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2202 챕터

제241화 버려진 사람처럼

믿을 수 없다는 임남호의 표정에 하진희는 픽 웃었다.“잊었어? 네가 돌아온 날 밤, 술에 취해서 나랑 잤잖아. 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아들이라면 너희집에도 타격이 꽤 클 거야.”임남호도 그날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순간 쭈뼛거리기 시작했다.하진희와 이혼하면 새 배우자를 찾는 것은 물론 아이를 낳는 것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누가 임남호와 아이를 낳으려 할까. 결국 대가 끊기게 되겠지.이제 하진희가 임신을 했으니 부모에게 진 빚은 갚은 셈이 되었다.‘자손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효’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하진희의 말에 임씨 가족들은 모두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성혜인은 분노가 확 올라왔다.“외삼촌, 외숙모. 정말 계속 데리고 있을 생각이에요?”임남호에게 외도도 들킨 상황에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누구의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다.임남호도 자신이 그리 좋은 남자는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도 재개발에 들어가고 수중에 1억 정도 있는 지금, 앞으로 셋이 얼마나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상황에 온갖 사고를 치는 여자가 집에 남게 된다면 이 돈마저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이소애와 임동원은 성혜인의 눈을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성혜인 역시 그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짐작됐다.이때, 하진희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성혜인에게 손가락질했다.“이 자식이 왜 갑자기 나한테 이혼하자는 건가 했더니, 네가 옆에서 종용했구나? 이 나쁜 년! 네 집 일도 똑바로 처리 못하는 게 왜 참견이야? 당장 여기서 꺼져! 우린 네가 반갑지 않으니까!”하진희는 물컵을 들어 성혜인에게 뿌렸다.성혜인은 예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비 맞은 생쥐 꼴이 될 줄 말이다.임동원과 이소애는 더더욱 면목이 없었다. 임남호도 침묵을 지켰다.성혜인은 화를 내는 대신 옆에 놓여있던 가방을 집어 들었다.“실례했네요.”성혜인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었다.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핀잔 한 번 주지 않고 욕받이 역할을 해왔다.이소애도 그들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걸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2
더 보기

제242화 승제 씨를 꼬시는 것 같아요

반승제는 무미건조하게 시선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모습에서 홀릴 것만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방이서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얼굴까지 붉어졌다.“심 비서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그의 반응에 방이서는 금방 시무룩해지더니 눈시울이 붉게 변했다.“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죠? 밥 먹을 때 화장실 간다 해 놓고 페니 씨 만났잖아요.”반승제가 자리를 벗어날 때, 방이서 역시 그의 뒤를 따라갔다가 화장실 앞에 서 있던 두 사람을 발견했다.무언가 있는 분위기였다.게다가 반승제가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는 표정이 더 차가워 보였다. 그 뒤로 페니가 걸었던 전화도 들었다.방이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그래서?”반승제는 문 안쪽에 서 있었다. 차가우면서도 낯설었다.방이서는 그의 태도에 확신이 없었다.“페니 씨는 결혼했잖아요. 근데 승제 씨를 꼬시는 것 같아요.”성혜인을 저격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누가 그렇게 예쁘래?’방이서는 성혜인이 반승제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은 없었다.반승제의 표정에서는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표정에서는 냉기가 맴돌았다.“방이서, 나 결혼했어. 그러니 누가 날 꼬시든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심 비서에게 연락할게.”방이서는 붉어진 눈시울로 발을 굴렀다.“그렇게 쌀쌀맞아서 누가 승제 씨를 좋아하겠어요! 흑흑...”그대로 울며 자리를 떠났다.반승제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실내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잠시 후, 심인우가 새로운 서류들을 들고 왔다.“대표님, HS그룹의 신이한에게서 전화가 왔는데...”반승제는 볼펜을 들어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뭐라던가요?”“대표님 부인께서 문제가 좀 있으시답니다. 대표님께서 부인을 좋아하지 않고 해결해 줄 생각이 없다면 자신이 나서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쓰레기 같은 신이한, 남의 부인을 따라다니겠다고 남편에게 사전 통보를 하다니.반승제는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났다. 문득 머릿속에 가식적인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2
더 보기

