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602 챕터

제1161화 옳은 선택

하늘은 뜬금없는 말에 어리둥절했다.“네? 지금 누구랑 얘기하세요?”그러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뺨을 맞았다.“이 개자식! 감히 날 엿 먹여?”민혁은 분풀이라도 하듯 하늘을 때리고 나서야 유민철을 향해 인사했다.“도준 형한테서 들었어요, 고마워요.”그때 유민철이 제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을 몇 번 클릭하더니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영상은 이미 보냈어요.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가을 씨 많이 취한 것 같으니까 들어가 봐요.”“네, 알겠어요.”민혁은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잊지 않고 하늘을 발로 걷어찼다.“오늘은 바쁘니까 내일마저 때릴게!”그 시각 방 안, 가을은 유민철의 말 대로 이미 술에 취해 뻗어 있었다.민혁은 그런 가을을 보며 노래를 부르더니 다리를 꼰 채 옆에 앉았다.“싸가지! 이것 봐요, 그쪽 매니저가 유 대표 설득해서 약 타게 하는 영상. 그때랑 똑같은 상황이거든요!”영상을 튼 지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 고래를 돌려 봤더니, 가을은 눈도 뜨지 않았다. 이에 민혁은 아예 가을의 눈을 손으로 벌리며 억지로 보여주었다.“이거 보라니까요! 나 정말 억울하다고!”한참을 외치던 민혁은 뜨겁게 달아오른 가을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물론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지만, 이건 그런 것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설마 또 약에 당한 건가? 아닌데? 약은 내 손에 있는데?’“이봐요. 왜 그래요? 왜 이렇게 뜨거워요?”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민혁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신 곧장 가을을 엎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병원.“환자분 지금 감기 때문에 열이 난 상태예요. 그런 사람이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으니, 정 간호사, 얼른 링거 준비해 줘요.”가을이 감기에 걸렸다는 말에 민혁은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저... 저도 몰랐어요...”게다가 얼마 전에는 칼을 들고 달려들 만큼 기운 넘쳤으니, 아프다는 건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수금하고 돌아온 민혁은 병상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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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끈질긴 집착

하윤은 갑자기 도준이 ‘비행기 사고’를 당하던 날이 떠올랐다.그때 하윤은 애간장이 타들어 가 하루하루가 괴로웠지만, 도준에게는 그저 모든 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었다.결과로 보면 도준의 모든 선택은 늘 옳았다. 그 누구도 도준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그토록 악랄하던 공은채도 도준에 대한 약간의 기대 때문에 껌뻑 속아 넘어갔다.하지만 도준은 언제나 해냈다.하윤은 그제야 도준은 인간성이 없는 사람이라던 민상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그건 단지 도준의 잔인함과 포악함만을 말한 건 아니다. 인간적인 감정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 도준의 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그 대상에 저도 포함되어 있었으니...분명 사랑하지만 하윤이 도준에게 그 어떤 제약도 될 수 없는 것처럼...지난 일들이 가을의 사건 때문에 하나, 둘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하윤은 저와 도준 사이의 간극을 깊이 깨달았다....그 대화를 끝으로 극단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는 침묵만 흘렀다.차가 멈춰서자, 하윤은 문을 나서기 전 어머니가 신신당부하던 게 떠올라 곧바로 내리는 대신 가방에서 미리 싸 온 도시락을 꺼내 도준에게 건넸다.“엄마가 만든 거예요. 가져다고 주래요.”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없이 도시락을 받았다.세 칸으로 나뉜 도시락에는 주먹밥과 찐빵 그리고 야채 볶음이 들어 있었다.도준이 보기만 할 뿐 입에 대지 않자 하윤은 다시 돌려받으려고 손을 뻗었다.“이런 음식 입에 안 맞으면 도로 가져와요.”도준은 하윤이 내미는 손을 꼭 잡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래도 장모님 성의가 있는데.”말하면서 도준은 곧바로 젓가락을 꺼내 들었다.“그럼 먹고 있어요. 전 먼저 가볼게요.”“같이 먹지 않고?”“밥 먹는 것도 같이 있어 줘야 해요?”하윤은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말했다.도준은 그런 하윤의 목덜미를 잡은 채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그럼 오늘 저녁엔 나랑 같이 집에 갈 거지?”하윤은 그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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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도망칠 계획

