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1261 - 챕터 1270

1350 챕터

제1261화 아무 걱정 말고 여기서 지내거라

드디어 오랫동안 속에 담고 있던 말을 털어놓은 조수경은 속이 시원해짐을 느꼈다.손민철은 조수경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 내가 싫다고?”조수경이 입술 끝에 힘을 주며 다시 한번 말했다.“맞아요, 난 당신이 싫어.” “좋아.” 손민철이 무시무시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조수경은 손민철이 또 갑자가 어떤 미친 짓을 벌일까 겁이 났다.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는 조수경을 본 무진이 조수경의 앞으로 나서며 손민철에게서 시야를 차단했다.이러한 무진의 행동에 조수경은 마음속에 다시 한번 더 감동이 밀려왔다.손민철이 강무진의 반 정도만 따라가도 자신이 지금처럼 손민철을 싫어하지는 않았을 텐데.안금여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이보게, 감정의 문제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닐세. 수경이 원하지 않는다니, 자네도 그만 포기하게.”설령 억지로 조수경의 몸만 가진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마음을 얻지 못한 다음에야 함께 지내는 게 지옥일 텐데.안금여가 보기에 조수경에 대한 손민철의 감정은 진짜인 듯하다. 단지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참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한두 마디 덧붙여 설득했건만.“저는 절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조수경, 너는 나밖에 가질 수 없어.” 손민철은 마차 편집증 환자 같았다. 두 눈에 가득한 집요함에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안금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래봐야 저 자신만 힘들어질 뿐인 걸.’“그럼 나도 경고하죠. 내가 살아있는 한, 나와 함께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요!” 조수경의 눈에 단단한 결기가 서려 있었다. ‘이제야 간신히 강씨 집안의 보호 아래 숨 좀 돌릴 수 있게 됐는데, 이걸 박차고 손민철을 따라 간다고?’변태 같은 손민철을 따라갔다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결국 손민철은 혼자 고택을 떠났다.북성에 오기 전에 손민철의 부친은 절대 강씨 집안 사람들과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손민철에게 당부했었다.그러나 속에서 끓어오르는 성질을 도무지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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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배려해 주신 게 고마워서요

옆에 있던 무진 또한 조수경을 안심시켰다.“고택에서 계속 지내면 돼. 다른 건 생각하지 마. 아무도 감히 너를 괴롭히지 못해. 우리 강씨 집안은 북부 지역에서만 대단한 게 아니라 남부 지역에서도 쉽게 덤비지 못할 테니.”“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 그리고 무진 오빠, 운경 이모.” 감사 인사를 하는 조수경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강운경이 옆에서 놀리며 말했다.“난 무진이 고모야. 무진일 오빠라고 부르면서 날 이모라고 부르는 건 안 맞는 것 같애. 너도 무진이처럼 날 고모라고 불러야지.”“네, 고모.” 조수경의 입에서 수줍은 듯한 음성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저녁 식사 시간, 특별히 저녁 메뉴에 신경 쓰라고 주방에 미리 일러 둔 참이다.할머니 안금여를 위시해서 고모 강운경, 무진, 조수경, 이렇게 네 사람이 저녁 식사를 위해 식탁에 둘러 앉았다.“이 집에 있는 동안 마음 편하게 있도록 해.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널 위한 환영만찬을 알아서 준비하라고 주방에 일렀는데, 입에 맞을런지 모르겠다.”안금여를 비롯해 모두가 자신을 따뜻하게 환대하자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던 조수경.안금여의 말에 얼른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아네요, 할머니. 저는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어요.”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래, 정말 착하구나.”고개를 숙이는 조수경의 뺨이 발그레해진 것이 다시 또 쑥스러워진 모양.식사하는 내내 안금여는 멀리 떨어진 음식들을 덜어주었다. “수경아, 너 이렇게 말라서 어쩌니? 기운을 차리게 좀 더 많이 먹어야겠다.”말 잘 듣는 학생처럼 조수경은 안금여가 덜어준 음식들을 깔끔하게 먹어치웠다.“네,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할머니.”“뭘 또 그리 인사하니?” 안금여가 너무 예의 차린다고 타박을 했다.강운경 역시 옆에서 음식을 집어주며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수경아,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포자기해서는 안돼. 다시 힘을 내서 일어나면 희망이 있는 거야. 지금 당장은 맞서 싸울 수 없다 해도 힘을 기르며 적당한 때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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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아주 좋은데?

