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1132 챕터

제661화 두 사람의 목숨을 잃게 되다

깊은 밤,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깃털 같은 눈송이가 화재현장을 뒤덮어버렸다.성연신은 기다란 눈초리에 눈송이를 달고 병원에 도착했다. 촉촉한 눈빛은 전과 다르게 공격성을 잃어 가엾어 보였다.손남영이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성 대표님, 지안 씨 가셨습니다.”“가셨다는 게 무슨 말이야?”“지안 씨 장원에서 부주의로 넘어지셔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대출혈로 판정받았지만 수술 도중에 화재로 인해 아이도, 지안 씨도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성연신은 그 자리에 마비되듯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았고 실명한 듯 눈앞이 캄캄해졌다.눈앞에 놓인 길이며 사람이며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귓가에는 이 한마디만 맴돌았다.“지안 씨 가셨습니다.”‘집에 들어가지 않은 하룻밤 사이 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히 멀쩡했는데.’성연신은 미친 듯이 6층으로 달려갔다. 수술실에 도착했을 때 코를 찌르는 탄 냄새만으로도 괴로웠다. 이로써 심지안이 살아있는 상태로 불에 타 죽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충혈된 두 눈과 일그러진 표정에 소방대원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혹시 환자 가족분이신가요? 일부 유골을 발견하긴 했지만, 불길의 기세가 어마어마하여 시체는 보존하지 못했습니다.”성연신은 떨리는 두 손으로 눈앞에 놓인 작은 유골함을 받아쥐었다.유골함을 받자마자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오더니 이내 붉은 피를 토해내고 말았다.“괜찮아요? 의사 선생님 불러올까요?”성연신은 걱정스레 묻는 소방대원을 밀쳐내고 폐허로 변해버린 수술실로 뛰쳐들어갔다.수술실 안에 있던 설비들은 죄다 타버려서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심지어 살타는 냄새마저 풍겼다.성연신은 사방을 둘러보며 심지안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했다.갑자기 발밑에 무언가 밟혀 고개를 숙여보니 핑크 다이아몬드가 원래의 빛깔을 잃은 상태로 무덤에 묻혀있었다.그는 허리 굽혀 줍더니 옷으로 조심스레 먼지를 닦아내면서 눈앞이 다시 흐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 반지는 심지안에게 선물해준 결혼반지였다.선물할 때 너무나도 기뻐하면서 보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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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그는 그녀를 너무 그리워해

하지만 성연신은 생각밖에도 뺨을 맞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며 여전히 고집스레 손에 쥐고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면서 심지안의 이름을 불렀다.‘죽더라도 내 와이프가 되고 싶지 않았던 거야?’모든 것이 타버리고 남은 것은 이 반지뿐이었다.‘내가 이런 방식으로 보호하는 것이 아니었어. 난 아직 당신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어.’그는 좋은 남편으로 되기를 노력했고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예전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기회마저 사라진 것이다.정욱은 이런 성연신의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이렇게 말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성연신은 가슴을 움켜쥐더니 갑자기 눈앞에 불씨가 타오르는 수술실 안, 구석까지 몰린 심지안이 서서히 불에 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고통스럽게 허덕이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몸이 재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마치 성연신이 보이는 듯 절망스럽게 울부짖었다.“연신 씨, 나 너무 아파. 살려줘...”성연신은 이 화면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 눈을 감은 채 서서히 주저앉고 말았다.“그거 알아? 나 지안 씨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그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더니 말했다.“여기가 너무 아파. 심장이 파여 지안 씨가 함께 떠난 것 같아.”성연신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정욱마저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눈초리를 적셨다.진유진이 다가가 유골함을 빼앗아보려고 했지만 성연신이 워낙 힘껏 안고 있었고, 이내 소름 끼치는 눈빛을 하더니 말했다.“저리 가세요!”“아니요! 저는 지안이를 데리고 갈 거예요. 죽어서도 연신 씨한테 갇혀서 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성연신은 온몸이 굳어버리더니 할 말을 잃었다.‘내가 정말 지안 씨를 가둬놓은 건가...’진유진은 성연신이 정신을 판 사이 유골함을 들고 뛰쳐나갔다.성연신은 벌떡 일어나더니 쫓아가 보려고 했지만,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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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나중에 납골당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수만 있다면