“콜록, 콜록.”그때 차창 밖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놀란 듯 도준을 밀어낸 하윤은 곧장 창밖을 확인했고, 연애하는 학생을 잡은 담임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윤영미와 마침 눈이 마주쳤다.이에 하윤은 헐레벌떡 차에서 내리더니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목을 한껏 움츠렸다.“쌤, 좋은 아침이에요.”윤영미는 하윤의 인사를 무시한 채 빙글 돌아 극단 안으로 들어갔다.그 뒤를 하윤은 총총걸음으로 쫓아가며 방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쌤, 아까 저 마침 내리려고 했어요.”그때, 계속 무시할 것만 같던 윤영미가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췄다.“아까 그 남자가 네가 말했던 남편이야?”“어, 네.”윤영미는 콧방귀를 뀌었다.“아침에 왔으면 옷 갈아입고 연습 준비해야지. 어디 밖에서 풍기 문란하게 껴안고 있어? 그런 정신머리로는 연습도 할 필요 없겠어. 주연으로 캐스팅돼도 집 못 떠날 거잖아.”‘주연’이라는 말에 하윤은 윤영미의 꾸중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저 주연에 선발될 희망 있는 거예요?”사실 2년이나 지체한 탓에 하윤은 주연이 되리란 희망을 품지도 않았다. 그저 중요한 비중을 맡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윤영미는 제멋에 기뻐하는 하윤을 보자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콧방귀를 뀌었다.“꿈도 야무지네. 그냥 기회만 있을 뿐이야. 작가님도 네 기본기가 많이 딸린다고 하더라. 앞으로 계속 이렇게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면 무대에 오르기도 힘들어.”하윤은 윤영미가 말은 못되게 하지만 늘 자기를 생각해 주는 걸 알기에 이내 헤실거리며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노력할게요. 저 바로 옷 갈아입고 올게요.”...엽습복으로 갈아입은 하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아직 본인의 생활이 있기에 계속 쓸데없는 감정 낭비를 할 수 없었다.가족도 돌아왔으니 이제 제대로 된 삶을 살아야 하고.게다가...만약 주연에 발탁되면 앞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할 건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도준에게서 멀어질 수 있게 된다.도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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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가을과의 대화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드는 동시에 민혁이 겪었던 참상이 눈앞에 떠오르자 하윤은 이내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뭘 묻고 싶은데요? 마음껏 물어봐요.”가을은 민혁을 대할 때와는 정반대인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이번 일 하윤 씨 남편이 도와줬다면서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술로 대신할게요.”“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하윤은 곧바로 가을을 막았다.“이제 막 퇴원했는데 술은 마시지 마세요.”술을 빼앗긴 가을은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하윤의 말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퇴원하면 다 나은 거예요. 그리고 저 튼튼해요.”하지만 하윤은 그 말에 차마 동의하지 못해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그때, 웨이터가 마침 메뉴판을 들고 오자 가을은 몸매 관리를 위해 샐러드를 주문했다.하윤 역시 주연 선발을 앞둔 상황이라 똑같은 샐러드로 주문했다.그렇게 서로 마주한 채 한참 동안 풀만 뜯고 있던 그때, 하윤이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혹시 저한테 물어보려던 게 뭐예요?”가을은 입안에서 우물거리던 아보카도를 삼키고는 바로 대답했다.“유 대표님을 불러 협조 부탁한 게 혹시 하윤 씨와 민 사장님이 계획한 일이에요? 아니면 민혁 씨가 계획한 거예요?”“도준 씨 계획이에요.”하윤은 사실대로 대답하고는 설명을 덧붙였다.“사실 가을 씨가 민혁 씨 오해하고 있어 그 오해 풀려고 계획한 일인데, 병원까지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가을은 아니라는 듯 마구 손사래 쳤다.“에이,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건데요.”이윽고 콧방귀를 뀌며 말을 보탰다.“역시 한민혁 머리로 그런 생각 했을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이 계획한 거라니 됐어요. 만약 민혁 씨가 계획한 일이었다면 관계를 영원히 쫑내려고 했거든요.”그 말에 하윤은 싱긋 웃었다.“사실 민혁 씨는 가을 씨를 신경 쓰고 있어 그런 일 안 해요.”하지만 곧바로 제 상황이 떠올랐는지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다가 마치 저를 설득하기라도 하듯 가을을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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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술주정

