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편한 대로 고택을 구경해도 돼. 이쪽의 풍경이 그런대로 괜찮아. 나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먼저 갈게.” 말을 마치고 무진이 코트를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조수경이 얼른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무진 오빠, 저녁에 여기서 머물지 않아요?”“아니야. 난 다른 곳에서 따로 지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 조수경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무진.‘어차피 조수경은 고택에서 지낼 뿐인 걸.’“그렇구나...”조수경이 좀 서운해하는 듯이 보였다.“오빠도 여기서 지내면서 나랑 같이 얘기도 하고 그럴 줄 알았어요.”“할머니와 고모가 여기 계시잖아.”무진이 조수경에게 말했다.“무진 오빠, 그럼 어서 가 보세요. 좀 더 날이 어두워지면 운전하기 힘들어요.” 조수경이 걱정하며 말했다.오늘 무진이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주었으니 자신도 여기서 만족해야 한다.지금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경고했다.‘이런 일은 천천히 진행해야 해. 너무 많이 물어보면 무진 오빠의 반감을 살 수 있어.’“음.” 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고택을 나서는 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수경이 다시 불렀다.“무진 오빠.”“왜?” 무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무슨 말이길래 한 번에 다 하지 않는 거지?’“무진 오빠, 나한테 연락처 좀 줄 수 있어요? 아직 오빠 연락처도 없는데 손민철이 또 찾아와서 괴롭히면 오빠에게 전화해도 돼죠?” 무진이 거절할까 봐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조수경이 무진을 바라보았다.북성에 온 조수경은 의지할 데가 없으니 전화번호를 주는 것도 당연할 터.만일 어떤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도울 수 있도록.그래서 무진은 자신의 번호를 불러주었다.“내 개인 번호야.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전화해도 돼. 내가 최대한 빨리 달려올 테니.”“무진 오빠, 고마워요.” 조수경은 무진이 불러준 숫자들을 기억하려 애썼다.그저 구름 위를 걷는 듯 마음이 들떴다.생각지도 못했던 무진의 개인 번호
소지연은 계속 성연을 미행했다.성연의 모든 교내 활동을 촬영했다. 남학생과의 조그만 활동도 소지연은 놓치지 않았다.며칠 후에 성연의 룸메이트가 들어왔다.앨리스라는 이름의 아주 명랑 쾌활한 유럽 출신의 학생.성연은 룸메이트 앨리스와 아주 잘 지냈다.매일 함께 움직이다시피 했고, 무슨 활동이 있기라도 하면 엘리스는 성연을 불렀다.앨리스는 좋은 사람이었다. 성연을 자신의 패거리에 데려갔다.성연도 놀고 싶을 때 놀면서 그들 사이에 스며들었다.그리고 그들도 모두 성연을 아주 좋아했다.이날 기숙사를 나서던 성연은 뭔가 이상함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다.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그러나 성연의 육감은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자신의 수준으로 발견하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 자신이 너무 많이 생각했을 것이고.성연의 동작을 보던 앨리스가 물었다.“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거야?”성연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앨리스, 누가 우리 따라오는 것 못 느꼈어?”“어? 설마? 나 놀라게 하지 마.” 앨리스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괜찮아, 요즘 과제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을 뿐이야.”사실 오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평소 성연은 늘 누군가 어두운 곳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느꼈다.그러나 돌아볼 때마다 사람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심지어 상대방을 끌어내려고도 했지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그래서 성연은 자신의 신경이 너무 예민한가 보다 추측했다.차량 충돌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성연은 매사에 경계심을 가졌다.앨리스가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아이고, 우리 성연이가 너무 예뻐서 쫓아다니는 사람이 미행했겠지, 아마?”성연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너 나 놀리지 마라.”“누가 널 놀린다는 거야? 너 모르지? 우리 과에 몇 명이나 네 연락처 달라고 했는지 몰라.” 앨리슨이 보기에도 성연은 정말 예쁘게 생겼다.국경을 가리지 않는 미모는 누가 봐도 놀라울 정도다.“주지 마,
