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1132 챕터

제891화 스무 번

안철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군말 없이 급히 민채린을 찾으러 갔다.성씨 가문의 장원은 규모가 엄청났다. 장원이라고 부를 뿐이지 사실 궁전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고 볼 수 있었다.결혼식 구역은 아름다운 동화 세계로 꾸며져 있었다. 휴식 공간, 체스실, 야외 마장, 수영장 파티... 심지어는 어린이 놀이터까지 마련되어 있었다.하지만 안철수는 이렇게 큰 규모의 장원에서 이내 민채린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그녀의 성격으로 추측해 보면 분명 수영장 파티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안철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하얀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검은 비키니로 갈아입어 수영장 의자에 누워 있었고 오른쪽 다리를 약간 구부려 섹시한 몸매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여러 남자가 다가와 그녀에게 작업을 걸었지만 민채린의 기준과 거리가 멀어 단호하게 거절당하고 말았다.안철수는 그녀를 흘깃 쳐다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여자 탈의실 쪽으로 걸어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여시 같은 년...”만약 그런 약이 더 있다면 무조건 그녀의 옷이나 가방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굳이 그녀를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녀를 찾아도 주지 않을 테니까. 안철수는 우람진 체형 때문에 여자 탈의실에 들어갈 때 꽤 애를 먹었다. 잠입에 성공한 후 그는 금방 민채린의 가방을 찾아냈다.안철수는 가방 안의 물건들을 모두 빼내어 뒤적이다가 운이 좋게도 두 개의 알약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알약은 아주 작았고 크기가 참깨와 비슷했다.안철수는 이 알약들이 해독제가 맞는지 확인할 수 없어 손바닥에 놓고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아마도 너무 집중해 살펴본 탓인지 그는 밖에서 들리는 가벼운 발소리를 눈치채지 못했다.갑자기 탈의실의 문이 와락 열렸다.민채린과 안철수의 눈빛이 정면으로 부딪쳤고 그녀는 눈앞의 장면을 보고 순식간에 쌍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X발, 이 변태 새끼야. 여자 탈의실에 들어와 무슨 파렴치한 일을 하려고 하는 거야!”그녀
더 보기

제892화 비밀 조직과 정식 교전

“그만둬, 우리끼리 먼저 가자.” 성연신은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안철수가 정욱에게 비해 세상 물정에 덜 밝은 편이긴 하지만 임무 수행 능력은 뛰어나 그에게 맡긴 대다수 임무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민채린은 상대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기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였다.“여기까지 마중할게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얼굴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고청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성연신의 체면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축객령을 내렸다.성연신은 읏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 두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오늘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성연신이 심지안을 부를 것이다.민채린 이 빌어먹을 년이 준비한 음란한 약을 마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그 말에 고청민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성연신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눈에서 분노의 화산이 폭발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요. 연신 씨가 우리의 감정에 이렇게 반복적으로 끼어드는 게 얼마나 비열한 일인지 모르는 겁니까?”“오, 그래요?” 성연신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일침을 날렸다. “누가 누구의 감정에 먼저 끼어들었는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여자가 육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남자도 직감이라는 걸 갖고 있다.오래전에 고청민이 처음으로 심지안을 접근할 때부터 성연신은 이 사람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런데 하필 심지안은 성연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고지식한 남자가 꼬리 치는 여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그 남자의 여자친구가 얼마나 화가 나는지 성연신은 이 기회를 빌려 그 느낌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었다.“그건 연신 씨가 지안 씨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죠.”성연신은 조롱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빠개며 말했다. “사실 청민 씨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죠.”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아끼는 것이
더 보기

