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는 반희월의 꾸중을 들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혼하는 건 아니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백연서와 김경자는 그의 이혼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병원 복도는 그렇게 이혼 여부에 관한 토론으로 북적북적했다. 그중에서도 백연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했다.“만약 오늘 당장 이혼하지 않는다면 내가 혀 깨물고 죽을 줄 알아. 네가 집안사람을 줄줄이 응급실로 보내는 거야.”백연서는 성혜인을 미워하다 못해 증오했다. 그녀가 임지연의 딸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왔다. 반씨 가문에서 지낸 수십 년 동안 반기훈에게 아들을 둘이나 낳아준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라니 그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세 명의 여자에게 에워싸여 잔소리를 듣던 반승제는 짜증이 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이때 성혜인의 문자를 보게 된 그는 더욱 짜증이 났다.반태승은 성혜인을 꽤 많이 아꼈다. 후하게 1000억 원이나 내어줄 정도로 말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 응급실에 들어가 있는데 속도 없이 이혼을 재촉하는 성혜인이 그는 너무 어이없었다. 누가 봐도 돈을 빨리 얻기 위한 속셈이니 말이다.‘허허... 이런 것도 아내라고...’반승제는 전화를 걸었다. 물론 목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은 성혜인이 아닌 법원의 직원에게 말이다. 얼마 후 그 직원이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그녀가 법원 앞에 있다는 것을 듣고는 금방 나가서 반승제의 말을 전했다.“성혜인 씨, 저희가 반승제 씨의 연락을 받았으니 들어오셔서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성혜인은 직원과 구면이었다. 지난번 혼자 결혼 절차를 밟을 때도 만났기 때문이다.결혼하는 날도 이혼하는 날도 남편은 자리를 비웠다. 그래서 직원은 동정하는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이토록 예쁜 여자도 불행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성혜인은 절차를 밟다 말고 다른 번호로 반승제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시끌시끌한 주변의 소음을 뚫고 성혜인에게 물었다.“성혜인 그 여자가 아무것도 받지 않고 이혼을 허락해 주게 한다고
성혜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차에 올라탔다. 윤단미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이다.윤단미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혼했고, 성혜인의 고집으로는 절대 반승제를 용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아! 통쾌하다!’포레스트로 돌아간 성혜인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반승제도 함께 돌아올 줄 알았던 유경아는 그녀가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혼 절차는 끝났어요?”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며 다른 도우미를 불러왔다.“반승제 씨의 물건을 전부 정리해서 호텔로 보내줘요. 호텔 주소와 방 번호는 제가 적어줄게요.”이곳은 성혜인의 별장이니 전남편의 물건을 계속 남겨둘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빨리 반승제의 물건을 치워버리고 침실을 되찾을 생각이었다.유경아는 한숨 돌리면서 말했다.“다행이네요. 그러면 이제 겨울이를 풀어줄까요?”겨울이가 요즘 계속 작은 방에 가둬져 있었던지라 유경아는 마침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성혜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금방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저는 위층으로 올라가 잠깐 눈 좀 붙일게요.”어젯밤 제대로 쉬지 못한 성혜인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다.유경아는 부랴부랴 뒷방으로 가서 겨울이를 풀어줬다. 겨울이는 부리나케 마당으로 나가더니 풀밭에서 뒹굴며 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도우미들은 한참이나 웃음을 터뜨렸다.얼마 후 반승제의 물건이 정리를 끝냈다. 전부 모았는데도 별로 많지 않아 작은 상자 하나로 포장을 마칠 수 있었다.포레스트의 도우미는 직접 상자를 들고 호텔로 향했다. 반승제가 자리를 비운 탓에 상자는 로비에 맡겨지게 되었다.저녁 여섯 시, 반태승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집안사람들을 전부 내보내고 반승제만 남게 했다.반태승은 시계를 힐끗 보더니 기침하면서 말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법원에서도 퇴근했을 시간이군.”사실 반태승은 내심 좋아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이혼을 미룰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승제가 잠깐 침묵하다가
