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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당장 자리를 내놔라

위에는 강상철과 강상규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안금여가 보니 그들이 보유한 주식은 이미 본가에 육박할만한 수치였다.

모두 강상철과 강상규가 몰래 인수한 것들이었다.

주주들로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주식을 이만큼 사 모으는 데까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을 거다.

이번 주총을 위해 회장직을 차지할 계획을 가지고 오래전부터 철저히 준비해 왔을 터.

조금씩 핏기를 잃어가던 안금여의 얼굴이 완전히 새하얗게 질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집안 사람들 아닌가? 이 정도까지 도가 지나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우리 영감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이 두 놈이 여기서 이처럼 날뛸 수 있었을까?’

주식 위임동의서는 안금여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그녀의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강운경이 얼른 안금여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엄마, 괜찮으세요?”

무진도 미간을 한군데로 잔뜩 모았다.

“할머니…….”

“나, 괜찮다.”

강운경의 품에 안긴 안금여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쥐었다.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최근 몇 년간 본가에서 눈 감고 참아준 게 한 두 번입니까? 뭘 더 원하세요?”

안금여는 숨을 고르며 강상철과 강상규를 향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형수님, 우리가 뭘 원하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회장직을 내놓으시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지 않으십니까?”

강상철의 표정도 싸늘해졌다.

주식 위임동의서를 내놓았다는 것은 본가와 등을 돌리겠다는 것과 진배없었다.

‘WS그룹이 옛날의 그 WS그룹인 줄 아시나?’

큰형님이 돌아가신 후, 본가도 이미 그 힘을 잃었다.

큰형이 살이 있을 때는 비위를 맞춰야 했지만, 지금은…… 본가가 자기들에게 빌붙어 살게 할 것이다. 오랫동안 참았던 이 수모도 풀어내면서…….

“둘째 숙부님, 우리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숙부님들을 얼마나 아끼셨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기어이 우리 본가의 숨통을 끊으놓으시려는 겁니까?”

강운경의 눈시울이 옅은 빛으로 붉어졌다.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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