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591 - 챕터 600

2270 챕터

제591화 죽을 고비

약물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 반승제는 하룻저녁 꼬박 응급실에 있다가 병실로 갔다. 이번에는 진짜 목숨을 잃을 뻔한 정도였다.진세운은 반승제가 안정을 되찾은 다음에야 한숨을 쉬면서 반씨 집안과 그의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그중에서도 서주혁과 온시환이 연락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금방 병원에 도착했다.반승제가 약물 알레르기로 죽을 뻔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두 사람은 긴장한 기색으로 스카이웨어의 CCTV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가 성혜인과 함께 스카이웨어에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후에는 윤단미까지 왔으니 총 두 명의 용의자가 있는 셈이었다.서주혁은 윤단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반승제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에 겁을 먹은 그녀는 어젯밤 룸에서 본 모든 것을 불어버렸다.서주혁은 금방 이해했다. 반승제에게 약을 먹인 사람은 성혜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약 안에 그와 맞지 않는 성분이 있는 탓에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반승제가 눈을 꼭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서주혁은 주먹을 쥐면서 몸을 일으켰다.“내가 그 여자를 죽여버리고 말 거야!”온시환은 황급히 서주혁을 막아섰다.“진정해. 그 여자를 건드리면 승제가 깨어나자마자 너를 죽이려 들 수도 있으니까.”진세운은 의사 가운을 입은 채로 한쪽에 서 있었다. 서주혁과 온시환보다는 훨씬 태연한 모습이었다.“승제는 괜찮을 거야. 그리고 이번 일의 진실을 절대 반씨 집안에 알리지 마. 안 그러면 할아버지가 페니 씨의 존재를 알아버리고 말 테니까.”만약 반태승이 나선다면 아무도 페니를 지킬 수 없게 된다. 어차피 반승제가 깨어난 후에 알아서 해결할 일이니 진세운은 성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얼마 후 반태승이 직접 병원에 왔다. 반승제가 약물 알레르기 때문에 쓰러졌지만 지금은 괜찮다는 말을 듣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왜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겼냐는 반태승의 질문에 진세운은 그냥 약을 먹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전에도 반승제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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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오래 기다려 온 듯한 모습

성혜인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남자의 동작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살려줘! 누가 나 좀 살려줘! 아파, 아프다고!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혹시 이승주인가? 아니면 한도하의 사람? 이 향수 냄새는... 절대 반 대표님일 리가 없어.’성혜인의 눈물은 진작 얇은 천을 흠뻑 적셨다. 하지만 등지고 있던 탓에 반승제에게는 보이지 않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이 쓰러진 다음에도 풀어주지 않았다. 그는 장장 이틀 동안 밥도 먹지 않고 성혜인만 괴롭혀 댔다.처음에는 그래도 눈물이라도 흘리던 성혜인은 뒤로 가면서 그냥 몸을 웅크리고만 있었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만 들어도 몸은 굳어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기나긴 시간을 견뎠다.반승제는 마음속의 분노가 진정된 다음에야 성혜인을 풀어줬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가린 천은 끝까지 풀어주지 않았다. 반승제는 정신을 잃은 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주고 로즈가든으로 돌려보냈다.성혜인은 저녁 여덟 시쯤에 눈을 떴다. 몸은 구석구석 다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천천히 눈을 뜨고 익숙한 천장을 본 그녀는 헛것이라도 본 줄 알고 몸부림치다가 그만 침대 아래로 쿵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머리는 윙 울렸다.협탁에 놓인 핸드폰을 확인하고 나서야 성혜인은 시간이 이틀이나 지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장장 이틀 동안이나 납치당했다는 뜻이기도 했다.성혜인은 아직도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 치욕스러운 자세로 침대에 엎어져 있느라 상대의 몸매가 약한지 뚱뚱한지, 키는 큰지 작은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아직도 몸이 덜덜 떨리는 탓에 핸드폰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래서 반 시간이나 진정하고 나서야 겨우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강민지는 연락받자마자 바로 출발해서 로즈가든으로 왔다. 그녀는 귀로부터 시작해서 붉은 흔적을 가득 달고 있는 성혜인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너...”성혜인은 강민지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도감이 드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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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난 이혼할 건데, 넌?

