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1089 챕터
제901화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
심지안은 숨을 가다듬고 성연신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증거 있어요?”“지안 씨, 믿어줘요.”성연신은 무력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오늘 두 사람의 결혼식을 망쳤으니, 그 녀석도 미친 듯이 나를 상대로 복수하기 시작할 거예요.”“그만해요. 더 이상 언짢아지고 싶지 않아요.”심지안은 짜증을 숨기지 못하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내려 했다. 한쪽은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자기가 낳은 아이의 친부이니, 중간에 끼인 심지안에게는 이도 저도 못 할 답답한 상황이었다.성연신은 심지안의 반응에 전혀 놀라지 않았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경솔하게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오히려 상대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눈빛을 보냈다. 그윽하고 의미심장한 성연신의 눈빛에는 걱정과 애틋함이 묻어있었다.성연신은 지금의 상황에서 심지안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병이 완쾌되고 예전의 기억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다그치지 않아도 심지안이 스스로 고청민으로부터 멀어지리라 생각했다.하지만 심지안은 성연신의 이런 눈빛이 불편했고 관자놀이가 아파 두 눈을 질끈 감았다.“먼저 돌아가 볼게요. 내일 아침엔 제가 우주를 학교까지 데려다줄래요.”...비밀 조직.송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에 걸린 산수화가 눈에 들어왔다. 이 산수화는 수작업으로 수를 놓은 산수화였는데, 섬세하고 정교한 자수 기법으로 자연의 웅장함과 장엄함을 생생하게 표현해 마치 그 풍경에 직접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그러나 송준은 마음 놓고 산수화를 구경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산수화를 지나치고 다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계속해서 병풍 너머로 걸어가던 송준은 그 위에 비친 그림자를 보더니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아버지...”방안이 괴이쩍을 정도로 조용했고 송준은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자, 분노에 일그러진 흉흉한 얼굴이 갑자기 송준의 눈앞에 나타났다. 송준은 너무 놀란 나머지 동공이 흔들렸고 온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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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더 이상 잘못된 길로 걸어가서는 안 돼!
고청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입가의 미소를 거두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성동철을 돌아보았다. 평온한 얼굴과는 달리,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성동철의 탁하면서도 깊고 음습한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성동철은 고청민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성연신이 대낮에 성씨 가문에 침입하여 결혼식을 망친 것과 성수광이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성연신이 교통사고가 났던 날, 마침 청민이 인주시로 출장을 갔어...’성동철은 늘 고청민을 착하고 순수하며 온화한 성격을 소유했다고 여겨왔으며, 그가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할 사람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백한 정황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자, 성동철도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고청민은 몇 초 동안 성동철과 눈빛을 주고받다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성동철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성동철은 고청민의 이러한 행동이 그의 마음속 깊은 죄책감을 드러내는 분명한 시그널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이쯤에서 그만둬, 더 이상 잘못된 길로 걸어가서는 안 돼!”성동철은 지금이라면 고청민을 되돌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경고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고청민은 영영 돌이킬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청민은 고개를 숙였고 옅어진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옆에서 보니 길고 곧게 뻗은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내려와 눈 속 깊은 곳의 감정을 가렸다.“할아버지, 지안 씨에게 말하실 건가요?”“아니, 나는 너와 지안이가 잘 지내길 원해. 오늘 지안이는 성씨 집안에 다녀왔으니, 아마 성우주의 정체를 알게 됐을 거야. 내일 지안이가 기어코 너와 헤어지려고 한다고 해도, 먼저 내 허락을 받아야 할 거야. 하지만 너를 돕는 것도 이번 한 번뿐이야, 알겠어?”고청민은 성동철의 장엄한 목소리에서 그의 연세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고청민은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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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심지안은 뒤돌아보다가 고청민과 시선이 딱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언제 깼어요?”“지안 씨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도 깼어요.”고청민이 심지안의 눈을 보며 말했다.“성씨 집안에서 의뢰한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 건가요?”“네.”“어떻게 나왔어요?”“우주는 제 아이가 맞았어요.”심지안은 자신이 고청민에게 너무나도 잔인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오히려 이런 사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모두에게 못 할 노릇이었다.“우리 결혼식은 해프닝이라고 쳐요. 저는 청민 씨에게 어울릴 만한 여자가 아닙니다.”어제는 하객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기에, 심지안은 결혼식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성씨 가문의 명예를 추락시킬 수 없었고, 고청민에게 상처 주고 싶지도 않았다.고청민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안에게서 직접 그 말을 듣게 되니, 심장이 여전히 격렬하게 요동쳤다.가끔 고청민은 정말 심장을 도려내서 심지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성연신에 못지않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청민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허락을 받아내면 나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이전까지 우리는 여전히 부부 관계를 유지해야 해요.”심지안이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래요.”할아버지는 집안에서 유일한 어른이라, 그의 허락만 받아내면 될 일이었다. 심지안은 서둘러 성동철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가정부는 성동철이 아침부터 외출하셔서 집에 안 계신다고 전달했다. 심지안은 잠시 포기하고 먼저 회사로 가서 업무를 처리한 다음 오후쯤에 학교로 가서 우주를 픽업하려고 했다.“같이 나가요.”고청민은 마치 성동철이 집에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차를 빼고 조수석 문을 열어놓고 심지안을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안은 잠시 멈칫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7월의 날씨는 무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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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연애 중?
