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에는 강상철과 강상규의 손자 강일헌과 강진성도 불려 나와 있었다.두 사람은 해프닝이 끝난 후에 도착했다.바닥에 떨어져 있는 파편들을 보며 종업원이 두 어르신들을 화나게 한 모양이라고 추측했다.강일헌이 즉시 문쪽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그렇게도 눈치가 없어? 바닥이 더러운데 치울 줄도 몰라?”방금 종업원을 해고한 지배인이 강일헌의 목소리를 들고는 감히 다른 종업원을 보낼 생각도 못한 채 얼른 자신이 직접 달려왔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즉시 깨끗이 정리하겠습니다.”잽싸게 깨끗이 정리한 지배인이 문을 닫아 주었다. 어찌나 동작이 재빠른지 마치 뒤에 뭐가 쫓아오는 듯했다.“할아버님, 작은할아버님, 무슨 일이십니까?” 강일헌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고 물었다.“은혜도 모르는 물건이 네 할아버지 심기를 건드렸지 뭐냐? 별일 아니니, 더 이상 꺼내지 마라.”강상규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할아버님, 노기를 푸십시오.”강일헌이 적당히 나긋한 음성으로 할아버지를 위로했다.“저것들한테 화낼 가치는 있고?”강상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강일헌과 강진성이 강상철과 강상규의 맞은편에 앉았다.강씨 집안의 젊은 세대인 두 사람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강상철과 강상규는 다음 후계자로 양성할 의도로 매번 의논하는 자리마다 저 둘을 불렀다.“할아버지, 오늘 저희를 부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사생활면에서 동류에 속하는 강일헌과 강진성은 사이가 좋았다. 지저분한 짓이란 짓은 모두 저지르며 밑바닥까지 악취가 진동하는 게 서로 잘 죽이 맞았다.“죽지도 않는 늙은이 말고 무슨 일이 있겠어?” 안금여를 언급하자 더 화가 치솟는 강상철이다.옆에 있던 강상규가 두 손자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했다.다만 아직 실행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너희들도 의견이 있다면 과감하게 말해 보거라. 일이 중차대하니 빨리 손을 써야 해.”강상규는 강상철보다 더 감정을 억제할 줄 알았다.성질이 불 같고 수단도 악랄한 강상철에 반해 강상규는 언뜻 온화해 보이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된 안금여는 정신도 또렸했다.소식을 들은 강운경은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요 며칠 동안 바쁘게 뛰어다니며 수고한 게 조금도 헛되지 않은 모양이다.천만다행으로 어머니 안금여가 깨어났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버텼을 지.“엄마, 앞으로는 제발 그렇게 사람 놀래키지 마세요.”안금여의 마르고 주름진 손을 잡은 채 운경이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했다.손을 빼낸 안금여가 거꾸로 딸의 손을 마주 잡았다.“언제든 마음의 준비를 해 둬야 해. 이번에는 하늘이 나를 데려가지 않았지만 다음에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운경이 끊었다.“엄마, 그런 불길한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제 옆에 쭉 계시면서 백 세까지 장수하셔야 해요.”“그래, 알았다, 네 말 대로 하마.” 안금여가 애정을 숨길 수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할머님, 고모님 말씀이 맞아요. 이제 보양만 잘하시면 백 세까지 문제없어요.”운경을 따라 옆에 앉아 있던 성연도 덕담이라고 한 마디 보탰다.“성연인는 정말 말을 잘해. 무진아, 네가 성연이 반만큼만 말을 할 줄 알았어도 좋을 텐데.” 안금여가 나무라듯이 무진을 바라보았다.“전 당연히 성연이 보다 못하지요. 성연이에게 이런 특별한 점이 없었다면 할머님이 지금처럼 좋아하셨겠어요?”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저런 헛소리만 잘 하지. 그러나 이번에 이 할미가 정말 염라대왕 앞을 다녀온 셈이 아니냐? 이제 몸이 오래 버티질 못해. 이 할미는 네가 좀 더 분발하기를 바란다. WS그룹에 네 밖에 없지 않니!” WS그룹은 선대 회장 강상중이 심혈을 기울여 세운 기업이다.어느 누구에게 맡긴다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오직 무진밖에는.강상철과 강상규가 회사를 가진다면 어떤 사단이 날지 암담할 뿐이다.사람은 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정상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너무 탐욕스러운 것은 좋지 않았다.자신이 아직 살아있는데도 무진을 무시하는 둘째, 셋째 일가들인데, 하물며 이후에는 어떠하겠는가?둘째 네와 셋째 네는
