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1602 챕터

제231화 더 세게 해 봐

권하윤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특히 지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욕조에 앉아있는지라 그 두려움은 배가 됐다.하지만 그녀가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며 세면대 위에 올려둔 옷을 낚아채려 하는 순간 욕실의 문손잡이가 끼이익 돌아갔다.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권하윤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다급히 욕조로 숨겼다. 하지만 너무 급한 동작 때문에 물보라가 일며 욕조 옆으로 물이 흘러나왔다.욕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모습을 보게 된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젠 다이빙도 해?”그는 천천히 욕조 쪽으로 다가가더니 안을 힐끗 훑어봤다.“가려봤자 가려지지도 않는데 뭘 그렇게 애써?”“콜록콜록…….”고개를 들던 권하윤은 미처 뭐라 말하기도 전에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해댔다.투명한 물방울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따라 흘러내리다 떨어지면서 작은 물보라를 잃었고 물기에 촉촉하게 젖은 얼굴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다.“왜 도준 씨가 여기 있어요?”“내가 아니면?”민도준은 허리를 숙여 물을 손으로 휙 쓸어 일렁이고 있는 수면 위에 물보라를 더했다.“누구인 줄 알았는데? 지훈이?”“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지훈 아주버님이 제 방에 뭐 하러 들어오겠어요?”뜬금없는 민도준의 말에 권하윤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모르지.”그러자 민도준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 안에 있는 권하윤의 발목을 잡아 확 잡아당겼다.“아!”그 힘에 권하윤은 중심을 잃고 뒤로 젖혀지면서 물에 다시 빠졌다.만약 욕조 변두리를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익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마침 수면위에 멈춰 선 그녀의 입술 안으로 맑은 액체가 자꾸만 흘러들려고 애썼다. 매혹적인 입술이 숨결을 찾으려고 뻐금거리는 모습에 민도준의 눈빛은 일순 어두워지더니 허리를 굽힌 채 그녀의 입술 위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던 권하윤은 끝내 더해져 오는 민도준의 힘을 이기지 못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욕조는 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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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쌩쌩하네

한 번의 소동이 끝나자 욕실은 엉망이 되어버렸고 권하윤은 성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원흉인 민도준은 여전히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등에 입을 맞춰댔다.“그만 해요, 저 좀 휴식하게 해줘요. 지금 저 죽이려는 거예요?”권하윤은 그의 가슴팍에 기댄 채 원망스러운 듯 자기 허리에 두른 민도준의 손을 마구 끌어냈다.그러자 곧바로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그럴 리가. 아껴도 모자랄 판에 죽이다니.”“이게 아끼는 거예요? 공아름 씨가 민도준 씨한테 일부러 약까지 탔는데 제 방으로 들어오면 저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마구 버둥대는 권하윤의 모습을 보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직도 쌩쌩하네?”그의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린 권하윤은 방금전까지 팔딱거리더니 이내 얌전해졌다.“전 다 죽게 생겼는데 어쩜 그런 생각만 하세요?”충분히 만족한 민도준은 인내심이 생겼는지 그녀의 투덜거림에도 피식 웃으며 말랑한 얼굴을 살짝 꼬집어 댔다.“약을 탄 게 공아름이라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아니면요? 공아름 씨가 아니면 누가 도준 씨한테 감히 약을 타겠어요? 저는 도준 씨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 미칠 지경인데 약 타는 건 상상도 못 하거든요.”괴상야릇한 말투로 투덜대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재밌는 듯 피식 웃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아 자기 쪽으로 돌렸다.“하윤 씨는 약 탈 필요가 없어. 나 한 번 부르기만 하면…… 거든.”일부러 그녀의 귀에 낮게 속삭인 말에 계속 투덜대려던 권하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난 또 도준 씨가 보기에도 여러 가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현 씨를 찾아갈 줄 알았죠.”권하윤의 손을 주물럭거리던 민도준은 그녀의 손끝을 따라 점점 올라가 깍지를 꼈다.“또 심술이야?”“그럴 리가요. 도준 씨가 그 여자 안 좋아하는 거 다 알아요.”그의 말에 한참을 꼬물대던 권하윤은 그의 어깨에 기대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남자의 가벼운 대답에 권하윤은 고개를 돌려 그와 마주했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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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다리를 치료하다