안철수가 대답했다.“병원에서 살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성연신은 눈을 파르르 떨더니 입을 열지 못했다.안철수는 그가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화제를 돌리면서 말했다.“임시연 씨가 아들을 출산했다는데 혹시 가보시지 않을 건가요?”“병원 CCTV 영상을 확보해봐요.”“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화재로 인해 인터넷도 끊기고 전기도 끊긴 상태였습니다.”성연신은 실망한 눈치였지만 목이 멘 목소리로 이렇게 고집했다.“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요.”안철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정욱 역시 화재가 발생한 순간 CCTV 영상을 확보하려 했지만 카메라들마저 타버린 직후였다.안철수가 떠난 이후, 성연신은 진유진이 심지안의 유골함을 가져간 사실을 떠올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냈을 때 가슴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았다.아직도 심지안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병원에 가서 심지안이 죽었던 장소를 다시 볼 용기는 없었다. 이것은 죽기보다도 괴로운 일이었다.성연신은 운전해서 장원에 도착한 후 심지안이 머물렀던 안방으로 향했다.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조금은 쭈글쭈글한 침대 시트, 밝혀져 있는 스탠드 조명, 책상 위에 널브러져있는 책들... 각 흔적을 보면 어제까지도 이곳에 있었던 사람이 오늘은 저세상의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성연신은 구두를 벗어 이불 속으로 들어가 심지안이 남긴 온기를 느꼈다.이때, 모든 감각이 열리고, 부드러운 이불속에서 그녀의 싱그러운 냄새를 맡게 되었다.이 순간 심지안이 여전히 곁에 있는 것만 같았다.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고 했지만, 물거품으로 되어버렸고 아무리 다시 불러오려고해 봐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성연신은 그제야 심지안이 죽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어둠이 짙어지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슴속 깊이 밀려오는 후회 때문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침대에 웅크린 채 마치 괴물처럼 울부짖었다.여자 하나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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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기나긴 꿈에서 깨어나다

