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Chapter 871 - Chapter 880

1132 Chapters

제871화 사랑을 위해 죽으려는 심지안

고청민은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는데 아마도 떠난다는 세 글자가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병적인 흐릿한 눈빛에 약간의 깨끗한 기운이 서서히 돌아왔다. 그는 빨갛게 물든 심지안의 눈을 바라보며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사과했다. “지안 씨, 미안해요... 방금 내가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어요.”“우리는 곧 부부가 될 거잖아요. 청민 씨에게 날 끔찍하게 사랑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신뢰 하나만은 꼭 바랄게요.”심지안은 다른 사람에게 신뢰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고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심지안은 고청민의 평소와 사뭇 다른 비일상적인 행동은 용서할 수 있었다. 사람은 성자가 아닌 이상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청민이 요새 회사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지도 모른다.고청민의 매몰찬 말들이 심지안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그녀는 그 말들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고청민은 머리를 푹 숙였고 후회의 빛이 눈에 반짝였다. “다 내 잘못이에요. 맹세컨대 앞으로 꼭 고칠게요.”“옆방에 옷을 갈아입으러 가세요. 패션 디자이너가 청민 씨를 쭉 기다리고 있어요.”심지안은 자발적으로 고청민에게 자리를 떠날 핑계를 줬고 거울을 향해 몸을 돌려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고청민은 심지안의 예쁜 옆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며 오늘은 자신이 극도의 분노로 충동을 참지 못해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연연하는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하지만 그가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마도 고청민은 여전히 그의 존재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고청민은 심지안의 기억을 5년 전으로 멈추게 하는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고 심지어는 비밀 조직과 연합하여 성연신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설계까지 짰다.하지만 과연 이 정도의 잔머리로 심지안의 마음을 진심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고청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날카로운 턱선이 굳은 선으로 뭉쳐졌다.지금 상황에서 성연신은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소였
Read more

제872화 돌아온 성연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진유진은 적당히 얼버무려 넘겼지만 사실 그녀는 절친을 도와보려고 고청민을 떠본 것이었다.만약 고청민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집불통인 심지안이 결혼하자마자 이혼하겠다고 난리를 피우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서로 마음이 통하는 단짝으로서 심지안이 어렵게 찾은 행복이니까 이 일을 안 이상 그냥 방치할 수 없었다. 고청민은 손가락을 비틀며 몸에 자연스럽게 늘어진 손을 꽉 쥐고 이내 놓았다. 손등의 푸른 핏줄은 뭔가를 억제하고 있는 듯 부풀어 올랐지만 말투는 더욱 부드럽고 차분해졌다. 고청민은 자연스럽게 대답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말했는데 말투에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든 제가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아직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잖아요. 성연신과 지안이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물론 받아들이죠.” 고청민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지안 씨의 아이는 내 아이이니까, 내 자식처럼 대해줄 거예요.”진유진은 예상외의 대답에 꽤 놀랐지만 가슴을 도닥이며 안심하는 미소를 지었다. “청민 씨 이 대답만 있으면 충분해요.”“성연신이 유진 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했어요?”“아니요.”“그럼 정욱 씨가 유진 씨에게 연락했겠네요.”이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신의 어조였다.그는 진유진과 정욱의 관계가 꽤 괜찮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시체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진 성연신이 심지안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하지만 정욱은 뭔가를 알아챘을 것이 분명해 보였고 그 시점은 아마도 제원 파크에 가기 직전이었을 것이다.진유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의혹에 찬 눈빛으로 고청민을 쳐다봤다. 고청민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고 조급함이나 분노 대신 솔직함과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더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 있나요? 지안 씨와 나의 미래에 관한 얘기라면 내가 알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결혼식이 끝나
Read more

제873화 연신 씨, 꼭 이래야 해요?

