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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게

반승제는 막연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래도 온시환의 말은 완전히 이해되었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얼마 전 2000억 원을 준 적이 있는데 바로 내 얼굴에 던져버리더라고. 한 달 동안 같이 있어 달라고 했을 뿐인데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 않나?”

온시환은 피식 웃었다. 반승제가 누군가에게 당하는 꼴을 상상하기 어렵기는 했지만 성혜인이 할 만한 짓이 맞기는 했다.

그는 술잔을 올리면서 말했다.

“어차피 넌 내일이면 이혼하잖아. 누구를 좋아하든 온전히 네 자유라고. 오늘 일은 페니 씨한테 제대로 사과해. 페니 씨 진짜 무서웠겠다. 뭐니 뭐니 해도 다정한 남자가 최고다? 명심해, 다른 남자한테 뺏기기 전에.”

‘다른 남자’가 누군지는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성혜인의 마음속에서 반승제는 넘버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넘버포로서의 각오가 없어 보였다.

새벽 세 시, 성혜인은 잠결에 초인종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처음에는 당연히 환청으로 여기고 잠깐 뒤척이다가 다시 잠을 청했다.

반승제에게 잡혀갔던 이틀 동안 성혜인은 한숨도 못 잤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휘가 세상을 뜬 이후로 계속 못 잤다.

지금은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한 데다가 강간범이 반승제인 것을 발견하고 마음이 훨씬 놓였는지라 그나마 잘 수 있었다. 어차피 반승제에게는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초인종은 거의 십 분 동안 연속으로 울렸다. 그 소리에 최효원마저도 잠에서 깨어나 욕설을 내뱉으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최효원의 분노는 밖에 서 있던 반승제와 마주한 순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따질 새도 없이 뒤로 물러나 조용히 문을 닫았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반승제에게 들켜버릴까 봐서 말이다.

반승제의 몸에서는 옅은 술 냄새가 났다. 그는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초인종을 눌러댔다. 하지만 성혜인은 오래도록 대답이 없었다. 누군가가 출입문 밖에서 고함을 질러대도 잘만 자던 사람이니 초인종 따위에 깰 리가 없기도 했다.

반 시간 후 성혜인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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