피곤했던 성혜인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바로 침실로 들어가려 했다. 잔뜩 부은 눈과 불편한 걸음걸이는 누가 봐도 험한 일을 당한 사람의 모습이었다.반승제는 몸을 일으키면서 성혜인을 불러세웠다.“페니야.”반승제를 상대할 기운조차 없었던 성혜인은 곧장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엎어졌다. 반승제는 조용히 그녀를 따라가더니 문턱에 기댔다. 그리고 한참 주저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성혜인의 길지 않은 머리카락은 완전히 흩어져 있었고 손은 이불을 꼭 잡고 있었다. 반승제는 그녀에게 했던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를 저승 문턱에 보냈다면 설명할 기회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그녀를 이틀 동안 괴롭힌 건 이미 많이 봐준 것이었다.반승제는 침대 곁에 앉아 성혜인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자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그날 네가 나한테 먹인 약에 알레르기가 생겨서 나 응급실에 다녀왔어.”성혜인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아주 무서운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 말이다.“죄송해요...”성혜인은 반승제가 알레르기가 있을 줄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약을 먹이지도 않았을 것이다.성혜인의 사과에 반승제는 화가 완전히 풀리는 것 같아 미소를 지었다.“만약 다른 사람이 나한테 이런 짓을 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했을 거야.”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반승제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말을 이었다.“오늘 힘들었지?”성혜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승제가 오늘 일을 알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강민지가 선택한 병원의 보안이 잘 되어 있는 건 둘째 치고 그는 여자의 아픔으로 비아냥댈 사람 같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꼭 깨문 채 몸을 떨었다. 그러자 반승제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실 요즘 너랑 같이 있던 남자... 나야.”성혜인은 눈물 자국으로 가득한 얼굴을 들었다. 그녀의 퉁퉁 부은 눈에서 놀라움은 금방 분노로 변했다.“반승제!!!”성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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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장난이 되어버린 고백

성혜인의 반응에 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슴은 찢어지듯 아팠다. 그가 큰 결심을 내리고 한 고백은 결국 장난으로 지나가고 말았다.반승제는 24년의 인생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굴욕을 당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 두말없이 로즈가든에서 떠나 온시환과 서주혁을 만나러 갔다. 온시환이 그의 이혼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열었기 때문이다.반승제가 룸 안에 들어서자마자 온시환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너 페니 씨랑 사흘이나 사라진 거 알아? 너 솔직히 얘기해. 페니 씨 아직 이승에 있기나 해?”반승제는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에 잠겼다. 그러자 온시환은 성혜인이 벌써 뼛가루가 되어 어디 묻힌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온시환은 그가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을 처음 봤다. 그가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도 물론 처음이다.서주혁도 궁금한 듯 반승제를 힐끗 봤다. 그들 모두 성혜인이 죽었다고 추측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술이 상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쓰지?”스카이웨어의 관리하에 절대 상한 술이 나타날 리가 없다. 더구나 술은 원래도 쉽게 상하는 것이 아니었다.온시환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한결같이 향긋한 맛이었다.“네가 기분이 나빠서 그런 건 아니고? 설마 지금 와서 이혼하기 싫어진 건 아니지?”반승제는 손을 흠칫 떨며 시선을 떨궜다.“나 방금 페니한테 고백했어.”“뭐?!”쨍그랑!쨍그랑!온시환의 목소리와 함께 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하나는 온시환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주혁의 것이었다.두 사람은 반승제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여자에게 고백할 줄은 진짜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이 자식이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네.’온시환과 서주혁은 서로 묵묵히 눈을 마주쳤다. 둘 다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온시환이 먼저 감정을 추스르며 물었다.“승제야, 너 페니 씨를 좋아해?”반승제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다.“모르겠어.”온시환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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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게