반 시간 전.섹시한 잠옷을 입은 채 마음을 졸이며 민도준을 기다리던 주다현은 초인종이 울리기 바쁘게 상대를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그리고 기대처럼 문 앞에 나타난 민도준을 보는 순간 그녀는 기쁜 나머지 몸을 배배 꼬며 어찌할 줄 몰랐다.민도준은 그녀가 예전에 만났던 다른 부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돈과 권력은 물론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얼굴까지 소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게다가 경험이 많은 그녀는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민도준이 그 방면에서 얼마나 강한지를 한 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그 상상만으로도 그녀는 심장이 콩닥거렸다.이윽고 방안을 관광하는 듯 둘러보는 민도준을 보며 마른침을 삼키기까지 했다.“민 사장님, 오, 오늘 밤은 여기에서 지낼 건가요?”민도준은 그제야 주다현을 발견한 듯 우호적인 미소를 지었다.“오후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던데 이리 와 봐. 다리 치료해 줄 테니까.”그 말을 야릇한 농담으로 받아들인 주다현은 몸을 배배 꼬며 민도준에게 다가갔다.“민 사장님…… 아!”하지만 그의 옆에 다다랐을 때 머리가 유리에 세게 부딪히더니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그 모든 과정을 들은 권하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설마 모든 책임을 다현 씨한테 전가할 생각이에요?”“이게 책임 전가에 속하나?”민도준은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씩 웃었다.“감히 그런 짓을 저질렀으면 결과도 감당해야지.”“다현 씨도 아마 도준 씨가 자기한테 마음이 있어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그랬겠죠.”권하윤은 혀를 차더니 참지 못하고 주다현을 위해 한마디 했다.“하. 내가 부처님도 아니고 왜 다른 사람을 보호해야 하지?”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 모습은 마치 권하윤과 처음 만났을 그때처럼 위험천만하고 통제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본 권하윤은 마음이 불안했다. 물론 민도준이 지금은 그녀에게 흥미를 느껴 보호해 주고는 있다지만 어느 날 흥미가 깨지면 그녀의 결말은 아마 주다현보다는 몇 배 더 비참할 거다.왜냐하면 그들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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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시를 읊다

늦은 밤.단독 별장으로 돌아온 민도준은 역시나 그곳에서 공아름과 마주쳤다.바쁜 일로 리조트를 떠났다던 그녀는 민도준에게 배정된 별장의 거실에 앉아 밤을 새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가볍게 무시했다. 이미 충분히 즐기고 온 그는 무척 상쾌했는지 눈에는 지금까지 본 날카로움 대신 나른함만 남아 있었다.“도준 씨!”그가 자기를 무시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자 공아름은 그의 앞으로 달려가 막아섰다. “왜 그랬어요?”마음속에 담아뒀던 수많은 말들 대신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건 원망이 담긴 한마디였다.‘왜 나한테 이렇게 대해요?’분명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 그를 너무 사랑해서 먼 경성까지 쫓아와 마음을 내보이는 걸 알면서 민도준은 그녀를 무시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했다.심지어 약 때문에 괴로우면서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그가 대체 왜 이러는지 그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계단을 밟으려고 발을 들어 올리던 찰나 공아름의 말을 들은 민도준은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왜냐고요? 이유야 많죠. 그런데 말하기 귀찮으니 직접 생각해요.”말을 마친 그는 미련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준 씨…… 민도준!”당장이라도 자지러질 정도로 내지른 고함은 어두운 밤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소리쳐도 민도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그녀는 미친 듯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을 쓸어버리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켜져 있는 핸드폰 안에는 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었는데 민도준이 주다현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문틈 사이로 섹시한 잠옷을 입고 있는 주다현의 모습까지 언뜻 보였다.그리고 방문이 다시 열렸을 때 민도준은 손에 들고 있던 외투를 몸에 걸치며 나왔다. 그 동작 때문에 슬쩍 말려 올라간 셔츠 아래에는 붉은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이 있는 게 보였다.사실 그녀는 민도준과 권하윤의 관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거였다.두 사람이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약 때문에 괴로울 때 민도준은 당연히 권하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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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달다