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성연신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심지안은 헛것인 줄 알고 저도 모르게 눈을 연신 깜박였다.눈을 다시 동그랗게 떴을 때, 성연신은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엄청난 기쁨이 순식간에 밀물처럼 몰려와 심지안의 가슴을 채웠고 흥분으로 인해 창백했던 얼굴이 빨갛게 타올랐다. 빨간 얼굴은 야들야들한 블러셔를 바른 것처럼 자연스러운 피부톤으로 빛났다.심지안은 자기가 왜 이 정도로 희열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속 썩이던 남자가 살아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것이었다.‘우주의 아빠가 아직 살아있다.’성연신은 앞으로 다가와 심지안 앞에 멈춰 섰다. 그는 깊은 호수처럼 그윽한 봉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안 씨, 오는 길에 좀 볼 일이 있어 이렇게 늦었어요. 어제 성씨 집안에 가 제 아버지 편을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연신 씨, 죽은 게 아니었군요!” 심지안은 놀라움에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녀의 흑백이 선명한 눈동자에서 보석 같은 눈물이 반짝였다.그녀는 너무 기뻐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눈물이 흐르는 사실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운이 좋았어요. 마침 잘 아는 사람을 만났거든요.” 성연신은 가벼운 말투로 이틀 동안에 몸소 겪었던 위험한 여정을 살짝 언급했고 심지안의 부드럽고 하얀 어깨를 꽉 잡았다. “홍지윤이 저에게 진실을 털어놨지만 지금은 지안 씨 협조가 필요해요. 이제 우리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거예요.”그는 성우주의 신분을 갑작스럽게 공개하지 않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말했다.성연신은 정욱이 바친 녹음 펜에 담긴 녹음을 다 들었고 논리적인 문제는 없지만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심지안을 바라보는 성연신의 눈빛에 깊은 사랑이 짙게 묻어나왔다.성연신이 심지안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 정도로 짙은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리조트에서 보낸 그 밤, 그의 영혼까지 뽑아갈 정도로 오매불망 그리웠던 실루엣은 너무나 익숙하고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그 밤이 지난
Read more

제874화 놀랍게도 약탈혼을 당한 심지안

성연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고 심지안에게서 받은 상처가 이내 잘생긴 얼굴에 번졌다. 그는 그윽한 눈동자를 심지안의 눈에 고정하며 그녀의 영혼을 파헤치려는 듯 말했다. “맞아요, 저는 뻔뻔하고 구질구질한 사람이에요. 뭐라 해도 좋으니까 오늘 지안 씨를 꼭 데려갈 거예요. 지안 씨도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지안 씨는 고청민을 아예 좋아하지 않잖아요. 전 지안 씨가 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강제로 결혼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건 저 성연신이 그 누구보다도 지안 씨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거예요. 만약... 고청민이 신뢰할 만한 남자라면 전 당연히 결혼식을 방해하지 않고 단지 예쁜 신부도 구경할 겸 두 분을 축복하러 왔을 거예요.”하지만 고청민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실수로 불타는 구덩이에 빠지는 것을 두손놓고 구경만 할 수 없었다.심지안은 붉게 달아오른 입술을 살며시 벌렸지만 성연신의 진심 어린 시선을 마주치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통제된 감정이 풀려 정지된 것처럼 두 사람의 두 눈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왔다.심지안의 머릿 속에 짜릿한 전류가 스쳐 지나는 것 같았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엄청난 무게의 망치가 머리를 내려쳤고 격렬한 고통이 순식간에 밀물처럼 몰려왔다.심지안은 물에 빠진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고 한순간에 짜증이 그녀를 확 덮쳤다. 심지안은 성연신을 거칠게 밀치며 혐오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당장 꺼지세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성연신의 마음은 너무 아팠지만 얼굴에는 티 내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강제로 밖으로 데려가려 했다.“저랑 갑시다.”“미쳤어요? 이 손 놓으세요!”지금 이 시각 장원에 모여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당당하게 나가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성연신은 모든 걸 내려놓고 나갈 수 있지만 그녀는 성씨 가문의 체면을 지켜야 했다.게다가 지금 나가면 그들 사이
Read more

