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은 마음이 좀 조급해졌다.그 경호원들과 무진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인가?사실 이 기회를 빌려 무진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인데.그러나 이성은 그녀에게 경고했다. 이 말은 절대 입밖에 꺼내서는 안된다고.조수경이 뭔가 말을 하려다 멈추며 난처한 표정을 짓자 무진이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경호원들이 너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 내가 배치한 사람들 모두 특수 훈련을 거친 전문가들이야. 그리고 손민철 역시 강씨 집안의 체면을 고려해서 우리 쪽 사람들과 정면으로 붙지는 않을 거야. 네가 경호원의 시선 밖으로 벗어나지 않기만 하면 돼.”“알았어요. 무진 오빠 매일 바쁜 사람인데 제가 철없이 귀찮게 굴었어요.”조수경이 스스로 반성의 말을 쏟아냈다.“내 시간이 너와 맞지 않아 불편할 거야. 그리고 나는 대부분 회사에 있고. 너에게 경호원을 붙여줄 테니 외출하고 싶을 땐 언제든지 외출해. 걱정하지 말고.” 무진이 재차 안심시키듯이 말했다.“그래도 무진 오빠가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니 좋네요. 저는 이런 문제들은 생각지도 못했는데.”무진이 자신에게 너무 잘해준다는 생각에 조수경은 마음이 달콤한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해졌다. 이런 무진으로 인해 정말이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잘 생겼지, 사람 좋지,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사실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강무진의 모든 면에 푹 빠진 상태.‘하지만 아직은 아냐, 기회를 기다려야 해.’무진이 뭔가 말을 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스팸전화라고 생각한 무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보통 이 시간에 자신에게 사적으로 전화하는 사람은 없었기에.무진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진이 차를 마시는 동안 옆에서 차를 내리는 조수경. 그런 두 사람의 호흡이 무척 잘 맞는 듯하다.그녀는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바랬다.비록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무진이 자신에게 잘해 주었으면 하고 욕심을 내게 되었다.그런데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던
무진은 침실로 들어가 성연과의 영상통화를 연결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원망이 섞인 성연의 음성이 들려왔다.“무진 씨, 뭐하고 있었어요? 뭐 하느라 내 전화를 이제야 받아요?”“조금 전까지 일이 좀 있었어. 성연이 넌 요즘 유럽에서 어때?” 휴대폰 화면에 뜬 성연의 얼굴을 보던 무진은 누군가 자신에게 메일로 보낸 사진이 생각나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잘 지내고 있어요. 수업도 따라갈 만해요. 학우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요.” 성연은 있는 그대로의 학교 생활을 무진에게 알려주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강씨 집안에서 지내던 시간을 제외하면 성연은 대부분 혼자 지냈다.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것은 이미 습관이 된 터.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그녀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무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옆에 다른 사람 있어?”성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없어요.”“네 기숙사 방, 2인1실 아니야? 룸메이트하고는 지내기 괜찮아?” 성연은 가끔 좀 고집스러울 때가 있고 또 뱅뱅 돌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그렇지만 또 성연이 혼자 밖에서 지내다 곤란해질까 정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직 룸메이트 얼굴도 못 봤어요.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없어서 나 혼자 이 방에서 지내요. 너무 편한 거 있죠. 아, 맞다. 저녁에 사형이 스테이크를 사준다고 해서 나갔다 왔어요. 그 집 스테이크 맛이 완전 찐이에요. 무진 씨 오면 내가 데리고 갈 테니 같이 가서 먹어 봐요.” 성연은 지금 기숙사에 혼자 거주하게 되어서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너무 편했다.무진에게 그 곳의 스테이크를 맛 보여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성연이다.원래 무진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그런데 다행히도 이번 일에 대해 성연이 숨기지 않았다.성연을 믿고 있었지만 무진의 마음 한 곳에는 늘 풀리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게 있었다.하지만 성연이 이렇게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해 주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 맺혔던 응어리는 온데