뷔페식으로 된 아침 식사가 마련되었지만 민도준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각종 음식이 이미 그의 앞에 차려졌다.그와 달리 권하윤은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 빈 접시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음식을 골랐다. 하지만 입맛이 없는지라 오렌지 주스 한잔에 계란 후라이 하나 그리고 체리 몇 개만 골라 담았다.그러던 그때 제대로 짚지 못한 체리가 접시에서 굴러떨어져 테이블 위에 데굴데굴 굴러갔다.그녀는 이내 손을 뻗어 체리를 주워 담으려 했지만 큰 손하나가 그녀를 가로막았다.빨간 열매를 잡은 손가락을 따라 올라가 보니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민도준의 얼굴이 보였다.깜짝 놀란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두러봤지만 다행히 과일 구역은 벽과 가까운 끝자리에 있었기에 누구도 그들을 보지 못했다.살짝 안도한 그녀는 접시를 쭉 내밀며 입을 삐죽거리며 민도준더러 도로 접시 위에 올려놓으라는 시늉을 했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녀의 말을 듣는기는커녕 대놓고 체리를 입 안에 넣어버렸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이윽고 민도준을 힐끗 째려보며 몸을 홱 돌려 떠나버렸다.그녀의 뒷모습을 본 민도준은 입 안의 과일을 꿀꺽 넘기며 낮게 중얼거렸다.“다네. 마치 하윤 씨처럼.”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권하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그녀가 들었다는 것에 만족했는지 민도준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가 끝난 뒤 주성현과 민도준은 일적으로 회의해야 했지만 민도준은 의자에 기대 누운 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어제 물고기를 하나도 못 잡은 걸 생각하니 아쉽네.”주성현은 민도준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조심스럽게 그를 찔러봤다.“그럼 오늘 다시 낚시하는 건 어떠십니까?”“그래요.”민도준의 가벼운 말투에 권하윤은 순간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예감은 현실로 되었다.낚시터.권하윤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못 안에서 허우적대는 주성현을 빤히 바라봤다.“민 사장님…… 꼬르륵…… 죄송합니다…… 저 올라가게 해주세요…… 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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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비좁은 뒷좌석

민도준이 분명 자기를 죽일 뻔했지만 주성현은 감히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헐떡이며 사과했다.“제 불찰입니다. 먼저 회의실에서 기다리시면 제가 옷만 갈아입고 바로 따라갈게요.”“그렇게 계략적인 사람이 어쩜 옷 한 벌 더 챙겨야 한다는 걸 잊었어요?”그 말에 주성현의 창백한 얼굴은 아예 회색빛이 감돌았다. ‘설마 내가 어제 일부러 주다현 씨를 민 사장한테 붙여준 걸 알아챘나?’공아름은 그에게 약을 탄 술만 권하라는 명령만 했지 상세한 속사정은 말해주지 않았었다. 때문에 그녀가 민도준과 권하윤을 시험하려고 한다는 걸 알지 못한 그는 당연히 공아름이 약을 써서 민도준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거로만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거절당한 데다 민도준이 주다현에게 관심을 보이자 그는 그걸 다른 기회로 생각했다.마음에 안 드는 공아름과 억지로 관계를 맺어 프로젝트를 성사하는 것보다는 마음에 드는 주다현과 관계를 맺는 게 안전할 테니까. 주다현이 복수를 당하든 말든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민도준이 그의 모든 의도를 눈치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순간 오한이 느껴진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민 사장님…… 저…… 저는 그런 적…… 그게…….”“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요? 제가 언제 주 매니저님을 말했나요? 옷을 말했지.”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주성현을 보는 순간 민도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이미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데 옷 꼬락서니가 어떻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냥 가죠.”말을 마친 그는 긴 다리를 뻗으며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주성현은 할 수 없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은 채로 그의 뒤를 따랐다.프로젝트의 기밀성 때문에 권하윤과 민지훈은 그들을 따라 들어갈 수 없었다.“하윤 씨, 우리는 주위에서 좀 산책할까요? 형이 나오면 그때 같이 떠나요.”권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하지만 어제의 교훈 덕에 민지훈은 산책할 때 권하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걸 잊지 않았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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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더한 수치스러움

