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매향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그녀의 아들은 그녀가 몇 년 동안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것을 탓하지 않았고 그녀가 송석훈 그 짐승과 관계가 있는 것도 꺼려하지 않았다.성연신은 겉보기에는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그의 아버지와 닮았다....심지안을 기다리런 중 현관 경비실에서 갑자기 성현찬 부자가 다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서백호는 성연신을 떠보았다.“대표님, 쫓아낼까요?”성연신은 비스듬히 의자에 걸터앉아 긴 다리를 건방지게 꼬고 입을 열었다.“아니요. 들어오라고 하세요.”서백호는 의아해서 물었다.“왜죠?”“저랑 호흡을 맞춰 연기하라고요.”공교롭게도 금방 심지안과 통화를 마치자 두 명의 '배우'가 도착했다.‘쯧쯧, 정말 대단해.’‘설마 어머니가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나?’‘근데 도대체 누가 알려준 거지?’‘고청민이 아니면 비밀 조직일 텐데.’성연신은 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이번에는 반드시 어르신께 우리 지분과 배상금을 받아야겠어. 나중에 그 녀석이 크면 우리는 아마 한 푼도 받지 못할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우리도 대놓고 맞설 수는 없어요.”성여광은 두리번거리며 도둑이 제 발 저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당연하지. 내가 이미 다 알아봤어. 성연신은 지금 집에 없을 거다.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갔다고 했어. 우린 이 기회를 틈타 어르신보고 지분을 양도하라고 강요하면 돼.”성여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동안 잃었던 걸 오늘 전부 되찾을 거예요.”5년 전 성연신이 그를 성씨 가문에서 쫓은 뒤 그의 생활 수준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예전에 호형호제하던 친구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게다가 그를 도와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롱하며 그의 체면을 구겼다.모두 성씨 가문의 직계인데 무슨 근거로 성원그룹이 오직 성연신의 것인가, 그에게도 상속권이 있어야 한다.“음?”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약간 장난스럽고 오만한 표정을 한
“들어오세요.”성연신은 그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귀찮아 말을 아꼈다.성형철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의 시크한 뒷모습을 두려움에 떨며 바라보았다. 설마 이 자리에서 그들을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하지만, 그들도 피할 수 없었다.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성연신은 가정부에게 해바라기씨 한 접시를 가져오라고 분부하고 턱을 살짝 치켜올려 그들보고 까라고 했다.그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소파에 반쯤 몸을 기댄 채 담요를 뒤집어썼다.성형철과 성여광은 이유도 모른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해바라기씨를 까기 위해 그들을 불렀다고?성여광은 떠보려고 해바라기씨를 집어 들더니 만진 지 몇 초 되지 않아 몹시 가려워 견딜 수 없었다.그는 접시에 있는 해바라기씨를 쳐다보더니 뭔가 눈에 익었다."아버지, 이건 F국의 해바라기씨에요. 직접 손으로 만지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어요.”성형철은 눈을 부릅뜨고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성연신, 족제비가 닭에게 세배한다고 좋은 마음을 품을 리가 없지.”“우주가 F국의 해바라기씨를 매우 좋아해요. 당신들이 이 접시에 담긴 해바라기씨를 다 까면 폐공원으로 보낸 일은 추궁하지 않을게요. 그렇지 않으면 묵은 빚과 묶어서 함께 계산하도록 하죠.”차갑게 흘겨보던 성연신의 말투는 무겁지 않았지만 섬뜩했다.사실, 그는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라 그날 심지안이 우주를 찾아가지 않았어도 우주는 여전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성형철이 40년이나 50년 넘게 살았어도 한 아이를 이길 수 없었다.“까면 까는 거지 뭐 대수예요.”성여광은 타협을 택했고 가려움을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깠다.성형철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살아만 있으면 걱정할 게 없었다.“대표님, 지안 씨가 오셨어요.”성연신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입을 열었다.“우주도 데리고 와.”정욱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심지안이
심지안은 입술을 꼭 깨물고 제자리에 굳어진 채 시선은 성형철 부자한테 머물렀다.“원하는 게 뭐예요? 돈?”적당한 범위 내에서 그녀는 원하는 대로 줄 수 있었다.‘액땜했다고 치자.’‘당분간 우주만 방해하지 않으면 된다.’성연신의 병이 다 나으면 두려울 게 없었다.성형철은 확실히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성연신의 날카로운 눈빛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심지안은 그가 욕심을 부리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줄로 오해하고 역겨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적당히 하세요. 지금 당신에게 돈을 주려는 것은 당신들이 노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정말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에요.”하지만 신분상 성씨 가문의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성형철과 성여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택했다.‘하느님, 그들이야말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인데 이 여자는 눈치가 없는가?’그들의 손은 이미 너무 가려워서 빨갛게 부어올랐다.“됐어요. 이런 난장판은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서 검사 결과를 보세요.”.성연신은 심지안을 보며 말했다.“저랑 같이 봐요. 우주는 얼른 자러 가야지. 내일 학교도 가야 되는데.”성우주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잘생긴 얼굴에는 불만 하나 없이 흔쾌히 응했다.정욱은 머리를 긁적였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서백호는 작은 도련님을 재우기 어렵다고 했는데 말이다.지금은 전혀 어렵지 않아 보였다.성연신은 심지안이 자신이 여기에 남아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을 보고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을 띄운 채 말했다.“그래요.”마찬가지로 성형철 부자 역시 곧 풀려날 것 같아 기뻐했다.다음에 오기 전에 성연신이 집에 있는지 잘 알아봐야겠다.서재 테이블 위에 개봉하지 않은 서류봉투가 놓여 있었다.차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마치 신비한 힘이 있는 것처럼 엄숙해 보였다.심지안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손끝을 가늘게 떨었다.그녀는 이 보고서에 손댔을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혈연관계는 알아내기 제일 쉬웠다. 조작할 수 없