얼굴의 열이 좀 식은 후에야 이불에서 나온 성연.무진은 그런 성연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성연이 일부러 사나운 기색으로 말했다.“나를 비웃는 거예요? 흥.”‘내가 누구 때문에 그런 건데.’사나운 척 어르렁거리는 모습이 사실은 조그만 발톱을 내민 새끼 고양이 같았다.그 귀여움에 넘어간 무진이 즉시 항복을 선언했다.“미안, 내가 잘못했어.”물론 이 말을 다음에 또 말하겠지만 말이다.그래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음, 뭐.” 성연이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차분해진 성연은 속으로 다른 일 하나를 떠올렸다.그러나 성연은 누군가 자신의 차를 들이받은 일에 대해 무진에게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다.무진이 걱정할까 봐.그리고 자신이 유럽에 온 이후로 모든 음모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이미 사람을 보내 조사하라고 했으니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계획을 세우자.’그리고 무진은 북성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내게 그런 위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진 씨 틀림없이 일할 생각을 안 할 거야.’성연은 무진이 그러는 게 싫었다.“요즘 집에서 뭐 해요?” 성연이 궁금해서 물었다.“일하는 것 빼면 네 생각이지.” 무진이 너무도 단도직입적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평소 감정을 쉽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닌 강무진이.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는 느끼하게 들리던 게 무진의 입에서 나오니 진심이 느껴진다.성연의 얼굴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또 붉게 물들었다.성연은 자신이 유혹에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가 어찌나 얇은지 무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성연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할머니는 건강이 어떠세요? 그리고 고모는요? 모두 잘 지내세요?”유럽에 온 후, 가끔씩 할머니 안금여와 통화를 하곤 했다.시차가 너무 크다 보니 뒤바뀐 밤낮이 안금여의 휴식에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된 나머지 매번 한두 마디 안부 인사한 뒤에 황급히 끊기가 일쑤.안금여의 건강에 대해 여전히 걱정하
성연은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닌지 고민했다.어쩌면 무진이 새로 산 것일 지도 모른다.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 싶어서.성연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켰다.사실 무진이 매고 있던 넥타이는 조수경이 산 것.무진에게 커피를 사는 걸로는 너무 빈약해 보인 조수경은백화점에서 무진의 넥타이를 하나 더 샀던 것.당시 조수경은 자신이 직접 무진에게 매주기까지 했다. 다만 일이 많아 정신이 없었던 터라 다시 푸는 걸 잊은 무진.성연과의 영상통화를 끝낸 무진이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조수경은 찻잎을 다시 꺼내 왔다. 조금 전 무진이 성연과 통화하는 사이에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찻잎이 투명한 주머니에 포장되어 있었다.제각각 다른 색의 티백으로 포장된 찻잎이 무척 보기 좋았다.조수경이 무진에게 찻잎을 담은 주머니를 건넸다.“무진 오빠, 이 찻잎들은 처음 작업부터 포장까지 모두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았어요.”무진이 칭찬했다. “정말 영리한 데다 손재주도 좋군.”무진은 조금 전 말한 대로 티백 차를 받았다.이건 어디까지나 조수경의 마음을 거절하기 어려워 받은 것이다.무엇보다 지금 조수경의 마음이 한창 예민하지 않겠는가?그녀의 감정을 충분히 배려해야 했다.“무진 오빠 마음에 들면 나중에 좀 더 만들어 줄게요.”조수경이 수줍은 듯이 말했다.그러나 무진이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평소 차를 잘 마시지 않아. 이 정도면 충분해.”조수경은 다소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어? 무진 오빠도 나처럼 다도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나는 가끔 차를 마실 뿐이야. 다도를 좋아한다 싫어한다 할 것도 없어. 네가 좋아하는 거지.”무진이 담담하게 말하면서 차를 한쪽에 두었다.“누군가 좋아해 준다면 만드는 데 좀 더 힘이 날 텐데.”조수경의 말에는 의미가 담겼지만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조수경은 강씨 집안 가족들에게 정말 좋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무진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