반승제는 막연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래도 온시환의 말은 완전히 이해되었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얼마 전 2000억 원을 준 적이 있는데 바로 내 얼굴에 던져버리더라고. 한 달 동안 같이 있어 달라고 했을 뿐인데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 않나?”온시환은 피식 웃었다. 반승제가 누군가에게 당하는 꼴을 상상하기 어렵기는 했지만 성혜인이 할 만한 짓이 맞기는 했다.그는 술잔을 올리면서 말했다.“어차피 넌 내일이면 이혼하잖아. 누구를 좋아하든 온전히 네 자유라고. 오늘 일은 페니 씨한테 제대로 사과해. 페니 씨 진짜 무서웠겠다. 뭐니 뭐니 해도 다정한 남자가 최고다? 명심해, 다른 남자한테 뺏기기 전에.”‘다른 남자’가 누군지는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성혜인의 마음속에서 반승제는 넘버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넘버포로서의 각오가 없어 보였다.새벽 세 시, 성혜인은 잠결에 초인종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처음에는 당연히 환청으로 여기고 잠깐 뒤척이다가 다시 잠을 청했다.반승제에게 잡혀갔던 이틀 동안 성혜인은 한숨도 못 잤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휘가 세상을 뜬 이후로 계속 못 잤다.지금은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한 데다가 강간범이 반승제인 것을 발견하고 마음이 훨씬 놓였는지라 그나마 잘 수 있었다. 어차피 반승제에게는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초인종은 거의 십 분 동안 연속으로 울렸다. 그 소리에 최효원마저도 잠에서 깨어나 욕설을 내뱉으며 문을 열었다.하지만 최효원의 분노는 밖에 서 있던 반승제와 마주한 순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따질 새도 없이 뒤로 물러나 조용히 문을 닫았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반승제에게 들켜버릴까 봐서 말이다.반승제의 몸에서는 옅은 술 냄새가 났다. 그는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초인종을 눌러댔다. 하지만 성혜인은 오래도록 대답이 없었다. 누군가가 출입문 밖에서 고함을 질러대도 잘만 자던 사람이니 초인종 따위에 깰 리가 없기도 했다.반 시간 후 성혜인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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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반승제의 고백은 아무 것도 아니다

반승제가 자신에게 반지를 끼워주려는 것을 발견한 성혜인은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러자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다정함도 뒷전으로 밀린 채 그녀의 손가락을 억지로 펴려고 했다.성혜인이 반승제의 손을 팍 뿌리치자 반지는 허공에서 곡전을 그리며 어딘가로 굴러 떨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승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약 삼분 동안 침묵한 다음 그녀가 먼저 불편한 정적을 깼다.“대표님 취하셨어요.”반승제는 서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래서 성혜인의 턱을 꽉 잡은 채 입을 맞추려고 했다.성혜인은 단호하게 머리를 틀어버리더니 반승제의 뺨을 때렸다. 취기가 한 순간에 가시는 통증을 뒤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는 재벌의 내연녀로 살고 싶지 않아요.”반승제는 자신의 뺨을 매만졌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서럽기도 하고 화나기도 한 복잡한 감정에 그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진짜 어디가 잘못 된 거 아니야? 왜 굳이 서민규를 따라 고생을 자초하는 건데?!”성혜인은 아직도 외투를 꼭 잡고 있었다. 반승제와는 애초에 대화할 의지가 없었다. 재벌가에서 태어나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자란 자유로운 사람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반씨 가문의 부부들은 서로 악감정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반기훈과 백연서도 그렇고, 반태승과 김경자도 그랬다. 더구나 집안사람 전부 반승제의 형인 반승우만 편애했으니, 그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리가 난무했다.반씨 가문은 최고의 재벌가이다. 반승제가 무슨 일을 하든 지원해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집안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그는 어린 나이에 입대하여 더욱 냉정한 성격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는 집안의 후계자가 되기 전부터 냉정한 늑대새끼라는 말을 들었다.반승우가 죽은 다음 반승제는 억지로 위선의 가면을 쓰고 상업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본질은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었다. 그는 여전히 감정이 메마른 냉정한 늑대새끼였다.“대표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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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주제를 모르는 여자

