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1251 - 챕터 1260

1350 챕터

제1251화 기억이 없군

식사를 마친 후, 하인이 조수경을 데리고 방으로 안내했다.목욕을 하고 나온 후에 옷까지 갈아입고 나니 마치 새 사람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조수경은 기분이 좋아졌다.그저 방 안에서 쉬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거실로 나가 안금여, 강운경과 함께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그때, 거실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하던 안금여는 마침 무진이 유럽에서 북성으로 막 돌아온 게 생각났다.무진을 불러 서로 인사도 시키고 또 앞으로 조수경이 북성에서 지내는 동안 보살피게 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어쨌든 지금 강씨 집안을 안팎으로 관리하는 이는 자신이 아니라 무진이니까.무진이 하는 말이 좀더 설득력이 있을 터.안금여가 직접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할 일이 있다고 말하자 무진이 바로 고택으로 건너왔다.무진이 거실로 들어서자 안금여는 조수경을 가리키며 무진에게 소개했다.“무진아, 여긴 수경이야, 조수경, 할머니 친구 손녀.”안금여의 소개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결같이 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안녕, 난 강무진이다.”조수경은 무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저 멍한 기분이었다.뚜렷한 이목구비에 맞춤 정장 차림의 무진은 목 끝까지 셔츠 단추를 채고 있어 금욕적이면서 시크한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조수경이 순간 얼굴을 붉히며 더듬더듬 인사했다. “안, 안녕하세요.”무진은 맞은편에 앉은 할머니 안금여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그저 한 사람 소개하기 위해 자신을 부르지는 않았을 테니까.그러나 무진은 생각지 못했다. 바로 그 때문에 안금여가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그저 무진과 조수경을 서로 소개시켜 줄 생각뿐이었음을.안금여는 두 사람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무진아, 수경이는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거야. 나는 이제 늙어서 기력이 딸리니까 앞으로 수경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좀 도와주도록 해.”안금여의 말을 듣는 순간 그제서야 무진은 할머니가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까닭을 알아차렸다.그러나 할머니의 절친한 친구 손녀라는 생각에 무진은 흔쾌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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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쇼핑도 하면서 말이야

두 사람이 서로 인사를 다 나누었다 싶은 안금여는 무진에게 조씨 집안에 일어난 변고를 전해주었다.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는 조수경의 마음을 생각해서 다소 완곡한 표현으로 무진이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무진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며 두 눈에 동정의 빛을 띄었다. 그저 북성에 놀러 온 조수경이 며칠 고택에 머무는 거라고만 생각했다.그런 힘든 일을 당하고 왔을 줄이야.그제야 조수경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다소 부드러워졌다.조수경의 눈자위가 다시 붉어지기 시작하며 음성에도 울먹임이 더해졌다.“무진 오빠, 정말 어쩔 수 없이 여기 고택에 와서 폐를 끼치게 됐어요. 진짜 너무 많은 폐를 끼치는 것 같아요.”그 말에 무진이 안심시키듯이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 안심하고 여기에서 지내.”할머니의 목적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무진.자신에게 조수경을 비호하라는 뜻.같은 남자로서 무진 역시 손민철이 한 짓은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다.또한 할머니가 직접 말씀하셨는데 자신이 안 도울 수가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무진 오빠, 정말 고마워요. 여기가 아니면 전 정말 갈 데가 없어요.” ‘강씨 집안 사람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야.’강무진은 언뜻 냉정해 보였지만 사실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안금여가 조수경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북성에 왔으니 여기서 마음 놓고 지내.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말고. 휴가 온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야. 모든 건 금세 지나갈 거야.”“네.” 조수경이 코를 훌쩍이며 감동된 음성으로 말했다.“항상 너희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 손씨 집안 같은 사람들을 그냥 둬서는 안돼. 저들의 기를 살려주면 더 미쳐 날뛰게 될 거야.”조수경이 가족들 생각에 지금까지 끌어왔으리라 생각하며 한 말이다.“할머니, 저희 할머니도 똑같이 말씀하셨어요.”안금여의 말을 듣고 할머니를 떠올린 조수경은 안금여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자신의 할머니를 경성에 홀로 두는 게 마음에 걸린 조수경은 자신도 경성에 남아 할머니를 돌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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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익명의 메일을 받다