임시연은 순산 이후 며칠간의 회복 끝에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올 블랙 긴 원피스에 미니햇을 하고 우아한 모습이었다.그녀는 진유진의 분노에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저는 그저 심지안 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왔을 뿐인데 흥분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연신 씨, 이 여자 계속 이곳에 머무르게 할 거면 지금 바로 지안이를 데리고 떠날거예요!”진유진은 붉으락푸르락 하면서 성연신에게 소리를 질렀다.성연신은 힘겹게 시선을 들어 임시연을 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에게 머무른 시선은 3초도 되지 않았다.임시연은 옷소매에 숨겨두었던 두 손에 주먹을 꽉 쥐게 되었다. 출산해서부터 성연신은 한 번도 보러오지 않았기 때문이다.‘지석 씨만 보러오게 하고, 이게 뭐야. 아니야, 됐어. 어차피 지안 씨도 죽은 마당에 좋은 날이 오겠지.’사실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따로 있었다.‘누가 뭐 이런 재수 없는 곳에 오고 싶어서 온줄 알아?’눈치가 빠른 정욱은 순간 성연신의 마음을 깨닫고 임시안의 앞에 가서 공손하게 말했다.“시연 씨, 이만 가시죠.”“저는 정말 다른 뜻이 없는데...”임시연은 일부러 창백한 표정을 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지안 씨 죽음에 대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오늘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왔는데 만약 전에 저에게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정말 용서를 원한다면 지옥에 가서 사과하던가.”내내 입을 열지 않던 고청민이 갑자기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마치 그녀의 꿍꿍이를 꿰뚫고 있는 듯 했다.임시연은 순간 얼어붙더니 분노가 가득했던 표정이 싹 사라지고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안 씨 정말 죽은 거 맞아요? 병원에 가서 살리기는 했어요?”화재가 발생한 그 날, 병원에서 고청민의 모습을 슬쩍 보았던 것이다.자신이 본 것이 맞다면 그날 그 사람은 고청민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때는 이미 불길이 세져 수술실 안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를 똑똑히 들을수 있었다.심지안이 이 세상에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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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생각의 굴레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내가 만약 병원에 있었다면 어떻게 지안이가 불에 타 죽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겠어요?”성연신의 말투는 덤덤했다. 하지만 주먹을 너무 꽉 움켜쥔 탓에 새하얗게 변해버린 손톱이 그의 진짜 속내를 말해주고 있었다.성연신이 어떻게 그녀가 숨이 끊어지는 걸 그저 내버려 둘 수가 있겠는가.누구보다 그녀와 그토록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성연신이지 않은가.진유진이 분노가 가득 담긴 퉁퉁 부은 눈으로 성연신을 쏘아보며 말했다.“그럼 어디에 있었는데요?”성연신이 허탈하게 웃음 지었다.“그건 이제 의미가 없어요.”심지안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진유진은 그가 변명을 늘어놓는다는 생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피식 웃었다.“이제 지안이가 없으니 당당히 임시연과 함께 다닐 수 있겠네요? 아주 좋아 죽겠죠?”“난 임시연을 좋아하지 않아요.”진유진은 성연신의 그런 말 따위 전혀 믿지 않은 채 피식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묘지에서 나가자 길 저편에 세워놓은 하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보였다.그때, 창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앳되고 말끔한 얼굴이 드러났다.고청민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지금 시간 되세요? 할 얘기가 있어서요.”“네.”진유진이 떠나자 묘지엔 성연신 한 사람만 남았다.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머물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정욱이 다음 날 아침 보광 그룹에 가보니 사무실 책상 위 서류들은 조금도 움직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전 회의 시간이 되었음에도 성연신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회사 모든 고위급 인사들이 회의실에 모여 그를 기다렸다. 기다린 지 한 시간이 지나자 정욱은 어쩔 수 없이 성씨 저택으로 가보기로 했다.하지만 중정원에도, 새로 건설한 장원에도, 성연신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온 정욱은 곧바로 차를 몰고 교외로 향했다.겨울엔 낮이 짧고 밤이 길다.무덤이 있는 장소는 도시와 완전히 차단된 곳이었다. 하얀 안개에 뒤덮여있어 햇빛조차 보이지 않았다.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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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심지안은 죽지 않았다

성연신의 시선이 드디어 다시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가 우는 아이를 쳐다보며 이마를 찌푸렸다.“왜 이래?”“배가 고파서 우는 걸 거야. 내가 옆방에 가서 우유를 먹이고 올게.”임시연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아이를 다독였다.그녀가 나간 뒤 오지석은 더이상 성연신을 설득하지 않고 한 마디만 덧붙였다.“새 생명은 때로는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줘.”“행운?”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내 삶은 이미 망가졌어. 여기에서 더 나빠질 것도 없지.”오지석은 마땅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문 채 조용히 머무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반면 임시연은 밤까지 성연신의 곁에 남아있었다.임시연이 아기를 안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대부분 시간 동안 아이를 다독이며 성연신과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어쩌면 성연신이 그녀에게 대화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연신아, 나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까 그동안 아이 좀 봐줘.”온종일 유지하고 있던 임시연의 미소가 이젠 조금 경직되었다.소파에 누워있는 아기를 바라보는 성연신의 눈동자에 복잡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이 피어올랐다.병실 밖 몇 명 간호사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장미연 씨가 어디에 갔는지 알아요? 연속 며칠 동안 안 보이더라고요. 오늘 수간호사님한테 물었는데 그분도 잘 모르시더라고요.”“몰랐어요? 장미연 씨 부모님이 병원에 오셨잖아요. 병원장님께서 힘들게 부모님들에게 사실을 알렸어요. 장미연 씨에게 변고가 생긴 것 같아요.”“아... 무슨 변고인데요?”“화재가 일어났던 그 날 밤 장미연 씨가 수술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대요.”“장미연 씨가 죽었다고요?”“제 생각엔 그래요. 아니면 왜 갑자기 사라졌겠어요.”“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 사람의 흔적만 발견됐다고 하던데...”“맞아요. 그게 좀 이상해요.”그 순간.간호사 눈앞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성연신은 그들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곧장 병원장 사무실로 달려갔다.그는 병원장 사무실에서 30분 머무른 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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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심지안은 널 증오해