학교 밖 카페에서 송아연을 만나기로 약속한 소지연.송아연에게 단단히 포장된 상자를 건네며 소지연은 낮은 음성으로 송아연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말을 끝낸 소지연이 송아연에게 경고했다.“기억했어? 착오 일으키지 말고 자신까지 망치지 말고.”송아연은 소지연이 정말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수를 생각해 낼 정도라니.그러나 송성연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소지연과 자신이 함께 원하는 바가 아니던가?송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지연 씨, 기억했어요.”“기억했으면 됐어. 나 먼저 갈게. 넌 여기 좀 더 있다가 나가.” 소지연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몸을 꽁꽁 싸맨 채 자리를 떴다.송아연의 배후에 자신이 있음을 송성연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냥 맞춰보라고 하지 뭐.’‘송성연을 희롱하는 게 정말 재미있군.’이 모든 것을 계획하면서 많은 함정들을 설계했다.‘언젠가는 송성연이 함정에 걸릴 때가 있을 테지.’송아연은 소지연의 말 대로 카페에 남아 좀 더 앉아있다가 떠났다.학교로 돌아온 송아연은 즉시 소지연의 지시에 따라 성연의 방으로 몰래 들어갔다.그리고 성연의 컵에 약가루를 발랐다.소지연 말로는 이 약은 무색무취라서 송성연이 아무리 대단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 했다.그리고 약효가 무척 강해서 송성연이 조금만 닿아도 반드시 발작을 일으킬 거라고.컵을 보던 송아연은 성연이 약효에 발작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그때 가서도 강무진이 송성연이라는 헌 약혼녀를 원하는지 두고 보자!’소지연이 지시한 대로 모든 것을 처리한 송아연이 막 약가방을 챙겨 나가려던 순간 누가 밖에서 문을 열었다.바로 성연의 룸메이트 앨리스였다.낯선 사람이 기숙사 방에 있는 것을 본 앨리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누구예요? 어떻게 내 방에 있는 거죠?”이 시간대에 누가 올 줄은 몰랐던 송아연.속으로는 한동안 당황했지만, 얼굴은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송아연이 반가운 척하며 말했다. “당신이 우리 언니의 룸메이트?
성연이 기숙사에 돌아온 후에도 엘리스는 송아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송아연이 이처럼 대놓고 일을 벌일 줄 몰랐던 성연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물을 마셨다.입술이 컵에 닿고 목구멍으로 물이 넘어가는 순간, 성연은 뭔가 이상함을 예민하게 알아차렸다.컵에 약물이 남아 있었다.그리고 곧바로 약의 성분을 분석해냈다.사람에게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강한 약효의 최음제.일단 닿기만 해도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터.성연은 아무런 내색 없이 지니고 있던 해독환을 꺼내 삼켰다.컵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거기에 두었다. 증거로 남기거나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식도를 타고 내려간 해독환의 성분이 순식간에 체내의 최음 성분을 소리 없이 중화시켰다.그래서 성연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나라서 다행이야, 다른 사람이었다면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을 거야.’성연은 엘리스를 슬쩍 쳐다보았다.기숙사 방에 두 사람이 사는데 자신을 제외하면 바로 엘리스다.‘설마 앨리스가 내 컵에 손을 댔을까?’물론 앨리스는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매수되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만약 진짜 엘리스라면 당장 기숙사 방을 옮길 것이다.“앨리스, 오늘 우리 방에 들어온 사람 없어?” 성연이 떠보며 물었다.고개를 돌린 앨리스가 놀란 듯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아, 말도 안 했는데 오늘 우리 방에 온 사람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과연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엘리스가 아니라 누군가 우리 방에 들어온 거야.’“누가 내 책상에 손을 댄 것 같아서 물어봤어.” 성연은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마치 그냥 물어보는 듯이.앨리스가 감탄했다.“성연아, 네 기억력 어떻게 그렇게 좋아?”성연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만약 자신이 조금도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죽었을 지.성연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엘리스가 계속 말했다.“조금 전에 어떤 여자애가 방에 와서 네 여동생이라고 했어. 너와 마찬가지로 A국 출신이고. 물건을 찾으
