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고 들어와.”그의 말이 떨어지자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들어왔다. 성연신은 심지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소매를 걷어 올려요. 혈액 표본을 채취해서 검사하게요.” 심지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팔을 껴안고 경계심을 높이며 물었다. “무슨 검사를 하는 거예요?” 성연신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비쳤다. “우리 아이를 찾았어요. 그러니까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해요.” “정말요?”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치며 기뻐서 어쩔 바를 몰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이는 어디에 있죠? 아이를 얼른 데려와요.” 눈으로 봐야만 진실을 확인할 수 있지 귀로 듣는 것은 가짜일 가능성이 높았다. 성연신의 한마디 말로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아이를 찾았으면 왜 직접 여기로 데려오지 않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이를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 유전자 검사를 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아이는... 지금 당장은 지안 씨를 만나기 어려워요.” 그는 성우주를 그녀 앞으로 데려와 이 아이가 우리의 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신기하고 믿기 어려운 상황일 것 같아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유전자 검사 결과였다. 솔직히 말해서 성연신도 매우 설레고 기대되며 한편으로는 긴장되기도 했다... “왜 만나기 어려운데요?” 심지안은 반신반의 하며 물었고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성연신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일단 지아 씨 혈액을 채취해야 해요. 모든 것은 그 혈액 표본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니까 허위적인 결과를 조작할 수 없어요.” 그녀는 잠깐 생각해 보고 성연신의 말이 그럴듯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어쨌든 한동안은 여기서 도망칠 수 없으니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이 말도 안 되는 사태를 일찍 끝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그녀는 팔을 내밀어 의사가 혈액을 채취하도록 협조했다.“결과는 오늘 밤에 나올 것 같으니까 나오는 즉시 제가
심지안은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며 자연스럽게 반사적인 긴장감을 느꼈다.“홍지윤의 녹음이요?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죠?”홍지윤에 대한 그녀의 인상은 5년 전 기이한 여우 가면을 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그 모습 외에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매우 희미했다.“해외로 갔어요.” 성연신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안 씨가 홍지윤에게 약속했던 건데 벌써 까먹었나요?”심지안은 멍하니 성연신의 얘기를 듣더니 맑고 깨끗한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었다. “제가 언제 그녀에게 약속했던 거죠?”성연신의 미간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우리가 함께 홍지윤을 성씨 집안에서 데리고 나왔잖아요.”“기억이 안 나요. 녹음이나 들어봐요.”심지안은 더 이상 과거를 회상하고 싶지 않았고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자 성연신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녹음 펜의 스위치를 눌러 볼륨을 최대치로 조절한 후 책상 위에 놓았다.처음에 심지안은 진지하게 들으려 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떨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는 일어나 녹음을 끄려고 했지만 성연신에게 제지당했다.“왜 더 이상 들으려고 하지 않죠?”“어떠한 현실적 근거도 없는 엉망진창인 내용을 왜 계속 들어야 하죠? 이건 시간 낭비일 뿐이잖아요.” 심지안은 차가운 표정으로 화를 버럭 냈다. “이게 지안 씨가 그토록 얻고 싶어 했던 게 아니었나요?” 성연신은 궁금한 표정과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기억력이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나빠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건 다 가짜잖아요. 제가 연신 씨를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지안 씨, 이건 홍지윤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녹음한 것이에요. 못 믿겠으면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서 검증해봐도 돼요.”“됐어요. 전 연신 씨를 맞춰가며 연기를 할 생각이 없어요.”성연신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이내 그녀에게 해명하려고 애썼다. “오늘 아침 제 행동이 싫었던 건가요? 그 일은 제가 진심으로 사
“비키세요, 집에 갈래요.”성연신이 착잡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짜증이 난 심지안은 손을 뻗어 그를 밀쳐내고 문을 박차 나가려 했다.“진정하세요. 일단 녹음파일부터 끝까지 들으시죠.”성연신은 그녀를 말리며 그의 마음도 좋지는 않았다.“싫어요. 다 가짜야, 가짜라고...”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녹음파일 듣는 것을 거부했다.마치 녹음파일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악마와도 같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녀의 살갗을 찢고 뼛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렬한 공포감을 전했다.성연신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마음속으로는 고청민이 심지안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마음속 깊이 갈망하는 답을 알려주려고 했다.“힘든 거 알아요. 다 들을 때까지 조금만 참아줘요. 누가 우리 아인지까지만 듣고 그만할게요.”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거의 애원하듯이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듣고 싶지 않아요. 집에 갈래요... 절 그만 보내줘요.”성연신은 말을 뱉으려다 이내 다시 삼켜버리고 한숨만 내쉬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싸늘하던 목소리는 그녀와 타협한 듯 이내 부드러워졌다.“그래요. 그만할게요.”