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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이렇게 날 감싸주셨을 거야

자분자분 할머니를 달래는 서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할머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성연은 확실히 강씨 집안의 복덩어리가 맞았다.

가슴 통증이 누그러지자 할머니 안금여는 가만 있지 못하고 다시 회사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해댔다.

“회사는 지금 어떤 상황인 거냐?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는 다른 기척이 없니?”

무진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둘째 할어버님과 셋째 할아버님은 절대 그냥 계시지 않을 분들입니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반드시 조심해야겠지요.”

안금여의 입에서 허, 냉소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내 비록 다 늙어빠진 몸뚱이지만 아직 버틸 수 있다. 저들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내 한 번 봐야겠구나!”

환자복을 입은 안금여의 얼굴에 불그스럼하니 혈색이 돌고는 있었지만, 병고로 인한 피로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본 무진이 참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할머니, 아니면…… 제가…….”

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끊어졌다.

“그럴 필요 없다. 내가 저들을 어쩌지 못할까 봐 네가 나서겠다는 거냐?”

아직까지는 될 수 있는 대로 무진의 신분을 더 꽁꽁 숨겨야 했다. 강상철과 강상규 또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저들을 상대하기 위해 야단법석 떨 필요 또한 없었다.

옆에 있던 강운경도 안금여를 따라 무진을 말렸다.

“무진아, 할머니 말씀 들어. 우리 오래 잘 참아 왔잖니? 한순간의 호승심으로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선 안돼.”

이제는 성연이 완전히 자신들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주고받는 대화에 감추는 것이 없었다.

아리송한 운경의 말은 명확하게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왠지 그 속에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

안금여와 강운경의 뜻을 대충 알아들었다. 무진의 실력은 절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닐 거라는 점은 확실했다.

그는 아마도 쌀이나 축내는 백수가 아닐 것이다.

매일 서류를 들여다보는 걸로 봐서 성연 역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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