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231 - Chapter 240

2202 Chapters

제231화 남자 생각한 거 아니야?

성혜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 반승제는 이미 밖으로 나간 후였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칫 소파에서 떨어질 뻔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내가 옷을 적게 입은 데다가 마침 분위기도 좋아서 그랬던 건가?’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깃털같이 가벼운 입술의 감촉이 떠오르자, 몸이 또다시 화르르 달아올랐다.이제야 자리에서 일어난 성혜인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비척비척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목까지 새빨개진 자신이 보였다.‘나 진짜 왜 이러는 거야...’성혜인은 차가운 물을 틀어 놓고 세수를 했다. 이렇게라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말이다. 차가운 물이 뜨거운 얼굴에 닿자,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설명도 없이 훌쩍 떠나버린 반승제 때문에 초조한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설마... 설마 반승제도 세속적인 욕망이 있었던 건가?’꼬리에 꼬리를 문 기억은 두 사람의 첫날밤까지 이어졌고, 성혜인은 덕분에 완전히 잠이 깨어버렸다. 막연하게 옷을 씻고, 막연하게 옷을 말리고, 또 정신을 차리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 세 시가 되었다.성혜인은 미간을 꾹꾹 누르며 신경 쓸 가치가 없다고 자신을 암시했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은 갈 데까지 가본 사이이고, 분위기 좋은 타이밍에 뽀뽀 정도 하는 것은 반승제의 입장에서 가벼운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생각하며 금세 진정한 성혜인은 스르르 잠들었다. 어젯밤에 이어 오늘 밤까지 불면증에 시달리면 아침에 차를 타고 이동하기 힘들게 뻔했다. 다행히 성격이 무딘 편이었던 성혜인은 쉽게 잠들었다.4시간 정도 자고 7시 정각에 일어난 성혜인은 어젯밤 씻었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몇 시간 동안 머리를 비우고 나자, 어젯밤 일어났던 일이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졌다.‘곧 이혼할 사이에 신경 쓸 건 없지.’성혜인은 문을 벌컥 열고 어제 걸어왔던 길을 따라 거실로 나갔다. 이미 밖에 나와 있던 반승제는 방태주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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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잊지 못할 첫사랑

방이서의 말에 현장은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반승제는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성혜인은 약간 당황하다가 금세 진정하고 시선을 떨군 채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비슷해요. 근데 외간 남자는 아니고 남편이 걱정되는지 전화가 와서 통화를 좀 오래 했어요.”성혜인은 방이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성혜인의 입에서 나온 남편이라는 말에 방이서는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어젯밤 내내 세운 계획이 약간 우스워지기도 했다. 그녀가 시선을 피하며 마른기침을 할 때, 방태주가 입을 열었다.“이서야,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얼른 사과하지 못해? 페니 씨가 성격이 좋아서 망정이지, 너 그러다 밖에서 다른 사람한테 미움을 사면 어떡하려고 그래?”방이서는 이제야 경계를 내려놓고 진심으로 사과했다.“미안해요, 페니 씨. 벌써 결혼한 줄 몰랐어요.”성혜인이 결혼한 것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어젯밤 그렇게 못되게 굴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나저나 꽤 젊은 나이에 결혼했네요? 남편이 좋은 사람인가 봐요.”성혜인은 방이서의 말에 동의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다들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나이가 아직 어렸던 방이서는 대화의 기술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계속해서 캐물었다.“그렇다는 건 페니 씨는 다르게 생각한다는 거네요?”성혜인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곁에 앉아 있던 반승제는 두 사람의 대화에 전혀 관심 없는 듯한 자태로 컵을 만지작댔다.방이서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아~ 알겠다. 페니 씨한테도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는 거죠? 남편이 있는 데도 계속 생각나는 첫사랑, 그런 거 맞죠?”이때 방태주가 끼어들어 말했다.“이서야, 너 그만 좀 떠들어. 애가 어쩌면 말을 가려 할 줄도 모르니? 페니 씨, 미안해. 우리 애가 철들지 못해서 이래.”성혜인은 방태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아니에요, 저는 솔직한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성혜인이 말머리를 자르는 것을 보고 방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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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뽀뽀에서 그치다