그는 그녀를 어찌할 도리가 없어 저녁에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성연신의 온기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낀 심지안은 거북스러워 몸을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집에 갈래요.”“연신 씨, 제발 절 내버려둬요. 각자 제 갈 길 가요. 오늘 일은 성씨 가문에서 따지지 않도록 할게요.”그녀는 구구절절 애원하며 여전히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그 생각은 접는 게 좋겠어요.”성연신은 여전히 결연한 태도로 답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백호가 급히 문을 두드렸다.“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심지안은 눈을 반짝이며 성연신의 반응을 살폈다.그는 덤덤하게 그녀를 흘겨봤다.“얌전하게 있어요. 금방 돌아올 테니.”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고청민은 빤히 계단 입구를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쥔 채 온몸을 다해 억제하고 있었다. 그의 무해한 얼굴은 이미 잔뜩 일그러졌다.“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 와이프만 넘겨주시면 됩니다.”“와이프? 혼인신고도 안 했고 결혼식도 올린 적이 없는데 뭔 와이프죠?”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성연신이 얼굴을 드러냈다.이런 상황에서도 얼굴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처음처럼 침착하기만 한 사람은 성연신을 제외하고 찾아볼 수 없었다.성수광은 한스럽게 그를 노려봤다.‘이 녀석이 척이라도 좀 하지, 그러면 체면상 넘어가기라도 할 텐데. 하지만 뭐... 당당한 게 어릴 적 내 모습이 있긴 하네.’성동철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안색은 어두워진 채 말했다.“대낮에 사람을 뺐다니, 담이 간 밖으로 나왔구나?”“제 잘못입니다.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때리든 욕하든 달갑게 받겠습니다.”“뻔히 알면서 한 짓이란 말인가?”“아닙니다. 다만 심지안은 고청민과 결혼할 수 없습니다.”성연신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시선을 돌려 고청민을 쳐다봤다. 그는 하얀 슈트를 차려입었는데 맞춤 제작한 스타일이라 요즘 유행에 어울렸고 마치 그를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처럼 빛내줬다.다만 그런 드라마 주인공 같은 남자가 악랄한 수단으로 말로는 심지안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녀를 다치게 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어쩌면 5년 전의 그도 고청민과 비교하면 별로 나은 게 없을지도 모른다.그녀를 사랑한다면서 무심결에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었다.하지만 그는 사랑을 주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이제 그는 사랑이란 소유가 아니라 배려해 주고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고청민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며 달갑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저랑 지안 씨 사이에 오해가 있다 보니 작게 다투었을 뿐이죠. 성 대표님께서는 그만 상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할아버지, 우리 성씨 가문의 일은 어찌 됐든 집에
성동철은 이내 말을 잇지 않고 고청민과 성연신을 번갈아 훑어봤다.성수광은 먼저 나서서 그를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자, 우린 바둑이나 한판 두시죠. 젊은이들의 일은 그들끼리 해결하도록 하죠.”“그뿐인가, 우리 성씨 가문의 체면과 손녀의 안전까지 책임져야죠.”“당연하죠.”그는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성수광은 도덕성이 높아 오늘 성씨 가문을 난처하게 한 것을 알고 말투가 특히 좋았다.성동철은 고청민이 고집하는 것을 보더니 순간 어젯밤에 그가 출장을 핑계 삼아 밤늦게 돌아온 것이 떠올랐다.성연신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성동철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성수광을 따라 떠나서 두 남자에게 충분한 공간을 주었다.성연신은 의자에 앉더니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할말 없으세요?”“지안 씨를 넘겨주세요. 그럼 더 이상 따지진 않을게요.”“난 이미 다 알았는데요?”고청민은 안색 하나 변함없고 동요하지도 않았다.“뭘 아는데요?”“혹시 내가 당신이랑 비밀 조직 사이의 비리 따위나 말하려고 이러는 것 같아요?”그는 마치 의사 결정을 관장하는 신과 같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고청민은 여전히 당황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또 뭘 알고 있죠?”“어제 제원파크로 가는 산길에서 당신을 봤어요.”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바닥에 바늘이 떨어져도 크게 들릴 것 같았다.고청민은 멈칫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지고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약간 뻣뻣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렸다.“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제 저는 인주 시로 출장 갔어요.”“계속 지어내 보세요.”“지어낼 필요가 없죠. 만약 이 일로 저를 협박이라도 해서 지안 씨를 돌려보내지 않을 생각이라면 잘못짚으셨네요.”성연신은 단번에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말했다.“우리 둘 사이에서 성씨 어르신께서 무조건 당신 편을 들어주고 내 말 따위는 믿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도 겁 없는 건가요?”고청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
고청민은 멈추지 않고 기세를 몰아 성연신이 다친 곳을 골라 주먹을 휘둘렀다.그는 보기에는 수척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힘이 셌다.고청민의 눈은 새빨갛고 휘두르는 주먹마다 힘을 실은 채 격한 분노와 그리고 켕기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성연신은 왜 죽지 않았을까, 죽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럼 그와 지안은 결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멀쩡하던 인생은 어쩌다 성연신에 의해 엉망이 되었는지.분명히 성연신이 먼저 지안을 버리고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인데, 그는 그저 지안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고 성우주를 알아보지 못하기를 바랐다. 어렵게 얻은 지금의 모든 것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그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퍽-성연신은 기회를 봐서 테이블에 올려있던 컵을 잡더니 이성을 잃은 고청민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유리가 바닥에 온통 부서지자 둘은 동작을 멈췄다.