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91 - 챕터 1500

1594 챕터

제1491화 줄행랑(25)

소혜는 충격에서 깨어났다.“도련님, 우리 아직 결혼까지 10년이 남았는데, 지금 결혼반지 고르는 건 너무 빠르잖아?”지훈이 미소를 지었다.“너는 이 세상에 몇 가지 보석이 있는지 아니?”소혜는 고개를 흔들었다.“흔히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부터 비싼 가격의 붉은 다이아몬드 파우더, 그리고 고양이 눈 에메랄드, 수정 진주 비취 등등 천 가지에 가깝고, 모든 종류 아래는 무수한 작은 종류가 있어.”지훈이 계속해서 말했다.“예를 들면 녹주석은 녹색,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이 있어. 오파도 마찬가지야. 흑오파, 백 오파가 있어. 이렇게 계산하면 수량이 더 많아지지. 천오백 개라고 해도 하루에 몇 가지씩 보면 5년이 걸려. 또 디자인을 봐야 하니까, 어떤 디자이너는 1, 2년 전에 예약해야 하므로 지금 보는 것도 이미 늦은 편이야.”소혜는 어리둥절해졌다.‘아니, 결혼반지 하나 사는데 이렇게 오래 준비해야 한다고?’이렇게 소혜는 지훈을 따라 경성에서 제일 큰 보석 판매처에 도착했다.소혜는 들어가자마자 안의 규모에 놀랐다. 여기는 보석이든 비취든 골동품이든 없는 것이 없다. 타일은 너무 반짝여 거울로 쓸 수 있을 정도였다.소혜는 지훈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지훈은 소혜가 진열품을 깰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했다.이때 한 중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넷째 도련님, 오셨습니까. 마침 몇 가지 물건이 도착했는데, 한 번 보세요.”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럽시다.”남자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뒤에서 따라가고 있던 소혜는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소혜는 여기에 있는 그 어떤 보석으로도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는 슬픈 사실을 발견했다.밖을 구경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진열품이 있는데, 금고 안에는 얼마나 좋은 물건이 있는지 아직 모른다.이때 한 그림이 소혜의 주의력을 끌었다. 그 그림은 판매처 사장의 소개였다. 그녀는 그림 속 사진을 보고 또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남자를 보았다. 머리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젊고 늙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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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줄행랑(26)

사장은 놀라워했다.“그럴 리가요. 이 그림 저희가 검사한 적이 있는데, 절대 문제가 없습니다. 글씨까지 이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건데요?”지훈은 장갑을 벗었다.“이 그림은, 이 선생님께서 그리신 게 아니라 선생님 제자 분이 그리신 겁니다. 이 말을 보시죠. 완전히 선생님의 다른 그림을 따라 그린 겁니다.”사장은 잠시 그림을 자세히 보더니 깨달았다. “그렇군요.”사장은 식은땀을 흘렸다.“도련님께서 발견하셔서 다행입니다. 경매에 올라 다른 사람이 사 갔으면 큰일이 날뻔했네요.”이어 지훈은 또 다른 몇 가지 경매품을 보았는데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고 했다. 다 골동품이었기에 세부적인 면에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옆에 있던 소혜는 지훈이 열심히 판별하는 모습을 보고 눈빛이 점차 숭배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경매품을 다 보고 나서 소혜는 눈앞에 있는 사장을 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왜 돈 달라고 안 해?”“돈?”“응, 너 설마 공짜로 일해 주려는 거야?”“응, 공짜야.”소혜는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평소에 너랑 다른데?”“이 경매장 내가 열었어.”“오.”몇 걸음 걷자, 소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뭐라고?!!!”얼마 지나지 않아 소혜는 대머리 아저씨로부터 긍정적인 답안을 얻었다.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넷째 도련님께서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진짜 사장님의 신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소혜는 궁전 같은 곳을 둘러보며 이곳의 가격을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가격에 0이 많아질수록 그녀의 마음도 갈수록 무너졌다.‘세상에, 나 부자랑 한판 붙을래!’소혜가 화가 나 있는데 지훈이 발걸음을 멈추었다.“여기서 보석을 볼 수 있어.”또 하나의 문이 열리고 그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불을 켜는 순간 소혜는 하마터면 눈이 멀 뻔했다.사방의 벽은 모두 각종 보석과 광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시등이 켜지자 너무 반짝였다.소혜는 종래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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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줄행랑(27)

