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1602 챕터

제241화 거기서 기다려

그 시각, 다시 병실 앞 의자에 앉은 권하윤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쓸어내리며 비상 계단 쪽을 힐끗거렸다.그녀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방금 있었던 상황을 상세하게 적어 민도준에게 보내고는 또 한마디를 보충했다.[아까 샌드위치를 잘못 전해줬어요. 그건 제가 먹던 거예요. 새건 저한테 있거든요.]하지만 반나절이나 기다렸지만 민도준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그 때문에 한참 동안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비상 계단 쪽 문이 열렸다.그 순간 권하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눈길이 민도준에게 쏠렸다.식구들은 하나같이 민상철이 민도준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지, 후계 문제와 관련이 있을지 생각하기 바빴다.하지만 묻고 싶은 사람들은 민도준과 친분이 없어 감히 묻지 못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와 말도 섞기 싫어 피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이상하리만치 가라앉았다.민도준은 그런 시선에 익숙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들을 지나쳐 권하윤 앞에 멈춰 섰다.갑자기 자기 쪽에 드리운 그림자 때문에 권하윤은 머리가 찌근거려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그의 뜬금없는 행동 때문에 사람들의 눈빛은 모두 자기한테 쏠리자 권하윤은 쓰러진 척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그때 민도준이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를 불렀다.“제수씨.”“네, 민 사장님.”권하윤은 표정이 굳은 채로 벌떡 일어서며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옅은 화장은 창백해진 그녀의 낯빛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촉촉하게 젖어 든 눈망울을 들어 올린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가엾었다.당장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권하윤의 반응에 민도준은 턱을 슬쩍 들며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명령했다.“먹을 것 좀 줘 봐.”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민도준이 가리키는 방향을 본 권하윤은 그제야 채 나눠주지 못한 도시락이 모두 그녀의 뒤에 있는 창틀 위에 놓여있다는 걸 발견했다.반쯤 날아갔던 영혼을 다시 잡아들인 권하윤은 얼른 일어나 도시락이 담긴 주머니를 들추며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물었다.“뭘 드실래요?”“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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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동물 같네

병실.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밖에서 오가는 대화를 모두 들은 뒤 병상 쪽으로 걸어가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어르신, 민 사장님께서는 이미 떠나셨습니다.”민상철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응.”그의 짤막한 대답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집사가 다시 적막을 깨트렸다.“어르신께서 민 사장님을 불러들여 한 시간 동안이나 차를 마신 것도 모르고 밖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민상철은 집사의 말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다들 계승권 때문에 혈안이 되어 있을 거야. 만약 도준이가 저들을 눌러주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땅속에 파묻힐지도 모르지.”집사는 불편하게 기대 있는 민상철의 침대를 조절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도준 도련님도 좋은 후계자잖습니까.”“예전엔 그랬지.”민상철의 표정은 일순 복잡해졌다.“헌데 둘째네 내외가 그렇게 가고 나서부터 도준이가 우리 가문을 미워하지 않나. 어디 그것뿐인가? 민씨 가문의 세력을 빌리지도 않고 5년 사이에 경성의 암거래 시장을 장악했지. 만약 그 애더러 민씨 가문을 백제그룹을 맡으라고 하면 회사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가 지옥으로 될지도 모르지.”예전의 민도준은 패기가 넘쳤다면 지금의 그는 마치 지옥문을 열고 나온 악마처럼 잔인하고 포악하다. 게다가 가장 무서운 건 같은 가족도 예외가 아니라는 거다.심지어 민상철마저 그를 완전히 꿰뚫어 볼 수 없었기에 백제그룹과 가문의 모든 사람을 그의 손에 넘겨줄 수가 없었다.그에 관한 생각을 하니 민상철 얼굴에 드리운 피곤함은 더욱 짙어졌다.“됐어. 지금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동림 부지 건만 보더라도 그 애가 민씨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이 나왔으니.”“그래도 도준 도련님과 공씨 가문은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던데 돌이킬 여지는 있지 않겠습니까?”“돌이킬 여지? 그 애가 결정한 걸 번복하는 애로 보이나?”민상철은 손을 저었다.“이 일은 자네도 신경 쓸 필요 없네. 내가 이렇게 병상에 누워있으니 애들도 많이 불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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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오래도록 모시고 싶어요