제243화 발각

반승제의 반응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이 씨가 곧바로 성혜인에게 다가가 이야기했지만 성혜인은 고개를 내저었다.“감사하지만 견인차도 곧 오니까 잠깐 기다리면 돼요. 제 차를 따라가야죠. 오늘 차를 수리하는 대로 제원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이 씨는 추워 보이는 성혜인이 그저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였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하지만 성혜인의 말을 듣고 나서도 강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요즘은 견인차가 20분이면 오기 때문에 성혜인은 밖에 서서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고 재채기가 튀어나왔다.이 씨는 자신의 차를 뒤따라왔던 간부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반승제에게도 말이다.개의치 않는다는 듯 창문을 닫는 것이 반승제의 반응이었다.20분 후, 견인차가 도착했다.성혜인은 곧바로 견인차에 올라타 자동차 정비소로 향했다.이런 차를 타보는 건 처음이었다. 운전기사도 꽤 유쾌하고 이야기하며 아름다운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견인차 뒤로 차 몇 대가 줄지어 따라왔다. 모두가 시내로 향하는 길이었다.자동차 정비소에 도착한 뒤에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고 나서야 시동을 다시 걸 수 있었다.결제를 마친 성혜인은 옆 가게에 있던 약국에 들어가 감기약을 구입했다. 감기약을 목구멍으로 넘긴 후 제원으로 돌아가려 차로 향했다.그때, 이소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러나 성혜인은 고민도 없이 ‘거절’ 버튼을 누르고 액셀을 밟았다.그 시각, 전화를 거절 당한 이소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담배를 태우는 임동원을 바라봤다.방 안에서는 임남호가 등신이라며 나무라는 하진희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임남호는 몇 번이고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배를 쳐다보며 결국 말을 삼켰다....오후 4시. 성혜인은 제원에 도착했다.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로즈가든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임남호에 미친 그 여자와 또 마주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포레스트로 돌아가자니 오늘 제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반승제가 떠올랐다.결국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3
더 보기

제244화 원하는 거 다 해줄게

소윤과 허진 모두 당황한 듯 넋이 나갔다. 곧이어 허진의 눈빛에서 독기가 옅게 느껴졌다.놀란 소윤은 허둥지둥 이불로 몸을 가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여보, 어떻게... 왜 온 거예요?”성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놀란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성의 끈을 놓은 지 오래. 정상적인 사고조차 불가능했다.성휘는 마지막으로 눈을 한 번 더 깜빡이고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쿵!성휘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소윤은 놀라 몸에 힘이 풀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허진을 가리켰다.“어떡해? 우리 사이를 알아버렸어. 깨어나면 우린 그대로 쫓겨날 거야.”허진은 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무심하게 안경을 썼다.“윤아, 이 사람 깨어나면 안 돼.”소윤은 그대로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무슨 뜻이야?”“이대로 살려둘 수 없어. 몇 년 동안의 계획이 다 수포로 될 테니까.”소윤은 바닥에 완전히 주저앉았다. 성씨 집안의 것을 원하고 허진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할 수 없었다.하지만 허진은 이미 성휘 앞까지 걸어간 상태였다. 그는 발로 성휘를 툭툭 쳤다.성휘와 결혼하기 전, 소윤은 성휘 옆에 있는 잘생긴 비서가 마음에 들었다. 성휘보다 어리고 체력도 좋아 매번 침대에서 만족스러운 밤을 보냈다.반명 재혼인 성휘의 나이는 말할 것도 없고, 회사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남자를 많이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침대에서 소윤을 만족시키지 못한 건 예전의 그 쓰레기를 제외하면 성휘 한 명뿐이었다.하지만 허진이 이 부분을 채워 줬기에 소윤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눈이 맞게 되었다.하지만 허진이 이런 식으로 입막음하려는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허진은 허리를 굽혀 성휘를 밖으로 끌고 갔다.소윤은 놀란 나머지 그를 껴안았다.“진아, 이건 살인이야. 누가 알기라도 하면 우리 다 잡혀간다고.”마흔 남짓한 허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3
더 보기