제893화 당신은 방법이 있나봐요

정욱은 듣자마자 차를 몰고 세움 그룹으로 향했다.방매향은 정욱의 전화를 받고 하던 일을 멈추고 내려가 그와 합류했다.“대표님께서 오늘 사직 수속을 밟으라고 합니다. 마땅한 이유를 찾아 남들이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정욱은 말투가 공손하고 경의에 차 있어 이미 방매향의 정체를 알고 있는듯했다.방매향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경계심을 가졌다.“무슨 일이지?”“아직은 괜찮습니다. 대표님께서 비밀 조직이랑 진검승부를 펼칠 생각이라 매향 씨에게 피해 갈까 봐 염려되어 사직하고 본가로 돌아가 있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알겠어. 지금 신청할게.”“네. 아래층에서 기다리겠습니다.”방매향은 급히 인사팀을 찾아 대충 핑계를 둘러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인사팀은 극구 그녀를 잡았지만 까딱없었다.“갑자기 왜 그러세요. 언니가 가면 세움 그룹의 업적이 절반으로 줄어들 거예요.”“모든 자원과 인맥은 그대로 남기고 갈게. 내 손에 있는 인맥도 다른 동료한테 넘겨줄 거야.”방매향은 그녀의 속셈을 단번에 알아챘다.때때로 회사가 당신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것은 종종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라 당신의 능력과 자원에 대한 서운함이었다.반면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오늘 오전에 사직서를 제출하면 오후에 바로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왜냐하면 그들의 자리는 너무도 쉽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사팀은 머쓱해서 웃고 말았다.“놀랐잖아요. 전 헤드헌터가 스카우트한 줄 알았어요. 만약 연봉을 올리고 싶은 거라면 저한테 말하시면 됩니다. 제가 상사한테 직접 얘기할게요.”“그럴 필요 없어. 자, 내 사직서야.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 못 나올 것 같아. 인수인계는 이미 마쳤어.”“하지만 언니 직계 상사는 심 매니저인데, 지금 휴가 중이라 사직서를 수리할 수 없어요.”“그럼 이제 출근하고 수리해도 돼. 이 며칠은 휴가를 낸 셈 치지 뭐, 급한 건 아니니까 괜찮아.”인사팀은 그녀가
더 보기

제894화 두 다리에 힘이 빠지다

뚝-전화가 갑자기 끊겨버렸다.“매향 씨?”전화 너머로 침묵만 흐를 뿐이었다.심지안은 급히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별생각 없이 성연신에게 전화를 걸었다.“매향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성연신은 멈칫하더니 먼저 그녀를 달래주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침착하고 듬직한 목소리는 안정감이 넘쳤다.“제가 알아서 할게요. 지안 씨는 걱정마세요.”심지안은 창백해진 입술을 꼭 깨물고 여러 날의 수면 부족으로 그녀의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혹시 매향 씨의 신분이 노출되었어요?”“아무래도.”성연신은 짧게 대답했다.이런 우연이 없을 텐데 누군가 알려준 것이 분명하다.그 사람이 누군지는 당분간 알지 못했다.그는 방매향이 어머니란 것을 알게 된 후로부터 모든 것을 경계했고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한테도 알리지 않았다.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알 뿐이었다.그는 심지안을 굳게 믿었고 정욱과 안철수도... 오랫동안 그와 함께했으니 의심할 이유가 없다.“그럼 빨리 매향 씨를 구해줘야지! 다시 비밀 조직한테 잡히게 하지 마세요.”심지안은 급해나며 진심으로 걱정되었다.“전부터 사람을 보내 정욱과 그들을 은밀히 보호해 왔기 때문에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혹시나 해서 한 번 직접 가봐야겠어요.”“그래요. 얼른 가봐요.”심지안도 뭔가 수상해보였다. 그녀가 방매향의 직계상사로서 알게 된 지 아직 3시간밖에 안 되었다.방매향은 조용한 사람이라 사직하는 것을 크게 떠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시간 안에 방매향의 사직 소식을 들은 사람 중 한 명은 분명 비밀조직의 사람일 것이다.그 생각에 심지안은 식은땀이 흘렀다.비밀 조직이 세움 그룹에 숨어있을 줄 생각도 못 했었다.그녀는 고청민과 성동철이 걱정되었다. 이른 시일 안에 그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 조심하라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매향의 신분을 많은 사람이 알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았고 게다가 고청민과 성연
더 보기

제895화 여자는 가끔 사탕발린 말이 필요하다.