그 시각 위층.“아빠는 어쩜 그래요?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출지언정 친딸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뜻이에요?”“시영아, 네가 욕심 많은 건 이 아비도 안다. 그런데 넌 여자야. 태어나는 순간부터 후계자가 될 수 없는 성별이라고. 네가 계속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가족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민시영의 열과 성의를 다한 설득에도 민용국은 여전히 자기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말 들어. 내가 꼭 너를 위해 훌륭한 가문 자제를 짝으로 찾아줄게. 집에서 누리던 걸 시댁에서도 모두 누릴 수 있게 도와줄게.”그 말을 듣는 순간 민시영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눈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아빠, 예전에 제가 그런 일을 겪었을 때도 아버지는 저더러 참으라고 했었죠?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또 참으라고 하고, 제가 결혼하면 시댁에서도 참으라고 할거죠?”“시영아…….”그때 그 일을 떠올리자 민용국은 약간 울먹이기 시작했다.“그때 그 일 때문에 더 이상 너를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거야. 시영아, 아비 말 좀 들어. 우리 더 이상 싸우지 않으면 안 될까?”“싫어요! 전 한평생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민용국의 긴 한숨 소리를 끝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끝났다.그리고 곧이어 문소리가 들리더니 덩그러니 혼자 남은 민시영이 벽에 기댄 채 눈을 가렸다.그 시각 계단 아래.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권하윤은 마음속으로 대충 그 일에 대해 추리했다.하지만 언제 마음을 추스르고 나갈지 모르는 민시영 때문에 권하윤은 뒤에 바싹 붙어 있는 민도준을 밀며 떨어지라는 암시를 해댔다.그런데 민도준은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일부러 바싹 붙으며 높은 소리로 경고해 대는 게 아니겠는가?“시영아, 울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울어. 오빠가 급한 일 처리하고 가서 위로해 줄 테니까.”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뱉은 그의 말에 권하윤은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그보다 수치심이 더욱 커 이내 얼굴을 붉혔다.‘어쩜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자기만 괜찮으면 되나? 난 쪽팔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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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배운 성과를 확인하다

