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블레이크 교수가 성연을 일부러 괴롭히고 있음을 알았다.성연의 룸메이트 앨리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성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성연아, 그냥 가지 말지? 블레이크 교수 분명히 너한테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을 텐데.”앨리스도 블레이크 교수가 못마땅했다. 블레이크 교수는 그다지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이처럼 자신을 배려하는 앨리스의 말에 성연의 마음이 훈훈해졌다.“걱정 안 해도 돼. 괜찮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데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사실 자신의 실력이라면 블레이크 교수가 진짜 무슨 짓을 한다 하더라도 겁나지 않았다.“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 강의실 앞에서 기다릴게.” 엘리스가 성연의 손을 잡고 당부했다.성연은 앨리스의 손을 토닥이며 안심하라는 시선을 건넨 후에 블레이크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연구실 앞에 도착한 성연이 노크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블레이크 교수는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성연은 블레이크 교수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블레이크 교수님,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태연한 성연의 모습에 블레이크 교수는 화를 벌컥 낼 뻔했다.“내가 왜 자네를 불렀는지, 설마 그 이유를 모른다고? 수업 시간에 공공연히 지도교수에게 대들어 놓고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고?”성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저는 그저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사실? 네 교양 수준이 겨우 이 정도야? 네 자료가 위조되었다고 말해도 할 말이 없겠지? 어느 학교가 너 같이 문제 있는 학생을 받겠어?” 블레이크 교수는 성연을 무시하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교수님, 지금 제가 이미 입학했다는 사실이 제 입학 자료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교수님께서 다른 주장을 하신다면 그건 학교의 결정에 반론을 제기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성연은 일부러 학교를 거론했다.학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성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관 두 명이 들이닥치더니 바로 성연에게 말했다.“송성연 양, 당신에게 블레이크 교수 독살 혐의가 있으니 우리와 함께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죠.”블레이크 교수가 쓰러진 모습은 아주 끔찍했다.그리고 그 옆에는 성연이 혼자 서 있었고.성연 외에 블레이크 교수에게 손댄 사람은 없음이 분명했다.그러나 연구실에 나타난 경찰관들을 보며 성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 연출된 상황임을 속으로 직감했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는 절대 없다.그런 짓을 벌인 블레이크 교수는 자신의 명성을 의식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그러나 지금 여기에 경찰이 나타났다? 성연 자신이 손을 쓸 거라는 걸 이 일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누군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한 것이 틀림없다.그러나 지금 함정에 빠진 성연은 경찰과 동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결백한 자는 결국 그 결백이 드러나기 마련. ‘어쨌든 내 결백을 증명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경찰에 연행되는 성연과 구급차에 실려가는 블레이크 교수의 모습은 많은 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학생들 모두 성연을 손가락질하며 의론이 분분했다.나오는 말들마다 성연에 대한 비난이다.“저 여학생 블레이크 교수와 한통속이지? 쯧쯧, 정말 구역질 나.”학년이 좀 높은 학생들은 다들 블레이크 교수가 진짜 질이 안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블레이크 교수가 학생들과 자주 관계를 가졌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지금 블레이크 교수 연구실에서 송성연 혼자 나왔다는 건 결국 무슨 뜻이겠어?”“결국 남녀 사이의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 아니겠어?”그러나 명문대학으로 소문난 자신들의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많은 학생들은 성연을 학교의 수치라고 생각했다.