정욱이 물었다.“성씨 가문엔 왜 가시는 거예요?”성연신이 어두워진 눈동자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확인하려고.”초저녁의 노을이 금빛을 내뿜으며 성씨 가문 정원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성동철이 마당 흔들의자에 앉아 유유자적 차를 마시며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다.집사가 급히 그에게로 다가왔다.“어르신, 성연신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찻잔을 든 성동철의 손이 떨려왔다. 순간 고청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심지안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고청민은 며칠간 줄곧 사당에 머무르고 있었기에 성연신과 관련되어있지 않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에 미친 성동철이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들여보내.”성연신은 집사의 안내로 들어와 성동철의 맞은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가 성동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말했다.“어르신, 고청민을 만나러 왔습니다.”성동철의 눈까풀이 툭툭 튀어 올랐다. 고청민이 무슨 일을 벌인 게 분명하다. 성동철은 이미 지긋이 나이를 먹었지만 성연신 앞에선 어딘가 주눅 들어 있었다.“걔는 왜 만나려고 하는 건가? 그 아인 아직 사당에 있네.”“물어볼 게 있습니다.”성연신이 숨기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자세히 들어보면 평소보다 약간 빠르고 떨리는 그의 목소리엔 긴장감과 기대감이 묻어있었다.성동철은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으나 마땅히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또한 이 집에서 선을 넘는 일은 벌이지 못할 테니 집사를 시켜 고청민에게 데려다주었다.고청민은 한창 붓을 들고 글씨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본 순간 화들짝 놀랐다. 성연신이 이렇게나 빨리 이상함을 감지했을 줄이야.집사는 성연신을 의자에 안내하고는 문을 닫고 자리를 피했다.성연신은 곧바로 고청민이 쥐고 있던 붓을 던져버렸다. 먹물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 두 사람의 옷에 흩뿌려졌다.그가 고청민의 멱살을 잡고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심지안 안 죽은 거 맞죠?”고청민이 멍한 얼굴로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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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그들 사이엔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증오라는 단어에 자극을 받은 성연신은 고청민의 목을 움켜쥐었다. 날카로운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거렸다.“심지안은 어디에 있어?”고청민은 호흡이 힘들어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으나 겁에 질리기는커녕 한글자 한글자 내뱉으며 성연신을 도발했다.“그 여잔 죽었어요. 간접적으로 당신에게 살해당했죠.”“난 아니야! 난 지안 씨를 보호하고 있었다고!”그는 모든 일을 해결한 뒤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고청민은 숨이 쉬어지지 않아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이제 인정해요. 지안 씨는 당신의 그런 식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건 감옥이나 다름없는 거예요.”“당신은 스스로 마음이 넓고 배려가 깊다고 생각하죠?”“실은 줄곧 지안 씨를 옥죄이고 있었어요. 지금 이 모습 대체 누구한테 보이려고 이러는 거예요? 지안 씨가 볼 수나 있어요? 알기나 할까요? 다 죄책감을 씻으려고 하는 짓이잖아요.”“한편으로 임시윤과 꽁냥거리고, 한편으론 심지안을 위하는 척 난리를 치고. 설사 전자가 연극이라고 해도 지안 씨의 동의를 받은 건 아니잖아요. 이 세상이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모든 사람이 당신 뜻대로 행동해야 하나요?”성연신의 동공이 흔들렸다. 고청민이 정곡을 찌른 것이다. 그는 조용히 고청민을 쏘아보았다.두 남자는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시선을 맞추며 불꽃을 튕기고 있었다.성연신이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고청민이 반격을 가했다.성연신은 한 대 맞은 뒤 다시 되받아쳐 고청민을 차고 딱딱한 바닥에 넘어뜨렸다.고청민은 통증에 앓는 소리를 냈다. 등 뒤엔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흘렀고 온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그는 물러서지 않고 다시 일어서 공격했다.성연신은 몸을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몸 상태로 무리했던지라 고청민에게 반격할 기회를 내어주고 말았다. 고청민의 주먹이 성연신의 배에 내리꽂혔다.싸움이 끝난 뒤.두 사람의 얼굴은 모두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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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상처를 주다