잔뜩 긴장한 권하윤은 집사가 눈치채기라도 할까 봐 마치 초등학생처럼 똑바로 앉아 꼼짝도 하지 못했다.할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민도준은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껏 신난 모습이었다.그는 권하윤이 간지럼을 잘 탄다는 걸 알고 일부러 손가락으로 그녀의 허리를 살살 긁어댔다.하지만 권하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간지러움을 참으며 얼굴만 붉혔다. 심지어 동작이 너무 크면 집사가 눈치채기라도 할까 봐 권하윤은 이를 악문 채 속으로 민도준 욕해댔다.목덜미마저 미세하게 떨리는 권하윤의 모습을 보자 민도준은 끝내 자비를 베풀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그제야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음악도 틀지 않은 탓에 너무나도 조용한 나머지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했다.긴장한 탓에 한껏 움츠린 자세 때문에 권하윤의 쇄골은 더 선명해졌다. 그걸 보는 순간 민도준의 가슴은 간질거리기 시작했다.이윽고 그는 권하윤의 옷을 들추며 그녀의 등을 쓸어올렸다.살결이 맞닿은 촉감에 권하윤은 하마터면 펄쩍 뛸뻔했지만 애써 참으며 무릎 위에 놓인 손을 꽉 그러쥐었다.때마침 차가 검은 터널로 들어서자 권하윤은 민도준을 꼬집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상대에게 닿기 전 커다란 손이 머리가 꽉 부여잡았다.어둠 속에서 권하윤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며 축소되었다.남자의 입맞춤에 그녀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튀어올랐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민도준의 팔을 꼬집어 댔다.어두운 차 안에서 숨결이 뒤엉키기 시작했고 억압되고도 뜨거운 입맞춤에 권하윤의 온몸은 마치 불길에 뒤덮인 듯 뜨거워졌다.뜨거움과 공포가 뇌리와 몸을 감쌌지만 그녀가 아무리 힘 있게 민도준을 꼬집어 대도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껏 그녀의 숨결을 빼앗더니 차가 터널을 나갈 때쯤에 비로소 그녀를 놓아주었다.빛이 차 안을 비춰들자 권하윤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고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고 나서야 백안에서 거울을 꺼내 자기 상태를 살폈다.역시나 립스틱이 입 주위에 번져있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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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시간 없어