성혜인은 또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편지를 반 시간이나 더 본 다음에야 서랍에 넣었다.고작 몇 시간 더 자고 일어난 성혜인은 아침 일찍 식사를 끝내고 필요한 물건을 챙겨 법원 앞으로 향했다. 반태승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 여부와 함께 반승제도 곧 갈 것이라고 알렸다.“알겠어요, 할아버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반태승은 물론 반승제에게도 전화를 걸었다.숙취로 인한 두통이 심했던 반승제는 아침 여섯 시에 이미 깨어났다. 원래는 성혜인이 거실에 있는 줄 알았는데 집을 샅샅이 뒤져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설마 나를 피하려고 그 시간에 나간 거야?’반승제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출근한 다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오전 내내 서류를 결재한 반승제는 이혼 절차를 끝내러 법원에 가라는 반태승의 전화를 받았다.“나는 혜인이한테 1000억 원을 줬으면 한다. 네가 혜인이한테 잘못한 것은 사실이잖니. 결혼한 다음에도 다른 여자를 만난 건 명백히 네 잘못이니 따로 별장 두 채도 배상하거라.”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혜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토록 많은 것을 얻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그 여자한테 그럴 자격이 있나?’BH그룹은 SY그룹에 수많은 투자를 했다. 그 투자금만 해도 성혜인에게는 넘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반승제는 성혜인이 더욱 미워졌다.“할아버지, 저는 그 여자한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예요.”반태승이 이혼을 받아들인 마당에 반승제는 성혜인에 대한 증오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러자 반태승은 한참 침묵하다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이 짐승보다도 못한 녀석아! 네가 혜인이랑 결혼한 세월만 해도 삼 년이다!”“저희는 결혼만 했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반태승은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혜인이는 말이 다르더구나. 넌 도대체 잊은 것이니, 그냥 인정하기 싫은 것이니?”반승제의 머릿속에는 성혜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가 반태승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 것도 이혼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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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남편이 아닌 전남편

반승제는 반희월의 꾸중을 들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혼하는 건 아니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백연서와 김경자는 그의 이혼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병원 복도는 그렇게 이혼 여부에 관한 토론으로 북적북적했다. 그중에서도 백연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했다.“만약 오늘 당장 이혼하지 않는다면 내가 혀 깨물고 죽을 줄 알아. 네가 집안사람을 줄줄이 응급실로 보내는 거야.”백연서는 성혜인을 미워하다 못해 증오했다. 그녀가 임지연의 딸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왔다. 반씨 가문에서 지낸 수십 년 동안 반기훈에게 아들을 둘이나 낳아준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라니 그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세 명의 여자에게 에워싸여 잔소리를 듣던 반승제는 짜증이 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이때 성혜인의 문자를 보게 된 그는 더욱 짜증이 났다.반태승은 성혜인을 꽤 많이 아꼈다. 후하게 1000억 원이나 내어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 응급실에 들어가 있는데 속도 없이 이혼을 재촉하는 성혜인이 그는 너무 어이없었다. 누가 봐도 돈을 빨리 얻기 위한 속셈이니 말이다.‘허허... 이런 것도 아내라고...’반승제는 전화를 걸었다. 물론 목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은 성혜인이 아닌 법원의 직원에게 말이다. 얼마 후 그 직원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그녀가 법원 앞에 있다는 것을 듣고는 금방 나가서 반승제의 말을 전했다.“성혜인 씨, 저희가 반승제 씨의 연락을 받았으니 들어오셔서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성혜인은 직원과 구면이었다. 지난번 혼자 결혼 절차를 밟을 때도 만났기 때문이다.결혼하는 날도 이혼하는 날도 남편은 자리를 비웠다. 그래서 직원은 동정하는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이토록 예쁜 여자도 불행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성혜인은 절차를 밟다 말고 다른 번호로 반승제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시끌시끌한 주변의 소음을 뚫고 성혜인에게 물었다.“성혜인 그 여자가 아무것도 받지 않고 이혼을 허락해 주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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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내연녀의 존재