성연신은 바닥에 떨어진 양복을 들고 밖으로 나갔는데 고청민은 무슨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눈썹을 치켜 올렸다.문 앞에 와서 성연신은 잠깐 멈춰 고청민을 보고 말했다.“어찌 보면 당신도 나랑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뭐가요?”“지안 씨 위한다는 명목으로 상처를 주는 거요.”고청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가 뭔가를 알고 있지 않는지 시험해 보려고 했지만 성연신은 그냥 자리를 떴다.성연신은 아침 6시까지 차 안에 앉아 있었는데 아침의 첫 햇살이 흐릿한 회색빛을 대지에 내뿜고 있었다. 그는 심지안이 살아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살아 있기를 바랐다....성연신의 차가 성씨 장원 밖에 줄곧 주차하고 있자, 집사가 고청민에게 보고했다.“성 대표님, 아무것도 안 하시고 조용히 차 안에만 계시다가 날이 밝자 바로 떠나셨습니다.”날이 밝아서...고청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는데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있었고 만물은 햇빛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모두 그들의 희망을 기다리는 것 같다.순간 그는 성연신의 생각을 이해했다. 살아있기만 하면 심지안은 영원히 다음 날의 태양을 기다릴 것이고 그는 잠시 한 발짝 물러서서 그녀가 상처를 치유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성연신은 성씨 가문을 떠난 다음, 바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회사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는데 그 때문에 제일 힘든 건 정욱이었다. 원래도 개인 시간이 없었는데 성연신이 대부분 시간을 회사에서 지내는 바람에 일상이 더욱 바빠졌다.늦은 밤이 되자, 정욱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진유진이 생각나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진유진이 아마 성연신 때문에 자기를 차단했을 거라는 생각에 우울했다. 나중에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아예 상대방의 전화가 꺼져있었는데 더 이상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 연결을 포기했다....5년 후.심지안이 제경 공항에서 나오자,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청민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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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고청민과의 결혼

성씨 가문 저택.성동철은 3년 전 심지안이 자기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기쁜 소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세움 주얼리 지분의 6분의 1을 심지안에게 양도하고 싶었지만 심지안이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며 거절했었다. 첫째는 심지안은 세움 주얼리의 모델만 했을 뿐 실제 업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고, 둘째는 세움 주얼리는 고청민이 오랫동안 경영해 왔기 때문에 고청민에게 그의 이익을 뺏아 간다고 느낌게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고청민이 그녀를 많이 도와줬기에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안이 차에서 내리자, 성동철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비행기 타느라 피곤했지. 네가 거부하지 않았으면 우리 비행기를 보냈을 거잖아.”“할아버지, 저 그렇게 허약하지 않아요.”그녀는 어떤 사람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귀국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싶었다.“지안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시간도 많으니까.”고청민은 무조건 그녀의 편이었다.성동철은 고청민이 심지안을 보는 부드러운 눈빛을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지안아, 나 따라와 봐.”“네.”심지안은 성동철을 따라 서재에 가서 자리를 찾아 앉더니 테이블에 있는 포도를 보고는 한 개 집어 입에 넣었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5년 동안 그는 한 번도 금관성에 돌아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심지안 어머니의 신분을 알게 된 후 성동철이 가끔 프랑스에 다녀갔었는데 심지안도 마음속으로 가족애가 그리웠기에 거부하지 않았다.성동철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사실 오래전에 나와 고청민의 할아버지가 너와 고청민의 혼인을 약속했었어. 기존에는 너를 찾지 못해서 그냥 있었는데 이제 너도 돌아왔고 밖에서 고생도 많이 했으니 고청민과 결혼해서 계속 우리 성씨 가문에 있으면서 두 사람 같이 세움을 관리하면 좋을 것 같구나.”심지안은 눈을 깜박이더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이혼했었어요. 게다가 청민 씨는 저보다 몇 살 어린데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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