가을은 도준과 은채가 서로 왕래한 게 비즈니스적 수요 때문이라도 생각했기에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세상에 무슨 비즈니스가 꼭 열애설 만들어야 하는 것뿐이래요? 솔직히 말해서 비즈니스도 하윤 씨 남편 일이잖아요. 그 사람한테 하윤 씨 감정은 돈보다 못하대요?”직설적인 말은 마치 칼처럼 하윤의 심장을 깊이 관통했다. 하지만 안 드는 칼로 오랫동안 괴롭힘 당하는 느낌을 경험해본 뒤라서 그런지 오히려 통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윤은 가을의 손에서 빼앗았던 술잔을 들어 반쯤 마시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는 말이네요.”술자리에 불려 나가는 걸 싫어하지만 술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닌지라, 가을은 하윤이 술 마시는 걸 보자 곧바로 제 잔을 채웠다.“하윤 씨는 딱 보면 남편한테 잡혀 사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남편이 잘못해도 오히려 핑계를 생각해서 합리화하고. 그런데요, 남자를 아끼는 건 불운의 시작이에요.”“...”하윤과 가을은 성격이 완전히 상반되었지만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하윤도 처음에는 가볍게 마시려고 했지만 점점 열이 나서 술을 마셔댔다.그 결과 가을은 테이블 위에 앉아 눈 감은 채 노래를 하기 시작했고, 하윤은 헤실거리며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어느덧 룸 안은 동물원보다도 더 시끌벅적해졌다.그때 마침 룸에 들어온 도준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민혁을 바라봤다.“이게 아무 일 없는 거야?”계속 밖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 룸 안 상황을 알 리 없는 민혁은 목을 한껏 움츠린 채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하윤이 다리를 들어 올리며 턴을 올려던 찰나, 도준은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마침 신나던 참에 방해를 받자 하윤은 화가 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쪽이 나 턴하는 거 방해했어요.”하윤은 술에 취해 다 말려들어간 혀로 어눌하게 말했다. 심지어 초점이 흐려져 도준을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 그 모습에 도준은 화가 나 웃음이 나왔다.“자기가 팽이인 줄 알아?”흐리멍덩해 제대로 서지도 못하던 하윤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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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미안해

하윤은 이제야 제 옆에 누군가 있는 걸 발견하기라도 한 듯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 그 순간, 발그스름하게 익은 탐스러운 얼굴이 달빛 아래에 훤히 드러났다.흐리멍덩한 눈으로 도준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하윤은 잘 보이지 않는 듯 손을 들어 만지기 시작했다.도준은 그 자리에 서서 제 얼굴을 만져대는 하윤을 가만히 놔뒀다.그때 하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도준 씨?”“응.”남자의 목소리는 좁은 골목에서 유난히 낮게 들렸고 속에 깃든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그런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하윤은 도준의 이름을 부르고는 질문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예쁜 얼굴을 찡그린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대답이 돌아오지 앉자 도준은 다시 물었다.“답답한 게 나 때문이야?”그제야 질문을 정확히 들은 하윤은 술로 항상 저를 감싸고 있던 가면을 씻어 버리기라도 한 듯 솔직하게 대답했다.“네.”가벼운 한 글자는 도준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파동도 일으키지 못했지만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하지만 그런 도준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하윤은 다시 가슴을 부여잡은 채 혼잣말을 이어나갔다.“여기 너무 답답해요. 뭔가 내리누르는 것처럼 숨이 안 쉬어져요. 진짜 열심히 숨 쉬어 봐도 숨이 안 쉬어져. 만약 여기 가르고 심장을 빼내면 더 이상 괴롭지도 울지도 않을 텐데...”하윤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지더니 급기야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하필이면 모든 말이 도준의 귀에 또렷이 박혔다.도준은 목울대를 꿀렁이더니 눈을 내리깐 채 괴로워하는 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하윤은 정말 고통스러워 보였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도준은 하윤을 꽉 끌어안았다. 덩치 차이 때문에 도준의 품에 완전히 가려진 하윤은 시선마저 어두워졌다.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하윤의 위에서 들려왔다.“자기야, 많이 취했어. 집에 가자.”집에 가자는 말에 하윤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저 집에 갈래요. 엄마와 오빠가 기다려요. 그리고 동생도, 동생도 나 기다리고, 또...”말을 하던 하윤은 잠깐 멈추어 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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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연락 두절