소혜가 답장을 보냈다.[요즘 좀 바쁜데, 왜? 너 실적이 부족해?][아니요, 그냥 누나가 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괜찮아요. 누나가 바쁘시면 일 보셔야죠.]그 뒤로 시운은 눈가가 촉촉해 보이는 셀카를 보내왔다.시운은 좀 귀엽게 생겼지, 잘생겼다고는 말할 수 없어서 스틱스에서의 업적은 줄곧 최하위였다. 소혜는 전에 매니저가 시운을 욕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는데 시운은 항상 소학생처럼 손을 뒤로 쥐고 욕을 먹었었다. 그때도 이 셀카처럼 눈가가 촉촉했었다.소혜는 요 몇 달 자신이 시운을 예뻐하지 않아서 스틱스에서의 생활이 좋지 않아졌다고 생각했다.[누나가 가면 울어! 누나 너 우는 거 보기 좋아해!]시운은 콧소리가 석인 느끼한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그럼, 저 매일 여기서 누나 기다릴게요.]소혜가 시운을 위로하고 있는데, 지훈이 나왔다.전에 분명히 자신의 두 눈은 잘생긴 남자를 보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소혜는 지훈한테 들킬까 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그뿐만 아니라 지훈이 가까워짐에 따라 소혜의 심장이 두근두근했다.햇빛 아래, 지훈이 웃으며 소혜한테 다가왔다.“미스 진, 왜 그래?”소혜는 시선을 피했다.“괜찮아, 나 괜찮아. 아하하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참, 내가 널 미스 진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거리감이 있어 보여서 호칭을 바꾸고 싶은데 어때?”“응?”소혜가 고개를 들자, 지훈의 잘생긴 얼굴이 보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처럼 고장나 버렸다.“뭐로 바꾸는데?”지훈은 해맑게 웃었다.“여보라고 부르는 거 어때?”그저 호칭일 뿐이지만 소혜는 부끄러워 말을 더듬었다.“여보...? 너무 빠른 거 같아.”“알겠어.”지훈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보였다.“근데 내가 보기에 이렇게 하면 앞으로 많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우린 결혼해야 하잖아. 매번 호칭을 바꿀 때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는데, 한 번에 바꾸면 그럴 필요 없잖아?”소혜가 대답했다.“어, 한 번에 바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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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줄행랑(28)

소혜는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았다.“어, 난 괜찮아. 근데 네 차 어떡하지. 얼마면 돼?”지훈이 차를 피떡 보고 말했다.“부부가 되기로 한 이상 너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해. 귀찮게 할 필요가 없어. 네가 괜찮으면 돼.”소혜는 귀신을 보듯 지훈을 바라보았다.‘재물을 목숨처럼 아끼던 지훈 맞아?’소혜가 지훈이 다른 사람에게 영혼을 빼앗긴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을 때, 지훈이 느릿느릿 한마디 덧붙였다.“우리 부인, 지금 돈 한 푼도 없지 않아?”방금 정신이 든 소혜는 그 말을 듣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힘겹게 말했다.“너, 콜록콜록, 아니면 날 그냥 소혜라고 부를래? 밖에서 이미지 좀 신경 써야지.”지훈은 자상하게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누구나 다 널 소혜라고 부를 수 있잖아. 그럼 나 밖에서 널 복숭아라고 부를게. 어때, 여보?”차 안, 지훈은 해맑게 웃으며 소혜에게 바짝 다가갔다.소혜는 싫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안전벨트를 하고 지훈과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지훈이 또 여우처럼 자신을 꼬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소혜는 기침했다. “너 또 어디 갈래?”지훈은 턱을 받치고 소혜를 보았다.“반지를 봤으니 다음 단계는 웨딩드레스를 보는 거지. 너 좋아하는 재질 있어?”‘웨딩드레스 재질을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잠깐만! 웨딩드레스?!’그 계약을 한 후부터 소혜는 자기 뒤에서 어떤 귀신이 자신을 결혼의 무덤으로 몰아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소혜는 결혼으로 달리고 있는 지훈을 멈추려고 했다.“어, 웨딩드레스는 아직 이르지 않아?”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너는 이 세상에 모두 몇 종류의 원단이 있는지 알아?”결국 소혜는 지훈과 함께 90여 개의 웨딩드레스 숍을 돌아다녔다. 저택에 돌아오자, 소혜는 밥을 먹을 힘도 없어 침대에 쓰러졌다.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침대 위, 소혜는 이불 사이로 손을 내밀어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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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줄행랑(29)

