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강상철과 강상규 측은 벌써 축제 분위기였다.그들이 보기에 WS 그룹은 이미 자신들의 차지가 된 거나 다름없었다.안금여가 쓰러지면 본가도 끝난 셈이니.“자, 동생, 앞으로 우리 같이 꼭대기에 앉아 제대로 누려 보자구. 더 이상 그 할망구의 눈치 보지 말고…….” 득의만면한 얼굴의 강상철이 술을 한 잔, 한 잔 연거푸 들이켰다.“형님, 회장 자리는 엄연히 형님께서 앉으셔야죠. 형님의 능력은 이미 모두가 익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먼저 형님께 축하주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강상규는 잔에 든 술을 단번에 쭉 들이켰다.둘째 형님과 함께 한 지가 이미 여러 해였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둘째 형님은 잊지 않고 그를 챙겼다.그리고 큰 형님처럼 억누르려 들지도 않았다.그래서 그는 큰형님보다 둘째 형님을 더 좋아하고 결국 선택했다.사실 두 사람은 닮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대방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서로 잘 알았다.“고마워. 내가 오늘 여기까지 오는 데는 네 공이 가장 컸어. 걱정마라. 네 지위는 나와 동등할 거야. 우리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야. 네 것 내 것 따로 없다!”강상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이 부침성 좋은 셋째 동생을 많이 아꼈다.자신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생은 암암리에 뒤에서 움직이니, 이 같은 찰떡 궁합은 없을 것이다.“둘째 형님, 고맙습니다.” 강상규는 다시 잔을 들었다.이 때 강상철 옆에 앉아 있던 부인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그런데, 형님이 입원하시게 된 거, 다들 우리 쪽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본가 쪽에 형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큰 아주버님도 돌아가시고 형님 혼자된 지도 오래됐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셋째 강상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둘째 형수라 감히 뭐라고 말은 못하고 있었다.이때, 강상철이 잔을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놓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사뭇 매서웠다.“어디
강상철과 강상규 저쪽에서는 모두 안금여가 하루 빨리 숨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다음날 병원에서 안금여의 상태가 호전되었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한나절 동안 관찰한 후 안금여의 병세가 안정되어 일반 병실로 옮겼다는 ‘비보’와 함께.성연과 무진 모두 안금여를 지키고 있었다.꼼짝 않고 병원에서. 안금여가 호전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먼저 달려갔다.핏기가 돌기 시작한 안금여의 얼굴은 불그스름했다.컨디션도 좋아 보였다.안금여는 감개무량했다.“이 할미가 다시는 너희들을 못 볼 줄 알았다.”성연은 다가가서 안금여의 병상 앞에 앉았다.“할머니, 착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했어요. 보세요, 할머니 지금 다 나았잖아요? 앞으로 할머니 건강은 점점 더 좋아지실 거에요.”“아이고, 말도 참 예쁘게 하지…… 할미는 너와 무진이의 증손자도 안아봐야 하는데…… 당연히 벌써 요단강을 건널 수 없지…….”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안금여는 자신의 몸이 예전처럼 무기력하지 않음을 느꼈다.몸이 많이 가벼워졌다.진심으로 하늘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 봐주지 않았나 생각했다.할머니의 안색이 좋아진 걸 본 무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과정이 어떻든 간에 안금여가 호전되면 된 것이다.“할머니, 지금 좀 어떠세요?” 성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있는 한 할머니는 몇 년 더 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다만 증손자를 보는 일은 없던 일로 해두고…….그녀와 무진은 단지 표면적인 혼약일 뿐이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떠날 것이다.WS그룹의 100억 원을 받고 무진의 다리를 치료하고 안금여를 구했다.그녀도 최선을 다한 셈이다. 100억 원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 “많이 좋아졌어. 가슴이 답답하지도, 아프지도 않아. 평소와 똑같아. 신기하네.”안금여가 놀라며 말했다.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그녀는 저승문을 다녀오는 것 같았다.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안금여는 자신의 몸 상태에