그날 밤, 하윤은 이상한 꿈을 꿨다.꿈에서 도준이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리고 하윤은 그런 도준을 용서하고 서로 꼭 껴안았다.그 뒤로 두 사람은 다시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도 낳았다.하지만 이제 행복한 나날만 남았다고 생각하던 그때, 아버지가 갑자기 건물에서 뛰어내리며 핏줄이 서린 눈으로 저를 빤히 바라봤다...하윤은 식은땀에 푹 젖은 채로 튕겨 올라오듯 벌떡 일어났다.그때 옆에서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 왜 그래?”꿀물을 손에 든 승우를 보자 하윤은 몇 초간 멍하니 앉아 있다가 되물었다.“오빠?”“나...”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었다.벽에 걸려 있는 시계는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자, 우선 꿀물부터 마셔. 안 그러면 내일 속 버려.”하윤은 컵을 받아 들고 몇 모금 마시더니 밖을 내다봤다.“나 언제 왔어?”“11시 넘었을걸, 나도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안 나.”승우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 완전 취해서 어머니 끌고 춤도 췄어. 시영이 더러 노래도 하게 하고. 어머니가 나이 들었는지 피곤하다며 나더러 너 돌봐주라고 해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고.”자초지종을 들은 하윤은 미안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미안해, 친구와 술 마시다가 취했나 봐.”“괜찮아, 어차피 난 낮에 잠 보충할 수 있으니까. 속은 좀 어때?”승우의 다정한 물음에 하윤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빼고는.”그렇게 따지고 보니 술 약한 것도 좋은 점은 있다. 얼마 마시지 않고 취하기에 몇 시간 자고 깨어나면 멀쩡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으니.꿀물을 다 마신 하윤은 컵을 꽉 움켜쥐었다.“혹시 도준 씨가 나 데려왔어?”“응.”승우는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매일 여기서 지내는 거야? 혹시 싸웠어?”“아니, 그냥...”하윤이 다시 의기소침해지자 승우는 얼른 하윤을 달랬다.“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 대신 털어놓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와.”가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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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가을의 스탠들

“딸.”양현숙의 목소리에 멍해 있던 하윤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왜 그래요?”“국 먹을래?”“아, 아니요, 배불러요.”넋이 나가 있는 하윤의 모습에 양현숙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요즘은 왜 민 서방이 너 데리러 안 오고 한민혁 씨가 데리러 와? 혹시 무슨 일 있는 거야?”하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싱긋 웃었다.“아니에요, 도준 씨 일 바쁜 거 엄마도 알잖아요. 요즘 일 때문에 못 오는 거예요.”“그래?”도준 같은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달리 일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양현숙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럼 이따가 전화라도 좀 해 봐. 이번 주말 시간 되면 집에 식사하러 오라고 해. 지난번에는 너무 늦어 아무것도 준비 못했지만 이번엔 맛있는 음식 준비할 테니까. 그래도 사위한테 처음 대접하는 식사인데.”양현숙은 도준이 여전히 두렵게 느껴졌지만 집을 찾아주고 한민혁을 시켜 하윤의 픽업을 도와주는 것만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게다가 딸과 이미 결혼한 사이니 두 사람이 화목하기를 바랐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하윤은 컵을 쥔 손가락에 힘을 꽉 주었다. 도준을 집에 들여 아버지의 위패 앞에서 식사 대접을 하는 걸 상상만 해도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에 하윤은 양현숙을 포기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충 변명했다.“바빠서 시간 없을 거예요. 됐어요.”“그럼 언제 올 수 있는지만 물어봐. 우리는 언제든지 괜찮으니까.”“도준 씨는 경성 사람이라 여기 음식 입에 안 맞을 수 있어.”계속 고집을 부리는 하윤을 보며 양현숙은 싱긋 웃었다.“엄마도 알아, 그래서 요즘 경성 요리도 배우고 있는 중이야. 걱정하지 마, 네 체면 안 깎을 테니까.”이런 상황에서 더 거절하면 어머니가 걱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윤은 마지못해 동의했다.그러고는 방에 돌아온 뒤 핸드폰을 들고 한참 동안 고민했다.그건 도준에게 식사 초대를 해야 할 지 고민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왜 안무 연락이 없었는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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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공개연애

