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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주제를 모르는 여자

성혜인은 또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편지를 반 시간이나 더 본 다음에야 서랍에 넣었다.

고작 몇 시간 더 자고 일어난 성혜인은 아침 일찍 식사를 끝내고 필요한 물건을 챙겨 법원 앞으로 향했다. 반태승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 여부와 함께 반승제도 곧 갈 것이라고 알렸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반태승은 물론 반승제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숙취로 인한 두통이 심했던 반승제는 아침 여섯 시에 이미 깨어났다. 원래는 성혜인이 거실에 있는 줄 알았는데 집을 샅샅이 뒤져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설마 나를 피하려고 그 시간에 나간 거야?’

반승제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출근한 다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전 내내 서류를 결재한 반승제는 이혼 절차를 끝내러 법원에 가라는 반태승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혜인이한테 1000억 원을 줬으면 한다. 네가 혜인이한테 잘못한 것은 사실이잖니. 결혼한 다음에도 다른 여자를 만난 건 명백히 네 잘못이니 따로 별장 두 채도 배상하거라.”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혜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토록 많은 것을 얻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한테 그럴 자격이 있나?’

BH그룹은 SY그룹에 수많은 투자를 했다. 그 투자금만 해도 성혜인에게는 넘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반승제는 성혜인이 더욱 미워졌다.

“할아버지, 저는 그 여자한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예요.”

반태승이 이혼을 받아들인 마당에 반승제는 성혜인에 대한 증오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러자 반태승은 한참 침묵하다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이 짐승보다도 못한 녀석아! 네가 혜인이랑 결혼한 세월만 해도 삼 년이다!”

“저희는 결혼만 했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반태승은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혜인이는 말이 다르더구나. 넌 도대체 잊은 것이니, 그냥 인정하기 싫은 것이니?”

반승제의 머릿속에는 성혜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가 반태승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 것도 이혼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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