“맞아, 블레이크 교수 나이면 아빠 뻘이잖아? 와, 아무리 굶주렸다고 해도 블레이크 교수 같은 인간도 상대한다고?”“무슨 이유겠어? 블레이크 교수가 뭔가를 제시했겠지.”“저 동양 여자애 진짜 부끄러운 줄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성연은 걱정하지 않았다.이전에 북성에 있을 때도 비슷한 일들을 겪었던 터.자신이 알아서 잘 해결할 수 있었다.성연은 폰을 꺼내 서한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금세 보석으로 풀려날 테고 또 소송을 하면 된다. 자신은 정당방위였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편에 설 것이다.이런 누군지도 알 수 없는 학생들이 날 오해한다 할지라도,자신과 같은 클라스 학우들이나 블레이크 교수의 본모습을 아는 학생들이 나서서 자신 편에 서서 말을 할 것이다.정의는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 있으니까.설사 블레이크 교수가 다른 사람과 짜고 함정을 팠다고 하더라도 어쩌겠는가?성연의 마음은 아주 침착했다.뭐가 됐든 진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 법.성연의 소식을 들은 서한기는 바로 조급한 마음이 들며무의식 중에 성연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그러나 지금은 성연이 전화를 받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에 조급한 마음을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공항에서 매복하고 있던 무리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던 서한기 일행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치료하던 중이었다.그들의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마침 유럽으로 출장을 온 곽연철이 서한기와 함께 있었다.평소 털털하던 서한기에게서 거의 볼 수가 없는 모습.“왜, 무슨 일이야?” 곽연철이 물었다.“보스에게 일이 생겼어.”서한기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무슨 일인데?” 성연에 관한 일이라니 곽연철도 긴장하기 시작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보스가 며칠 후에 경찰서로 오라고 하는군.”입을 일자로 늘이던 서한기가 성연이 보낸 메시지를 말했다.“경찰서?” 곽연철의 음성이 차가운 기운을 띠었다.“응, 보스가 문자로 그렇게 말하는군.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서한기의 음성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지금 즉시 보스 학교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자. 관련 소식이 있을 지도 몰라.”곽연철이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말했다.좋은 생각이라 여긴 서한기의 눈이 반짝
경찰이 성연에게 수갑을 채운 후에 연행하고 있다.이제 막 경찰차에 성연을 태우려 하던 순간에 목현수가 군중 사이에서 나왔다.성연의 얼굴 가득 의아한 빛이 어렸다.‘사형 목현수가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지?’그러나 성연은 입을 다문 채 그저 옆에 서서 미동도 없이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았다.그러나 목현수의 등장에 두 경찰관은 어리둥절해졌다.그들은 목현수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미스터 목, 어떻게 여기에 계십니까?”“처리할 일이 있어 학교에 오셨습니까? 정말 공교롭군요.”두 경찰관이 아부성이 다분한 말을 건넸다. 두 사람 모두 목현수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주위에 있던 학생들도 목현수를 보고 왈가왈부하기 시작했다.“와, 저 남자 멋있다! 우리 학교에 언제 저런 멋진 남자가 있었지?”“맞아, 맞아, 빨리 찍어야 돼. 너무 멋있어.”“저 사람 연예인이죠? 근데 왜 이 때 나오는 거죠?”여자애들은 모두 넋이 나간 모습.그 와중에 누군가의 입에서 핵심을 짚은 말이 나왔다.목현수가 아무 일 없이 여기 올리는 없다. 그것도 이런 상황에.“저 남자를 대하는 경찰관들의 태도를 보면 신분이나 직책이 높을 게 분명해.”“어디 그 뿐이겠어? 큰손일 게 분명해.”“권력도 있고 돈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잘 생겼다는 거야. 너무 좋아.”사람들이 목현수의 신분과 이 일과의 연관성을 추측하고 있었다.블레이크 교수 때문에 왔거나 아니면 성연 때문에 왔을 터.사람들은 목현수가 아마도 블레이크 교수 때문에 왔을 것이라 추측했다.‘아무리 그래도 블레이크 교수는 명색이 교수이지 않은가? 옷차림이 평범한 걸 보면 저 여자애는 평범한 여학생에 불과할 거야. 저런 인물과 관계 있을 리가 없어.’그러나 목현수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목현수가 입을 열었다.“여기 송성연 학생은 내 후배입니다. 그러니 당신들이 함부로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목현수의 입에서 말이 나오자마자 주위가 떠들썩해졌다.“저렇게 멋진 남자가 송성연의