지훈은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나 뭐 들었어야 해?”소혜는 지훈이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 “아니야, 얼른 자.”그러나 지훈은 소혜의 방에서 나가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여보, 여보가 이러면 난 당신이 잠이 안 올가봐 걱정이야.”지훈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혜를 바라보자,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졌다.잠시 후, 소혜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너 이렇게 말하면 나 오해해.”“예를 들면?”소혜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눈을 찡긋거렸다.“네가 날 좋아해서 이렇게 신경 써주는 거라고 오해해.”“그건 오해가 아니야.”지훈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난 확실히 너를 좋아해.”“쾅!”갑자기 울린 천둥소리에 소혜의 머리도 같이 윙윙거렸다.어릴 적부터 장난기가 가득했던 소혜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한테 고백을 받아본 것이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할지 한참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지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는 나한테 할 말 없어?”소혜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감동한 표정으로 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네가 처음으로 나에게 고백한 남자야. 나 영원히 기억할 거야!”지훈은 소혜가 두드린 곳을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어떻게 갚을 건데?”소혜의 손이 굳어졌다.“뭐? 지금 갚아? 급해?”지훈은 어깨에 놓인 소혜의 손을 쥐고 깍지를 꼈다.“그렇지. 나 장사하는 사람이야. 외상으로는 안 되지.”‘역시 지훈은 지훈이네!’소혜는 얼굴보다 깨끗한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근데 나 지금 한 푼도 없는데? 차용증 하나 더 쓸래?”“차용증도 외상의 일종이지.”지훈은 잠시 머뭇거렸다.“다른 걸로 대체해도 돼. 예를 들면 호칭?”“그렇게 해도 돼?”지훈은 더욱 해맑게 웃었다.“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부인이니까 괜찮지.”소혜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손을 빼내고 자기 팔뚝을 문질렀다.“도련님, 이러지 마, 나 무서워.”지훈의 표정은 금세 우울해졌다.“여보가 내가 한 말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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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줄행랑(30)

지훈이 비록 재물을 탐낸다고 말하지만 민 씨네 집안 넷째 도련님으로서 신사적인 예의는 어릴 적부터 몸에 배여있었다.평소에 소통할 때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지만 어떨 때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면이 있다.예를 들면.“복숭아, 여기 만져도 돼?”“복숭아, 여기에 뽀뽀해도 돼?”“복숭아, 지금 괜찮아?”“복숭아, 자세 바꿔도 돼?”‘복숭아’라고 너무 불러대자, 소혜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지훈이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자, 소혜는 머리가 아파 화를 냈다.“서커스단처럼 이상한 회전을 시키는 거 제외하고 다 되니까 물어보지 마!”지훈은 행복하게 웃었고 그의 예쁜 눈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훈은 소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복숭아, 통이 크네.”“고마워.”소혜는 오늘의 지훈이 전과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드럽던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꼬리를 내민 여우는 복숭아 살을 먹고, 주스까지 내서 마시는 것 외에 씨까지 먹으려했다.소혜는 발버둥 치며 이불에서 기어 나왔다.“나 안 되겠어.”막 나가려는데 지훈이 다시 잡아당겼다. 지훈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복숭아, 네가 방금 말했잖아, 뭘 해도 다 된다고. 어떻게 중도에 그만둘 수 있어?”“살려줘!”이날 밤, 소혜는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깊이 깨달았다!그러나 이런 괴로운 느낌은 자신이 술을 많이 마신 밤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때의 소혜도 이미 너무 시달려 그저 손만 잡고 뽀뽀만 하고 싶었지 더 이상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시운이 눈치를 줬지만,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밤새 소혜는 지훈에게 시달렸다.다음 날, 소혜가 깨어났을 때 그녀의 눈에는 욕심이 없어졌다.정신이 가출해 있는데, 욕실 문이 열렸고 지훈이 가운을 입고 걸어 나왔다.“여보, 좋은 아침이야.”소혜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지훈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인간은 고통을 잊는 동물이다. 소혜는 간밤의 고통을 잊어버린 듯 손으로 지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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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줄행랑(31)