권하윤의 동작에 민도준은 협조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러자 그의 목을 감은 권하윤의 손이 어깨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뜨거운 기류가 입에서 흘러나와 그의 살을 간지럽혔다.“도준 씨를 기쁘게 하려고 제가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는데 보고 싶지 않아요?”“하.”곧이어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권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벽에 눌렸다. 이윽고 민도준은 팔꿈치를 그녀의 머리 위쪽 벽면을 짚은 채로 그녀가 거역할 수 없는 자세를 취했다.그러면서 몸을 바싹 붙이며 애써 머리를 굴리며 그의 마음에 불씨를 지피는 권하윤을 향해 장난조로 툭 내던졌다.“또 무슨 꿍꿍이지?”그 말에 권하윤은 일순 눈은 반짝이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권하윤의 가슴팍을 쿡쿡 찔러대며 불평을 늘여놓았다.“꿍꿍이라니요. 도준 씨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건데 이러면 저 앞으로 안 배울 거예요.”그러더니 대뜸 가버릴 것처럼 행동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픽 웃더니 그녀를 다시 잡아 와 허리를 만지고 있던 손을 슬금슬금 위로 옮겼다.“그러니까 이게 다 진심이라고?”“당연…… 하죠. 도준 씨가 리조트에서 올리뛰고 내리뛰면서 그렇게 고생했는데 제가 잘 보답해야 하지 않겠어요?”권하윤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눈을 깜빡이며 민도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도준 씨가 저한테 그 기회를 줄지는 모르겠지만요.”분명 불쌍한 척하고 있었지만 눈은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게 한 눈에 보였다.자기를 꿰뚫어 볼 듯한 민도준의 눈빛에 권하윤은 이내 누그러들더니 그에게 몸을 바싹 붙이고 나서야 약간 안도했다.그 동작에 민도준의 눈가에는 웃음기 섞인 미소가 번졌다.‘작은 동물 같네. 위험만 감지되면 들러붙어 애교나 부려대다니.’이윽고 그의 손가락은 권하윤의 머리카락 사이를 누볐고 손을 그러쥐며 잡으려고 할 때 매끄러운 머리카락이 미끄러져 도망쳤다.“그래. 성과 한 번 볼까?”민도준이 또다시 덮쳐오자 권하윤은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자, 잠깐만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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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지나치다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또 그녀에게 따라붙은 민승현이었다.기세등등한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에게 또 시비를 걸려고 찾아온 게 틀림없었다.하지만 권하윤은 그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저 민도준과의 약속 시간을 어길까 봐 걱정될 뿐.그러던 그때 민승현이 눈 깜짝할 새로 그녀의 눈앞까지 다가오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을 입 밖에 꺼냈다.“네가 엄마한테 쓸데없는 말 지껄였어?”권하윤은 그제야 일전에 강수연 앞에서 민승현이 그쪽 방면이 안 된다고 말했던 게 생각했다.하지만 민승현의 끈질긴 물음에도 그녀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의아해했다.“내가 뭘 말했다는 거야?”“그러면 엄마가 왜 갑자기 나더러 집에 자주 들어가라고 잔소리하는데?”민승현은 강민정에게 상처를 받은 뒤로 매일매일 각종 술집을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갔다.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강수연은 지금껏 눈을 감아줬었지만 오늘은 갑자기 잔소리를 늘여놓으며 그더러 집으로 돌아와서 살라고 한 것이다.방금 전 어머니의 말투를 떠올리자 민승현은 그 화살은 자연스레 권하윤에게로 돌렸다.하지만 그의 말에 권하윤은 오히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보아하니 어머님께서 아들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으니 나도 연기력 한 번 펼쳐 봐야겠네.’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이내 눈을 굴리더니 당연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그저 어머님께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어서 살짝 말했을 뿐이야!”“손주? 너처럼 천한 년이 내 아이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그가 배척하면 배척할수록 권하윤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어졌다.“할아버님도 건강이 안 좋으신데 네 앞날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배척하면 안 되지 않아? 아니면 요 며칠만 집에서 지내. 내가 임신만 하면 네가 어디를 가든 잡지 않을 테니까.”마치 자기를 도구로 생각한다는 듯한 권하윤의 말투에 그녀를 보는 민승현의 눈빛에는 혐오가 가득 찼다.“꿈 깨! 난 절대 집에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너도 애 가질 거라고 꿈도 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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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학습 보고

매혹적이고도 번거로운 장식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움만 더해 권하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묶어뒀다.도망치려다가 실패한 그녀의 모습에 민도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풀어 헤쳤다.“급할 거 없어. 하나씩 하면 되지.”그리고 그의 말과 동시에 찌릿한 감각이 권하윤의 등골을 따라 기어올랐다.도망치지 못 할 거란 걸 인지한 순간 권하윤은 오히려 자신을 놔버렸다.어찌 됐든 오늘 밤은 원래 민도준에게 맞춰주려고 했었으니까.이에 그녀는 발을 들어 민도준을 쿡쿡 질러댔다.“그래요. 그럼 어디 힘내봐요.”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잠시 멈칫하던 민도준은 이내 피식 웃었다.“뭐야? 오늘은 아예 막 나가겠다는 건가?”“왜요? 이런 거 안 좋아해요?”“당연히 좋아하지.”욕망 섞인 목소리가 남자의 다부진 몸과 함께 그녀를 짓눌렀다.“아주 껌뻑 죽어.”“…….”적장 죽을 뻔한 건 오히려 권하윤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예전과 달리 피곤하다고 바로 늘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민도준의 비위를 맞췄고 스스로 학습했던 걸 직접 시연했다.물론 처음인지라 서툴고 어색했지만 민도준은 인내심 있게 그녀에게 맞춰주는 것도 모자라 기다려 주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가끔 답답하다 싶을 때에만 그녀를 도와줬다.민도준에게 이끌려 깨끗이 씻겨지고 나서 침대로 돌아왔을 때 권하윤의 의식은 이미 몽롱해 있었다.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지만 긴장감을 한치도 늦추지 않았다. 이윽고 그루밍하는 새끼 고양이마냥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늘 만족했어요?”이미 졸릴 대로 졸려 눈꺼풀을 들지도 못하면서 그의 의견을 묻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더니 그녀의 젖은 머리를 살살 문질렀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억양으로 입을 열었다.“만족했어.”남자의 대답에 목적을 달성했다고 여긴 권하윤은 끝내 눈을 스르르 감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만족했다니 됐어요.”이건 그녀가 민도준에게 보상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앞으로 그녀가 해야 할 일과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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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권희연의 부탁