제245화 반승제한테 잘했어야지

새벽 3시.성혜인은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성휘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현재 응급실에 있다는 것이다.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급히 외투를 껴입는 성혜인의 얼굴색이 심상치 않았다.예전에 갔던 병원이고 주치의와 인사도 한 적이 있던 터라 주치의는 독단적인 행동으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홀로 복도에 앉아있는 소윤이 보였다. 하지만 아무 염려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착각일까?그때, 성혜인을 발견한 소윤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쟤가 왜 여기 있어?!’성혜인은 가까이 다가왔다. 목소리는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제가 서천으로 가기 전에 아빠를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간암인 거 알고 있죠? 병원에서 며칠 쉬게 하라니까 아빠가 왜 집으로 간 거예요?”소윤은 불안함에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허진의 말이 떠올라 당당하게 척추를 세웠다.“지금 날 의심하는 거니? 네 아빠가 그룹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생각 안 해? 반씨 집안에서 갑자기 훼방만 놓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네가 반승제한테 잘했어야지! 회사 문제 때문에 네 아빠가 입원도 못 하고 몰래 집으로 온 거야. 마침 도우미들 모두 휴가를 보내 놓았던 터라 아무도 몰랐어. 내가 발견했을 때는 바닥이 온통 피바다였다고. 조금만 늦었어도 죽었어!”소윤은 조소를 띄며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었다.“날 의심하다니, 낯짝 좋네.”성혜인은 대답 없이 의자에 앉았다.몰래 숨긴 소윤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성혜인이 왜 이렇게 빨리 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성휘가 깨어나면 산소 호흡기를 빼버려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그래야 후폭풍이 없을 것이다.‘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야지!’성혜인은 눈을 감았다. 수술실 문이 어서 열리기를 바랐다.성휘와 다툼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혜인의 친아빠이자 오랜 시간 동안 곁에 있어 준 가족이었다.엄마가 떠난 후, 성혜인은 아빠와 의지하며 살아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3
더 보기

제246화 김칫국

‘승제 씨도 오늘 제원으로 오나?’어제 서천에서 반승제의 차를 보기는 했지만 자동차 정비소에 가야 하는 바람에 마주치지 못했다.지금은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곧바로 호텔에 방을 예약했다.해열제도 몇 개 챙겨 나왔다. 당분간은 약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호텔 로비. 문제가 생겼다. 시스템 착오로 성혜인이 예약한 방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입실한 것이다.“정말 죄송합니다. 보상의 의미를 담아 스위트 룸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해 드렸습니다.”성혜인은 고개를 숙여 객실 카드에 적혀 있는 번호를 읽었다. 반승제와 같은 층이다.그 층에는 스위트 룸이 두 개뿐이다.성혜인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없이 카드를 집었다.지금은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성혜인은 구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반승제와 심인우가 모습을 드러냈다.뜻밖의 만남에 반승제는 눈썹을 들썩였다. 심인우의 눈빛도 의미심장했다.두 사람 역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심인우가 방금 전 하던 말을 이어갔다.“단미 아가씨가 탄 비행기가 오후 4시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5시로 레스토랑 예약해 뒀습니다.”익숙한 목소리에 성혜인은 눈을 떴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자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엘리베이터 벽을 통해 모든 사람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반승제는 엘리베이터 앞에 위치했지만 시선은 거울을 향했다.성혜인은 말없이 구석에 서 있었다. 잘 쉬지 못한 탓에 살짝 눈이 감겼다.눈매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성혜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깨져버린 어여쁜 옥석처럼 외롭고 나약해 보였다.반승제는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서천에서 밖에 서 있던 성혜인을 본 그 장면 말이다.그때 마침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성혜인은 그 햇빛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지금의 성혜인의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고요했다.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반승제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3
더 보기