안금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되긴 뭐가 돼? 네가 이제 막 왔으니 우리도 제대로 대접을 해야지. 무진이가 아무리 바쁘다 해도 그 정도 시간은 뺄 수 있다.”일단 조수경의 정서가 걱정되는 데다 손민철 쪽의 사람들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이럴 때는 누군가 함께 있어 주는 게 좋을 테지.’조수경은 망설이며 무진을 한 차례 슬쩍 쳐다보았다.무진에게 호감을 느낀 자신은 무진과 같이 나간다니 당연히 좋았다.하지만 자신에 대한 동정심을 이용해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무진은 속으로 어쩔 도리가 없다 생각하며 대답했다.“뭐 쇼핑 정도는 시간을 내 볼 수 있겠네요.”조수경의 두 눈이 반짝였지만, 이내 자신의 마음을 감추었다.“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무진이 조수경에게 물었다.조수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무진 오빠, 옷을 좀 사고 싶어요. 여기 올 때,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제대로 챙겨 오질 못했어요.”손민철이 눈치챌까 봐 거의 야밤도주 하다시피 해서 온 참이었다.무진 역시 수긍하며 말했다. “그래, 데리고 백화점으로 가도록 하지.”고택에는 상시 대기 중인 운전기사가 있어서 언제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안금여는 무진이 좀 냉담한 성정이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람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마음은 더더욱 없다는 것도.그래서 믿고 조수경을 맡긴 것이다.안금여가 입술을 옆으로 늘이며 살며시 웃었다.“그럼 두 사람 외출해서 쇼핑을 하도록 해. 할머니는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여 너희들을 기다리마. 쇼핑한 김에 겸사겸사 근처에서 좀 놀다 와도 돼. 북성엔 경치 아름다운 곳이 많단다.”“가지.” 무진이 조수경에게 말했다.조수경은 안금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할머니, 나갔다 올게요. 늦지 않게 돌아올게요.”“어여 가거라.”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안금여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나이가 드니 젊은 아이들이 자신의 곁에서 북적대는 것이 좋았다.차 안.무진이 오른쪽에 앉고 조수경이 왼쪽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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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오빠 보기에 이 옷 어때요?

조수경과 무진은 금세 백화점에 도착했다.WS 그룹 계열의 백화점이다. 움직이기 전에 백화점을 비우라고 무진이 미리 지시한 상태. 조수경이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물론 무진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몰려서 귀찮아지는 일을 피하기 위한 까닭이기도 하고.무진과 조수경이 등장하자 백화점 대표가 직접 나와서 안내했다.“강 대표님, 오셨습니까?”대표의 태도가 유난히 공손하다.무진이 시선을 명품 숍으로 향했다.“원하는 대로 골라 봐.”“무진 오빠, 고마워요.” 조수경은 기쁜 마음으로 감사인사를 했다.백화점 대표는 과거 무진의 약혼녀에 대한 일은 북성 전체가 다 알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슬쩍 조수경의 얼굴을 보니 예전 기사에 났던 약혼녀 사진과 다른 듯했다.비록 사진은 금세 삭제되었지만, 조수경은 절대 약혼녀가 아니라고 확신했다.그래서 강무진 대표의 애정이 옮겨갔다고 생각했다.그러다 조수경이 무진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서야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았다.‘원래 강 대표의 여동생인가 보다. 어쩐지 강 대표가 다정한 모습으로 대한다 했더니, 직접 데려와 옷도 사주고 말이지.’조수경이 가게로 들어서자 즉시 숍 매니저가 다가오며 친절하게 제품들을 소개했다.“고객님, 이것이 최신상입니다. 피부가 이처럼 좋으시니 분명 잘 맞을 겁니다.”조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한번 입어볼 게요.”곧바로 의상을 옷걸이에서 벗긴 후에 조수경을 데리고 피팅 룸으로 들어갔다.‘강무진 대표와 함께 온 여성이니만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그리고 분명 씀씀이도 크겠지?’‘몇 벌만 팔아도 몇 개월치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조수경은 피팅 룸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가슴선이 좀 내려온 의상을 입은 채 조수경은 부끄러운 듯이 가슴 부분을 손으로 가렸다.숍 매니저는 피팅룸에서 나오는 조수경을 보며 곧바로 칭찬세례를 퍼부었다.“어머, 고객님, 정말 너무 잘 어울려요. 이 의상을 입어서 이렇게 잘 어울리는 분도 드물어요. 고객님 같은 몸매라야 소화 가능해요.”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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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강 대표님이 정말 잘해 주시네요

