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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오래 기다려 온 듯한 모습

성혜인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남자의 동작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살려줘! 누가 나 좀 살려줘! 아파, 아프다고!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혹시 이승주인가? 아니면 한도하의 사람? 이 향수 냄새는... 절대 반 대표님일 리가 없어.’

성혜인의 눈물은 진작 얇은 천을 흠뻑 적셨다. 하지만 등지고 있던 탓에 반승제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반승제는 성혜인이 쓰러진 다음에도 풀어주지 않았다. 그는 장장 이틀 동안 밥도 먹지 않고 성혜인만 괴롭혀 댔다.

처음에는 그래도 눈물이라도 흘리던 성혜인은 뒤로 가면서 그냥 몸을 웅크리고만 있었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만 들어도 몸은 굳어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기나긴 시간을 견뎠다.

반승제는 마음속의 분노가 진정된 다음에야 성혜인을 풀어줬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가린 천은 끝까지 풀어주지 않았다. 반승제는 정신을 잃은 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주고 로즈가든으로 돌려보냈다.

성혜인은 저녁 여덟 시쯤에 눈을 떴다. 몸은 구석구석 다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천천히 눈을 뜨고 익숙한 천장을 본 그녀는 헛것이라도 본 줄 알고 몸부림치다가 그만 침대 아래로 쿵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머리는 윙 울렸다.

협탁에 놓인 핸드폰을 확인하고 나서야 성혜인은 시간이 이틀이나 지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장장 이틀 동안이나 납치당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성혜인은 아직도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 치욕스러운 자세로 침대에 엎어져 있느라 상대의 몸매가 약한지 뚱뚱한지, 키는 큰지 작은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몸이 덜덜 떨리는 탓에 핸드폰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래서 반 시간이나 진정하고 나서야 겨우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민지는 연락받자마자 바로 출발해서 로즈가든으로 왔다. 그녀는 귀로부터 시작해서 붉은 흔적을 가득 달고 있는 성혜인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너...”

성혜인은 강민지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도감이 드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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