“그래.” 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조수경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그래서 자리에 일어나 같이 거실로 나왔다.테이블 위에는 이미 고급 다기 세트가 올려져 있었다.무진의 시선이 다기를 향하자 조수경이 설명했다.“조금 전에 집사님에게 대신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여기 다기가 우리 집 것보다 훨씬 좋네요.”“평소 할머니도 좋아하시니 고택에서 지내는 동안 함께 즐기면 되겠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히 제가 바라던 바예요.”조수경이 웃으며 말했다.너무나 인자하신 안금여 할머니를 생각하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 즐거울 것 같았다.“네가 다도를 알 줄은 몰랐는 걸.”무진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보통 여자 아이들은 다도가 재미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다도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조수경이 입술을 늘인 채 웃으며 말했다.“나도 예전엔 몰랐는데 이렇게 좋아하게 됐어요. 대학 졸업 후로 다도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직접 차 밭도 가꾸었어요. 무진 오빠, 내가 직접 재배한 찻잎을 맛 보여 줄게요.”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기 옆에 놓인 샴페인 골드 색의 차 주머니를 보았다. 파란색 리본으로 매듭지은 모습이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그 모습을 보노라니 조수경은 삶 속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것 같았다.조수경은 다도에 대한 거창한 말 같은 건 하지 않은 채익숙한 듯이 주머니 안의 찻잎을 꺼내 다기 안에 넣고 우리기 시작했다.차를 우리는 내내 마치 구름과 물이 흘러 가는 듯 매끄러운 동작이 아주 보기 좋았다.보는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조수경이 동작을 멈추자 향긋한 차 향이 거실을 가득 채우며 마음까지 촉촉히 적시는 듯했다.‘만약 손민철만 아니었다면 이 여자 아이는 아무런 근심 염려도 없이 지냈을 테지.’‘안됐군.’무진은 불현듯 안타까움을 느꼈다.그러나 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조수경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뿐.조수경 같이 착한 아이가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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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안 봐도 뻔하다

무진은 인사치레의 말은 그만하고 싶어서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왜 찻잎을 만들어서 너희 집안 브랜드로 상품화하지 않은 거니?”무진 자신처럼 까다로운 사람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한 차였다.‘상품화해서 시장에 내놓는다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텐데.’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무진이 그 점을 언급하자 조수경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물론 그렇게 하고 싶었죠. 그런데 현재 손씨 집안에 의해 다 훼손되었어요. 차 밭도 다 갈아엎어졌고 차를 만들던 공장도 폐쇄되었어요.”조수경 자신도 다도를 공부하면서 무진이 언급한 부분들을 생각했었다.졸업해서 찻잎을 상품화해서 부모님을 도우려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 이후로는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심혈을 기울여 일군 결과물이 한순간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그 고통은 자신만 알 수 있을 터.손민철이 그토록 악랄하게 굴 줄 누가 알았을까?무진의 표정이 무거워졌다.‘손민철 어디가 구애를 한다는 거야? 사람을 망가뜨리려는 게 분명하구만.’아마도 그는 조수경을 의지할 곳이 없게 하기 위해 싸웠고, 결국 그의 세계에서만 살 수 있었을 것이다.“너와 손민철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이야?” 무진은 의구심이 들었다.손민철이 그렇게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그런데 어째서 그런 짓을 했을까?’‘너무 극단적이잖아.’“우리 두 사람 사이에 혼약이 있었던 건 맞아요. 다만 어른들끼리 구두로 약속일 뿐이었어요. 저희 부모님도 그냥 농담으로 여기셨고요. 그런데 세상에 손씨 집안에서 갑자기 찾아와 혼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그래서 예의상 손민철을 만나러 갔는데, 누가 알았겠어요. 손민철이 미친 듯이 저를 쫓아다닐 줄. 그 뒤로....”그 이후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던 조수경의 집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고.조수경이 다 끝내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무진도 알았다.“미안해, 가슴 아픈 일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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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무서워요