자분자분 할머니를 달래는 서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할머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성연은 확실히 강씨 집안의 복덩어리가 맞았다.가슴 통증이 누그러지자 할머니 안금여는 가만 있지 못하고 다시 회사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해댔다.“회사는 지금 어떤 상황인 거냐?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는 다른 기척이 없니?”무진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둘째 할어버님과 셋째 할아버님은 절대 그냥 계시지 않을 분들입니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반드시 조심해야겠지요.”안금여의 입에서 허, 냉소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내 비록 다 늙어빠진 몸뚱이지만 아직 버틸 수 있다. 저들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내 한 번 봐야겠구나!”환자복을 입은 안금여의 얼굴에 불그스럼하니 혈색이 돌고는 있었지만, 병고로 인한 피로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본 무진이 참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할머니, 아니면…… 제가…….”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끊어졌다.“그럴 필요 없다. 내가 저들을 어쩌지 못할까 봐 네가 나서겠다는 거냐?”아직까지는 될 수 있는 대로 무진의 신분을 더 꽁꽁 숨겨야 했다. 강상철과 강상규 또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저들을 상대하기 위해 야단법석 떨 필요 또한 없었다.옆에 있던 강운경도 안금여를 따라 무진을 말렸다.“무진아, 할머니 말씀 들어. 우리 오래 잘 참아 왔잖니? 한순간의 호승심으로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선 안돼.”이제는 성연이 완전히 자신들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주고받는 대화에 감추는 것이 없었다.아리송한 운경의 말은 명확하게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왠지 그 속에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안금여와 강운경의 뜻을 대충 알아들었다. 무진의 실력은 절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닐 거라는 점은 확실했다.그는 아마도 쌀이나 축내는 백수가 아닐 것이다.매일 서류를 들여다보는 걸로 봐서 성연 역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안금여는 몸이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전히 병원에서 지냈다.의료 장비가 잘 구비되어 있는데다 간호사들도 상주 중인 병원에 있는 것이 더 나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성연은 낮에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병원에서 할머니 안금여와 함께 지냈다.성연을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안금여의 기분이 많이 밝아졌다.그날 저녁, 막 하교하던 시각.성연은 할머니가 중얼거리던 간식을 가져다 드려야지, 하는 생각에 골똘해 있었다.아마 보시면 무척 좋아하실 거란 생각도 하면서.교문 앞에서 송종철을 만나게 될 줄은 모른 채.성연의 얼굴이 바로 딱딱하게 굳었다.송종철, 저 사람이 또 무슨 낯으로 찾아왔는지 모르겠다.성연을 본 송종철이 빠른 보폭으로 다가왔다.“거기 서, 할 말 있어 왔으니까. 얘기 좀 하자.”성연의 얼굴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무슨 좋은 말 할 게 남았다고요.”비단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겠는가, 송종철을 보고 있는 자신의 눈이 더러워진 기분이다.성연이 좋은 태도로 나오지 않을 거란 건 오기 전에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다.입가에 조소를 걸며 말했다.“아니면, 여기서 그냥 이야기하던지.”이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성연이다. 애초에 자신의 딸을 인정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담임 교사의 연락처에 남겨진 학부모 전화번호도 모두 강무진의 것이었다.처음부터 자신과의 관계를 깨끗이 지우려 했던 송씨 집안 아니었던가?이제서야 일이 생겼다고 자신을 찾아올 생각을 하다니.얼굴에 반항의 표정을 지은 채 성연이 송종철을 따라 비교적 한적한 구석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얼른 하세요. 시간 없어요.”성연을 쳐다보니 미움의 감정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송종철이다. 후회스러웠다.이놈의 딸이 자신을 이처럼 괴롭힐 줄 알았다면, 아예 모태에서부터 못 나오게 할 걸.차가운 음성으로 입을 뗐다.“네 여동생이 그 일로 제적되었다. 지금 어느 학교도 아연일 받아주지