제247화 남자 보는 눈이 정말 꽝이네

성혜인의 스위트룸. 이미 잠든 그녀의 눈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잠에서 깨어나니 이미 시곗바늘은 오후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수를 마친 성혜인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반승제의 방문 앞을 지날 때, 때마침 방문이 열렸다.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 같았다.‘오후 4시 입국이라고 하지 않았나? 2시인데 벌써 나가시네.’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반승제도 여느 남자들처럼 기다리기 힘든가 보다.“안녕하세요.”충분히 휴식을 취한 성혜인은 이제야 머릿속이 맑아졌다.반승제는 말이 없었다. 성혜인이 이 호텔에, 그것도 같은 층에 왜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다른 꿍꿍이가 없는 거라면 거짓말이지 않을까.무슨 속셈이 있다고 하기에도 이상하다. 그동안 다른 여자들처럼 얇은 옷을 걸치고 그의 방을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성혜인은 1층 버튼을 눌렀다.문이 닫히고, 성혜인은 천천히 입을 뗐다.“대표님, 유창목 바닥재는 결국 못 구했어요. 다른 재료로 알아볼게요. 작업은 이미 시작됐고 제가 상황 지켜볼게요. 중간에 다른 아이디어가 생기면 언제든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아주 공적인 이야기였다.‘허,’성혜인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신이한에게 걸려 온 전화다.살짝 멈칫한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페니 씨, 제가 도와 주기도 했는데 밥 안 사줄 거예요? 그냥 넘어갈 거예요?”임남호의 일을 도와준 건 확실히 큰 빚이긴 하다.하지만 외삼촌과 외숙모가 내린 결론이 떠오르자 마음이 시큰거렸다.“당연히 식사 대접 해야죠. 그런데 일주일 후에 만나도 괜찮을까요? 제가 먼저 연락드릴게요.”같은 시각. 신이한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감정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좋아요. 근데 일주일 후에 먹는 밥이라면, 지금 먹는 것과 다를 거예요.”성혜인은 그 말의 숨은 뜻을 못 알아들은 척하며 냉담하게 답했다.“네. 그럼 그렇게 하죠.”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4
더 보기

제248화 반승제 타령

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한 성혜인. 소윤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미처 성혜인을 발견하지 못한 소윤은 의사에게 끊임없이 물었다.“저희 남편 언제 깨어나요? 들어가서 볼 수 없을까요? 최선을 다 해주셔야 해요.”그녀의 주위에는 두 간호사가 붙어있었다. 소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모님, 이미 몇 번이고 대답해 드렸어요. 3일 정도는 상태가 어떤지 천천히 지켜봐야 해요. 조급해 마시고 일단 앉으세요.”“안에 들어가고 싶어요.”“죄송해요. 지금은 들어갈 수 없어요. 나중에 면회시켜 드릴게요.”소윤은 마음이 놓였다. 들어가는 순간 호흡기 먼저 뽑아버릴 생각이었다. 절대로 성휘를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후회의 여지는 없다.시야에 성혜인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곧바로 얼어붙은 소윤은 황급히 간호사의 손을 뿌리쳤다.성혜인은 복도 의사에 앉아 조용히 의사의 소견을 기다렸다.소윤은 좌불안석이었다. 손에는 이미 땀이 맺혀 있었다. 혹여 성혜인에게 꼬리라도 밟힐까 차마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그때, 복도에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혜원이었다.성혜인을 발견한 성혜원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하지만 금방 연약하고 불쌍한 목소리를 장착했다.“엄마, 아빠는 어떻대요?”성혜원이 오자, 소윤은 그제야 불안한 감정을 떨칠 수 있었다.“나도 몰라. 혜원아, 엄마가 너무 경황이 없네.”만약 성휘가 깨어난다면 경찰서에 신고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들은 끝장이다.성혜원은 소윤이 성휘를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SY그룹의 지분도 아직 완전히 그들의 손에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괜찮을 거니까 걱정 마요. 하늘이 도와줄 거예요.”말을 마친 성혜원은 무표정으로 앉아있는 성혜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언니.”지난번에 그렇게 난리를 쳐 놓고, 마치 기억상실증이 걸린 듯 행동했다.뻔뻔한 건지, 대담한 건지.성혜인은 아무런 반응 없이 중환자실만 응시했다.“언니, 아빠가 큰 사고를 당했는데, 승제 씨는 와 보지도 않아?”역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4
더 보기

