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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생각의 굴레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내가 만약 병원에 있었다면 어떻게 지안이가 불에 타 죽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겠어요?”

성연신의 말투는 덤덤했다. 하지만 주먹을 너무 꽉 움켜쥔 탓에 새하얗게 변해버린 손톱이 그의 진짜 속내를 말해주고 있었다.

성연신이 어떻게 그녀가 숨이 끊어지는 걸 그저 내버려 둘 수가 있겠는가.

누구보다 그녀와 그토록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성연신이지 않은가.

진유진이 분노가 가득 담긴 퉁퉁 부은 눈으로 성연신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럼 어디에 있었는데요?”

성연신이 허탈하게 웃음 지었다.

“그건 이제 의미가 없어요.”

심지안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진유진은 그가 변명을 늘어놓는다는 생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피식 웃었다.

“이제 지안이가 없으니 당당히 임시연과 함께 다닐 수 있겠네요? 아주 좋아 죽겠죠?”

“난 임시연을 좋아하지 않아요.”

진유진은 성연신의 그런 말 따위 전혀 믿지 않은 채 피식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묘지에서 나가자 길 저편에 세워놓은 하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보였다.

그때, 창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앳되고 말끔한 얼굴이 드러났다.

고청민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지금 시간 되세요? 할 얘기가 있어서요.”

“네.”

진유진이 떠나자 묘지엔 성연신 한 사람만 남았다.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머물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정욱이 다음 날 아침 보광 그룹에 가보니 사무실 책상 위 서류들은 조금도 움직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전 회의 시간이 되었음에도 성연신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 모든 고위급 인사들이 회의실에 모여 그를 기다렸다. 기다린 지 한 시간이 지나자 정욱은 어쩔 수 없이 성씨 저택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중정원에도, 새로 건설한 장원에도, 성연신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온 정욱은 곧바로 차를 몰고 교외로 향했다.

겨울엔 낮이 짧고 밤이 길다.

무덤이 있는 장소는 도시와 완전히 차단된 곳이었다. 하얀 안개에 뒤덮여있어 햇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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