숙소로 돌아온 송아연은 컵에 담긴 물을 무방비 상태로 다 마셨다.마시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오후에 수업이 없음을 확인한 송아연은 나갈 핑계거리를 찾았다.잭에게 전화를 건 송아연이 애교 있게 말했다. “자기, 보고 싶어. 어디야?”끈적끈적한 음성이 소름 끼치게 들리지만 마초 기질이 강한 남자에게는 보호본능을 일으킨다.잭은 송아연의 음성을 듣는 순간 뼈가 녹는 듯했다.잭이 음성을 낮추어 달랬다.“자기, 혼자 좀 놀고 있으면 안 되겠어? 나는 잠시 처리할 일들이 좀 있어.”잭이 일이 있다는 말을 듣자 송아연은 즉시 불쾌함을 토로했다.“하지만 내가 당신이 무척 보고 싶은데 나와 같이 있으면 안돼요?”잭이 즉시 말했다.“네게 준 카드 한도를 올렸으니 먼저 쇼핑하면서 시간을 좀 보내고 있어. 시간이 되는 대로 내가 널 찾아갈 테니까?”카드 한도를 올렸다는 소리에 듣고 송아연이 바로 두 눈을 반짝였다.“고마워, 자기야.”바로 며칠 전에 마음에 들었지만 그냥 내려 놓았던 스커트가 생각이 났다.송아연은 내심 계속 그 스커트를 생각하고 있었다.잭과의 대화도 대충 얼버무렸다.아무 눈치를 채지 못한 잭은 나중에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송아연은 벌써 명품숍으로 달려가 돈을 쓰고 싶어 죽을 지경.‘과연 사람 현금인출기가 있으니 너무 좋아. 말만 한 두 마디 잘하면 언제 어디서나 돈을 쓸 수 있고.’그런데 교문 근처에 이른 송아연은 몸 안에서 이는 열기를 느꼈다.그저 날씨가 너무 더울 뿐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개의치 않았다.그러나 교문에 도착했을 때 점점 더 심해졌다.비틀거리던 송아연은 하마터면 땅바닥에 쓰러질 뻔했다.다행히 손 하나가 나와서 제때에 송아연을 붙잡았다.“미스 송, 괜찮아요?”“괜찮아...”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고개를 든 송아연의 눈에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이 들어왔다.구멍이 숭숭 난 듯 여드름 자국투성이에 아래로 내려앉은 코
송아연 추종자는 원래 다급한 마음에 송아연을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었다.그러나 백미러를 통해 옷이 활짝 풀어헤쳐진 사이로 하얀 피부를 드러낸 송아연이 눈에 들어왔다.오랫동안 송아연을 쫓아다니며 내내 군침을 흘리던 추종자가 송아연의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그리고 송아연의 이 상태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바로 알아차렸다.즉시 핸들을 돌려 호텔로 재빠르게 운전했다.객실로 올라간 추종자는 한시도 지체함 없이 닥치는 대로 송아연을 농락했다.점차 송아연을 괴롭히던 약효가 가라앉으며 피로감이 밀려왔다.그녀는 하품을 하며 곧이어 깊이 잠들었다.아주 편안하게 잠에 취해 있던 송아연은 큰 소리에 깼다.미간을 찌푸린 채 도대체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굴며 자신의 수면을 방해하는지 생각했다.송아연이 눈을 뜨자 눈을 부라리며 분노에 찬 잭의 얼굴이 보였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잭을 불렀다. “자기야...”잭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송아연을 쳐다보았다.“아직 나를 자기라고 부를 생각이 들어? 역겨운 줄도 모르는군!”송아연은 잭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런데 고개를 돌리니, 이런 맙소사. 자신의 곁에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홀딱 벗은 채.송아연은 얼른 해명했다.“잭, 내 말 좀 들어봐. 오해야...”하지만 일어난 송아연의 온몸은 불그죽죽한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잭은 송아연을 바라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은 송아연을 몹시 좋아해서 아꼈건만 송아연은 결국 자신을 배신하고 바람을 피웠다.그것도 대낮에 다른 남자와 함께 호텔방에서.‘내가 정말 눈이 멀었구나!’살아오면서 오늘 같은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분노로 시퍼렇게 얼굴이 굳은 잭은 송아연의 옆에 누운 남자를 직접 끌어내렸다.두 말할 것도 없이 그냥 주먹을 날렸다.송아연 추종자는 사실 잭이 문을 열고 들어와 송아연과 대화할 때 깨어나 있었다. 자신이 건드릴 수 없는 인물임을 알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손으로 가린 송아연은 바닥에 엎드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망했어, 다 망했어.’‘간신히 좀 잘 지내보나 했는데, 이제 잭은 절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 기억에 분명 이 남자의 구애를 거절했다고.