제249화 부인과는 곧 이혼하겠네요

반승제가 막 차에 오르던 그때, 윤단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승제야, 나 벌써 20분째 기다리고 있어. 어디야?”반승제는 손목시계를 쳐다봤다.“이제 막 회의 끝났어. 20분 후에 도착해.”“넌 여전히 일이 먼저구나. 어떻게 날 이곳에 세워 둘 수가 있어!”“어디 들어가서 앉아 있어.”윤단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시울이 붉어질 뿐이었다.“너 변했어. 예전에는 안 이랬잖아.”반승제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손으로 문지르며 무덤덤하게 답했다.“곧 도착해.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그제야 윤단미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알았어,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후, 반승제는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앞좌석에 앉은 심인우는 사이드미러로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운전대를 돌렸다.20분 후, 차가 공항에 멈춰 섰다.윤단미는 진작 밖에 나와 있었다. 반승제의 차를 발견하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달려와 차 문을 열었다.“승제야!”애교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며 반승제를 껴안았다.“정말 보고 싶었어.”반승제는 그대로 굳어 미동도 하지 않았다.윤단미는 잠시 안겨 있다가 씩 웃었다.“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심 비서, 빨리요. 저 배고파요.”그녀는 반승제를 감고 있던 팔을 풀고 옆자리에 앉았다.반승제는 손을 뻗어 윤단미의 캐리어를 발밑으로 밀어 넣었다.윤단미는 아주 작은 캐리어만 하나 챙겨와 굳이 차 트렁크를 열 필요가 없었다.그의 행동에 윤단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반승제는 여전히 멋졌다. 여자를 대하는 모습까지 품위가 느껴졌다.윤단미는 발그레한 얼굴로 입꼬리를 귀엽게 올렸다.“아까 변했다고 한 거 미안해. 하나도 안 변했네. 여전히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말이야.”반승제는 아무 말 없이 캐리어를 정리하고 뒤로 몸을 기댔다.“외국 생활 어땠어?”“이제야 물어보면 뭐 해, 전화도 안 해주고. 내가 먼저 연락 안 했으면 나랑 평생 연락 안 할 생각이었던 거 아니야?”윤단미는 속상했다.윤씨 집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윤단미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4
더 보기

제250화 좋아하면 양보해 드리죠

윤단미는 대단한 스캔들이라도 들은 것처럼 토끼 눈을 했다. 하지만 금방 기분 나빠졌다.‘여기저기 꼬리 치고 다니는 여자네.’반승제와 이혼하기도 전에 벌써 다음 남자를 찾아놨다니.하지만 눈이 너무 낮았다. 신이한 역시 꽤 괜찮은 집안 출신이지만 반승제와 반씨 집안에 비하면 터무니없었다.어쩌면 신이한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걸지도.윤단미는 마음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벌써 그분이랑 만나 본 거예요? 마음에 들어요?”신이한은 계속 웃었다. 의미심장한 미소였다.“물론이죠. 제가 많이 좋아해요.”반승제의 몸은 더 차가워졌다. 눈동자도 블랙홀처럼 검게 변했다. 그는 일말의 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좋아하면 양보해 드리죠.”무미건조한 말투였다. 서류상으로 아내인 그 여자를 전혀 마음에 품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심지어 그 여자를 언급하는 순간 미간 사이에서 느껴지던 냉기가 더 강해졌다.“너무 좋네요. 대표님, 후회하지 마요.”반승제는 미간을 좁혔다. 의심쩍은 말이었다.‘취향이 이렇게 독특했나?’냉기를 머금은 눈빛을 거두고 반승제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그 뒤를 따르던 윤단미는 몸을 돌려 신이한을 보며 씩 웃었다.“걱정 마요. 승제는 후회 안 해요. 할아버지가 승제 의사는 묻지도 않고 올린 결혼식이니까. 그것도 생판 모르는 여자랑요.”윤단미의 눈빛은 득의양양해 보였다.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신이한의 눈에는 다 보였다.입구에 서있던 신이한도 그들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 역시 이곳에 식사하러 왔다.그가 예약한 위치는 반승제의 테이블과 멀지 않았다. 그러기에 반승제가 윤단미에게 메뉴판을 건네자, 윤단미가 빙긋 웃으며 그에게 하는 말이 다 들렸다.일 키우는 걸 좋아하는 신이한은 그 장면을 찍었다. 게다가 반승제와 윤단미가 따뜻한 시선으로 눈을 마주치는 것처럼 각도를 잡았다.그 사진을 성혜인에게 보내며 말 한마디를 덧붙였다.「남편에게 곧 여자친구가 생기겠네요.」성혜인과 반승제 사이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9-04
더 보기
이전
1
...
2324252627
...
22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