빠른 보폭으로 다가왔다.“거기 서, 할 말 있어 왔으니까. 얘기 좀 하자.”성연의 얼굴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무슨 좋은 말 할 게 남았다고요.”비단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겠는가, 송종철을 보고 있는 자신의 눈이 더러워진 기분이다.성연이 좋은 태도로 나오지 않을 거란 건 오기 전에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다.입가에 조소를 걸며 말했다.“아니면, 여기서 그냥 이야기하던지.”이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성연이다. 애초에 자신의 딸을 인정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담임 교사의 연락처에 남겨진 학부모 전화번호도 모두 강무진의 것이었다.처음부터 자신과의 관계를 깨끗이 지우려 했던 송씨 집안 아니었던가?이제서야 일이 생겼다고 자신을 찾아올 생각을 하다니.얼굴에 반항의 표정을 지은 채 성연이 송종철을 따라 비교적 한적한 구석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얼른 하세요. 시간 없어요.”성연을 쳐다보니 미움의 감정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송종철이다. 후회스러웠다.이놈의 딸이 자신을 이처럼 괴롭힐 줄 알았다면, 아예 모태에서부터 못 나오게 할 걸.차가운 음성으로 입을 뗐다.“네 여동생이 그 일로 제적되었다. 지금 어느 학교도 아연일 받아주지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
샤넬 가문의 보살핌은 꽤 괜찮았다.샤넬의 오빠는 심지어 저명한 의사들을 초청해서 무진과 성연에게 전신 검사까지 받게 했다.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가주의 자격으로 며칠 더 묵으라고 열정적으로 초청했다.그러나 무진은 실혼전의 위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성연을 데리고 서둘러 국내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본거지인 북성에서만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목현수는 샤넬과 함께 공항으로 가서 무진과 성연을 배웅했다.성연의 눈은 예리했다. 샤넬의 아랫배가 이미 좀 커진 것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한쪽으로 데리고 간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말 빠르네요. 얼마나 됐어요?”“얼마 안 됐어요. 한 달 남짓 밖에 안 됐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연 씨도 얼른 아기를 가지세요.”샤넬은 볼그스름하게 혈색이 좋아 보여서, 지금은 약간 탈바꿈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자는 일단 생명을 잉태하면 순식간에 성숙해지는 모양이야.’“나도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결국 할머니 쪽에서도 재촉하시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샤넬을 포옹했다.“자신을 잘 보살펴야 해요. 내가 의사라는 걸 잊지 말아요. 만약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물어보면 돼요.”샤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무진도 목현수와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절친한 친구처럼 담소를 나누었다.앞으로 강씨 가문은 유럽에서 견고한 관계의 동맹 가문을 갖게 되었다. 무진은 귀국 후 유럽 시장을 다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샤넬 가문의 협조가 있으니 더 빛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전용기에서 성연이 잠시 쉬고 있을 때, 무진은 국내의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갑자기 뉴스 하나가 무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연운그룹 남부 지역 시장 진출 시작, 투자 총액 8조 원을 초과.]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이름에 무진은 경계심이 들었다.‘북방의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하지 않았어? 20
“그때 스승님께서 갑자기 저를 쫓아내려고 하셨기에, 나는 감정이 바로 무너졌어요. 울면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 그러지 말라고 빌었지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그러나 스승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단지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셨어요. 또한 앞으로는 평생 스승님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요.”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현수의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아마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억울하게 생각하는 듯했다.목현수의 설명을 끊지 않기 위해서 무진과 성연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이국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요.”“하지만 스승님이 조치해 주신 사람이 줄곧 나를 보살펴 주었기에, 천천히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서 배운 의술을 사용해서 가난하고 낙후된 마을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기 시작했어요.”“몇 년 후에 나는 스승님이 왜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셨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신 거예요!”목현수의 눈빛은 서서히 고무된 기색을 담고 있었다.그 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목현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목현수의 이름을 알게 된 유럽의 부유한 사업가들도 그를 유럽으로 초청해서 환자를 치료하게 했다.이를 통해서 목현수는 많은 돈을 벌었고 유럽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사문에서 쫓겨난 지 7년이 지난 뒤 마침 19세가 된 목현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스승님께서 친필로 쓰신 편지였다. 일년 내내 스승님의 처방전을 보고 있었기에 사부님의 필체임을 알 수 있었다.사부님은 편지에서 마침내 예전의 원수를 찾았다고 언급하면서 스승님의 여생의 신념은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문에서 축출한 것은 목현수를 잘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언급했다.그 편지를 본 목현수는 비통하게 울었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오직 의술로 병을 치료해서 사람을 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