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지금 일어난 일의 중간 과정에 대해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한참을 울던 송아연은 바닥에 흩어진 옷들을 집어 들었다. 옷을 다 입은 후, 피 떡이 된 채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를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쫓아다니던 남자의 몸을 세게 걷어찼다.“감히 날 건드려! 네 까짓 게 나를 건드려! 네가 뭔데? 내가 네 놈이 건드릴 수 있을 정도 밖에 안돼 보여? 쓰레기 같은 자식!”분이 풀릴 정도로 걷어 찬 후에야 송아연은 호텔을 떠났다.숙소로 돌아온 송아연은 소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자신을 좀 더 불쌍하게 보이도록 감정을 잡은 후에 울기 시작했다.소지연이 전화를 받자 폰 저편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순간 짜증이 확 일었지만, 앞으로 같이 일할 것을 생각해서 속으로 눌렀다“무슨 일이야?”가까스로 눈물을 그친 송아연이 여전히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지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나, 나도 정말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그럴 리가?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아채지 못했어?” 눈살을 찌푸리는 소지연. ‘송아연, 정말 바보 아냐?’“나, 나는 수업 마치고 왔는데 몸에서 열이 나고 너무 덥게 느...”송아연은 말할 때 좀 부끄러워했다.말하는 순간 머리를 가득 채운 것은 잭과 함께 엎치락뒤치락하던 장면이었다.소지연은 송아연이 설명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바로 물었다.“송성연이 너한테 약 먹인 거 아냐? 정말 바보 같으니라고!”소지연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왜 그렇게 이상한 반응을 보였는지 깨달은 송아연.‘아, 내가 약에 당한 거구나.’‘하, 또 송성연한테 당하다니!’소지연에게 욕을 먹으니 송
블레이크 교수의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성연은 손가락 위에서 계속 펜을 돌리고 있었다.강의가 막 시작되었을 때는 집중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점점 딴 데 정신을 팔고 있는 모습이다.사실 블레이크 교수의 강의는 기초적인 수준 정도여서 그다지 학습 의욕을 일으키지는 않았다.그리고 성연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이 학교에 왔다.그러나 블레이크 교수는 아주 초보적인 내용들만 이리저리 엮어 강의할 뿐이라 정말 흥미가 일지 않았다.그러나 일명 블레이크 교수의 ‘요주의' 학생인 성연.지금 성연은 딱 봐도 강의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드디어 트집을 잡을 기회가 왔음을 눈치 챈 블레이크 교사가 바로 성연을 지명했다.“송성연 학생, 지금 강의하고 있는 내용들 다 이해했나? 학습 태도가 너무 안 좋군?”사실 강의실 뒤편에는 졸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그러나 성연을 난처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트집을 잡는 블레이크 교수.블레이크 교수의 지적에 성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블레이크 교수님, 지금 강의하시는 내용들은 모두 기초에 불과한 것들이에요. 여기 이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수재들인데,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수업을 듣든 안 듣든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그래도 자신은 수업 중에 조용히 있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생들이나 블레이크 교수의 강의를 방해하지 않고서.하지만 블레이크 교수가 기어코 자신을 걸고 넘어지니 성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성연의 말에 화가 난 블레이크 교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성연을 가리켰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손가락이 다 떨릴 정도였다.“너, 너... 그래, 다 알고 있다고? 그럼 나와서 대답해 봐. 지금 이건 무슨 의미지?”제대로 대답할 만큼의 실력이 성연에게 없다고 생각하며 일부러 가장 어려운 문제를 골라 물었다.그러나 성연은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모두 정답이었다.‘와, 정말 수재였잖아?’주위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