‘나는 뭐 잘못한 거 없는데?’성혜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반승제는 벌써 뒷좌석에 앉아 서류를 펼쳐보기 시작했다. 그는 어제와 다른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완벽히 어울린다는 것만큼은 언제나 똑같았다. 한 줄기의 햇살이 그의 얼굴에 비쳐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차 안에 올라탄 성혜인은 문을 닫으려고 했다. 이때 방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녀의 가방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갔다.“저 등교해야 하는데, 가는 길에 데려다줘요.”반승제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머리를 들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서천에 있을 거야. 서울로 가는 게 아니라.”방이서는 이미 차에 올라타서 반승제와 착 달라붙었다.“괜찮아요. 그럼 저도 서천에서 놀죠, 뭐.”보다시피 방이서의 목적은 차를 얻어타는 것이 아닌, 반승제와 함께 있는 것이었다.다정하게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자신의 신분이 우스워졌던 성혜인은 말없이 창밖으로 머리를 돌렸다.차가 서서히 출발하고 반승제는 서류에 시선을 고정했다. 반승제를 방해할 용기가 없었던 방이서는 만만한 성혜인을 방해하기 시작했다.“페니 씨가 다른 남자랑 같은 차를 탄 걸 알면 남편이 질투하지 않겠어요? 두 사람 올 때도 같은 차를 타고 왔잖아요.”“제 남편은 일에 간섭한 적 없어요.”“그럴 리가요. 그냥 페니 씨한테 관심 없는 거 아니에요?”이렇게 말한 방이서는 머리를 돌려 적나라한 눈빛으로 반승제를 바라봤다.“아내가 이렇게 훌륭한 남자랑 같이 있다는데 위기감이 들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어요? 얼른 전화라도 해봐요.”방이서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말했다. 성혜인이 결혼했다는 것을 안 뒤로 그녀의 적개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반승제가 아무리 어째도 유부녀와 데이트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성혜인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그래도 서로에게 존중과 믿음을 주는 게 건강한 혼인이 아닐까요?”이 말을 들은 반승제는 사인하던 동작을 멈췄다. 머릿속에는 서민규가 다른 여자와 공공연히 키스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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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아들 지상주의

성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네, 또 봐요.”성혜인은 바로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 반승제는 제자리에 멈춰선 채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때 방이서가 그를 잡아당기며 물었다.“승제 씨, 뭘 봐요?”반승제는 말없이 성큼성큼 하늘에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다.성혜인은 택시를 타고 임동원의 집 앞으로 왔다. 주변에는 이웃을 포함한 구경꾼이 잔뜩 모여서 손가락질하고 있었다.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임동원과 이소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집 밖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연장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화 건너편에서 욕설을 퍼붓던 사람들인 듯했다.성혜인은 그중 한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불끈불끈한 근육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보였다.“실례합니다. 임남호가 무슨 짓을 했길래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예요?’성혜인을 발견한 남자는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 줄 몰랐다는 듯 흔쾌히 답했다.“높으신 분의 아들이 임남호 그 자식한테 맞아서 머리를 스무 바늘이나 꿰맸어요. 우리 서기관님께서 반드시 해결 방안을 받아오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이 쫄보들이 집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거 있죠? 쫄보 뿌린데 쫄보가 난 격이죠, 하하.”성혜인은 임동원과 이소애가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도 아들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이렇게 된 것이니 말이다. 지나친 사랑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었다.구시대 사상이 존재하는 서천에서는 아들이 한 집안의 전부였다. 아들로 태어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변함없는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 서천 사람은 하나 같이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편애를 줬다. 그리고 아들에 대한 요구는 며느리를 데려오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딸에게는 아주 각박한 편이었다.성혜인은 차분한 자태로 남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여러분 진정하세요. 제가 한번 불러볼 테니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해도 될까요? 서기관님도 해결 방안을 받아오라고 했지 폭력을 쓰라고는 안 했잖아요.”남자는 콧방귀를 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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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어쩔 수 없이 반승제를 만나다