“얼마든지 편한 대로 고택을 구경해도 돼. 이쪽의 풍경이 그런대로 괜찮아. 나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먼저 갈게.” 말을 마치고 무진이 코트를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조수경이 얼른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무진 오빠, 저녁에 여기서 머물지 않아요?”“아니야. 난 다른 곳에서 따로 지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 조수경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무진.‘어차피 조수경은 고택에서 지낼 뿐인 걸.’“그렇구나...”조수경이 좀 서운해하는 듯이 보였다.“오빠도 여기서 지내면서 나랑 같이 얘기도 하고 그럴 줄 알았어요.”“할머니와 고모가 여기 계시잖아.”무진이 조수경에게 말했다.“무진 오빠, 그럼 어서 가 보세요. 좀 더 날이 어두워지면 운전하기 힘들어요.” 조수경이 걱정하며 말했다.오늘 무진이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주었으니 자신도 여기서 만족해야 한다.지금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경고했다.‘이런 일은 천천히 진행해야 해. 너무 많이 물어보면 무진 오빠의 반감을 살 수 있어.’“음.” 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고택을 나서는 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수경이 다시 불렀다.“무진 오빠.”“왜?” 무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무슨 말이길래 한 번에 다 하지 않는 거지?’“무진 오빠, 나한테 연락처 좀 줄 수 있어요? 아직 오빠 연락처도 없는데 손민철이 또 찾아와서 괴롭히면 오빠에게 전화해도 돼죠?” 무진이 거절할까 봐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조수경이 무진을 바라보았다.북성에 온 조수경은 의지할 데가 없으니 전화번호를 주는 것도 당연할 터.만일 어떤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도울 수 있도록.그래서 무진은 자신의 번호를 불러주었다.“내 개인 번호야.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전화해도 돼. 내가 최대한 빨리 달려올 테니.”“무진 오빠, 고마워요.” 조수경은 무진이 불러준 숫자들을 기억하려 애썼다.그저 구름 위를 걷는 듯 마음이 들떴다.생각지도 못했던 무진의 개인 번호
소지연은 계속 성연을 미행했다.성연의 모든 교내 활동을 촬영했다. 남학생과의 조그만 활동도 소지연은 놓치지 않았다.며칠 후에 성연의 룸메이트가 들어왔다.앨리스라는 이름의 아주 명랑 쾌활한 유럽 출신의 학생.성연은 룸메이트 앨리스와 아주 잘 지냈다.매일 함께 움직이다시피 했고, 무슨 활동이 있기라도 하면 엘리스는 성연을 불렀다.앨리스는 좋은 사람이었다. 성연을 자신의 패거리에 데려갔다.성연도 놀고 싶을 때 놀면서 그들 사이에 스며들었다.그리고 그들도 모두 성연을 아주 좋아했다.이날 기숙사를 나서던 성연은 뭔가 이상함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다.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그러나 성연의 육감은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자신의 수준으로 발견하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 자신이 너무 많이 생각했을 것이고.성연의 동작을 보던 앨리스가 물었다.“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거야?”성연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앨리스, 누가 우리 따라오는 것 못 느꼈어?”“어? 설마? 나 놀라게 하지 마.” 앨리스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괜찮아, 요즘 과제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을 뿐이야.”사실 오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평소 성연은 늘 누군가 어두운 곳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느꼈다.그러나 돌아볼 때마다 사람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심지어 상대방을 끌어내려고도 했지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그래서 성연은 자신의 신경이 너무 예민한가 보다 추측했다.차량 충돌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성연은 매사에 경계심을 가졌다.앨리스가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아이고, 우리 성연이가 너무 예뻐서 쫓아다니는 사람이 미행했겠지, 아마?”성연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너 나 놀리지 마라.”“누가 널 놀린다는 거야? 너 모르지? 우리 과에 몇 명이나 네 연락처 달라고 했는지 몰라.” 앨리슨이 보기에도 성연은 정말 예쁘게 생겼다.국경을 가리지 않는 미모는 누가 봐도 놀라울 정도다.“주지 마,