안철수는 그 말에 다리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었고 무기력감에 다소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손을 뻗어 옆 테이블을 붙잡고 겨우 서있었다.하룻밤에 여덟 번이면 괜찮은 거지... 스무 번 하는 것보다 낫다. 스무 번이면 목숨도 반쯤 잃을 뻔 했다.그는 지금 자신이 마치 산송장 같다고 느꼈다. 양기가 마치 음탕한 여우에게 빨린 것 같았다.성연신은 고개를 들어 사색이 된 안철수를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해독약도 못 얻었는데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힌 거죠?”안철수는 얼굴이 누렇게 떴는데 마침 그가 묻자 약간 붉어지더니 더듬더듬 해명했다.“채린 씨한테 해독약이 없다고 해서 못 가졌어요.”“그럼 임무도 못 완성해 놓고 왜 이렇게 늦은 거죠?”“저... 민채린한테 잡혔어요.”안철수는 보기에 매우 억울해 보였다. 두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는데도 대표님은 그를 관심하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했다.“가서 지안 씨가 왔는지 보세요.”성연신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마음속으로 일을 생각하느라 안철수의 기색이 이상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안철수가 밖으로 나갈 때 벽을 잡고 속도가 달팽이처럼 느리자 성연신은 그제야 천천히 눈을 뜨더니 그한테 장난쳤다.“채린 씨한테 잡혔어요?”안철수는 등 뒤가 서늘해지더니 눈물을 머금은 채 성연신을 향해 중지를 날렸다.“대표님께서 눈치가 참 빠르시네요. 며칠 휴가를 내도 될까요? 몸이 너무 힘들어서.”성연신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그를 몇 초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며 진짜임을 확인하고 말했다.“그래요. 휴가 내고 쉬세요.”하지만 그는 몇 번을 해야 몸이 튼튼한 사람을 이렇게 허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했다.안철수는 그제야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원래는 병원에 가서 양기를 보충하는 약을 처방받으려고 했는데 일을 지체할 수 없었다.이제 드디어 푹 쉴 수 있게 되었으니 그는 건강한 음식으로 몸보신하려고 했다.약은 아무래도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안철수가 떠난 후, 정욱은 방매향을 데리고 들어왔는데 두
더 보기

제896화 호흡을 맞춰 연기하다

방매향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그녀의 아들은 그녀가 몇 년 동안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것을 탓하지 않았고 그녀가 송석훈 그 짐승과 관계가 있는 것도 꺼려하지 않았다.성연신은 겉보기에는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그의 아버지와 닮았다....심지안을 기다리런 중 현관 경비실에서 갑자기 성현찬 부자가 다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서백호는 성연신을 떠보았다.“대표님, 쫓아낼까요?”성연신은 비스듬히 의자에 걸터앉아 긴 다리를 건방지게 꼬고 입을 열었다.“아니요. 들어오라고 하세요.”서백호는 의아해서 물었다.“왜죠?”“저랑 호흡을 맞춰 연기하라고요.”공교롭게도 금방 심지안과 통화를 마치자 두 명의 '배우'가 도착했다.‘쯧쯧, 정말 대단해.’‘설마 어머니가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나?’‘근데 도대체 누가 알려준 거지?’‘고청민이 아니면 비밀 조직일 텐데.’성연신은 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이번에는 반드시 어르신께 우리 지분과 배상금을 받아야겠어. 나중에 그 녀석이 크면 우리는 아마 한 푼도 받지 못할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우리도 대놓고 맞설 수는 없어요.”성여광은 두리번거리며 도둑이 제 발 저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당연하지. 내가 이미 다 알아봤어. 성연신은 지금 집에 없을 거다.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갔다고 했어. 우린 이 기회를 틈타 어르신보고 지분을 양도하라고 강요하면 돼.”성여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동안 잃었던 걸 오늘 전부 되찾을 거예요.”5년 전 성연신이 그를 성씨 가문에서 쫓은 뒤 그의 생활 수준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예전에 호형호제하던 친구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게다가 그를 도와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롱하며 그의 체면을 구겼다.모두 성씨 가문의 직계인데 무슨 근거로 성원그룹이 오직 성연신의 것인가, 그에게도 상속권이 있어야 한다.“음?”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약간 장난스럽고 오만한 표정을 한
더 보기