경찰은 시종일관 시큰둥한 표정을 유지했다.“진가을 씨가 본인 여자 친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증거 있어요?”“증거요? 무슨 증거요?”“사진이나, 동영상이요. 물론 합성하지 않은.”“어...”솔직히 민혁은 그동안 한 번도 가을과 함께 사진 찍은 적이 없다. 커플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난감한 표정을 짓는 민혁을 보자 경찰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증거 없는 거죠?”“아니면 이렇게 해요, 지금 가을 씨한테 전화하면 가을 씨가 증거 대줄 거예요.”어떻게든 증명하려고 발버둥 치는 민혁과 달리 경찰의 얼굴은 미동도 없었다.“본인을 연예인의 남편, 아내로 자칭하는 스토커에 관한 건을 저희가 1년에 얼마나 접하는지 알아요? 상대가 실종됐다면서 찾아달라는 극성팬도 있었어요.”“왜 사람 말을 믿지 않지? 가을 씨가 정말 제 여자 친구라니까요...”오늘 이대로 억울함을 풀지 못할 거라고 포기하려던 찰나, 밖에서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이윽고 신입 경찰 한 명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안에 대고 말했다.“진가을이 왔어요!”그 시각, 소식을 전해 들은 가을은 예쁘게 화장한 채 경찰서 한 가운데 떡하니 서 있었다. 연예인이라 그런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화보가 따로 없었다.그때 경찰 한 명이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진가을 배우님, 저희 서에서 이미 배우님을 괴롭히던 팬은 지금 잡아 지금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만약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면 한꺼번에 입증하시면 됩니다.”가을의 얼굴은 순간 잿빛으로 변했다.“그 사람 극성팬이 아니라 제 남자 친구 맞아요.”그 말이 떨어지자 상냥하게 설명해 주던 경찰의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심지어 그뿐만 아니라 서에 있던 경찰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을을 바라봤다.당사자의 증언으로 민혁은 곧바로 풀려났다.“싸...”반가운 듯 인사하던 민혁은 이제 막 한 글자를 말한 순간 가을의 눈총에 이내 입을 다물었다.그때 가을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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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도준의 배려

도준의 이름을 본 순간 하윤은 잠시나마 자기가 잘못 본 거라고 착각했다.이내 문자를 눌러 답장을 하려고 했지만 곧바로 뭐라 답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그러던 그때, 마침 전화가 걸려 왔다.하윤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역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전화 건너편의 도준도 웬일인지 장난스럽게 하윤을 놀리지 않고 그저 침묵만 주지했다.너무 오래 이어지는 침묵에 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제가 안 자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전화했어요?”“문자 입력하는 게 보였거든.”그제야 자기가 망설이면서 문자를 썼다 지웠다 했던 모습을 도준에게 들켰다는 걸 인지한 하윤은 왠지 어색해졌다.하지만 그 어색함이 길어지기 전에, 도준이 물었다.“무슨 일 있어?”잠깐 동안 생각한 끝에, 오늘 오전에 자기가 오전에 전화를 했던 일이 떠오른 하윤은 손가락으로 이불을 후비며 대답했다.“아, 엄마가 도준 씨 집에 초대해 같이 식사하고 싶대요.”이윽고 핑계를 댄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이내 보충했다.“덕분에 시영이가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고 엄마가 고마워해요. 제가 두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계속 고집하셔서. 만약 싫으면 경성에 돌아갔다고 말할 테니까...”밖에 나다니지 말라고 하려던 찰나, 도준이 일주일 동안이나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게 생각난 하윤은 자기가 괜한 얘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순간 분위기는 또다시 얼어붙었다. 그러던 그때,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한번 만나. 안 그러면 어머님이 걱정하실 테니까.”“그럼 엄마더러 준비하라고...”“집에서 말고 밖에서 먹자.”일전에 도준에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게 생각나 하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도준은 역시 하윤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배려에 하윤은 오히려 마음이 답답해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언제 시간 있어요?”“모레.”달력을 확인하니 모레는 마침 극단이 쉬는 날이었다.순간 가슴이 시큰거리며 감정이 흘러넘칠 것만 같아 하윤은 어렵사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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