제875화 고통으로 눈물 흘릴 심지안

심지안은 조바심이 나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깊이 살에 파고들어 따끔한 아픔이 밀려와서야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어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즉시 성연신에게 진지하고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 “지금 바로 절 내려주시면 이 혼란스러운 사태를 바꿀 기회가 있어요. 우리는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이잖아요. 뭔가 생각나면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게 아닌가요?”심지안과 고청민은 지금의 관계를 구축하는데 5년이란 시간을 썼다.5년 동안 고청민은 그녀에게 신경을 쓰며 모든 걸 다 내줬기에 고청민이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방치할 수 없었다.성연신은 창문을 닫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제가 한 행동은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 신중한 계획을 토대로 한 거예요. 그에 뒤따르는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질 거고요. 지안 씨는 그저 저에게 강제로 끌려온 거라고 주장하면 돼요.” 성연신은 그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이렇게 오늘의 행동에 대해 해명했다.이런 행동이 극단적이라는 것을 그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복잡하기만 해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었다. 그것도 심지어 겉과 속이 다른 개자식에게 시집간다고 하니까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는 자기가 그녀에게 오해를 받거나 앞으로 명예롭지 못한 명성을 받는다 해도 좋으니까 단지 심지안이 티끌만 한 상처도 받지 않기만을 원했다.그녀의 나머지 삶이 불행해지고 그녀가 고통받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릴 것을 상상하면...심지어 성연신의 어머니처럼 우울하고 마비된 상태로 삶에서 가장 빛나는 아까운 세월을 허비할 것을 생각하면 그는 도저히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었다.차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성씨 가문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자 심지안은 더욱 초조하고 불안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성연신의 옷자락을 잡고 목이멘 목소리로 구걸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해주세요. 제발 저를 보내줘요!” 성연신은 심지안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Read more

제876화 함께 녹음을 듣다

“데리고 들어와.”그의 말이 떨어지자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들어왔다. 성연신은 심지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소매를 걷어 올려요. 혈액 표본을 채취해서 검사하게요.” 심지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팔을 껴안고 경계심을 높이며 물었다. “무슨 검사를 하는 거예요?” 성연신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비쳤다. “우리 아이를 찾았어요. 그러니까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해요.” “정말요?”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치며 기뻐서 어쩔 바를 몰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이는 어디에 있죠? 아이를 얼른 데려와요.” 눈으로 봐야만 진실을 확인할 수 있지 귀로 듣는 것은 가짜일 가능성이 높았다. 성연신의 한마디 말로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아이를 찾았으면 왜 직접 여기로 데려오지 않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이를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 유전자 검사를 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아이는... 지금 당장은 지안 씨를 만나기 어려워요.” 그는 성우주를 그녀 앞으로 데려와 이 아이가 우리의 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신기하고 믿기 어려운 상황일 것 같아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유전자 검사 결과였다. 솔직히 말해서 성연신도 매우 설레고 기대되며 한편으로는 긴장되기도 했다... “왜 만나기 어려운데요?” 심지안은 반신반의 하며 물었고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성연신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일단 지아 씨 혈액을 채취해야 해요. 모든 것은 그 혈액 표본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니까 허위적인 결과를 조작할 수 없어요.” 그녀는 잠깐 생각해 보고 성연신의 말이 그럴듯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어쨌든 한동안은 여기서 도망칠 수 없으니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이 말도 안 되는 사태를 일찍 끝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그녀는 팔을 내밀어 의사가 혈액을 채취하도록 협조했다.“결과는 오늘 밤에 나올 것 같으니까 나오는 즉시 제가
Read more