제897화 묵은 빚과 묶어서 함께 계산하다

“들어오세요.”성연신은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귀찮아 말을 아꼈다.성형철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의 시크한 뒷모습을 두려움에 떨며 바라보았다. 설마 이 자리에서 그들을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하지만, 그들도 피할 수 없었다.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성연신은 가정부에게 해바라기씨 한 접시를 가져오라고 분부하고 턱을 살짝 치켜올려 그들보고 까라고 했다.그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소파에 반쯤 몸을 기댄 채 담요를 뒤집어썼다.성형철과 성여광은 이유도 모른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해바라기씨를 까기 위해 그들을 불렀다고?성여광은 떠보려고 해바라기씨를 집어 들더니 만진 지 몇 초 되지 않아 몹시 가려워 견딜 수 없었다.그는 접시에 있는 해바라기씨를 쳐다보더니 뭔가 눈에 익었다."아버지, 이건 F국의 해바라기씨에요. 직접 손으로 만지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어요.”성형철은 눈을 부릅뜨고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성연신, 족제비가 닭에게 세배한다고 좋은 마음을 품을 리가 없지.”“우주가 F국의 해바라기씨를 매우 좋아해요. 당신들이 이 접시에 담긴 해바라기씨를 다 까면 폐공원으로 보낸 일은 추궁하지 않을게요. 그렇지 않으면 묵은 빚과 묶어서 함께 계산하도록 하죠.”차갑게 흘겨보던 성연신의 말투는 무겁지 않았지만 섬뜩했다.사실, 그는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라 그날 심지안이 우주를 찾아가지 않았어도 우주는 여전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성형철이 40년이나 50년 넘게 살았어도 한 아이를 이길 수 없었다.“까면 까는 거지 뭐 대수예요.”성여광은 타협을 택했고 가려움을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깠다.성형철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살아만 있으면 걱정할 게 없었다.“대표님, 지안 씨가 오셨어요.”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입을 열었다.“우주도 데리고 와.”정욱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심지안이
더 보기

제898화 얇은 종이 한 장이 천금만냥보다 더 중요하다

심지안은 입술을 꼭 깨물고 제자리에 굳어진 채 시선은 성형철 부자한테 머물렀다.“원하는 게 뭐예요? 돈?”적당한 범위 내에서 그녀는 원하는 대로 줄 수 있었다.‘액땜했다고 치자.’‘당분간 우주만 방해하지 않으면 된다.’성연신의 병이 다 나으면 두려울 게 없었다.성형철은 확실히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성연신의 날카로운 눈빛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심지안은 그가 욕심을 부리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줄로 오해하고 역겨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적당히 하세요. 지금 당신에게 돈을 주려는 것은 당신들이 노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정말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에요.”하지만 신분상 성씨 가문의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성형철과 성여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택했다.‘하느님, 그들이야말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인데 이 여자는 눈치가 없는가?’그들의 손은 이미 너무 가려워서 빨갛게 부어올랐다.“됐어요. 이런 난장판은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서 검사 결과를 보세요.”.성연신은 심지안을 보며 말했다.“저랑 같이 봐요. 우주는 얼른 자러 가야지. 내일 학교도 가야 되는데.”성우주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잘생긴 얼굴에는 불만 하나 없이 흔쾌히 응했다.정욱은 머리를 긁적였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서백호는 작은 도련님을 재우기 어렵다고 했는데 말이다.지금은 전혀 어렵지 않아 보였다.성연신은 심지안이 자신이 여기에 남아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을 보고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을 띄운 채 말했다.“그래요.”마찬가지로 성형철 부자 역시 곧 풀려날 것 같아 기뻐했다.다음에 오기 전에 성연신이 집에 있는지 잘 알아봐야겠다.서재 테이블 위에 개봉하지 않은 서류봉투가 놓여 있었다.차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마치 신비한 힘이 있는 것처럼 엄숙해 보였다.심지안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손끝을 가늘게 떨었다.그녀는 이 보고서에 손댔을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혈연관계는 알아내기 제일 쉬웠다. 조작할 수 없
더 보기