마침 일을 처리하고 있던 무진은 매번 달려와 묻는 바람에 피곤해 이마를 찌푸렸다.“네가 알아서 골라.”자기가 좋아하면 그냥 사면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매번 물어봐도 자신은 조수경의 취향을 잘 모르지 않나?그런데 무진의 말에 조수경이 애교스럽게 혀끝을 내밀었다.“내 안목을 믿을 수가 없어서요. 난 무진 오빠의 안목을 믿어요.”어차피 사람을 데리고 쇼핑하러 온 이상, 할머니에게 잘 돌봐 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업무만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건 너무 예의가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무진은 휴대폰을 가슴 안으로 집어넣고 소파에서 일어섰다.“가자, 봐줄 테니.”“네.” 무진의 뒤를 따라가는 조수경의 입꼬리가 멈출 생각 없이 올라갔다.조수경은 비교적 얌전하게 생긴 유형이어서 무진은 부드러운 스타일의 옷 몇 벌을 되는 대로 골라주었다.조수경은 무진이 고른 옷들을 끌어안고 피팅 룸 안에 가서 한 벌 한 벌 차례대로 갈아입었다.무진의 눈은 정말 예리하고 할 수밖에 없었다.별 생각 없는 듯이 내키는 대로 골랐음에도 모두 조수경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옆에 있던 숍 매니저가 즉시 칭찬했다.“강 대표님의 안목이 정말 뛰어나시네요. 모두 고객님을 위해 맞춤 제작한 것 같아요.”조수경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무진 오빠, 오빠의 안목이 훌륭하다는 걸 난 진작 알았어.”무진은 조수경에게 어떤 옷들을 골라주었는지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마음에 들면 됐어.”“무진 오빠, 하나 더 골라 주세요.” 조수경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무진이 흘깃 돌아보니, 조수경의 손에 들린 옷은 겨우 두세 벌. 확실히 충분하지 않았다.그래서 손이 가는 대로 정장 한 벌을 집어 건네주었다.조수경은 시종 무진만 바라보았다.무진이 고른 옷들은 모두 조수경이 손에 받아들었다.무진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너 안 입어 봐?”조수경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난 무진 오빠를 믿어요.”무진이 보기에 이제 거진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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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6화 제 행운이에요

조수경의 말에 잠시 멈칫한 무진. 손민철이 조수경에게 얼마나 악랄하게 하는 지 그야말로 일말의 퇴로마저 막아버렸다.여자를 얻기 위해 이렇게 극단적인 수단까지 쓰는 걸 보니 도대체 진짜 좋아하기나 하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그러나 이것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자신은 그저 할머니의 요구에 따라 예를 다하기 위해 데리고 쇼핑을 나왔을 뿐.“가자.” 무진이 앞으로 나와 조수경의 옷값을 지불했다.원래라면 무진 자신이 지불해야 했는데 자존심 강한 조수경이 자신의 카드로 결제하려 한 것.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크고 작은 쇼핑 백들을 들었다. 숍 매니저가 깊숙이 허리를 숙이고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인사했다.“언제든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밖으로 나온 후, 조수경은 매우 부끄러웠다.강씨 집안에 머무는 것만 해도 다행인데 옷값까지 지불하게 하다니.어쩌다 자신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괜찮아.”무진은 간단히 대답했다.조수경은 거대한 강씨 집안은 하는 사업 규모도 커서 이런 푼 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자신에게도 자존심이 있었다.더군다나 강무진 앞에서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무진 오빠, 걱정 마요. 돌아가면 바로 돌려드릴 게요.”강무진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돈 때문에 찾아왔다고 생각할까 봐. 사실 조수경은 마음 깊숙이 자신에 대한 무진의 생각에 더 신경이 쓰였다.하지만 그런 마음을 깊이 숨긴 채 드러낼 수 없었다.대등해진다면, 어쩌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됐어. 옷값, 얼마되지도 않아. WS그룹 계열의 백화점이야.” 그러니 무진이 쓴 돈은 결국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자신의 카드로 계산하려던 것을 보면, 조수경이 무척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만약 몇 마디 보충해 주지 않으면 더 마음에 걸려 할 터.“그래도 안 돼요. 할머니와 강씨 집안에서 절 호의로 받아주셨는데 제가 그걸 이렇게 이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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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7화 공포심과 혐오감