강운경도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주총에서의 일에다 안금여까지 쓰러지는 바람에 뒤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밤새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나름 수확이 있었다. 운경이 나서서 주주들을 설득하자 회장 재선임 일정이 뒤로 미루어졌다. 또 구체적 사안은 안금여가 호전되면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이 또한 몇 년 동안 안금여가 회장직에 있는 동안 세운 공헌이 막대하다는 걸 의미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말은 사실무근이었다.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안금여가 WS그룹을 이끌면서 다른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안금여의 기운이 예전만 못했기 때문에 말이다.밤 늦게까지 서류를 처리해야 하는 날이기라도 하면 차를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이처럼 피로 누적이 장기화되다 보니 몸이 축나고 건강에 무리가 갔던 것이다.그러나 WS그룹은 안금여의 안정적인 경영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 주주들은 상당한 배당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이성을 마비시켰고, 탐욕에 눈먼 주주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를 그룹의 회장으로 추대하는 데에 찬성표를 던졌다.안금여는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잘 이끌어 왔었다. 객관적으로 얘기하자면 회사에 대단한 기여를 한 것도 없지만 특별히 손해를 끼친 것도 없었다.안금여의 운영방식도 예전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예전 그룹의 전략적 미스로 인해 그룹전체가 위기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주식 가격이 하한가를 연속으로 맞는 등, 모두가 WS그룹의 위기를 예상했지만, 그 고비를 안금여가 버티며 넘겼기에 오늘날의 WS그룹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거였다.주주들도 지난날의 친분을 생각해서 회장 재선출 안을 연기하는 데에 찬성했다.그들도 쓰러져 누워 있는 안금여를 너무 심하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강상철과 강상규의 생각은 달랐다.새 회장 선출일정이 미뤄진 것을 안 강상철은 벼락같이 화를 냈다.사무실 바닥에 던져진 서류가 여기저기 흩어져 뒹굴었다.강상규는 강상철의
할머니 안금여의 의식 회복은 당연히 기쁜 일이었다.하지만 회복 과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어쩌면 정말 하늘의 보살핌일수도.이러니 저러니 해도 현실이 얼마나 잔혹한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더욱이 의학에서 요행을 찾기란 힘들다는 사실도.안금여의 병세는 사위 조승호가 줄곧 함께하며 관리해 왔었다.그러니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조승호였다. 당시 안금여의 몸은 이미 완전히 기력이 다한 상태였다.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뿐. 심작박동과 호흡이 아주 미약한 상태였다.의식이 돌아온 이후의 회복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회광반조 현상도 없었고.도대체 어떤 연유로 좋아졌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던 조승호는 장모 안금여가 잠 든 사이에 전신 검사를 다시 시도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검사를 진행했다. 아주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그리고 혈관에서 은침 자국을 발견했다. 모두 서너 군데였다.의식불명 상태의 안금여를 깨운 것은 바로 이 은침이리라.검사를 진행했던 조승호가 무진을 따로 불렀다.무슨 문제가 생겼나, 걱정하며 무진이 물었다.“고모부, 무슨 일입니까? 할머니 건강 문제입니까?”운경으로부터 무진에 대한 얘기는 자주 들어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그러나 강운경의 조카인 이상 자신의 가족이기도 했다.“무진아, 할머님의 몸이 갑자기 좋아졌어. 그런데 다시 한번 검사해보니 혈관에 은침 자국이 있더구나. 혹시 네가 사람을 보내 치료하게 했니?”이 조카는 딱 봐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사람이 아니었다.만약 무진이 데려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무진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오.”고모부의 의술을 믿는 무진이다. 병원장직을 맡을 정도로 그의 능력은 뛰어났고 또 자신과 한 가족이었다.그래서 할머니 안금여를 그에게 맡기고 다들 안심했었다.조승호가 안금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만약 고모부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정말