당장이라도 승천할 듯 올라갔던 반승제의 입꼬리는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 상기되어 있던 눈빛도 싸늘하게 식었다.반승제는 창밖으로 머리를 돌리더니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일단 호텔로 돌아가요.”호텔로 돌아간 반승제는 샤워부터 했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마침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호텔 매니저가 보였다. 그의 손에는 자그마한 상자가 들려있었다.“대표님, 이건 포레스트의 도우미가 보낸 물건입니다. 대표님이 포레스트에 뒀던 짐이라고 합니다.”반승제는 어디 길거리에서 주운 듯한 종이 상자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대신 버려줘요.”반승제의 짜증을 알아차린 매니저는 잠깐 흠칫하다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문이 닫힌 다음 반승제는 성혜인의 개인 번호를 찾아내 지워버렸다. 앞으로 다시는 연락할 일이 없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연락은 물론 다시는 만날 일도 없었으면 했다.물론 성혜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초저녁 도우미가 반승제의 짐을 배달하기도 전에 이미 반승제의 번호를 개인 번호를 사용하는 핸드폰에서 지워버렸다. 아쉽게도 네이처 빌리지가 완공하지 않은 탓에 두 개 다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성혜인은 곧 잠들기 직전에 반승제의 문자를 받았다.「네 남편이 돌아왔다면서?」성혜인은 답장하지 않았다. 네이처 빌리지가 완공하자마자 이쪽 번호도 지워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반승제는 성혜인이 답장 없는 것을 보고 두 번째 문자를 보냈다.「어젯밤 네 방에 떨어뜨린 반지를 아침에 찾지 못했어.」‘반지?’성혜인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가 떠올랐다. 지난번에도 반승제는 수백억짜리 팔찌를 선물했으니 이번의 반지도 싸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쩐지 그가 반지를 핑계로 그녀를 협박하거나 연락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제가 내일 찾아볼게요.」오늘은 시간이 늦었다는 말을 성혜인은 돌려서 했다. 하지만 반승제와 같은 사람이 그녀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을 알아차릴 리가 없
성혜인은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자기랑 뭔 상관이래.’「네, 따뜻하고 아주 좋아요. 대표님도 안녕히 주무세요.」문자를 확인한 반승제는 화가 나 손끝을 멈칫했다.성혜인은 이 문자를 끝으로 곧바로 핸드폰을 끄고 포레스트로 돌아갔다.비록 시간은 이미 두 시간이나 지체된 뒤였지만, 안방 큰 침대에 눕자 그녀는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반면, 반승제는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성혜인은 회사에 가 오전의 일을 처리한 뒤 반태승에게 전화를 걸었다.반태승은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 그는 성혜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하고 흐뭇한 눈빛을 지었다.“혜인아.”그의 부름과 함께, 곧이어 두 번의 기침 소리도 들려왔다.성혜인은 서둘러 사과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예전 그녀는 늘 반태승에게 곧 증손주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으나, 결국 두 사람은 이렇게 빨리 이혼하게 되었다.“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야. 이제 집사에게 수표 한 장을 보내주라 전하마. 내가 너에게 주는 보상인 셈이니 받아줬으면 좋겠구나.”“할아버지, 제가 반씨 집안에서 받은 물건은 이미 충분해요. 더 가지면 욕심이 날지도 몰라요.”반태승은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녀는 반승제와 조금 닮아있었다.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럼 우리 언제 한번 밥이라도 먹자꾸나. 승제도 같이 말이야. 사람들한테 원수지간인 것처럼 보이진 말자고, 어떠냐?”“네.”그렇게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통화를 끝마친 성혜인은 손을 들어 미간을 꾹꾹 눌렀다.그때, 장하리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사장님, 성훈 씨 쪽에서 소식이 전해져왔습니다. 성훈 씨 애인 되는 사람, 이미 집을 두 채나 팔았답니다. 성훈 씨도 자신의 집을 담보로 맡긴 상태고요. 두 사람 빚이 수십억이나 된다고 합니다. 사채업자가 아마 오늘 내로 집에 쳐들어가 돈을 요구할 거예요.”이 소식을 들은 성혜인은 놀라운듯한 눈빛을 지어 보였다.‘겨우 석 달 남짓인데, 이렇게