“회장님, 밖에서 누가 찾아왔습니다. 손민철이라고 하는군요.” 집사가 급히 와서 보고했다.안금여가 눈살을 찌푸렸다. 손민철이 찾아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자신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됐어, 그냥 들어오라고 해.” 손씨 집안이 경성 지방의 명문대가이지만 회사 내에 손씨 집안과 얽힌 사업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찾아온 사람을 문전박대 하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다.제일 중요한 것은 안금여의 확신처럼 일단 강씨 집안 문턱을 넘어온 이상 손민철이 아무리 간이 크다 해도 함부로 할 수는 없으리라 것.“예.” 집사는 즉시 사람을 집안으로 들였다.조수경의 일은 조금 전 옆에 서서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는 집사.손민철이 이곳에 온 것은 십중팔구 조수경의 일 때문일 터.거실에 들어오는 손민철을 안금여가 유심히 살펴보았다.생김새는 나름 잘 생겼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그 음흉함이 숨겨지지 않은 채 미간에 드러나 있었다. 아마 횡포를 부리는 것도 바로 저 비열하고 음흉함 때문일 터.“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손씨 집안 큰 자제께서 방문을 다 하셨는가? 우리 북성과 경성은 수 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을 테네?”안금여의 말에는 은근히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그러나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손민철은 화도 내지 않은 채 히죽히죽 웃으며 안금여에게 말했다.“북성에 오면 당연히 강씨 집안 최고 어르신을 찾아 뵈어야죠. 연배가 낮은 아래 사람이 윗 연배의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예를 다하는 게 도리죠.”“손씨 집안 장남이 생각이 깊구만.” 안금여가 냉소하며 말했다.안금여 역시 충분히 예를 갖추어 손님을 맞았다.손민철에 차와 디저트를 갖다 주게 집사에게 지시했다.손민철은 능청스럽게 앉아서 차를 몇 모금 마셨다.앉은 지 몇 분 되지 않았을 때, 손민철도 더 이상 가장하지 않고 물었다. “어르신, 조수경이 북성에 와서 강씨 집안을 찾았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이질 않네요. 여기에 있는지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척 걱정이 됩니다. 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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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축객령

손민철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조수경이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두 사람 사이는 어르신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릅니다.”“조씨 집안은 비록 손씨 집안만큼은 못돼도 자네의 사리사욕을 위해 한 여자를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넣은 게 잘한 짓인가? 좋아한다면 두 사람의 감정이 서로 같아지도록 애를 써야지, 이런 방법은 아니지 않나?”안금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르신. 평소 수경이에게 잘해 주었습니다. 겨우 이번에 한 일 때문에 화가 난 수경이가 성질을 피우는 것에 불과합니다.”손민철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말했다.그는 줄곧 모든 게 오해이고, 조수경이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런 무뢰한 행동에는 안금여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어느 집안 연인들이 이런다는 말인가?손민철이 하는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할 수 없이 안금여는 이렇게 말했다.“자네의 마음은 알겠네. 우선 돌아가 있으시게. 수경이는 잠시 여기에 머물 테니까. 자네 말은 내가 수경이에게 전해주지.”이 말을 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자신이 조수경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손민철의 안색이 흐려졌다.지금 조수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확신했다.외출을 한 건지 안금여가 어디로 숨겼는지는 모르겠지만.그러나 이제 조수경에게 좋은 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평생 자신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손민철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이고, 어르신, 강씨 집안의 정원이 정말 크기도 합니다. 한 번 구경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괜히 헛걸음만 한 게 될 테니까요.”말이 끝나자 손민철도 예의도 없이 바로 강씨 집안을 돌아다녔다.집사가 안금여의 귓가에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회장님, 사람을 보내 막을까요?”손민철은 정말 조금도 예를 차리지 않았다. 시골 아낙이 도시에 구경 온 듯이 자기집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정말이지 강씨 집안을 무엇으로 생각하는 건지, 강씨 집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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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9화 당신 지금 그렇게 뻔뻔하게 굴지 말아요?