민도준의 말에 권하윤의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일순 굳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갖고 싶은 거라니요. 전 그저 도준 씨를 잘 모시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잖아요.”민도준의 잇새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힘 있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꾹 눌렀다.“갈게.”그가 떠난 뒤 권하윤은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로건은 역시나 그녀를 기다리며 목도리를 뜨고 있었다.그의 실력은 전보다 많이 향상했다. 디테일한 부분은 여전히 투박했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모양은 얼추 갖췄다.문제는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자가 얌전하게 앉아 뜨개질을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이질적이라는 거다.심지어 보통 크기의 뜨개바늘이 그의 손에 들려있자 순간 이쑤시개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을 빚어냈다. 그러던 그때 아래층으로 내려온 권하윤을 본 로건은 채 완성하지 못한 목도리를 어깨에 걸치더니 벌떡 일어났다.“권하윤 씨.”“오래 기다렸죠? 가요.”그의 인사에 권하윤은 예의 있는 미소를 지었다.…….권하윤이 집에 거의 도착하려던 그때 갑자기 권희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희연 언니?’“여보세요?”“하윤아, 지금 전화 받을 수 있어?”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권희연의 목소리는 약간 갈라졌지만 여전히 부드러웠다.“응, 무슨 일이야?”“그게, 혹시 지금 스틱스로 와줄 수 있어?”“응, 알았어. 바로 갈게.”권희연은 진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상 결코 남에게 뭔가를 부탁할 성격이 아니었기에 권하윤은 상세한 내막을 듣기도 전에 바로 승낙했다.이윽고 전화를 끊은 그녀는 곧바로 로건을 바라봤다.“죄송한데 혹시 스틱스로 데려다 줄 수 있어요?”“그래요.”옆에서 권하윤의 통화 내용을 어느 정도 들은 로건은 권희연을 데리러 간다는 사실에 이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그러면서 속으로는 거의 완성되어 가는 목도리의 마무리 작업을 권희연에게 부탁할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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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속박

가슴을 파고드는 불안감에 의사의 진찰이 시작되기 전 권하윤은 로건을 먼저 다른 곳으로 보냈다.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관절부분의 연골이 손상되고 은밀한 부분이 찢겼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정오가 다 되었을 때 깨어난 권희연에 옆에서 지키고 있던 권하윤은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희연 언니, 정신 들어? 어디 불편한 곳 있어?”근심 어린 권하윤의 표정을 보는 순간 권희연은 가슴 속에 따뜻한 물결이 흘러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병원에 데려다줘서 고마워.”“의사 선생님이 언니더러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 스틱스에서 혹시…….”“걱정할 거 없어. 그저 집안에 도움 되고 싶었을 뿐이니까.”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는 권하윤에 반해 권희연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그녀의 말에 권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하려던 말을 내뱉었다.“그래도 언니 몸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되지!”“하윤아, 어머니가 혼자 우리 가문 지탱하는 거 쉬운 일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는 제멋대로 굴면 안 되지.”권희연의 부드러운 말에 권하윤은 숨이 턱 막혀왔다.이런 방면에서 그녀도 사실은 권희연과 비슷했다.그녀는 가족을 위해 권미란에게 묶인 채로 민씨 집안 예비 며느리로 살아가고 있고 권희연은 집안 교육을 받으며 가문을 위해 희생하고 있으니 말이다.권씨 가문이 존재하는 한 두 사람은 권씨 집안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스스로 도구가 되는 걸 자초해야 했다.그러던 그때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권하윤의 뇌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병실 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희연 언니, 언니가 가문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어. 그런데 가문의 미래를 집안 여자들로 맞바꿔서는 안 되지. 언니는 변하고 싶다는 생각 한 적 없어?”그녀의 말에 권희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하윤아,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어머니를 어떻게 거역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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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둘이 아주 뜨거웠겠네?