피가 하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고청민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새빨간 눈으로 성연신을 빤히 쳐다보더니 옆에 있던 꽃병을 쥐고 역시 무기로 삼았다.눈을 감은 채 목구멍에서 복받쳐 오르는 피비린내를 삼키던 성연신은 몸이 극한에 달해도 온몸에서 풍기는 승자의 기운만은 여전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감히 여기서 나를 죽이기라도 하려고?”고청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꿋꿋한 자태로 서 있었다. 평소와 달리 얼굴에 있던 온화함은 온데간데없어졌고 또래답지 않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며 딱히 부인하지도 않았다.확실히 그는 방금 살인충동을 느꼈다.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여기는 성씨의 저택이고 성연신의 바닥이다.그러나 그는 정말로 성연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마치 성연신이 살아 있는 한 줄곧 영혼이 가시지 않은 채 심지안에게 매달릴 것 같았다.“비밀 조직과 손잡아도 날 죽이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더더욱 불가능하죠.”성연신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얼굴에 혈색이 일도 없는 채 고청민을 빤히 쳐다보며 침착하게 말했다.“예전에 정말 당신한테 기회를 주려고 했거든요? 다만 심지안을 해치지 않
이런 말들은 매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여 고청민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꽃병을 꽉 움켜잡는 그의 눈에서 독기가 뿜겨져나왔다. 아마 자극을 받았는지 이 순간만은 성연신을 죽이고 싶었다. 두 쌍의 눈이 마주치자 기분이 날카로와져서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이때 걱정스럽고 거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안철수는 건장한 몸집으로 나무 바닥을 삐걱삐걱 소리를 내 밟으며 다가왔다. 그는 잔뜩 긴장해서 급급히 성연신을 부추기며 물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이틀 밤새 제대로 쉬지 못한 데다가 상처를 대충 처리하고 급히 성씨 가문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찌 견딜 수가 있겠는가.“괜찮아요.”눈을 돌려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고청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한 짓입니까? 대표님, 제가 대신 혼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악의를 풍기며 고청민을 향해 걸어갔다. 젠장, 대표님이 병난 틈을 타 목숨을 노리다니.이 녀석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구나!성연신은 소파에 반쯤 누워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리지 않았다. 그는 고청민이 얼마쯤은 몸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안철수를 이길 수 있을지 몰랐다. 고청민은 가까이 다가오는 안철수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몸을 풀었다.아침부터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라 그도 기회 삼아 분풀이하고 싶었다.“내보내 주세요! 나 좀 내보내 줘요!”위층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세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 고청민은 안색이 변했다. 심지안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값진 골동품 꽃병을 마음대로 던지더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성연신은 내색하지 않았다. 성씨네 저택은 안팎을 모두 개조하였는데 단단한 정도가 방탄집에 비견되었다. 열쇠가 없다면 한사람 외부의 힘만으로는 절대 열 수가 없다. “할아버지께서 아직 안 나오셨어요?”안철수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아직입니다. 그냥 차 좀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하지만 주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고청민이 대표님께 주먹질하려는 소리
“그래요, 그러나 지안이 우리와 함께 돌아간다고 해도 당신네 집안은 마찬가지로 성씨 가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합니다.”성동철은 심지안의 팔꿈치가 밖으로 꺾일 것이라고 얼마간 자신했다. 만약 그녀가 아직도 성연신을 선택한다면 정말 그녀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요즘 말로 금사빠인것이다. 성수광은 기침 소리를 내며 호의적으로 주의를 주었다. “때때로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너무 서두르며 급히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천천히 조사해야 하죠. 자신을 제외하고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세상에서 인심을 헤아리기 어렵네요.”성동철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청민이 전날 밤 인주 시에 간 것을 가리킨다고 의심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고청민은 성동철이 오는 것을 보고 문을 걷어차려다 멈추고 얼굴에 절박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지안 씨 여기 있어요.”성수광은 성연신을 노려보며 말했다. “문 열지 않고 뭐 하는 거냐?”성연신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몸을 일으켜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침실문을 열었다. 심지안은 온 얼굴에 눈물자국이 가득했다. 그것은 생리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단순히 심리적인 것이었다. 그녀의 마은은 텅 비여서 주체할 수 없이 멍해 있었으며 눈물만 흘렸다. 고청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는 처음에는 기뻤지만 홍지윤이 했던 말을 생각하니 참지 못하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우주가 정말 그녀의 아이일까… “지안 씨, 괜찮아요? 저와 할아버지가 지안 씨를 데리고 집에 갈 거예요.”고청민은 격동되어 심지안을 품에 안았다. 마치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보물처럼 말이다. 심지안은 눈앞의 고청민을 보면서 마치 인형처럼 그가 안는 대로 몸을 내맡겼다. 그리고 성동철을 향해 눈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그래... 할아버지가 늦었구나.”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자, 집으로 돌아가자. 결혼식도 마저 올려야지. 그리고 자네 가문에서는 우리와 함께 돌아가서 오랫동안 기다리신 하객 여러분께 사과를 해주십시오.”성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