정욱은 재빨리 젓가락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휴대전화 액정을 가리며 헛웃음을 지었다.“아무것도 아닙니다. 성 대표님.”‘만약 대표님께서 보게 된다면, 난 오늘 하루를 지옥에서 보내게 될 거야. 그래, 모르는 게 약이야.’성연신은 코웃음을 한 번 치고는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연애 중?”“아니, 아닙니다. 그저 인스타그램에 새로 올라온 피드를 훑고 있었을 뿐입니다.”정욱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해명하자, 성연신도 더 이상 짓궂게 굴지 않고 뚜벅뚜벅 사무실로 걸어갔다.정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계속 밥을 먹으며 인스타그램을 보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심지안과 고청민의 결혼식 답례품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졌고, 결혼식 하객뿐만 아니라, 주요 협력업체에도 결혼 축하 선물 세트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선물 세트의 겉에 새겨진 정교한 무늬만 보더라도 우아한 예술품 같아 보였는데, 한두 푼 하는 답례품이 아니었다.‘어쩐지 많은 분이 인스타그램에 자랑삼아 올리더라니...’정욱은 마지막 한 숟가락의 밥과 볶음 달걀을 입에 넣고, 일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한입에 너무 많이 털어 넣다 보니 채 삼키지 못하고 목이 멨다. 정욱은 빈 물컵을 들고 급히 일어나 물을 받으러 정수기 쪽으로 걸어갔다.“정욱, 지난주 주헌 그룹과 체결한 계약서를 가져다줘.”성연신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금색 테 안경을 쓰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우스를 조작하며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였다.3초가 지나도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성연신은 시선을 돌려 문가에 있는 정욱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욱은 자리를 비웠고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성연신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찾으러 가려고 했다.정욱의 핸드폰은 잠금이 해제된 채로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성연신은 자연스레 정욱이 보고 있던 내용을 알게 되었다.“성 대표님!”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책상 옆에 성연신이 서 있는 것을 본 정욱은 심장이 벌렁거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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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유괴범
성우주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는 체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시연은 기분이 언짢아 얼굴이 붉어졌지만 눈빛 속의 불편함을 감추고 애교 섞인 말투로 성우주를 노려보며 말했다.“우주야, 엄마한테 버릇없이 굴면 안 되지?”“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에요.”성우주는 임시연을 단호하게 바라보며 굴복하지 않았다.“내가 바로 네 엄마야, 장난치지 마.”임시연은 성연신과 성우주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 불필요한 설명을 피하고 싶어 성우주의 작은 손을 잡고 가까운 곳에 세워둔 차로 걸어가려 했다.“목마르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뒀는데, 우리 차로 가서 음료수 마실래?”성우주가 손을 빼려 하자 임시연은 더 꽉 쥐었다. 심지어 빨간 자국이 남을 정도였으니, 성우주는 꼬집힌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의 힘 차이는 크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다.차로 끌려가려는 순간, 성우주는 고개를 숙이고 임시연의 손목을 세게 깨물었다.“아!”임시연은 성우주를 밀쳐내며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강아지도 아니고! 누가 사람을 물라고 가르쳤어? 네가 개야?”“나는 아줌마를 따라가고 싶지 않아요.”성우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갑자기 친절을 베푼다면 그건 사기꾼이거나 나쁜 사람일 거라고 아빠가 누누이 말씀하셨었지. 게다가 이 여자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뱃속에 우리와 상관없는 아이를 뱄다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친절을 베푸는 건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일 거야.’임시연은 흰자를 보이며,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성우주를 차에 강제로 태우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우아하고 고고한 모습의 심지안이 갑자기 나타나 성우주를 뒤로 감쌌다.임시연은 갑자기 나타난 심지안을 노려보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지안 씨, 여긴 웬일이에요?”심지안이 비웃듯이 대꾸했다.“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임시연 씨가 사들인 땅인가요? 그리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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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임시연의 발악