심지안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고 앞뒤가 이어지기 시작했다.큰 방에서 성연신과 심지안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바라봤고 그의 눈에는 그녀뿐이었다.서로 눈시울을 붉히더니 심지안은 자신을 안고 있는 그의 큰 손을 천천히 내리려 했다. 그녀가 놀랄까 봐 걱정 되었다.심지안은 아무 생각 없이 되려 그를 꼭 껴안고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을 그의 단단한 가슴에 대고 쿵쿵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눈을 내리깔았다.기쁨은 절정에 달한 채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아이 아직 살아있어요. 살아있다고요.”죽지 않고 아빠 곁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성연신의 차가운 얼굴은 누구보다 다정한 채로 말했다.“그래요. 우리 아이가 살아 있어요. 우주가 바로 우리 아이예요.” 그는 그녀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는 그녀뿐이었다.심지안은 눈물을 흘렸고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저 이 순간만을 만끽하고 싶었다.“그동안 우주를 챙겨줘서 고마워요”성우주는 성연신을 아빠로 인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성연신에 대한 원한이 없어졌다.적어도 그는 아이를 잘 돌봐주었으니 말이다.똑똑하고 과감하며 또래와는 다른 분별력을 갖고 있었다.솔직히 오늘날 우주가 똑똑하게 자란 데에는 성연신의 공이 빠질 수 없었다.보광 그룹은 돈도 있고 지위도 있어 아이를 교육하는 방면에서 우주한테 뭐든지 최상급으로 해줄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우주도 내 아이니까 당연한 거죠.”성연신은 이런 인사치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는 늘 우주와 임시연은 외모뿐만 아니라 속에서 우러나오는 느낌부터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우주는 세 살 때 작은 걸음으로 다가와 상처를 받은 채 엄마가 따로 있느냐고 물었고 임시연은 엄마가 아니라고 했다.그는 의아해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다.우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임시연이 그를 싫어한다고 했고 살아있는 것이 잘못이라고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성연신은 충격
“지안 씨, 어떤 사람들은 한 발짝 물러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모두 지안 씨 생각과 같이 한 발 물러서면 평온할 줄 알았지만 결국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점점 더 심해졌어요.”한 주먹도 못 날린 채 백 주먹이 날아왔다.같은 이치로 그는 성씨 가문의 권력자이므로 성씨 가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그가 비밀 조직을 이렇게 오랫동안 참아온 것은 바로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심지안은 멍하니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비밀 조직은 결코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여러 해 동안의 원한은 반드시 결말을 지어야 한다.“언제 시작할 생각이에요?”“사흘 뒤.”성연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뭔가 떠올랐는지 심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왜 성여광이 때마침 왔는지 알아요?”그러자 심지안이 대답했다. “그들이 소문을 듣고 연신 씨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아니... 그런데 지금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요?”방금까지만 해도 죽을 것만 같았는데 말이다.성연신은 멈칫하더니 머쓱해서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아마 해열제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그래요?”심지안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믿을 듯 말 듯했다.“네.”성연신은 안색 하나 변함없이 능청스레 말했다.“머리가 갑자기 어지럽네요. 부축해 줘요.”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급히 부축하러 갔다.그녀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누드컬러의 매니큐어는 맑은 빛을 띠고 있었고 향긋한 핸드워시 냄새가 났다.성연신은 가슴이 심하게 출렁거리더니 그녀의 손을 덥썩 잡았다.만약 참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싶을 정도였다.“아프면 얼른 가서 쉬세요.”심지안은 마음이 좀 진정되었는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추태를 부렸네요.”성연신은 이내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입가의 웃음기가 굳어진 채 물었다.“무슨 뜻이죠?”“말 그대로예요.”심지