임동원과 이소애는 성혜인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해결 방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임남호가 성혜인의 뒤에 숨어 있는 꼴은 아주 우스웠다. 구경꾼들이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보고 임동원도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지난번 집을 사들인 일로 인해 이미 관계가 끝장났던지라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이 동네가 아무리 곧 철거한다고 해도 서천군청에서 아직 말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곳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웃과 얼굴을 붉혀서 좋을 게 없었다.남자들은 임남호의 비굴한 모습에 소리 내어 비웃기 시작했다.“꼴에 사람 팰 용기는 있었나 봐?”임남호는 잔뜩 경직된 채로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때 성혜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난 그냥 돌아갈래. 어차피 이 사람들은 오빠를 찾으러 온 거고, 나는 삼촌이랑 숙모가 무사한 것만으로 충분해. 이참에 한 번 맞고 정신 좀 차려.”임남호는 성혜인의 팔을 꼭 잡았다. 자기 모습이 얼마나 비굴한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무지 손을 놓을 용기가 없었다.성혜인은 한숨을 쉬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단호하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혜인아!”임동원이 황급히 쫓아가며 말했다.“남호가 그래도 네 사촌 오빠인데 이대로 내버려 두는 건 아니지.”“맞기 싫으면 제대로 설명하면 되죠. 이 사람들도 설명을 원해서 찾아온 거잖아요. 만약 경찰이 찾아온다면 집을 판다고 해도 남호 오빠를 빼내지 못할 거예요.”성혜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경찰들이 들어와서 임남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임동원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제자리에 굳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아빠, 엄마, 살려줘요! 저 감옥 가기 싫어요. 혜인아, 나 좀 도와줘. 너는 내 사촌 동생이잖아.”성혜인도 잔뜩 놀란 모습이었다. 그녀도 경찰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이소애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성혜인의 팔을 잡더니 애원하기 시작했다.“혜인아, 내가 이렇게 빌게. 너 반 대표님이랑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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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우리가 어떤 사이지?

방이서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는 보지 못했다, 그저 휴대폰 화면에 짧은 영어가 뜬 것만 희미하게 보았다.“승제 씨, 전화 안 받아요?”반승제는 임원이 건네는 술을 받으며 덤덤하게 말했다.“보이스피싱이야.”“아...”방이서는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휴대폰에 이름이 뜨는 걸 봐서는 분명히 저장된 번호였다.이때 한 임원이 말했다.“대표님, 이것 좀 마셔보세요. 셰프가 서천 특산품인 매실로 직접 담근 매실주예요.”반승제는 감사 인사와 함께 매실주를 한 모금 마셔보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장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모두 이번 프로젝트에 진심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이서는 반승제의 표정이 약간 달라진 것을 느꼈다.인사치레로 술을 몇 잔 마시고 나자,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었다. 반승제는 셔츠 단추 두 개를 풀며 프로젝트에 새로 더해진 조항을 간단히 설명했다. 군청 임원들은 흔쾌히 동의했고 다른 복지 시설도 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잠시 후 반승제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레스토랑과 화장실은 전부 별장의 1층에 있었다. 그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눈썹을 찌푸렸다.성혜인은 일부러 화장실 앞에서 반승제를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별장 앞에서 잠깐 기다려 볼 생각이었는데 도우미들이 화분을 옮기는 것을 보고 손을 보태다가 어쩌다 보니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흙이 잔뜩 묻은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온 것이다. 남녀공용 화장실 앞에 서 있던 성혜인은 그렇게 의도치 않게 반승제의 앞길을 막게 되었다.“대표님?”반승제는 말없이 성혜인을 바라보다가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러고는 수도를 틀어 느긋하게 손을 씻기 시작했다. 약간 위로 말아 올린 소매 아래로 자극적이게 튀어나온 힘줄이 은은하게 보였다.성혜인은 화장실 문 앞에 멈춰 선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승제의 차가운 모습에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다행히 손을 씻고 난 반승제가 물기를 닦아내며 먼저 물었다.“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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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평범한 고용관계일 뿐