워낙 힘이 실었던 터라,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난 송종철은 옆에 있는 나무를 붙잡은 덕에 간신히 넘어지는 불상사를 면했다.사람들 보는 앞에서 자신의 딸에게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에 체면을 구긴 것 같았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성연을 가리키며 옆의 남자들에게 명령했다.“너희들, 시작해. 저 애 손 좀 봐라.” 그저 돈을 받고 지시받은 대로 일할 뿐인 경원들에게 무슨 동정심을 기대하겠는가?건장한 경호원들 몇 명이 성연의 맞은편으로 몰려나왔다.구석에 몰린 성연은 대적할 아무런 힘이 없어 보였다.상황을 지켜보던 송종철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속이 시원함을 느꼈다.성연이 말을 안 들으려 해서 그런 게 아닌가 말이다. 감히 아버지를 밀다니.말 안 듣는 아이는 때려야 고분고분해지는 법이다.앞으로는 감히 자신에게 맞서려 하지 않겠지.구석으로 물러나던 성연의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마음이 얼음장 같이 서늘해졌다.세상 좋은 아버지인 척하던 송종철이 경호원들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지시했다.경호원의 손이 어깨에 닿으려던 순간, 성연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더니 손을 뻗어 경호원의 손을 잡고 뒤로 비틀었다. 순식간이었다. 곧 경호원의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손을 감싼 경호원이 뒤로 물러났다.서로 얼굴만 쳐다보던 다른 경호원들이 일제히 성연을 공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끝내 성연의 옷 한 자락도 건드리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성연이 대단한 실력의 무예인임을 그들도 알아차렸다. 심지어 자신들의 실력보다 뛰어났다.서로 쳐다보기만 한 채 다시 공격해야 할 지 결정을 못하고 있던 찰나.경호원들이 알아차린 사실을 송종철만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했다.성연이 고등학생이라 경호원들이 차마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뒤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지켜보다가 결국 소리를 지르며 재촉했다.“너희들 뭐 하는 거야? 돈 받은 대로 안 해? 할 생각이 없는 거야, 뭐야? 그 많은 돈을 주고 데려왔더니만, 그저 여기 장승처럼 서있기만 할 작정이야?”
구석에서 걸어 나온 성연은 교문 앞으로 돌아왔다.운전기사가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송종철을 만나는 바람에 오늘 기분이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는 성연이다. 인사도 없이 차문을 열고 바로 올라탔다.차에 탄 후에야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강무진이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성연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이 대낮에도 강무진은 검은색 정장 차림이네.갑자기 뒷좌석에 나타나서는 진짜 자신의 멘탈을 시험하는 건지 뭔지, 참.성연이 걸어오던 방향을 한 차례 쳐다본 무진이 물었다.“어떻게 저 방향에서 왔지?”그가 기억하기에 저 위치는 앞문 쪽도, 뒷문 쪽도 아니었다.게다가 평소 하교하는 시간에서 30분이 지나서야 왔다.성연이 나른한 음성으로 대답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여기 저기 돌아다녔어요. 애들이 저쪽 풍경이 꽤 괜찮다고 해서 한 번 둘러봤을 뿐이에요.”진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지 성연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차에 올라탄 성연이 무진 옆에 앉은 채 창가에 기대었다.비록 입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성연의 몸에서는 채 지우지 못한 사나운 기운이 느껴졌다.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지만, 무진은 성연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아차렸다.무진의 서늘한 음성이 차 안에 울렸다.“누가 괴롭혔어?”보통 이처럼 선명하게 감정을 밖으로 흘리는 일이 없는 성연이다.무진의 말을 듣고 속으로 은근히 놀랐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진은 즉시 알아차렸다.무진이 이처럼 세심한 걸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예민한 그의 감각을 경계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송종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으니 강무진이 알 필요는 없겠지.담담한 음성으로 짧게 대답했다.“아뇨.”그녀가 자신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차렸지만 개의치 않았다.“누구든 너를 건드리면 그보다 더 잔인하게 밟아버려. 문제가 생기면 강씨 집안이 책임을 질 테니.”매일 아무 생각 없는 듯이 구는 성연을 보면 마치 무엇도 그녀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듯
