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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뭐가 찔리는데

고청민은 빤히 계단 입구를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쥔 채 온몸을 다해 억제하고 있었다. 그의 무해한 얼굴은 이미 잔뜩 일그러졌다.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 와이프만 넘겨주시면 됩니다.”

“와이프? 혼인신고도 안 했고 결혼식도 올린 적이 없는데 뭔 와이프죠?”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성연신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얼굴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처음처럼 침착하기만 한 사람은 성연신을 제외하고 찾아볼 수 없었다.

성수광은 한스럽게 그를 노려봤다.

‘이 녀석이 척이라도 좀 하지, 그러면 체면상 넘어가기라도 할 텐데. 하지만 뭐... 당당한 게 어릴 적 내 모습이 있긴 하네.’

성동철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안색은 어두워진 채 말했다.

“대낮에 사람을 뺐다니, 담이 간 밖으로 나왔구나?”

“제 잘못입니다.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때리든 욕하든 달갑게 받겠습니다.”

“뻔히 알면서 한 짓이란 말인가?”

“아닙니다. 다만 심지안은 고청민과 결혼할 수 없습니다.”

성연신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시선을 돌려 고청민을 쳐다봤다. 그는 하얀 슈트를 차려입었는데 맞춤 제작한 스타일이라 요즘 유행에 어울렸고 마치 그를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처럼 빛내줬다.

다만 그런 드라마 주인공 같은 남자가 악랄한 수단으로 말로는 심지안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녀를 다치게 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어쩌면 5년 전의 그도 고청민과 비교하면 별로 나은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무심결에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었다.

하지만 그는 사랑을 주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그는 사랑이란 소유가 아니라 배려해 주고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고청민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며 달갑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

“저랑 지안 씨 사이에 오해가 있다 보니 작게 다투었을 뿐이죠. 성 대표님께서는 그만 상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할아버지, 우리 성씨 가문의 일은 어찌 됐든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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