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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아주 좋은데?

“그래.”

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조수경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그래서 자리에 일어나 같이 거실로 나왔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고급 다기 세트가 올려져 있었다.

무진의 시선이 다기를 향하자 조수경이 설명했다.

“조금 전에 집사님에게 대신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여기 다기가 우리 집 것보다 훨씬 좋네요.”

“평소 할머니도 좋아하시니 고택에서 지내는 동안 함께 즐기면 되겠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히 제가 바라던 바예요.”

조수경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나 인자하신 안금여 할머니를 생각하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 즐거울 것 같았다.

“네가 다도를 알 줄은 몰랐는 걸.”

무진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보통 여자 아이들은 다도가 재미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다도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조수경이 입술을 늘인 채 웃으며 말했다.

“나도 예전엔 몰랐는데 이렇게 좋아하게 됐어요. 대학 졸업 후로 다도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직접 차 밭도 가꾸었어요. 무진 오빠, 내가 직접 재배한 찻잎을 맛 보여 줄게요.”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기 옆에 놓인 샴페인 골드 색의 차 주머니를 보았다. 파란색 리본으로 매듭지은 모습이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조수경은 삶 속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것 같았다.

조수경은 다도에 대한 거창한 말 같은 건 하지 않은 채

익숙한 듯이 주머니 안의 찻잎을 꺼내 다기 안에 넣고 우리기 시작했다.

차를 우리는 내내 마치 구름과 물이 흘러 가는 듯 매끄러운 동작이 아주 보기 좋았다.

보는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조수경이 동작을 멈추자 향긋한 차 향이 거실을 가득 채우며 마음까지 촉촉히 적시는 듯했다.

‘만약 손민철만 아니었다면 이 여자 아이는 아무런 근심 염려도 없이 지냈을 테지.’

‘안됐군.’

무진은 불현듯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나 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조수경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뿐.

조수경 같이 착한 아이가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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