제877화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심지안

심지안은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며 자연스럽게 반사적인 긴장감을 느꼈다.“홍지윤의 녹음이요?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죠?”홍지윤에 대한 그녀의 인상은 5년 전 기이한 여우 가면을 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그 모습 외에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매우 희미했다.“해외로 갔어요.” 성연신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안 씨가 홍지윤에게 약속했던 건데 벌써 까먹었나요?”심지안은 멍하니 성연신의 얘기를 듣더니 맑고 깨끗한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었다. “제가 언제 그녀에게 약속했던 거죠?”성연신의 미간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우리가 함께 홍지윤을 성씨 집안에서 데리고 나왔잖아요.”“기억이 안 나요. 녹음이나 들어봐요.”심지안은 더 이상 과거를 회상하고 싶지 않았고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자 성연신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녹음 펜의 스위치를 눌러 볼륨을 최대치로 조절한 후 책상 위에 놓았다.처음에 심지안은 진지하게 들으려 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떨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는 일어나 녹음을 끄려고 했지만 성연신에게 제지당했다.“왜 더 이상 들으려고 하지 않죠?”“어떠한 현실적 근거도 없는 엉망진창인 내용을 왜 계속 들어야 하죠? 이건 시간 낭비일 뿐이잖아요.” 심지안은 차가운 표정으로 화를 버럭 냈다. “이게 지안 씨가 그토록 얻고 싶어 했던 게 아니었나요?” 성연신은 궁금한 표정과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기억력이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나빠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건 다 가짜잖아요. 제가 연신 씨를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지안 씨, 이건 홍지윤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녹음한 것이에요. 못 믿겠으면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서 검증해봐도 돼요.”“됐어요. 전 연신 씨를 맞춰가며 연기를 할 생각이 없어요.”성연신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이내 그녀에게 해명하려고 애썼다. “오늘 아침 제 행동이 싫었던 건가요? 그 일은 제가 진심으로 사
Read more

제878화 성연신을 난장질하다

“비키세요, 집에 갈래요.”성연신이 착잡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짜증이 난 심지안은 손을 뻗어 그를 밀쳐내고 문을 박차 나가려 했다.“진정하세요. 일단 녹음파일부터 끝까지 들으시죠.”성연신은 그녀를 말리며 그의 마음도 좋지는 않았다.“싫어요. 다 가짜야, 가짜라고...”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녹음파일 듣는 것을 거부했다.마치 녹음파일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악마와도 같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녀의 살갗을 찢고 뼛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렬한 공포감을 전했다.성연신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마음속으로는 고청민이 심지안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마음속 깊이 갈망하는 답을 알려주려고 했다.“힘든 거 알아요. 다 들을 때까지 조금만 참아줘요. 누가 우리 아인지까지만 듣고 그만할게요.”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거의 애원하듯이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듣고 싶지 않아요. 집에 갈래요... 절 그만 보내줘요.”성연신은 말을 뱉으려다 이내 다시 삼켜버리고 한숨만 내쉬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싸늘하던 목소리는 그녀와 타협한 듯 이내 부드러워졌다.“그래요. 그만할게요.”그는 그녀를 어찌할 도리가 없어 저녁에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성연신의 온기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낀 심지안은 거북스러워 몸을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집에 갈래요.”“연신 씨, 제발 절 내버려둬요. 각자 제 갈 길 가요. 오늘 일은 성씨 가문에서 따지지 않도록 할게요.”그녀는 구구절절 애원하며 여전히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그 생각은 접는 게 좋겠어요.”성연신은 여전히 결연한 태도로 답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백호가 급히 문을 두드렸다.“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심지안은 눈을 반짝이며 성연신의 반응을 살폈다.그는 덤덤하게 그녀를 흘겨봤다.“얌전하게 있어요. 금방 돌아올 테니.”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Read more