소혜는 말을 안 듣는 엄지손가락을 보며 자신이 귀신에 씌운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그녀는 엄지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니, 뭘 망설이는 거야? 유진에게 빨리 알려줘야, 지훈과 감정이 빨리 생기지. 그래야 너도 빚더미에서 빨리 벗어나서 자유를 얻을 수 있잖아!”“근데 그렇게 되면 난 이 아름다운 몸을 즐길 수 없잖아?”“아이고, 세상에 잘생긴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걸로 바꾸면 되지!”“근데 이거 되게 괜찮잖아.”“얼마나 괜찮은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매일 먹을 수는 없잖아!”소혜가 메시지를 보낼지 말지 심사숙고할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진동했다. 무슨 일인지 보니 유진이 아침부터 그녀를 폭격하기 시작했다.[족제비! 너 어젯밤에 닭 먹으러 갔냐?][감히 닭을 먹으면 내가 널 물어 죽일 거야!][야!!! 화면에 숨어서 모른 척 하지 마, 보고 있는 거 다 알아!!!][너 아까 입력 중인 거 다 봤는데 빨리 나와!!!]소혜는 유진의 폭격에 정신이 혼미해 실수로 메시지를 보내버렸다. “빨리 철회해!”소혜가 철회하려는데 핸드폰 알림 소리가 들렸다.[500만 입금되었습니다.]‘이거...!’소혜의 손놀림이 엄청나게 느려졌다.“야, 철회할 수 없네.”“돈까지 다 보내줬는데, 철회하면 좀 그렇지?”소혜는 자신의 손을 비평한 뒤 웃으며 잔액을 보았다.“이번 한 번뿐이야. 다음은 없어!”“시운, 나 곧 갈게!”...다른 한쪽에서 지훈은 오후에 진행될 경매장 분포에 관해 얘기한 뒤 고개를 돌렸는데유진을 발견했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유진, 무슨 일로 왔어?”유진은 오늘 평소와 다르게 그 예쁜 치마를 입지 않고 체크 셔츠를 입었다. 유진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소혜랑 완전히 달랐다.“저 경매에 참여하려고요!”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경매는 오후 3시에 시작되는데, 유진 너무 빨리 왔어.”“저 소장품 사려고요! 비싼 걸로!”이 말을 하자 유진은 드디어 지훈이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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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줄행랑(32)

스틱스.오랫동안 스틱스에 발을 들이지 않았던 소혜는 늑대가 먹잇감을 발견하듯 군침을 흘렸다.복도에서, 훈련을 잘 받은 남자 모델은 옆을 지나갈 때 소혜를 웃으며 바라보았고, 외향적인 남자들은 윙크하며 몰래 명함을 쑤셔 넣기도 했다.규칙대로라면 이렇게 명함을 넣는 것은 하면 안 되는 행동이지만 몰래 한다는 자체가더 자극적이다.매니저는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우아하게 말했다.“소혜 씨,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최근 남자 모델들을 새로 뽑아서, 잠시 후에 불러서 소혜 씨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소혜는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좋아, 다 나한테 보내! 술 올려줘!”소혜는 스틱스의 단골손님이다. 조금 지나자, 남자들과 술이 같이 올랐다.소혜가 스틱스에 올 때마다 시운을 찾았기 때문에 그도 함께 보내졌다.“소혜 누나.”시운은 인형 같은 얼굴로 소혜를 보더니 눈가가 촉촉해졌다.소혜는 시운이 입고 있는 종업원 옷을 보고 멍해졌다.“왜? 너 오늘 역할극을 할 거야? 왜 소방관이나 의사 선생님이 아니야?”시운은 술을 내려놓고 억울한 듯 말했다.“누나, 저, 저 실적이 좋지 않아 종업원으로 내려왔어요.”스틱스에는 확실히 이런 규정이 있었다. 3개월간 업적이 계속 최하위를 차지하는 남자 모델은 종업원으로 내려오게 된다.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보통 부잣집 누나들과 아주머니가 많아 시운 같은 인형 얼굴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남자다운 남자들을 좋아했다. 소혜의 지갑이 지훈에게 탈탈 털린 뒤로 시운의 업적도 같이 떨어졌다. 시운은 벌써 3개월간 종업원 일을 하고 있었다.시운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소혜는 위로했다.“아이고, 종업원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다 빛이 나는 일이잖아? 나는 네가 이 종업원 옷을 입는 게 원래 옷보다 훨씬 예쁜 거 같은데?”표정 관리에 프로인 시운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누나가 오랜만에 오셨는데, 제가 이런 말을 해서 누나 신경 쓰이게 했네요. 누나, 술 받으세요.”그 술을 받으려고 하자 전에 소혜에게 명함을 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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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줄행랑(33)