이렇게 풀려나니 성연은 속으로 엄청 놀랐다.경찰관들의 말에서 목현수에 대한 그들의 경의를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목현수의 말 몇 마디에 경찰관들이 자신을 풀어주다니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목현수는 성연을 반대편으로 끌어당겼다.목현수의 명령이 떨어지지 않자 두 경찰관은 구급차를 몰고 가기는커녕 꼼짝 못한 채 제자리에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사형...” 자신의 사형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그러나 유럽에서 지낸 지는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정도의 위치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목현수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의 지위에까지 이르렀는지 정말 궁금했다.코끝을 문지르던 목현수는 성연의 마음속에 깃든 의혹을 알아챘다.결국 별 수 없이 성연에게 해명하는 목현수.“후배님, 이 사형을 너무 얕보지 마세요. 이쪽에서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내 인맥도 믿을 만해.”목현수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성연도 애써 묻지 않았다.목현수가 절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란 걸 항상 알고 있기 때문.성연은 목현수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사형, 감사합니다.”목현수가 웃으며 말했다.“사형에게 뭘 그리 예의를 차리는 거야?”이번에 목현수가 오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았을 터.성연 자신은 그래도 괜찮았을 테지만해결 과정이 좀 복잡하고 느렸을 터.성연이 조금 전 혼자 저기에서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목현수가 얼굴을 보기 싫을 정도로 찡그렸다.그리고 딱딱한 음성으로 물었다.“비록 지금은 풀어주었지만, 너도 곧 증거를 제출해야 해. 성연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사형에게 말해 줄 수 있어?”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성연 역시 괜히 무고한 사람에게 손을 써서 다치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분명 보이지 않는 속사정이 있을 터.성연은 목현수에게 사건의 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이 교수는 진작부터
블레이크 교수가 멀쩡하다는 사실은 성연이 범죄를 짓지 않았다는 의미.여론의 향방이 변하더니 이제 블레이크 교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성연은 완전히 결백했다.모든 상황이 성연이 결백함을 증명하고 있었다.한바탕 시끄럽게 일었던 소란에 불과했다.결국 경찰관들도 자신들이 이용당했음을 깨닫고 표정이 굳었다.그러나 목현수 앞에서 화를 내기도 쉽지 않은 터라마지못해 웃으며 말했다.“미스터 목,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아무 일도 없으니 먼저 가겠습니다.”목현수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먼저 가세요.”기세 등등한 모습으로 왔던 경찰들은 또 다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떠났다.그러나 구석에 숨어서 자신이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이 이처럼 허무하게 끝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소지연.이를 악물고 목현수가 있는 방향을 뚫어쳐라 쳐다보았다.눈에 살기를 담은 채.도대체 몇 번인가? 목현수만 없었으면 송성연은 벌써 자신이 처리했을 것이다.‘송성연을 처리하고 나면 목현수라는 저 남자도 처리해야 해.’‘내 앞 길을 막은 사람은 하나도 그냥 두지 않을 거야!’오래 있다 들킬까 걱정이 된 소지연은 목현수의 모습을 머릿속에 저장한 후에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구경거리가 없어지자 사람들도 점차 흩어졌다.그러나 블레이크 교수가 앞으로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화제거리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정말이지 늙어서 추하다.’‘송성연을 협박하려 했는데 말을 안 들으니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 모양이지.’‘소위 갖지 못한 건 망가트린다는 거 아냐? 정말 너무 악랄해!’만약 성연이 저들의 생각을 알았다면, 드디어 진상을 알게 되었다고 했을 터.사건은 대략 그랬다.건물 앞 넓은 공간에 성연과 목현수 두 사람만 남았다.성연은 목현수를 벤치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목현수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사형, 고마워요.”어쨌든 이번에도 목현수가 먼 길을 달려와서 도와준 덕분이다.목현수의 성은 여기서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목현수는