제899화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뿐이었다

심지안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고 앞뒤가 이어지기 시작했다.큰 방에서 성연신과 심지안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바라봤고 그의 눈에는 그녀뿐이었다.서로 눈시울을 붉히더니 심지안은 자신을 안고 있는 그의 큰 손을 천천히 내리려 했다. 그녀가 놀랄까 봐 걱정 되었다.심지안은 아무 생각 없이 되려 그를 꼭 껴안고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을 그의 단단한 가슴에 대고 쿵쿵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눈을 내리깔았다.기쁨은 절정에 달한 채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아이 아직 살아있어요. 살아있다고요.”죽지 않고 아빠 곁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성연신의 차가운 얼굴은 누구보다 다정한 채로 말했다.“그래요. 우리 아이가 살아 있어요. 우주가 바로 우리 아이예요.” 그는 그녀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는 그녀뿐이었다.심지안은 눈물을 흘렸고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저 이 순간만을 만끽하고 싶었다.“그동안 우주를 챙겨줘서 고마워요”성우주는 성연신을 아빠로 인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성연신에 대한 원한이 없어졌다.적어도 그는 아이를 잘 돌봐주었으니 말이다.똑똑하고 과감하며 또래와는 다른 분별력을 갖고 있었다.솔직히 오늘날 우주가 똑똑하게 자란 데에는 성연신의 공이 빠질 수 없었다.보광 그룹은 돈도 있고 지위도 있어 아이를 교육하는 방면에서 우주한테 뭐든지 최상급으로 해줄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우주도 내 아이니까 당연한 거죠.”성연신은 이런 인사치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는 늘 우주와 임시연은 외모뿐만 아니라 속에서 우러나오는 느낌부터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우주는 세 살 때 작은 걸음으로 다가와 상처를 받은 채 엄마가 따로 있느냐고 물었고 임시연은 엄마가 아니라고 했다.그는 의아해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다.우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임시연이 그를 싫어한다고 했고 살아있는 것이 잘못이라고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성연신은 충격
더 보기

제900화 한 주먹도 못 날린 채 백 주먹이 날아왔다

“지안 씨, 어떤 사람들은 한 발짝 물러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모두 지안 씨 생각과 같이 한 발 물러서면 평온할 줄 알았지만 결국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점점 더 심해졌어요.”한 주먹도 못 날린 채 백 주먹이 날아왔다.같은 이치로 그는 성씨 가문의 권력자이므로 성씨 가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그가 비밀 조직을 이렇게 오랫동안 참아온 것은 바로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심지안은 멍하니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비밀 조직은 결코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여러 해 동안의 원한은 반드시 결말을 지어야 한다.“언제 시작할 생각이에요?”“사흘 뒤.”성연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뭔가 떠올랐는지 심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왜 성여광이 때마침 왔는지 알아요?”그러자 심지안이 대답했다. “그들이 소문을 듣고 연신 씨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아니... 그런데 지금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요?”방금까지만 해도 죽을 것만 같았는데 말이다.성연신은 멈칫하더니 머쓱해서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아마 해열제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그래요?”심지안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믿을 듯 말 듯했다.“네.”성연신은 안색 하나 변함없이 능청스레 말했다.“머리가 갑자기 어지럽네요. 부축해 줘요.”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급히 부축하러 갔다.그녀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누드컬러의 매니큐어는 맑은 빛을 띠고 있었고 향긋한 핸드워시 냄새가 났다.성연신은 가슴이 심하게 출렁거리더니 그녀의 손을 덥썩 잡았다.만약 참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싶을 정도였다.“아프면 얼른 가서 쉬세요.”심지안은 마음이 좀 진정되었는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추태를 부렸네요.”성연신은 이내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입가의 웃음기가 굳어진 채 물었다.“무슨 뜻이죠?”“말 그대로예요.”심지
더 보기
이전
1
...
8889909192
...
11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