성혜인이 돈을 이렇게 많이 썼는데 어떻게 신예준이 여태껏 의심 한번 안 할 수 있냐고 그녀에게 물어보려는데, 하필이면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또 반승제가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단 두 글자였다.「반지.」그녀는 순간 짜증이 몰려와 곧바로 자신의 집안에서 물건이 잃어졌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또한, 성혜인은 경찰을 시켜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인 반승제에게 연락하게 했다.여전히 성혜인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던 반승제는 뜻밖에도 경찰 쪽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게 됐다. 그들은 반승제에게 잃어버린 반지가 어떤 모양인지 대략 얼마 정도의 가치인지 물었다.그들의 설명을 들은 반승제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이윽고 그는 심인우에게 이 일을 맡기고, 자신은 다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성혜인은 아직도 강민지네 집에 앉아있었다. 원래도 술을 어느 정도 마신 그녀는 반승제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을 보고는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대표님.”통화 수락 버튼을 누르고, 강민지는 그녀가 부르는 호칭을 듣고는 바짝 곁에 다가갔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반승제는 순식간에 분노가 끓어오르는 듯했다.“집에 없어?”“반지 일은 제가 이미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앞으로 사건에 진전이 있으면 바로 대표님께 연락드릴 거예요.”그녀는 반승제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반지를 빌미로 한 그의 모든 변명을 막아버렸다.반승제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며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말했다.“페니야, 우리 그동안 만나온 정도 있는데 나와서 술이나 한잔할래?”성혜인은 짐승 같은 그가 또 사람 탈을 쓰고 자신을 홀려낸다는 것을 알았다.“시간 없어요.”“시환이 영화가 곧 개봉해. 네가 300억이나 투자했다며? 나도 300억 투자했어. 영화 쪽에서 최근 카드 심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이 분야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거든.”똑똑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건 분명 그녀를 위협하는 것이었다.반승제에게 300억은 그저 한 가닥 작은 털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이 돈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밤 룸 안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진세운을 제외한 이 무리의 사람은 대부분 다 있는 것 같았다.지난번 진세운은 성혜인과 반승제가 룸에 있는 영상을 보지 못했다. 그 영상은 서주혁과 온시환이 봤다.진세운은 의사라 다른 사람들보다 바빴고, 환자가 있기만 하면 그는 거의 병원에만 있었다.온시환은 참지 못하고 반승제에게 충고했다.“너 지금 네 위치를 분명히 해야 해. 페니 씨가 분명히 너를 거절했으니 이젠 너는 넘버투가 아니라 넘버 포가 됐다고. 온수빈이 넘버투, 신이한이 넘버쓰리. 네가 더 페니 씨를 달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넘버포 자리에서도 쫓겨날지 모른다고.”“꺼져!”반승제는 그를 밀어냈다.넘버투, 넘버쓰리, 넘버포... 그는 전부 원하지 않았다.반승제는 그녀의 정식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곧이어, 성혜인은 스카이웨어에 도착했다.룸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녀는 신이한과 마주쳤다.요 며칠 신이한이 바빴으니 망정이지, 그렇지만 않았어도 그는 일찍 성혜인을 찾아왔을 것이다.“이혼 축하해요.”그는 정말 성혜인이 반승제와의 이혼을 결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쨌든 반승제는 유명한 반씨 집안의 자제였으니 말이다. 때문에 그 이름만 걸고 있어도 적지 않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게다가 그녀는 현재 자신의 회사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 성혜인은 분명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그녀가 이혼하지 않았다면, 반씨 집안의 며느리라는 신분은 아주 유용한 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람을 위협할 수도 있었다.성혜인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신이한은 그녀가 정말 기뻐하는 것을 보고는, 성혜인이 반승제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는 것을 알아챘다.‘반승제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이렇게 그는 속으로 반승제를 조롱했다.신이한은 서둘러 성혜인에게 몇 걸음 다가섰다. 그가 막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뭐라 말하려는데, 뒤에서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 뭐해요?”말