실이 팽팽히 당겨진 듯 긴장된 분위기가 거실에 내려앉았다.그때 무진이 조수경을 데리고 고택으로 돌아왔다.조수경은 지금까지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무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커다란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무진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원래는 쇼핑을 하고 근처를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무진이 회사에 일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빨리 돌아왔다.그러나 웃으며 무진에게 말을 건네려던 순간, 고택의 거실에 앉아 있는 손민철이 눈에 들어왔다.조수경의 얼굴이 한순간에 확 변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손발마저 싸늘하게 굳었다.조수경이 걸음을 멈추자 무진이 그 시선을 따라 가니 손민철이 보였다.조수경의 반응을 보며 무진은 단번에 알았다. 저 사람이 아마 조수경을 괴롭히는 사람일 터.조수경과 무진을 눈으로 훑는 손민철이 눈동자가 탁해졌다. 그리고 일어서서 무진에게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명성은 오래 전부터 들었습니다. 오늘 보니 확실히 강 대표님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겠습니다.”조수경과 관련한 일로 손민철에 대한 무진의 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무진이 불쾌한 빛을 띄며 말했다.“손씨 집안 자제께서 이 집안엔 어찌 왔는지요?”무진의 차가운 음성이 손민철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조수경을 쳐다보며 손민철이 대답했다.“강 대표님, 당연히 약혼녀를 데리고 돌아가려고 온 거지요.”손민철이 입을 열자마자 조수경이 즉시 그와의 관계를 완강히 부인했다.“나는 당신과 약혼한 적이 없어요. 여기서 허튼소리 지껄이지 말아요!”말이 끝낸 뒤에 손민철이 무서워진 조수경은 무진의 뒤로 가 숨었다.조수경의 행동을 보던 손민철은 또 다시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조수경과 강무진은 이제 막 만난 거잖아? 그런데 저렇게 강무진을 의지해?’ 무진도 조수경을 뒤에 숨긴 채 말했다.“조수경 씨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군요. 손민철 씨, 강요는 좀 그렇지 않나요?”한참을 이를 악물고 있던 손민철은 간신히 온화한 태도를 유지한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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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강무진과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무진의 동공이 차갑게 수축했다. 손민철을 향해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며 바로 축객령을 내렸다.“손민철 씨, 여기를 나가 주시죠. 우리 강씨 집안에서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는 오지 말기를 바랍니다.”앞으로 손민철이 오면 집사에게 시켜서 못 들어오게 할 것이다.집안에 저 놈을 들인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자신의 기분만 나빠질 뿐.그리고 조수경을 그와 함께 가도록 보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손민철은 원래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사람이다.강무진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냉랭한 시선으로 무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조수경을 데려가지 못한다면 절대 여기를 나가지 않을 겁니다.”무진이 건조하게 말했다.“그럼 마음대로 하든지. 내가 당신 잠자리라도 잡아 줄까요?”무진은 손민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손민철이 있든 없든 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까.조수경이 고택에 머무는 이상 조수경을 제대로 보호할 책임이 있었다.이것은 남자라면 가져야 할 몸가짐이다.손민철도 무진을 향해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되받아 쳤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5성급 호텔에 묵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손씨 집안은 경성 지역에서는 큰 가문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강씨 집안 앞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셈.5성급 호텔이라 해도 강무진 앞에서 내세울만 만한 게 못된다.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이왕 이렇게 된 이상 손민철 씨는 속히 떠나 주십시오. 우리 강씨 집안은 너무 작아서 손민철 씨 같은 대인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군요.” 무진의 음성은 담담한 듯하나 그 의미는 온통 비아냥이다.손민철은 무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수경아, 내가 다시 한번 물을게. 너 나와 같이 떠날 거야? 말 거야?”그리고 자신의 말에 위력이 없다고 느꼈는지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너희 부모님의 일은 나와 상관없어. 그리고 진짜 방법을 찾았어. 설마 너는 네 부모님을 구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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