당시 의사와 간호사를 제외하고 병실에 들어간 사람은 성연 혼자뿐이었다.성연의 의술이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을 무진은 잘 알고 있었다. 성연 자신은 한사코 숨기려 들지만.창고에서 자신을 구한 이도 그녀 아닌가. 다리 부상, 불면증으로 인한 조광증까지 성연의 치료 덕에 많이 호전되었다.모든 정황이 성연을 가리키고 있었다.설마 할머니를 구한 게 진짜 성연이란 말인가?이제까지 무진에게 있어 성연의 존재는 단지 호기심을 일으키는 작은 유희 정도였다.그러나 지금은 정체불명의 감정에 또 다른 뭔가가 더해졌다.무진의 마음이 다소 복잡해졌다.성연은 아침 일찍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갔다. 이미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던 할머니가 학업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다며 돌아가게 한 것이다.이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성연 또한 순순히 돌아갔다.그래서 묻고 싶은 게 많지만 당장은 물어볼 수가 없었다.마음속의 묘한 감정을 누른 무진이 병원에 가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좀 늦은 시각. 집에 돌아온 무진은 포장해 온 딤섬을 성연에게 건네어 주었다.자신이 왜 이렇게 하는지도 모른 채.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저 성연이 보고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손건호를 시켜 사오게 했다.정신이 돌아오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뭐, 이미 사왔으니 버릴 수는 없으니까.만약 정말 성연이 할머니를 구했다면, 고마움을 표하기에 이 딤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터.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오니, 성연은 소파 위에 책상다리를 한 채 게임 삼매경이었다.마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이 매 관문을 통과하지만 마지막 관문 앞에서 항상 멈추었다.인기척을 들은 성연이 고개를 들어 건성으로 인사했다.“어, 왔어요?”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포장해 온 딤섬 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저녁도 배불리 먹은 참이었다.하지만 공기 중으로 고소한 냄새가 퍼지 순간.꼬르륵 소리로 배가 진동을 했지만 손대지 않은 채 긴가민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나 먹으라고 주는 거예요
고급 클럽 안.강씨 집안 둘째 강상철이 암암리에 차린 이 클럽은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말이 새어 나갈 염려가 없었다.회장 안금여가 회복되었으며 이전보다 상태가 더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강상철과 동생 강상규는 긴급 회동을 가졌다.강상철은 화가 나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형수님 명이 진짜 길군. 분명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 돌아오다니 말이야. 우리를 얼마나 더 힘들게 하려는 건지.”강상규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형님, 만약 큰형수가 다시 일어나면 우리에게 좋을 게 없어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큰형수님이 기력을 되찾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게 해야 해요. 그래야 또 그 측근들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다시는 형수 뜻대로 되지 못하게 말입니다.”“말은 쉽지. 대체 무슨 수로?”강상철이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그걸 누가 모르냐는 말이다. 실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병원이든, 회사든 항시 곁에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 안금여다. 손을 대기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 말이다.강상규의 안색도 형 강상철을 따라 침통해졌다.당장은 확실히 별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자 얼굴 가득 짜증을 묻힌 강상철은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똑똑똑- 이때 누가 문을 노크했다.강상철과 강상규의 대화가 뚝 끊겼다.“들어와.” 강상철이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트레이를 밀고 들어온 종업원이 강상철에게 차를 따르며 공손하게 말했다.“차 드시지요.”한 모금 입에 대던 강상철은 뜨거운 찻물에 혀가 데인 듯 혀끝에 통증을 느끼고는 곧바로 입안의 차를 뱉어냈다.가뜩이나 화가 나 있는 상황에 뜨거운 찻물에 입까지 데였다. 하나부터 되는 일이 없다고 느낀 강상철이 노성을 질렀다.“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찻물을 적당히 식히지도 않고 줘? 고의야, 뭐야?”벌게진 눈으로 노기를 터트리는 얼굴이 공포스러울 정도였다.놀란 종업원이 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