제879화 뭐가 찔리는데

고청민은 빤히 계단 입구를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쥔 채 온몸을 다해 억제하고 있었다. 그의 무해한 얼굴은 이미 잔뜩 일그러졌다.“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 와이프만 넘겨주시면 됩니다.”“와이프? 혼인신고도 안 했고 결혼식도 올린 적이 없는데 뭔 와이프죠?”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성연신이 얼굴을 드러냈다.이런 상황에서도 얼굴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처음처럼 침착하기만 한 사람은 성연신을 제외하고 찾아볼 수 없었다.성수광은 한스럽게 그를 노려봤다.‘이 녀석이 척이라도 좀 하지, 그러면 체면상 넘어가기라도 할 텐데. 하지만 뭐... 당당한 게 어릴 적 내 모습이 있긴 하네.’성동철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안색은 어두워진 채 말했다.“대낮에 사람을 뺐다니, 담이 간 밖으로 나왔구나?”“제 잘못입니다.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때리든 욕하든 달갑게 받겠습니다.”“뻔히 알면서 한 짓이란 말인가?”“아닙니다. 다만 심지안은 고청민과 결혼할 수 없습니다.”성연신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시선을 돌려 고청민을 쳐다봤다. 그는 하얀 슈트를 차려입었는데 맞춤 제작한 스타일이라 요즘 유행에 어울렸고 마치 그를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처럼 빛내줬다.다만 그런 드라마 주인공 같은 남자가 악랄한 수단으로 말로는 심지안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녀를 다치게 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어쩌면 5년 전의 그도 고청민과 비교하면 별로 나은 게 없을지도 모른다.그녀를 사랑한다면서 무심결에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었다.하지만 그는 사랑을 주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이제 그는 사랑이란 소유가 아니라 배려해 주고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고청민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며 달갑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저랑 지안 씨 사이에 오해가 있다 보니 작게 다투었을 뿐이죠. 성 대표님께서는 그만 상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할아버지, 우리 성씨 가문의 일은 어찌 됐든 집에
Read more

제880화 심지안은 원래 내 여자야

성동철은 이내 말을 잇지 않고 고청민과 성연신을 번갈아 훑어봤다.성수광은 먼저 나서서 그를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자, 우린 바둑이나 한판 두시죠. 젊은이들의 일은 그들끼리 해결하도록 하죠.”“그뿐인가, 우리 성씨 가문의 체면과 손녀의 안전까지 책임져야죠.”“당연하죠.”그는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성수광은 도덕성이 높아 오늘 성씨 가문을 난처하게 한 것을 알고 말투가 특히 좋았다.성동철은 고청민이 고집하는 것을 보더니 순간 어젯밤에 그가 출장을 핑계 삼아 밤늦게 돌아온 것이 떠올랐다.성연신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성동철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성수광을 따라 떠나서 두 남자에게 충분한 공간을 주었다.성연신은 의자에 앉더니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할말 없으세요?”“지안 씨를 넘겨주세요. 그럼 더 이상 따지진 않을게요.”“난 이미 다 알았는데요?”고청민은 안색 하나 변함없고 동요하지도 않았다.“뭘 아는데요?”“혹시 내가 당신이랑 비밀 조직 사이의 비리 따위나 말하려고 이러는 것 같아요?”그는 마치 의사 결정을 관장하는 신과 같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고청민은 여전히 당황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또 뭘 알고 있죠?”“어제 제원파크로 가는 산길에서 당신을 봤어요.”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바닥에 바늘이 떨어져도 크게 들릴 것 같았다.고청민은 멈칫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지고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약간 뻣뻣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렸다.“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제 저는 인주 시로 출장 갔어요.”“계속 지어내 보세요.”“지어낼 필요가 없죠. 만약 이 일로 저를 협박이라도 해서 지안 씨를 돌려보내지 않을 생각이라면 잘못짚으셨네요.”성연신은 단번에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말했다.“우리 둘 사이에서 성씨 어르신께서 무조건 당신 편을 들어주고 내 말 따위는 믿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도 겁 없는 건가요?”고청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
Read more
PREV
1
...
8687888990
...
11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