별장에서 나온 성혜인은 부끄러움에 몸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반복해서 심호흡하며 애써 진정했다. 지금으로서는 임남호의 일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녀도 후련하게 서울로 돌아갈 수 있었다.성혜인은 이미 서기관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봤다. 그의 이름은 연흥민으로 꽤 훌륭한 업적을 쌓은 공무원이었다. 책 잡을 게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단점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 청부업자를 고용한 것은 임남호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양이다. 자식이 머리에 스무 바늘이나 꿰맸는데 화나지 않을 부모는 없었다.성혜인은 공개 웹사이트를 뒤지고 있다가 연흥민과 신이한이 개업식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그녀는 기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건너편에서는 금방 신이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이에요, 페니 씨. 혹시 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성혜인은 신이한의 능글맞은 말은 못 들은 척 본론을 꺼냈다.“이한 씨, 지난해 서천에 왔을 때 연흥민 서기관님과 만난 적 있죠?”신이한은 회사를 물려받은 후로부터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그래서 지난해에 만난 작은 도시의 서기관이 기억날 리가 없었다.신이한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성혜인은 개업식 사진을 메시지로 보내줬다.“이 사람이에요. 혹시 기억나요?”신이한은 드디어 기억난 듯 피식 웃으며 물었다.“그건 왜 물어요? 혹시 무슨 일 있어요?”성혜인은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이한이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BH그룹이 요즘 서천군에서 사업하고 있다지 않았어요? 엄청난 사업이라고 하던데 서천의 서기관이라면 저보다 반 대표님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성혜인은 신이한이 자신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일부러 말을 돌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탁하는 처지였기에 어쩔 수 없이 숙이고 들어갔다.“대표님은 바쁘셔서 제 일에 신경 쓸 틈이 없어요. 게다가 저희는 그저 평범한 고용관계일 뿐인걸요.”신이한은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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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위자료로 1억을 줘요

성혜인은 잠깐 절망에 휩싸였다가 금세 이성을 되찾았다. 지금으로서는 임남호의 일을 빨리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와 반승제는 확실히 평범한 고용관계일 뿐이었다.성혜인이 임동원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부부는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때 집으로 돌아온 하진희는 임남호가 감옥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냅다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웬일이야, 진짜! 이렇게 쓸모없는 남자랑 더 이상 같이 못 살아요. 위자료로 1억을 줘요, 저 이혼 할래요!”하진희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원래부터 임남호 부부를 무시하고 살아왔던지라 자신이 이 집안의 어른인 양 손가락질하기도 했다.“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더니, 쓸모없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네요. 하다 하다 싸움까지 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같이 살겠어요? 이혼하게 얼른 돈이나 줘요!”임동원과 이소애는 따로 저금한 돈이 없었다, 집안 돈은 대부분 다 하진희에게 있었으니 말이다. 임남호가 가출한 다음에는 거의 돈이 들어오는 족족 그녀에게 보내줬다.하진희는 매달 적지 않게 소비했다. 그러면서도 집안에 체면이 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며 투덜거렸다. 이것 또한 임동원 부부의 비굴한 태도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니, 남을 탓할 건 없었다.이소애는 또 자세를 낮추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진희야, 남호도 무조건 감옥에 가야 하는 건 아니야. 우리가 배상하면 되지. 이 집을 철거하면 배상금도 금방 마련할 수 있어.”하진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쩌면 1년 365일 배상금 걱정만 하는 거예요? 이런 집에서는 단 일초도 더 못 있겠어요.”현관에 있던 성혜인은 처음으로 하진희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2억 원의 배상금을 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또 사고를 쳤으니 말이다.“삼촌, 숙모.”성혜인의 목소리를 들은 두 사람은 부랴부랴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혜인아, 어떻게 됐어? 대표님이 도와준대?”“고소는 없는 일로 해준다고 했어요. 근데 배상은 해야 할 거예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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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꼴도 보기 싫어