하루 종일 정말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송종철이다.성연에게 호된 맛을 보이려다 외려 당하고 나니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았다.집에 도착한 그의 얼굴은 이미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남편의 안색을 보고 상황을 파악한 임수정이 차를 한 잔 따라서 건네주었다.“왜 그래요? 그 촌 것이 뭐라던가요?”드디어 하소연을 할 대상이 생긴 송종철이 미주알고주알 성연의 행동과 자신의 의구심을 모두 털어놓았다.“성연이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한 애가 아닌지도 몰라.”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하지만 아내 임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말투도 성연을 업신여기는 기색이 완연했다.“시골 계집애가 분명 질이 안 좋은 게 분명해요. 날라리나 일진일지도 몰라요. 자기 아버지도 때리려 하다니, 한 마디로 천륜을 거스르는 거잖아!”다른 방면으로는 전혀 생각지 않는 임수정이었다.성연이 어떤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다만 어디서 배운 건지도 모르는 주먹질에 잘못 맞았을 뿐이라 여겼다.임수정의 마음에서 송성연은 이미 ‘쓰레기’라고 정의 내려졌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정의.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떠올랐다. 아연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지?강씨 집안의 지참금이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끝이다. 자신의 딸 학위도 보장할 수 없고.“난 상관 안 할 테니 아연이 일은 당신이 최대한 방법을 생각해 봐요. 학위가 없으면 아연이 일생이 망하게 돼요!”임수정이 송종철의 팔을 잡아당기며 떼를 썼다.성연을 한 번 찾아가서 성공 못했으면 두 번 찾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성연이 매번 그렇게 운이 좋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아연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학교에 갈 수 없으니 그저 매일 집에 있을 수밖에 없다.온몸에 좀이 슬려고 했다. 성질도 짜증스럽게 변했다.자신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원흉이 바로 송성연, 그 촌닭 아닌가!송종철과 임수정의 대화를 들은 아연이 째지는 듯한 목소리로 성연을 조롱했다.“송성연
임수정의 말을 듣던 송종철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아래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요즘 들리는 소문에 강씨 집안 WS그룹의 회장님이 아파서 그룹의 주인이 바뀐다는 말이 있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가서 회장님을 면회하면서 상황을 알아봐야 되겠어.”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찌라시 같은 정보였다.사실 뜬소문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사실이 어떻는지는 외부에 알려진 게 전혀 없으니까.그러나 송종철은 믿지 않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 WS그룹 쪽에서 정말 회장을 바꿀지도 모르지.하지만 모두 자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들이다.당장의 급선무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해결하는 것이니.성연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강씨 집안에서 뭔가 소득을 얻기를 바랄 수밖에는.“아빠, 저쪽 집안에 가시면 제 얘기하는 거 잊지 마세요. 학교에 가고 싶어요. 집에 있기 싫어요.”아연의 목소리에는 짙은 원망이 배어 있었다.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예전의 학우들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었지만, 모두들 마치 홍수나 맹수가 뒤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신을 피했다.아무도 자신의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았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해킹까지 했다.뭐 때문에? 저들이 무슨 자격으로?예전엔 하루 종일 자기 뒤꽁무니나 쫓으며 아양 떨기 바쁘던 것들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하나같이 벙어리 시늉만 하니.밀려오는 좌절감에 화가 나면서도 당혹스러웠다.정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자신은 방법이 없으니 아빠가 대신 어떻게 해 주기만을 기댈 수밖에 없다.“네가 말할 자격이나 있느냐?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해 가지고, 응?”아연이 저 아이 때문에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인 걸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송성연, 걔가 두 분을 화나게 했잖아요? 나는 교훈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걔가 날 도로 물어뜯을 줄 누가 알았냐구요?”아연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임수정이 목소리를 키웠다.“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