이와 동시에 경매가 끝났다.지훈은 몇몇 고객과 함께 나왔다. 지훈은 오늘 격식을 차린 차림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우아함을 뽐냈다.“여러분께서 제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닙니다. 넷째 도련님께서 저희 골동품 복구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데요. 오늘 저희가 식사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맞아요! 저 스틱스에 방 예약했어요. 도련님 얼른 차에 타세요.”“스틱스.”지훈이 막 거절하려고 했는데, 귓가에 갑자기 소혜가 전에 스틱스에 가서 기술 좀 배우라던 말이 들렸다.이 생각이 떠오르자, 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부탁드릴게요.”밤의 스틱스는 곳곳에서 사치스럽고 부패한 냄새가 풍겼는데, 지훈 등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총지배인이 인사를 하러 왔다.“넷째 도련님, 모델들 부를까요?”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몇 명 골라 주세요.”총지배인은 원래 예의상 물어본 것이었다. 민 씨네 집안의 명성이 자자하기에 넷째 도련님이 스틱스에서 돈을 내고 모델들이랑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훈이 모델을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을 불러 달라고 해 총지배인은 아주 놀랐다. 그러나 총지배인도 훈련을 받았기에 마음속으로 아무리 놀라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총지배인이 가서 사람들을 데리고 오려고 하는데 지훈이 한마디 덧붙였다.“남자들로 불러줘요. 실적이 가장 좋은 분들로.”이번에는 지배인만 놀란 것이 아니라 동행한 늙은 아저씨들도 너무 놀랐다. 놀라 죽을 지경이었지만 조금도 드러내지 못했다.‘넷째 도련님에게 이런 취미가 있다니! 그럼, 도련님께서 우리를 도와 골동품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한 게 설마 우리가 마음에 들어서?’너무 충격적인 말이어서 그중 한 아저씨는 지훈과 살짝 더 떨어져 앉았다.곧 남자 모델 두 명이 왔다.방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이 두 모델은 안색이 밝았다.한 명는 몇 년 연속 우승한 최고의 남자 모델이고, 다른 한 명은 신인 중에서 뛰어난 재욱이다.두 사람이 지훈의 양옆에 앉아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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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줄행랑(34)

고객의 사생활이기에 재욱은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웠다. 특히 줄곧 부드럽고 예의를 지키던 지훈이 불빛 아래에 있자 조금 무서운 감이 들었다.재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도련님, 소혜 씨를 아세요?”지훈은 재욱이 잘하면 말해 줄 거라는 기미를 눈치채고 불빛 아래서 걸어 나왔고 또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소혜 씨는 제 둘째 형 여동생입니다. 술 좀 보내려고요.”지훈의 미소는 분명히 평소와 같았지만, 다른 모델이 눈치가 빨라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 모델이 숨기려고 하자마자 재욱이 말해 버렸다.“아, 소혜 씨 바로 아래 29층 2908호에 있어요. 저 방금 그곳에서 나왔어요. 도련님께서 술 보내고 싶으시면 제가 모셔다드릴 수 있어요.”지훈은 소혜가 정말 여기에 있다는 말을 듣고 목소리가 약간 차가워졌다.“그러면 부탁할게요.”그 모델은 분위기가 싸해지자, 자리를 피해버렸다.방으로 돌아오자,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작은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이따가 네가 가서 도련님에게 골동품 복원에 대해 말해.”“넌 왜 안 가!”“너 배가 나보다 작으니까, 도련님이 더 좋아할 거야!”“맞아, 이 골동품은 도련님만이 복원할 수 있어. 만약 도련님을 화나게 해서 복원 안 해주겠다고 하면 어떡해!”이런 말을 하던 중 지훈이 돌아왔다. 그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 할 거 같습니다.”“네?”“도련님, 어디 가세요?”지훈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제 아내가 아래층에 있어서 가서 인사 좀 하려고요.”...29층.아무것도 모르는 소혜는 시운을 위해 상처를 싸매고 있었다. 소혜는 약을 들고 말했다.“나 바를 거니까 조금만 참아.”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소혜가 약을 바르려고 하자 시운이 소혜의 어깨에 기대어 부르르 떨었다.소혜가 위로했다.“자, 자, 거품 나오는 것 봐, 곧 나을 거야.”붕대로 싸매자, 시운은 너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누나, 미안해요. 제가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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