학교 밖 카페에서 송아연을 만나기로 약속한 소지연.송아연에게 단단히 포장된 상자를 건네며 소지연은 낮은 음성으로 송아연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말을 끝낸 소지연이 송아연에게 경고했다.“기억했어? 착오 일으키지 말고 자신까지 망치지 말고.”송아연은 소지연이 정말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수를 생각해 낼 정도라니.그러나 송성연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소지연과 자신이 함께 원하는 바가 아니던가?송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지연 씨, 기억했어요.”“기억했으면 됐어. 나 먼저 갈게. 넌 여기 좀 더 있다가 나가.” 소지연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몸을 꽁꽁 싸맨 채 자리를 떴다.송아연의 배후에 자신이 있음을 송성연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냥 맞춰보라고 하지 뭐.’‘송성연을 희롱하는 게 정말 재미있군.’이 모든 것을 계획하면서 많은 함정들을 설계했다.‘언젠가는 송성연이 함정에 걸릴 때가 있을 테지.’송아연은 소지연의 말 대로 카페에 남아 좀 더 앉아있다가 떠났다.학교로 돌아온 송아연은 즉시 소지연의 지시에 따라 성연의 방으로 몰래 들어갔다.그리고 성연의 컵에 약가루를 발랐다.소지연 말로는 이 약은 무색무취라서 송성연이 아무리 대단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 했다.그리고 약효가 무척 강해서 송성연이 조금만 닿아도 반드시 발작을 일으킬 거라고.컵을 보던 송아연은 성연이 약효에 발작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그때 가서도 강무진이 송성연이라는 헌 약혼녀를 원하는지 두고 보자!’소지연이 지시한 대로 모든 것을 처리한 송아연이 막 약가방을 챙겨 나가려던 순간 누가 밖에서 문을 열었다.바로 성연의 룸메이트 앨리스였다.낯선 사람이 기숙사 방에 있는 것을 본 앨리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누구예요? 어떻게 내 방에 있는 거죠?”이 시간대에 누가 올 줄은 몰랐던 송아연.속으로는 한동안 당황했지만, 얼굴은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송아연이 반가운 척하며 말했다. “당신이 우리 언니의 룸메이트?
성연이 기숙사에 돌아온 후에도 엘리스는 송아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송아연이 이처럼 대놓고 일을 벌일 줄 몰랐던 성연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물을 마셨다.입술이 컵에 닿고 목구멍으로 물이 넘어가는 순간, 성연은 뭔가 이상함을 예민하게 알아차렸다.컵에 약물이 남아 있었다.그리고 곧바로 약의 성분을 분석해냈다.사람에게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강한 약효의 최음제.일단 닿기만 해도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터.성연은 아무런 내색 없이 지니고 있던 해독환을 꺼내 삼켰다.컵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거기에 두었다. 증거로 남기거나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식도를 타고 내려간 해독환의 성분이 순식간에 체내의 최음 성분을 소리 없이 중화시켰다.그래서 성연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나라서 다행이야, 다른 사람이었다면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을 거야.’성연은 엘리스를 슬쩍 쳐다보았다.기숙사 방에 두 사람이 사는데 자신을 제외하면 바로 엘리스다.‘설마 앨리스가 내 컵에 손을 댔을까?’물론 앨리스는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매수되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만약 진짜 엘리스라면 당장 기숙사 방을 옮길 것이다.“앨리스, 오늘 우리 방에 들어온 사람 없어?” 성연이 떠보며 물었다.고개를 돌린 앨리스가 놀란 듯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아, 말도 안 했는데 오늘 우리 방에 온 사람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과연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엘리스가 아니라 누군가 우리 방에 들어온 거야.’“누가 내 책상에 손을 댄 것 같아서 물어봤어.” 성연은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마치 그냥 물어보는 듯이.앨리스가 감탄했다.“성연아, 네 기억력 어떻게 그렇게 좋아?”성연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만약 자신이 조금도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죽었을 지.성연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엘리스가 계속 말했다.“조금 전에 어떤 여자애가 방에 와서 네 여동생이라고 했어. 너와 마찬가지로 A국 출신이고. 물건을 찾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