심지안은 숨을 가다듬고 성연신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증거 있어요?”“지안 씨, 믿어줘요.”성연신은 무력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오늘 두 사람의 결혼식을 망쳤으니, 그 녀석도 미친 듯이 나를 상대로 복수하기 시작할 거예요.”“그만해요. 더 이상 언짢아지고 싶지 않아요.”심지안은 짜증을 숨기지 못하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내려 했다. 한쪽은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자기가 낳은 아이의 친부이니, 중간에 끼인 심지안에게는 이도 저도 못 할 답답한 상황이었다.성연신은 심지안의 반응에 전혀 놀라지 않았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경솔하게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오히려 상대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눈빛을 보냈다. 그윽하고 의미심장한 성연신의 눈빛에는 걱정과 애틋함이 묻어있었다.성연신은 지금의 상황에서 심지안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병이 완쾌되고 예전의 기억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만 한다면, 다그치지 않아도 심지안이 스스로 고청민으로부터 멀어지리라 생각했다.하지만 심지안은 성연신의 이런 눈빛이 불편했고 관자놀이가 아파 두 눈을 질끈 감았다.“먼저 돌아가 볼게요. 내일 아침엔 제가 우주를 학교까지 데려다줄래요.”...비밀 조직.송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에 걸린 산수화가 눈에 들어왔다. 이 산수화는 수작업으로 수를 놓은 산수화였는데, 섬세하고 정교한 자수 기법으로 자연의 웅장함과 장엄함을 생생하게 표현해 마치 그 풍경에 직접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그러나 송준은 마음 놓고 산수화를 구경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산수화를 지나치고 다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계속해서 병풍 너머로 걸어가던 송준은 그 위에 비친 그림자를 보더니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아버지...”방안이 괴이쩍을 정도로 조용했고 송준은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자, 분노에 일그러진 흉흉한 얼굴이 갑자기 송준의 눈앞에 나타났다. 송준은 너무 놀란 나머지 동공이 흔들렸고 온몸에
고청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입가의 미소를 거두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성동철을 돌아보았다. 평온한 얼굴과는 달리,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성동철의 탁하면서도 깊고 음습한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성동철은 고청민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성연신이 대낮에 성씨 가문에 침입하여 결혼식을 망친 것과 성수광이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성연신이 교통사고가 났던 날, 마침 청민이 인주시로 출장을 갔어...’성동철은 늘 고청민을 착하고 순수하며 온화한 성격을 소유했다고 여겨왔으며, 그가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할 사람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백한 정황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자, 성동철도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고청민은 몇 초 동안 성동철과 눈빛을 주고받다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성동철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성동철은 고청민의 이러한 행동이 그의 마음속 깊은 죄책감을 드러내는 분명한 시그널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이쯤에서 그만둬, 더 이상 잘못된 길로 걸어가서는 안 돼!”성동철은 지금이라면 고청민을 되돌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경고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고청민은 영영 돌이킬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청민은 고개를 숙였고 옅어진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옆에서 보니 길고 곧게 뻗은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내려와 눈 속 깊은 곳의 감정을 가렸다.“할아버지, 지안 씨에게 말하실 건가요?”“아니, 나는 너와 지안이가 잘 지내길 원해. 오늘 지안이는 성씨 집안에 다녀왔으니, 아마 성우주의 정체를 알게 됐을 거야. 내일 지안이가 기어코 너와 헤어지려고 한다고 해도, 먼저 내 허락을 받아야 할 거야. 하지만 너를 돕는 것도 이번 한 번뿐이야, 알겠어?”고청민은 성동철의 장엄한 목소리에서 그의 연세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고청민은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심지안은 뒤돌아보다가 고청민과 시선이 딱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언제 깼어요?”“지안 씨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도 깼어요.”고청민이 심지안의 눈을 보며 말했다.“성씨 집안에서 의뢰한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 건가요?”“네.”“어떻게 나왔어요?”“우주는 제 아이가 맞았어요.”심지안은 자신이 고청민에게 너무나도 잔인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오히려 이런 사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모두에게 못 할 노릇이었다.“우리 결혼식은 해프닝이라고 쳐요. 저는 청민 씨에게 어울릴 만한 여자가 아닙니다.”어제는 하객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기에, 심지안은 결혼식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성씨 가문의 명예를 추락시킬 수 없었고, 고청민에게 상처 주고 싶지도 않았다.고청민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안에게서 직접 그 말을 듣게 되니, 심장이 여전히 격렬하게 요동쳤다.가끔 고청민은 정말 심장을 도려내서 심지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성연신에 못지않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청민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허락을 받아내면 나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이전까지 우리는 여전히 부부 관계를 유지해야 해요.”심지안이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래요.”할아버지는 집안에서 유일한 어른이라, 그의 허락만 받아내면 될 일이었다. 심지안은 서둘러 성동철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가정부는 성동철이 아침부터 외출하셔서 집에 안 계신다고 전달했다. 심지안은 잠시 포기하고 먼저 회사로 가서 업무를 처리한 다음 오후쯤에 학교로 가서 우주를 픽업하려고 했다.“같이 나가요.”고청민은 마치 성동철이 집에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차를 빼고 조수석 문을 열어놓고 심지안을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안은 잠시 멈칫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7월의 날씨는 무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