로건의 고집에 권하윤은 순간 말을 잃었다.하지만 그녀는 병실을 힐끗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면 저 어디 잠깐 다녀올 테니까 여기서 희연 언니 돌봐줄래요?”그녀의 말에 로건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민 사장님이 나더러 여기 남아서 하윤 씨 도와주라고 했는데. 그런데 희연 씨는 하윤 씨 언니니까 희연 씨 돌봐주는 건 하윤 씨 도와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잠깐 새에 생각을 정리한 로건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털 뭉치를 손에 들고 병실로 들어가는 로건의 뒷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문틈 사이로 언뜻 보이는 권희연을 향해 두 손을 모은 채로 중얼거렸다.‘언니, 미안해!’권하윤은 이 기회에 로건을 따돌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병실에 있는 두 사람 모두 식사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내 몸을 돌려 병원 부근의 먹거리 골목으로 향했다.병원 주위를 한참 맴돌던 그녀는 깔끔해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 주소를 불렀다. 그러고는 로건이 따라오기라도 할까 봐 이내 자리를 떴다.권하윤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쯤이었다. 하지만 택시에서 내린 순간 그녀는 주위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역시나 택시가 후미등을 깜빡이며 멀리 사라진 순간 등 뒤에서 손 하나가 나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읍-”권하윤은 몇 번 발버둥 쳤지만 이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그 시각, 길 건너편에서 그녀가 검은 차에 실려 가는 걸 본 케빈은 이내 어디론가 전화했다.“아가씨, 권하윤 씨가 방금 끌려갔습니다.”“…….”권하윤이 깨어났을 때 손발은 의자 뒤에 묶여있었고 주위는 캄캄했다.환경 때문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어둠에 적응하고 나서야 앞에 웬 사람이 서 있다는 걸 느꼈다.게다가 그 사람은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다.권하윤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안은 이내 밝아졌다.하지만 켜진 건 천장에 있는 등이 아니라 플로어 램프였다. 심지어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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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민도준이 도착하다

손뼉 소리에 경호원 몇 명이 다가오자 공아름은 이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권씨 집안 여자들은 명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던데 내가 영상 제대로 찍어 인터넷에 뿌려줄게. 앞으로 권씨 가문이 어떻게 머리를 들고 다니는지 두고 보자고!”그녀가 말하는 사이 카메라 세팅은 어느새 끝났다.그들의 동작을 보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점점 닥쳐오는 위기감에 민시영이 아직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까 봐 걱정하던 찰나 갑자기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시영 아가씨!”“무슨 일이야?”“민 사장님이 오셨습니다!”민도준의 이름을 듣자 걱정하고 있던 권하윤은 겨우 안심했다.하지만 그에 반해 공아름은 몇 초간 멍해 있더니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권하윤을 바라봤다. 그리고 권하윤의 얼굴에 드리운 안도감을 보는 순간 바로 폭발했다.“도준 씨가 왔다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꿈 깨!”그때 젊은 경호원 하나가 참지 못하고 그녀를 설득했다.“민 사장님은 분명 소식을 듣고 왔을 겁니다. 만약 이 모습을 보게 되면…… 아가씨한테 불리합니다…….”경호원은 얼굴을 가린 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그러자 공아름은 사악한 눈빛으로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익숙한 이름 하나를 내뱉었다.“문태훈!”그제야 권하윤은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문태훈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를 아예 모르는 척 지나치더니 공아름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아가씨.”“저년 치워버려.”명령을 한 공아름은 권하윤에게 더 이상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하이힐을 도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왜냐하면 그녀는 이 말을 하는 순간 권하윤의 이름을 본인의 사전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경호원들도 자연스레 공아름을 따라 떠나는 바람에 텅 빈 공간에는 문태훈과 권하윤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낯익은 “지인”과 마주했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문태훈은 핍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그녀와 손을 잡았던 것이기에 그녀를 제거할 수 있는 이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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