조수경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고 화가 난 무진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손민철이 해도 해도 너무 했군!”조수경이 서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나중에라도 우리 부모님의 억울함을 씻고 조씨 집안의 명예를 되찾을 있다면 좋겠어요.”무진이 조수경을 격려하며 말했다.“그렇게 될 거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처음에는 그저 할머니 안금여의 분부에 따라 조수경을 신경 썼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무진은 진심으로 조수경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조수경은 아주 착하고 불쌍한 여자애이니까.조수경이 고개를 저었다.“무진 오빠, 여기 와서 지내는 것도 이미 너무 많은 신세를 지는 거예요. 나는 오빠가 우리 집안과 손씨 집안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않았음 해요.”손민철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제일 잘 알았다.만약 손민철이 무진을 다치게라도 한다면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터.자신 때문에 무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간다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게 아닌가.“내 걱정은 하지 마. 손민철이 제 눈 앞에 있다 해도 아무것도 아니야. 도움이 필요하면 서슴없이 말해. 우리에게 사양할 필요 없어. 우리는 모두 널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니까.”조수경에 대한 무진의 감정은 불쌍하게 여겨야 할 여동생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순전히 조수경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이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터.“나중에 어찌 되든 간에 여기에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해요. 무진 오빠 그리고 할머니와 고모 모두 따뜻하게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조수경은 계속 이곳에 지내면서 강씨 집안 가족들의 애정을 독차지할 수 있기를 바랬다.하지만 결국 자신의 좀 애매한 위치가 문제였다.조수경은 몰래 무진을 훔쳐보았다. 이 남자를 알면 알수록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걸 느낀 그녀는 도무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할머니는 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시나 봐. 어려운 상황이 지나가면 그때는 여기 놀러 와, 언제든 환영할 테니.” 무진이 눈으로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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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외부인에 불과할 뿐이니까

조수경은 마음이 좀 조급해졌다.그 경호원들과 무진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인가?사실 이 기회를 빌려 무진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인데.그러나 이성은 그녀에게 경고했다. 이 말은 절대 입밖에 꺼내서는 안된다고.조수경이 뭔가 말을 하려다 멈추며 난처한 표정을 짓자 무진이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경호원들이 너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 내가 배치한 사람들 모두 특수 훈련을 거친 전문가들이야. 그리고 손민철 역시 강씨 집안의 체면을 고려해서 우리 쪽 사람들과 정면으로 붙지는 않을 거야. 네가 경호원의 시선 밖으로 벗어나지 않기만 하면 돼.”“알았어요. 무진 오빠 매일 바쁜 사람인데 제가 철없이 귀찮게 굴었어요.”조수경이 스스로 반성의 말을 쏟아냈다.“내 시간이 너와 맞지 않아 불편할 거야. 그리고 나는 대부분 회사에 있고. 너에게 경호원을 붙여줄 테니 외출하고 싶을 땐 언제든지 외출해. 걱정하지 말고.” 무진이 재차 안심시키듯이 말했다.“그래도 무진 오빠가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니 좋네요. 저는 이런 문제들은 생각지도 못했는데.”무진이 자신에게 너무 잘해준다는 생각에 조수경은 마음이 달콤한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이런 무진으로 인해 정말이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잘 생겼지, 사람 좋지,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사실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강무진의 모든 면에 푹 빠진 상태.‘하지만 아직은 아냐, 기회를 기다려야 해.’무진이 뭔가 말을 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스팸전화라고 생각한 무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보통 이 시간에 자신에게 사적으로 전화하는 사람은 없었기에.무진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진이 차를 마시는 동안 옆에서 차를 내리는 조수경. 그런 두 사람의 호흡이 무척 잘 맞는 듯하다.그녀는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바랬다.비록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무진이 자신에게 잘해 주었으면 하고 욕심을 내게 되었다.그런데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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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너를 위해 대기하고 있을게