목현수는 학교를 떠났고 성연도 곧 기숙사로 돌아갔다.이날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성연은 푹 쉬고 싶었다.앨리스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성연은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눈을 감은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성연이 눈을 뜨자 송아연의 다급한 모습이 보였다.잡아먹을 듯한 얼굴 표정이다.성연이 눈살을 찌푸리자 송아연은 아무 말도 없이 바로 달려들었다.자세가 성연을 때리려는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결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성연은 침착하게 피한 뒤에 담담하게 물었다.“송아연, 너 또 왜 미쳐서 이러는 거야?”송아연은 입을 다문 채 길다란 손톱으로 성연의 얼굴을 그었다.송아연의 동작은 마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거칠 게 없어 보였다.성연은 송아연이 정말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송아연에게 제압당한 채 손가락만 움직여 해 아무 내색 없이 은침을 이용했다.한순간에 송아연은 즉시 성연에게 눌려 땅바닥에 엎드렸다. 두발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송아연은 손을 놓았지만 힘을 써서 일어나려 해도 발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송아연의 입은 여전히 움직일 수 있었다.그녀는 성연을 매섭게 쳐다보며 지겨울 정도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송성연,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는지 몰라? 왜, 왜 내가 간신히 얻은 행복을 네가 다 망쳐 놓는 거야?” 짙은 원한이 가득 담긴 송아연의 눈은 마치 성연을 찢어발길 듯했다.“우리 집이 너 때문에 그렇게 되었어. 아버지 회사도 파산 직전에 이르렀어. 단란했던 우리 집도 너 때문에 그렇게 파괴되었어. 그런데 설마 네 마음속에는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단 말이야? 어쨌든 네 친아버지이기도 하잖아!”송아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맞은편의 성연에게 무슨 깊은 원한이 맺힌 것 같았다.성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눈에는 냉소를 띈 채로.‘이제 와서 친아버지라고 하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니야?’“나는 돈 때문에 날 팔아먹는 그
성연이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이건 네 자업자득이야.”송아연은 모든 원한을 성연에게 쏟아 놓을 줄만 알았다.그러나 송아연은 자신이 고의로 성연을 무시하고 괴롭히지 않았다면 서로 잘 지낼 수도 있었을 거라는 걸, 그랬다면 결코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은 몰랐다.아버지 송종철도 똑같았다.그러나 그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다른 입장에서 성연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성연의 반격은 합당했을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잘못한 것은 없었다.만약 그때 송종철을 위시해서 그들에게 당하기만 했다면 성연의 현재 생활은 얼마나 비참해졌을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송아연 같은 애들은 양심이 뭔지 절대 모르지.’‘더 말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이런 지경에 처해서 비참해졌어도 송씨 집안은 아무 잘못 없다고 생각해?’‘아니, 그건 절대 아니야!’저들이야말로 모든 사태의 장본인이 아닌가?하지만 성연은 송아연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말해도 송아연의 귀에 들어가지도 않을 테고.송아연은 계속 독기 오른 눈으로 성연을 노려보았다.“언젠가 반드시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널 죽이고 말 거야.”“지켜볼 게.”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송성연, 네가 뭔데 나한테 그래? 지금 네가 강씨 집안 사람들을 만나 운이 좀 트였다고 이렇게 배은망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송아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알 수 없는 죄명들을 성연에게 걸었다.침대에서 일어나 갑자기 쑥 다가온 성연의 눈이 매서웠다.송아연은 성연의 눈빛과 동작에 깜짝 놀라 더듬거리며 말했다.“송, 송성연, 너 어쩔 생각이야?”“너희 송씨네 집안이 나에게 무슨 은혜를 베풀었다는 거야? 무슨 의리를 지켰다고? 네 입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할 거야.”성연의 음성은 담담했지만 송아연은 자신을 조롱하는 것처럼 들렸다.어차피 지금 송성연의 손에 떨어졌으니 할 말이 없었다.성연은 송아연을 힐끗 보고 캐묻기 시작했다.“너 여기서 학교 다니는 거 누구 생각이었어?”송아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