성혜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차에 올라탔다. 윤단미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이다.윤단미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혼했고, 성혜인의 고집으로는 절대 반승제를 용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아! 통쾌하다!’포레스트로 돌아간 성혜인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반승제도 함께 돌아올 줄 알았던 유경아는 그녀가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혼 절차는 끝났어요?”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며 다른 도우미를 불러왔다.“반승제 씨의 물건을 전부 정리해서 호텔로 보내줘요. 호텔 주소와 방 번호는 제가 적어줄게요.”이곳은 성혜인의 별장이니 전남편의 물건을 계속 남겨둘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빨리 반승제의 물건을 치워버리고 침실을 되찾을 생각이었다.유경아는 한숨 돌리면서 말했다.“다행이네요. 그러면 이제 겨울이를 풀어줄까요?”겨울이가 요즘 계속 작은 방에 가둬져 있었던지라 유경아는 마침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성혜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금방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잠깐 눈 좀 붙일게요.”어젯밤 제대로 쉬지 못한 성혜인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다.유경아는 부랴부랴 뒷방으로 가서 겨울이를 풀어줬다. 겨울이는 부리나케 마당으로 나가더니 풀밭에서 뒹굴며 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도우미들은 한참이나 웃음을 터뜨렸다.얼마 후 반승제의 물건이 정리를 끝냈다. 전부 모았는데도 별로 많지 않아 작은 상자 하나로 포장을 마칠 수 있었다.포레스트의 도우미는 직접 상자를 들고 호텔로 향했다. 반승제가 자리를 비운 탓에 상자는 로비에 맡겨지게 되었다.저녁 여섯 시, 반태승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집안사람들을 전부 내보내고 반승제만 남게 했다.반태승은 시계를 힐끗 보더니 기침하면서 말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법원에서도 퇴근했을 시간이군.”사실 반태승은 내심 좋아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이혼을 미룰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승제가 잠깐 침묵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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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잘못된 애정 표현

당장이라도 승천할 듯 올라갔던 반승제의 입꼬리는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 상기되어 있던 눈빛도 싸늘하게 식었다.반승제는 창밖으로 머리를 돌리더니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일단 호텔로 돌아가요.”호텔로 돌아간 반승제는 샤워부터 했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마침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호텔 매니저가 보였다. 그의 손에는 자그마한 상자가 들려있었다.“대표님, 이건 포레스트의 도우미가 보낸 물건입니다. 대표님이 포레스트에 뒀던 짐이라고 합니다.”반승제는 어디 길거리에서 주운 듯한 종이 상자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대신 버려줘요.”반승제의 짜증을 알아차린 매니저는 잠깐 흠칫하다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문이 닫힌 다음 반승제는 성혜인의 개인 번호를 찾아내 지워버렸다. 앞으로 다시는 연락할 일이 없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연락은 물론 다시는 만날 일도 없었으면 했다.물론 성혜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초저녁 도우미가 반승제의 짐을 배달하기도 전에 이미 반승제의 번호를 개인 번호를 사용하는 핸드폰에서 지워버렸다. 아쉽게도 네이처 빌리지가 완공하지 않은 탓에 두 개 다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성혜인은 곧 잠들기 직전에 반승제의 문자를 받았다.「네 남편이 돌아왔다면서?」성혜인은 답장하지 않았다. 네이처 빌리지가 완공하자마자 이쪽 번호도 지워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반승제는 성혜인이 답장 없는 것을 보고 두 번째 문자를 보냈다.「어젯밤 네 방에 떨어뜨린 반지를 아침에 찾지 못했어.」‘반지?’성혜인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가 떠올랐다. 지난번에도 반승제는 수백억짜리 팔찌를 선물했으니 이번의 반지도 싸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쩐지 그가 반지를 핑계로 그녀를 협박하거나 연락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제가 내일 찾아볼게요.」오늘은 시간이 늦었다는 말을 성혜인은 돌려서 했다. 하지만 반승제와 같은 사람이 그녀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을 알아차릴 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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