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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기억이 없군

식사를 마친 후, 하인이 조수경을 데리고 방으로 안내했다.

목욕을 하고 나온 후에 옷까지 갈아입고 나니 마치 새 사람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조수경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저 방 안에서 쉬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거실로 나가 안금여, 강운경과 함께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때, 거실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하던 안금여는 마침 무진이 유럽에서 북성으로 막 돌아온 게 생각났다.

무진을 불러 서로 인사도 시키고 또 앞으로 조수경이 북성에서 지내는 동안 보살피게 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어쨌든 지금 강씨 집안을 안팎으로 관리하는 이는 자신이 아니라 무진이니까.

무진이 하는 말이 좀더 설득력이 있을 터.

안금여가 직접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할 일이 있다고 말하자 무진이 바로 고택으로 건너왔다.

무진이 거실로 들어서자 안금여는 조수경을 가리키며 무진에게 소개했다.

“무진아, 여긴 수경이야, 조수경, 할머니 친구 손녀.”

안금여의 소개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결같이 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안녕, 난 강무진이다.”

조수경은 무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저 멍한 기분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맞춤 정장 차림의 무진은 목 끝까지 셔츠 단추를 채고 있어 금욕적이면서 시크한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조수경이 순간 얼굴을 붉히며 더듬더듬 인사했다.

“안, 안녕하세요.”

무진은 맞은편에 앉은 할머니 안금여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저 한 사람 소개하기 위해 자신을 부르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무진은 생각지 못했다.

바로 그 때문에 안금여가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그저 무진과 조수경을 서로 소개시켜 줄 생각뿐이었음을.

안금여는 두 사람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무진아, 수경이는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거야. 나는 이제 늙어서 기력이 딸리니까 앞으로 수경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좀 도와주도록 해.”

안금여의 말을 듣는 순간 그제서야 무진은 할머니가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까닭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할머니의 절친한 친구 손녀라는 생각에 무진은 흔쾌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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