룸에는 강상철과 강상규의 손자 강일헌과 강진성도 불려 나와 있었다.두 사람은 해프닝이 끝난 후에 도착했다.바닥에 떨어져 있는 파편들을 보며 종업원이 두 어르신들을 화나게 한 모양이라고 추측했다.강일헌이 즉시 문쪽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그렇게도 눈치가 없어? 바닥이 더러운데 치울 줄도 몰라?”방금 종업원을 해고한 지배인이 강일헌의 목소리를 들고는 감히 다른 종업원을 보낼 생각도 못한 채 얼른 자신이 직접 달려왔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즉시 깨끗이 정리하겠습니다.”잽싸게 깨끗이 정리한 지배인이 문을 닫아 주었다. 어찌나 동작이 재빠른지 마치 뒤에 뭐가 쫓아오는 듯했다.“할아버님, 작은할아버님, 무슨 일이십니까?” 강일헌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고 물었다.“은혜도 모르는 물건이 네 할아버지 심기를 건드렸지 뭐냐? 별일 아니니, 더 이상 꺼내지 마라.”강상규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할아버님, 노기를 푸십시오.”강일헌이 적당히 나긋한 음성으로 할아버지를 위로했다.“저것들한테 화낼 가치는 있고?”강상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강일헌과 강진성이 강상철과 강상규의 맞은편에 앉았다.강씨 집안의 젊은 세대인 두 사람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강상철과 강상규는 다음 후계자로 양성할 의도로 매번 의논하는 자리마다 저 둘을 불렀다.“할아버지, 오늘 저희를 부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사생활면에서 동류에 속하는 강일헌과 강진성은 사이가 좋았다. 지저분한 짓이란 짓은 모두 저지르며 밑바닥까지 악취가 진동하는 게 서로 잘 죽이 맞았다.“죽지도 않는 늙은이 말고 무슨 일이 있겠어?” 안금여를 언급하자 더 화가 치솟는 강상철이다.옆에 있던 강상규가 두 손자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했다.다만 아직 실행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너희들도 의견이 있다면 과감하게 말해 보거라. 일이 중차대하니 빨리 손을 써야 해.”강상규는 강상철보다 더 감정을 억제할 줄 알았다.성질이 불 같고 수단도 악랄한 강상철에 반해 강상규는 언뜻 온화해 보이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된 안금여는 정신도 또렸했다.소식을 들은 강운경은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요 며칠 동안 바쁘게 뛰어다니며 수고한 게 조금도 헛되지 않은 모양이다.천만다행으로 어머니 안금여가 깨어났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버텼을 지.“엄마, 앞으로는 제발 그렇게 사람 놀래키지 마세요.”안금여의 마르고 주름진 손을 잡은 채 운경이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했다.손을 빼낸 안금여가 거꾸로 딸의 손을 마주 잡았다.“언제든 마음의 준비를 해 둬야 해. 이번에는 하늘이 나를 데려가지 않았지만 다음에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운경이 끊었다.“엄마, 그런 불길한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제 옆에 쭉 계시면서 백 세까지 장수하셔야 해요.”“그래, 알았다, 네 말 대로 하마.” 안금여가 애정을 숨길 수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할머님, 고모님 말씀이 맞아요. 이제 보양만 잘하시면 백 세까지 문제없어요.”운경을 따라 옆에 앉아 있던 성연도 덕담이라고 한 마디 보탰다.“성연인는 정말 말을 잘해. 무진아, 네가 성연이 반만큼만 말을 할 줄 알았어도 좋을 텐데.” 안금여가 나무라듯이 무진을 바라보았다.“전 당연히 성연이 보다 못하지요. 성연이에게 이런 특별한 점이 없었다면 할머님이 지금처럼 좋아하셨겠어요?”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저런 헛소리만 잘 하지. 그러나 이번에 이 할미가 정말 염라대왕 앞을 다녀온 셈이 아니냐? 이제 몸이 오래 버티질 못해. 이 할미는 네가 좀 더 분발하기를 바란다. WS그룹에 네 밖에 없지 않니!” WS그룹은 선대 회장 강상중이 심혈을 기울여 세운 기업이다.어느 누구에게 맡긴다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오직 무진밖에는.강상철과 강상규가 회사를 가진다면 어떤 사단이 날지 암담할 뿐이다.사람은 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정상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너무 탐욕스러운 것은 좋지 않았다.자신이 아직 살아있는데도 무진을 무시하는 둘째, 셋째 일가들인데, 하물며 이후에는 어떠하겠는가?둘째 네와 셋째 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