심지안은 미간을 좁히며 임시연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몰라도, 절대로 그녀가 우주를 데려가게 할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비켜.”심지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성우주를 양손으로 보호하며, 발로 임시연의 허벅지를 향해 걷어찼다.임시연은 임신 중이었기에 배를 보호하려 했다. 심지안이 대낮에 임산부인 자기에게 폭력을 행사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지안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제 뱃속은 작은 생명이 있어요!”임시연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고, 이 모습을 목격한 몇몇 행인이 그녀를 돕기 위해 다가왔다.“아가씨, 무슨 원한이 있으면 말로 해결하세요. 어쨌든 이분은 임신 중이니까요.”“맞아요, 임산부는 약자잖아요. 발길질까지 하신 건 도를 지나친 겁니다. 뱃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성우주는 심지안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차갑게 말했다.“저 아줌마가 먼저 공격했어요. 우리는 정당방위에요.”행인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임시연과 심지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아마도 그들이 오해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주야, 내가 네 엄마야. 나는 너를 보호하려고 먼저 손을 쓴 거야, 너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생각해 봐, 이 여자랑 몇 번 만난 적 있니?”임시연은 눈가가 붉어지며 울먹였다.“나쁜 사람에게 속지 마.”심지안은 웃음을 참았다.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며, 성우주 앞에서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임시연이 계속해서 일을 크게 벌린다면, 심지안도 물러설 수 없었다.“우주가 시연 씨의 아이라고 하셨나요? 그리고 저는 나쁜 사람이라고요? 차라리 경찰서로 갑시다. 경찰은 좋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을 것이고, 나쁜 사람을 가만두지도 않을 겁니다.”임시연은 짜증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수작 부리지 마요. 경찰서에 사람을 심어두셨겠죠.”“다른 방법도 있어요. 병원에 가서 친자확인부터 해봐요.”심지안이 날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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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너나 잘해
“지안 씨, 괜찮아요?”성연신은 그녀를 살피며 버스에 스치거나 부딪혔을까 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심지안은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은 것 같아요. 고마워요.”“누가 밀었어요?”성연신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임시연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눈빛에서 살기를 뿜었다.그의 시각에서는 임시연이 밀친 것을 목격할 수 없었지만, 정황상 누가 밀치지 않은 이상 심지안이 갑자기 한쪽으로 넘어질 리는 없었다.“나도 누군지 못 봤어요...”심지안은 그의 품에서 일어나며, 한 걸음 한 걸음 임시연에게 다가갔다.“하지만 시연 씨 말고는 저를 밀칠 사람이 없잖아요.”심지안은 조금 전의 위험한 순간으로 인해 얼굴이 창백해졌고, 이마의 머리카락은 땀으로 젖어 있어서 허약해 보였지만, 그녀 눈빛에서 비추어진 원망과 살기는 임시연에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임시연은 약간 두려워하며 뒷걸음질 쳤다. 심지안 한 명이라면 간신히 대항할 수 있지만, 성연신이 등장하자 더 이상 감히 나서지 못했다.“도망가려고요?”심지안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늦었어요.”다음 순간, 심지안은 임시연이 정성을 다해 관리해 온 머리카락을 한 움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좌우를 번갈아 가며 여러 대의 귀싸대기를 날렸다. 있는 힘을 다해 여지없이 때렸다.심지안이 지쳐서 손을 내려놓았을 때, 임시연은 이미 얼떨떨해진 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화장이 번지고 머리가 헝클어졌으며, 입술도 터져서 피가 흘렀다. 방금까지 귀부인행세를 하던 임시연은 길거리에서 조강지처에게 잡혀 낭패당한 내연녀의 처지가 되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임시연은 정신을 차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변석환의 약혼녀이자 왕자의 왕비 신분이었으니, 임시연은 더 이상 예의를 갖추고 존대할 필요가 없었다.‘평민으로서 감히 왕비를 때릴 줄이야,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미쳤어, 이건 미친X인 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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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Love Again
심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지켜보다가, 임시연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임신 초기 석 달 동안은 태아가 불안정한 상태라 유산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특히 감정적이거나 흥분한 상태에서는 사고가 생길 확률이 더 높았다.심지안은 임시연을 혼내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무고한 아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 큰 죄악이었다.성연신은 임시연을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았고 심지안과 성우주를 데리고 차로 돌아갔다. 심지안의 시선은 계속해서 차창 너머의 임시연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임시연이 운전기사에 의해 차에 태워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임시연은 차 안에서 누군가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차창 유리는 시선을 차단했기 때문에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임시연 씨,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이었어요?”송준은 마스크를 쓴 채 임시연을 향해 호통쳤다.“어린 애새끼 하나 데려오지 못하고, 제 새끼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해? 만약 유산된다면 아버지는 시연 씨를 비밀 조직에 두게 하지 않을 겁니다.”임시연은 부들부들 떨면서 마침내 약간의 이성을 회복했다. 그녀는 아랫배를 감싸고 통증을 호소했다.“병원에 데려다줘요!”“이제야 병원에 가자고요? 진작에 뭐 했어요?”“닥쳐, 이렇게 된 것도 다 널 돕기 위해서잖아!”송준이 직접 성우주를 데려가려고 했었다면, 임시연이 손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아버지께서 내리신 명령이에요. 감히 토를 달아요?”임시연은 송준을 노려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닥쳐!”송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무력한 티를 냈다.‘참,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왜 발끈하는 거야?’운전하던 기사가 뒤돌아 임시연과 송준을 바라보았다.임시연과 송준 모두 얼굴에 맞은 흔적이 있고, 임시연의 얼굴도 붓기 시작했다.차 안의 분위기는 다소 우스꽝스러웠다. 송준이 임시연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 자신도 그런 편이었으니 말이다.운전기사는 비밀 조직의 최하층이라, 평소에 그들이 으스대는 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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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큐피드