무진은 침실로 들어가 성연과의 영상통화를 연결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원망이 섞인 성연의 음성이 들려왔다.“무진 씨, 뭐하고 있었어요? 뭐 하느라 내 전화를 이제야 받아요?”“조금 전까지 일이 좀 있었어. 성연이 넌 요즘 유럽에서 어때?” 휴대폰 화면에 뜬 성연의 얼굴을 보던 무진은 누군가 자신에게 메일로 보낸 사진이 생각나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잘 지내고 있어요. 수업도 따라갈 만해요. 학우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요.” 성연은 있는 그대로의 학교 생활을 무진에게 알려주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강씨 집안에서 지내던 시간을 제외하면 성연은 대부분 혼자 지냈다.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것은 이미 습관이 된 터.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그녀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무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옆에 다른 사람 있어?”성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없어요.”“네 기숙사 방, 2인1실 아니야? 룸메이트하고는 지내기 괜찮아?” 성연은 가끔 좀 고집스러울 때가 있고 또 뱅뱅 돌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그렇지만 또 성연이 혼자 밖에서 지내다 곤란해질까 정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직 룸메이트 얼굴도 못 봤어요.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없어서 나 혼자 이 방에서 지내요. 너무 편한 거 있죠. 아, 맞다. 저녁에 사형이 스테이크를 사준다고 해서 나갔다 왔어요. 그 집 스테이크 맛이 완전 찐이에요. 무진 씨 오면 내가 데리고 갈 테니 같이 가서 먹어 봐요.” 성연은 지금 기숙사에 혼자 거주하게 되어서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너무 편했다.무진에게 그 곳의 스테이크를 맛 보여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성연이다.원래 무진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그런데 다행히도 이번 일에 대해 성연이 숨기지 않았다.성연을 믿고 있었지만 무진의 마음 한 곳에는 늘 풀리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게 있었다.하지만 성연이 이렇게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해 주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 맺혔던 응어리는 온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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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애용하지 않는 브랜드

얼굴의 열이 좀 식은 후에야 이불에서 나온 성연.무진은 그런 성연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성연이 일부러 사나운 기색으로 말했다.“나를 비웃는 거예요? 흥.”‘내가 누구 때문에 그런 건데.’사나운 척 어르렁거리는 모습이 사실은 조그만 발톱을 내민 새끼 고양이 같았다.그 귀여움에 넘어간 무진이 즉시 항복을 선언했다.“미안, 내가 잘못했어.”물론 이 말을 다음에 또 말하겠지만 말이다.그래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음, 뭐.” 성연이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차분해진 성연은 속으로 다른 일 하나를 떠올렸다.그러나 성연은 누군가 자신의 차를 들이받은 일에 대해 무진에게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다.무진이 걱정할까 봐.그리고 자신이 유럽에 온 이후로 모든 음모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이미 사람을 보내 조사하라고 했으니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계획을 세우자.’그리고 무진은 북성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내게 그런 위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진 씨 틀림없이 일할 생각을 안 할 거야.’성연은 무진이 그러는 게 싫었다.“요즘 집에서 뭐 해요?” 성연이 궁금해서 물었다.“일하는 것 빼면 네 생각이지.” 무진이 너무도 단도직입적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평소 감정을 쉽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닌 강무진이.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는 느끼하게 들리던 게 무진의 입에서 나오니 진심이 느껴진다.성연의 얼굴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또 붉게 물들었다.성연은 자신이 유혹에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가 어찌나 얇은지 무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성연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할머니는 건강이 어떠세요? 그리고 고모는요? 모두 잘 지내세요?”유럽에 온 후, 가끔씩 할머니 안금여와 통화를 하곤 했다.시차가 너무 크다 보니 뒤바뀐 밤낮이 안금여의 휴식에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된 나머지 매번 한두 마디 안부 인사한 뒤에 황급히 끊기가 일쑤.안금여의 건강에 대해 여전히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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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기대를 저버리지 않다