“저희 일단 남호 오빠를 경찰서에서 데려와요. 그리고 병원에 가서 사과부터 해요.”이소애는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 지금 바로 출발하자.”임동원과 이소애는 나갈 채비를 하면서 하진희에게 물었다.“진희야, 너도 우리랑 같이 갈 거니?”하진희는 두 사람을 노려보면서 콧방귀를 끼더니 오만한 자태로 팔짱을 꼈다.“그따위 후레자식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요.”이소애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성혜인도 화가 나기는 했지만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무리 친척이라고 해도 이는 남의 집안일이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임동원과 이소애를 데리고 경찰서로 갔다. 귀를 찢는 듯한 임남호의 울음소리는 경찰서 밖에서도 들릴 지경이었다. 이소애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부랴부랴 안으로 들어갔다. 임남호는 경찰서로 오는 길에 결국 얻어맞았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남호야, 괜찮아?”이소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임남호의 손을 잡았다. 임남호는 한심한 모양새로 눈물을 쏟아내기만 했다.“엄마, 빨리 혜인이한테 말해서 저를 풀어줘요. 저 감옥 가기 싫어요. 진짜 잘못 했어요, 진짜 잘못 했다고요.”성혜인은 이소애의 뒤에서 임남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임남호는 반성하는 것이 아닌 겁먹은 것이었다. 감옥으로 가면 더 심하게 맞고 살 테니 말이다.성혜인도 함께 온 것을 발견한 임남호는 무릎 꿇을 기세로 애원하기 시작했다.“혜인아, 우리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걸 봐서라도 날 좀 도와줘. 흑흑... 나는 네 사촌 오빠잖아.”자존심도 버리고 눈물을 흘릴 줄밖에 모르는 임남호의 모습에 성혜인은 짜증 나기만 했다.“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싸움질은 왜 한 거야?”이 말을 들은 임남호는 울음마저 그치고 멈칫했다. 성혜인은 피식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말 안 할 거면 그냥 혼자 품고 감옥에나 가. 나도 신경 쓰기 귀찮으니까.”“안 돼! 잠깐만!”임남호는 무의식적으로 성혜인의 옷깃을 잡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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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저 임신했어요

“혜인아, 아무리 그래도 사촌 오빠를 때리면 어떡하니. 제발 이러지 말아줘, 숙모가 부탁할게.”이소애는 비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입술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임동원은 곁에서 벙어리처럼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 가장이 그렇듯 말이다.임남호는 넋이 완전히 나간 표정이었다. 그리고 피비린내고 가득한 입을 살짝 움직여 부스러진 이빨을 뱉어냈다. 성혜인은 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거두며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으면 도망을 가는 게 아닌 이혼을 해야 하는 거야. 만약 그때 회삿돈을 건드리지 않고 이혼했다면, 아빠는 오빠네 집안과 원수지지 않았을 거고, 삼촌이랑 숙모도 죄인이 되지 않았어. 오빠는 2억 남짓한 돈으로 밖에서 즐기고 있을 때, 하진희가 집에서 얼마나 행패를 부렸는지 알아? 삼촌이랑 숙모는 하진희의 도우미처럼 살았어. 그런데 지금 무슨 낯으로 아들 행세를 하는 거야? 오빠가 언제 아들 노릇을 한 적이나 있어?”임남호는 입가에 흐른 피만 닦아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찰서에도 정적이 내려앉았다. 성혜인의 뿜어낸 위협적인 아우라에 함부로 접근하거나 말을 걸려는 사람은 없었다.성혜인은 심호흡하고 이어서 말했다.“그건 그렇고 하진희가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면서 왜 지금까지 이혼 안 했어? 반성문은 왜 쓰고, 외상은 또 왜 했어?”임남호는 머리를 숙이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빼돌린 2억 원 중에서 6000만 원만 주면 하진희가 아들을 낳아주겠다고 했어. 2억 원에서 쓰다 남은 1억 원은 네가 고등학교 때 쓰던 카드에 입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몰래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다리고 있었지. 어차피 내가 빼돌린 돈은 아빠가 이미 다 갚...”짝!임남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성혜인이 또다시 뺨을 때렸다. 임남호의 얼굴은 돼지처럼 부어올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혜인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심한 자식. 내 카드에 1억 원을 입금했다고?’성혜인이 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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