민씨 가문 산하의 개인 병원에서 오너인 민상철이 쓰러진 일은 국가행사보다도 더 큰 일이었다.응급실 밖에 모인 전문의만 해도 족히 7, 8명은 되었다.너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의 모습에 권하윤은 민상철이 정말로 위독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민시영의 말을 들어보니 심장병이 재발한 거였다. 원래도 심장이 좋지 않은 민상철은 어제 친구의 생일 연회에서 술을 마신 뒤로부터 계속 불편함을 호소하다가 오늘 아침 쓰러진 거라고 했다.의사는 이미 위기를 벗어나 생명 위험이 없다고 했지만 민씨 집안사람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했다.특히 민씨 집안의 첫째 숙부인 민용재는 의사에게 재차 확인해서 조금 뒤면 깨어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은 뒤에야 안심했다.“큰 숙부는 역시 효자시네요. 할아버지가 깨어나지 못 할까 봐 그렇게 걱정되세요?”장난기 섞인 목소리는 엄숙하고 조용한 병원에서 오히려 이질적으로 들렸다.민용재는 반백 살의 나이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녀 화를 내지 않아도 엄숙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그는 벽에 기댄 채 건들거리는 민도준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래도 네 할아버지 아니니. 그 말을 들으면 네 할아버지가 얼마나 속상하겠어?”“하.”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민용재 쪽으로 걸어갔다.190이 족히 되는 키 때문에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의 주위에는 상대를 짓누를 것만 같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민용재의 앞에서도 예외는 없었다.하지만 민상철을 대신해 다년간 회사를 경영해 오던 민용재는 다른 사람처럼 그의 앞에서 쉽게 겁을 먹지 않았다.오히려 어두운 눈빛으로 건방진 민도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그때 민도준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식 웃었다.“할아버지도 제가 이렇다는 걸 알고 있는데 속상하긴요. 오히려 효심 있는 척하는 큰 숙부님이야말로 실은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 깨어나지 못해 가문에 큰 변화가 올까 봐 걱정한다는 걸 들키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알면 상심이 크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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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병원 앞 정원에 앉은 민시영의 얼굴에 마침 나무 그늘이 드리워 표정이 희미해졌다.“할아버지가 알아누웠으니 숙부님들도 뒤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거예요. 그러니 우리한테도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만약 이번에도 제가 회사 일에 참여하지 못하면 아마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지 몰라요.”권하윤은 손을 슬쩍 빼면서 되물었다.“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하윤 씨, 듣기로 이번에 리조트에서 도준 오빠와 공씨 가문 간부들 사이에 모순이 생겼다고 하던데 이 기회에 하윤 씨가 오빠를 부추기면 합작 건을 취소할지도 몰라요.”권하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민시영을 바라봤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 혹시 공아름 씨한테 저와 민 사장님 사이를 흘려 공아름 씨가 저한테 손을 대게 해 민 사장님 화를 돋우겠다는 뜻인가요? 그러면 공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공아름 씨 편을 들게 될 테니 자연스레 합작 건이 무산될 수 있게요?”민시영은 싸늘해진 권하윤의 눈빛에 잠시 멈칫하더니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죄송해요. 아름이가 이번에 그런 계획을 세운 걸 사실 알고도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어요. 솔직히 도준 오빠가 어떻게까지 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그런데 하윤 씨가 무사히 리조트를 빠져 나왔으니 오빠가 하윤 씨를 절대 위험하게 두지 않는다는 반증이잖아요.”솔직한 고백에 권하윤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민시영의 이번 행동은 솔직히 인정 없는 처사였지만 그녀와 민시영은 인정을 따질 사이는 아니다. 어쨌든 그녀도 민시영한테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놓은 건 아니니까.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에게는 공씨 가문 가주가 경성에 오는 걸 막아야 하는 공동 목표가 있다는 거다.하지만 민도준이 자기를 위해 도둑놈처럼 이리저리 창을 넘고 다녔던 걸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속은 이상한 물결이 일었다.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보고해주고 있는데 그녀는 뒤에서 잔꾀나 부리고 있으니, 만약 이 모든 걸 들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너무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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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계단이 좋아

병원 계단에서 한참을 기다린 민승현의 인내심이 바닥날 때쯤에야 권하윤은 겨우 느릿느릿 걸어 나왔다.“왜 이제야 오는 거야?”“걸어오느라 늦었어!”“너!”버럭 소리쳤던 민승현은 이내 언성을 낮추며 으르렁댔다.“너 언제부터 도준 형과 지훈 형하고 붙어 다녔어? 설마 형들하고도 붙어먹었냐?”그의 말에 권하윤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민승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공아름 씨네 리조트에 남자 둘을 끼고 뒹굴러 갔다는 거야?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너처럼 약혼자를 배신한 년이 어떤 더러운 짓 하고 다니는지 알 게 뭐야!”권하윤은 아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나한테 물어볼 필요가 있나? 약혼녀 배신한 남자가 내 앞에 있는데 직접 물어보지 그래!”“너 다시 한 번 말해 봐!”가치도 없는 사람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권하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려 떠나갔다.“거기 서!”하지만 민승현이 갑자기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벽에 밀어붙이며 목을 졸라댔다.“너 다시 한 번만 그딴 식으로 말해 봐!”권하윤은 가족이 밖에 있는데도 민승현이 이렇게 소란을 피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역시 이래서 무식한 사람이 가끔은 똑똑한 사람보다 더 무섭다고 하나? 무식하니 소란 피운 결과가 어떨지는 생각지도 않겠지.’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민승현의 때문에 권하윤은 숨 쉬기가 곤란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쓰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곁눈질로 민승현의 아래쪽을 확인하고는 이내 발로 차버렸다.“씨발!”그와 동시에 민승현은 허리를 숙이며 얼굴을 구겼다.“이 씨발년! 네가 감히…….”하지만 그때.“끼익-”비상 계단의 문이 열리더니 손에 담배를 든 민도준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난감한 부위를 손으로 잡고 있는 민승현은 다른 한 손으로 금방 거두어들인 권하윤의 다리 옆 벽을 잡고 있었다.“화끈하게 노네?”이상야릇한 자세에 잠시 멈칫한 민도준은 이내 장난기 섞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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