거침없고 순진무구한 성우주의 귀여운 모습에 심지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애써 표정 관리하며 다정하게 물었다.“근데 우주가 보고 싶다고 한 영화는 멜로 영화일텐데? 멜로가 뭔지 알아?”“당연하죠! 좋은 영화는 장르를 가리지 않잖아요.”“... 하지만 우주는 아직 어리잖아. 너무 일찍 접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은데?”겨우 다섯 살인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가 무슨 사랑을 알겠냐마는 성우주도 포기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말했다.“저는 스토리를 보러 가는 거예요, 다른 의도가 아니라고요! 이모, 제발 허락해 주세요. 최근에 어린이가 볼만한 영화가 별로 없더라고요. 저도 아빠와 이모와 같이 영화 보는 분위기 좀 내보고 싶다고요...”성우주의 말에 일리가 있지만, 심지안은 여전히 아이를 데리고 멜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멜로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모자간의 깊은 정을 그려낼지가 고민되었다.반면 성연신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우주의 마음을 알고 바로 운전기사에게 가장 가까운 영화관으로 가자고 했다.“Love Again.”성연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영화 제목 나쁘지 않네.’심지안이 고민하는 동안에 세 사람은 이미 영화관에 도착했다. 성연신은 이런 대중 영화관에 거의 오지 않아서, 영화 티켓, 팝콘과 콜라를 구매하는 일상적인 절차에 다소 서툴렀다.다행히 영화관 스태프가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안내했다.“5열에서 8열 사이 좌석을 추천해 드립니다. 영화 관람하기에 가장 좋은 좌석이거든요.”성연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아요. 6열 가운데 세 자리로 할게요.”“고객님, 콜라와 팝콘 주문도 도와드릴까요?”성연신은 조금 뒤에 떨어져 있는 심지안과 성우주를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심지안이 우주와 놀아주는 모습은 현모양처 같았다.“콜라에 얼음은 빼주세요.”성연신은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말투도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주문을 마치고 성연신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올려놓았다.스태프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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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정신질환인 건가?
영화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 호감을 느끼다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는 배경 속에서 오해가 쌓기면서 헤어졌고, 졸업 후 우연히 한 도시에서 재회하는 내용을 다뤘다.결말을 보지 않아도 심지안은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다시 사랑하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성연신도 영화 내용이 지루했는지, 스크린에서 시선을 거두더니 고개를 돌려 심지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형 스크린에서 투영된 빛 아래, 그녀의 얼굴은 흰색으로 빛나며, 작은 솜털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우주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영화를 열심히 보는 모습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같았다. 성연신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싶은 생각에 손바닥이 간질거렸다.“왜 자꾸 쳐다봐요?”심지안은 성연신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심지안에게 들키자, 성연신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해서 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물었다.“어젯밤 고청민과 얘기했어요?”“오늘 아침에 말했어요.”“반응은 어땠는데요?”“정상적인 반응이었죠...”심지안은 눈을 내리깔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물론 배신감을 느꼈겠죠.”여기까지 언급하자, 심지안은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고,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연신은 소리 없이 웃으며 고청민의 연기에 감탄했다.“요즘도 머리가 아프거나 불편했던 적 있었어요?”심지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성연신이 이 질문을 한 의도를 알 수 없었다.“아팠었어요.”성연신은 흠칫 놀라더니 갑자기 진지하게 말했다.“얼마나 자주 아팠어요?”“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매일 조금씩 아플 때가 있지만, 일이 바빠지면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아픈 것도 몰랐던 것 같아요.”“이것 말고 다른 불편한 부분은 없었어요?”“그리고... 기억력이 나빠졌어요.”이런 것들은 모두 사소한 문제였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않으면 간헐적으로 기억력이 나빠질 수 있었다. 일반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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