반승제는 마치 초등학생처럼 좋아하는 여자의 주의를 끌려고 한다. 그런 행동이 상대방에게 더욱 반감을 주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확실히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기는 했다. 비록 분노에 찬 눈빛일지라도, 반승제에게는 일종의 관심과 같았다.‘승제 연애관이 아직도 이런 유치한 단계에 머물러있다고?’아니나 다를까, 성혜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가 던진 몇 마디의 가벼운 말은 늘 성혜인의 화를 불러일으키곤 했다.그래서 그녀도 더는 말을 가리지 않았다.“대표님, 제 남편이 멍청할지라도 대표님보다는 강한 사람입니다. 적어도 그이는 강압적으로 무엇을 뺏지는 않거든요.”반승제의 표정도 갑자기 굳어지고 말았다. 옆에서 두 사람의 날이 선 대화를 듣고 있던 온시환은 서둘러 반승제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승제야, 페니 씨, 둘 다 그만 해요. 오늘 이곳에서 생일을 보내기로 한 사람이 있어요. 생일 주인공 기분을 망치진 말자고요.”그는 문득 반승제의 생일도 내일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의 24번째 생일 말이다.온시환은 성혜인을 힐끔 쳐다보았다.‘알고 있기는 한가? 혹시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그러나 현재 두 사람의 상태로 봐서는 그가 알려준다 해도 성혜인이 반승제에게 선물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성혜인은 온시환의 말을 듣고 곧 조용해졌다.반승제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몸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성혜인의 손끝을 움켜쥐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때, 좌석 사이로 누군가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생일 주인공이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모두 그쪽에 가 케이크 조각을 받아들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디저트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맛보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기에 다들 겉치레를 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손을 놓고는 직접 작은 접시를 갖고 갔다.생일 주인공은 그의 등장에 흠칫 얼어붙고 말았다.예전 반승제는 늘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에 앉아있다 떠났었기 때문이다.다른 사람들도
그러나 반승제의 귀에 그녀의 말은, 남편이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으로 들렸다.그는 난감해하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내가 서민규 씨보다 여전히 못 한가?”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자리를 떴다.“만약 대표님이 저를 더 이상 위협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는 약간 좋을 수 있겠네요.”그러자 반승제가 그녀를 따라나서며 말했다.“오늘 나랑 호텔에 가지 않을 거면, 내일 나 찾으러 와.”내일 그녀는 회사에서 매우 바쁠 예정이었다. 첫째는 회의, 둘째는 온수빈을 위해 맞는 길을 만들어줘야 했다.온수빈이 S.M에 온 이상, 그녀는 정말 그가 자유롭게 발전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게다가 SNS에 S.M이 온수빈을 영입했다는 소식도 발표해야 했다.“알겠어요.”그녀는 아무렇게나 대답한 다음,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그러자 반승제가 참지 못하고 토로했다.“내일은 내 생일이야.”그는 성혜인이 진짜 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그러나 하필 그때, 성혜인은 장하리의 전화를 받고 있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반승제는 그녀가 똑똑히 알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말이다.‘들었으니 분명 나한테 선물을 주겠지?’이렇게 생각하며 반승제는 정장에 있는 커프스를 만졌다. 그건 전에 성혜인이 그에게 선물한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윤단미의 선물과 종류가 겹쳤었다.그는 이미 윤단미가 선물한 커프스를 떼어내고 성혜인이 준 것을 착용하고 있었다.‘아마 봤겠지?’그러나 사실 성혜인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심지어 오늘 반승제가 무슨 착장으로 왔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차에 올라타서, 성혜인은 묘지 관리인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성혜인 씨, 아버님의 묘지가 도굴된 것 같습니다.”성혜인의 머리에서는 “윙”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뭐라고요?”“아버님의 묘지가 누군가에 의해 도굴된 것 같다고요. 순찰하던 인부가 막 발견했습니다. CCTV도 누군가에 의해 망가진 상태더군요.”성혜인은 차를 몰고 곧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