성연은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닌지 고민했다.어쩌면 무진이 새로 산 것일 지도 모른다.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 싶어서.성연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켰다.사실 무진이 매고 있던 넥타이는 조수경이 산 것.무진에게 커피를 사는 걸로는 너무 빈약해 보인 조수경은백화점에서 무진의 넥타이를 하나 더 샀던 것.당시 조수경은 자신이 직접 무진에게 매주기까지 했다. 다만 일이 많아 정신이 없었던 터라 다시 푸는 걸 잊은 무진.성연과의 영상통화를 끝낸 무진이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조수경은 찻잎을 다시 꺼내 왔다. 조금 전 무진이 성연과 통화하는 사이에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찻잎이 투명한 주머니에 포장되어 있었다.제각각 다른 색의 티백으로 포장된 찻잎이 무척 보기 좋았다.조수경이 무진에게 찻잎을 담은 주머니를 건넸다.“무진 오빠, 이 찻잎들은 처음 작업부터 포장까지 모두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았어요.”무진이 칭찬했다. “정말 영리한 데다 손재주도 좋군.”무진은 조금 전 말한 대로 티백 차를 받았다.이건 어디까지나 조수경의 마음을 거절하기 어려워 받은 것이다.무엇보다 지금 조수경의 마음이 한창 예민하지 않겠는가?그녀의 감정을 충분히 배려해야 했다.“무진 오빠 마음에 들면 나중에 좀 더 만들어 줄게요.”조수경이 수줍은 듯이 말했다.그러나 무진이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평소 차를 잘 마시지 않아. 이 정도면 충분해.”조수경은 다소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어? 무진 오빠도 나처럼 다도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나는 가끔 차를 마실 뿐이야. 다도를 좋아한다 싫어한다 할 것도 없어. 네가 좋아하는 거지.”무진이 담담하게 말하면서 차를 한쪽에 두었다.“누군가 좋아해 준다면 만드는 데 좀 더 힘이 날 텐데.”조수경의 말에는 의미가 담겼지만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조수경은 강씨 집안 가족들에게 정말 좋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무진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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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마음이 들뜨다

“얼마든지 편한 대로 고택을 구경해도 돼. 이쪽의 풍경이 그런대로 괜찮아. 나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먼저 갈게.” 말을 마치고 무진이 코트를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조수경이 얼른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무진 오빠, 저녁에 여기서 머물지 않아요?”“아니야. 난 다른 곳에서 따로 지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 조수경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무진.‘어차피 조수경은 고택에서 지낼 뿐인 걸.’“그렇구나...”조수경이 좀 서운해하는 듯이 보였다.“오빠도 여기서 지내면서 나랑 같이 얘기도 하고 그럴 줄 알았어요.”“할머니와 고모가 여기 계시잖아.”무진이 조수경에게 말했다.“무진 오빠, 그럼 어서 가 보세요. 좀 더 날이 어두워지면 운전하기 힘들어요.” 조수경이 걱정하며 말했다.오늘 무진이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주었으니 자신도 여기서 만족해야 한다.지금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경고했다.‘이런 일은 천천히 진행해야 해. 너무 많이 물어보면 무진 오빠의 반감을 살 수 있어.’“음.” 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고택을 나서는 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수경이 다시 불렀다.“무진 오빠.”“왜?” 무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무슨 말이길래 한 번에 다 하지 않는 거지?’“무진 오빠, 나한테 연락처 좀 줄 수 있어요? 아직 오빠 연락처도 없는데 손민철이 또 찾아와서 괴롭히면 오빠에게 전화해도 돼죠?” 무진이 거절할까 봐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조수경이 무진을 바라보았다.북성에 온 조수경은 의지할 데가 없으니 전화번호를 주는 것도 당연할 터.만일 어떤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도울 수 있도록.그래서 무진은 자신의 번호를 불러주었다.“내 개인 번호야.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전화해도 돼. 내가 최대한 빨리 달려올 테니.”“무진 오빠, 고마워요.” 조수경은 무진이 불러준 숫자들을 기억하려 애썼다.그저 구름 위를 걷는 듯 마음이 들떴다.생각지도 못했던 무진의 개인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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