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2202 챕터

제211화 내 남자를 숨겼어

성혜인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내일 서천으로 가야 하니 오늘 어디에서 묵든 다 상관없었다. 굳이 포레스트로 가 반승제의 눈을 피해 다닐 바에는 로즈가든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성혜인은 로즈가든에 도착해 따뜻한 물에 씻고 나와 휴식을 취하려 했다. 그때, 바깥에서 누군가가 문을 부실 듯이 두드렸다.미간이 절로 좁아졌다. 문 앞에 도착해 보니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임남호와 얽힌 그 여자였다.여자는 오늘 민낯이었지만 두툼한 눈썹과 아이라인 문신을 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야, 이 나쁜 년아! 문 열어!”여자는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당장이라도 문을 뚫고 들어올 기세였다.하지만 이 튼튼한 문이 망가지는 것보다 민원 신고를 받는 게 더 빠를 것이다.맞은 편에 살던 최효원은 계속되는 소음에 잠에서 깼다.잠옷을 걸친 채 나온 최효원은 문밖에서 분에 찬 여자를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뭐 하는 거예요?”“이 년이 제 남자를 숨겨서 그래요!”그녀의 말에 최효원은 눈을 반짝였다. 성혜인의 집 현관문을 바라보는 그녀의 입꼬리가 살포시 휘었다.‘경헌이와 대표님으로 모자라 다른 여자의 남자까지 꼬셨어?’최효원은 이 상황을 녹화하면서 여자에게 질문을 던졌다.“그쪽 남자를 뭐 하러 숨겨요?”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여자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 년, 자본주도 있다니까요. 아주 나쁜 년이에요!”여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을 서슴치않고 뱉었다.성혜인은 당연히 문을 열지 않았다. ‘적당히’를 모르는 이 여자와 정말 싸운다면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성혜인은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자 역시 입주자이기 때문에 경비실에서도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한편, 최효원은 이 상황을 녹화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곧이어 임경헌에게 반희월의 전화번호를 물었다.“경헌아, 지난번에 어머님 뵈었을 때 좀 당황했던 것 같아. 어머님과 대화해 보고 싶어.”최효원은 임경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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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체포된 조희준

동영상의 존재를 모르는 성혜인은 말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네. 이 늦은 밤에 옆집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네요. 민원을 넣었는데도 경비실에서 중재를 안해요.」‘리모델링?’페니의 고집 있는 성격을 이미 파악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능청스럽게 말을 지어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반승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지방 어디로 가는지도 묻지 않았다.성혜인은 그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서운해하지도 않았다.문 밖에서는 여전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두드리던 여자는 성혜인이 절대 문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닫고 욕을 뱉으며 자리를 떠났다.성혜인은 그제야 손에 있던 자료집을 내려놓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성혜인은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옷가지를 챙겼다. 이때 또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정말 끈질기네.’성혜인은 눈썹을 찡그렸다. 이전에도 두 번이나 충돌이 있었지만, 정말 막무가내인 사람이다. 경비실에서도 중재가 되지 않으니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30분 후, 경찰이 도착했다.성혜인은 경찰을 보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여자는 성혜인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었지만 경찰에게 저지당했다.“용건 있으면 경찰서 가서 얘기하세요.”성혜인은 얼굴을 구기며 휴대폰을 쳐다봤다.하지만 신고자인 성혜인은 우선 경찰서에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여자가 또 이런 소란을 피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하지만 여자는 생각보다 적반하장이었다. 온갖 트집을 다 잡는 통에 경찰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1시간이면 해결될 줄 알았던 일이었지만, 성혜인은 무려 4시간 동안 시달려야 했다.서명을 하고 나온 성혜인은 화가 난 나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바른 사람도 이런 여자를 만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왜곡된 논리로 끊임없이 비난하기 때문이다.한동안 계속된 여자의 욕설에 참다못한 경찰은 조용히 하라며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다.성혜인은 먼저 밖으로 나왔다. 여자는 남편이 올 때까지 안에서 기다려야 하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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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그년에게 넘길 수는 없다고

문을 열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윤이 보였다.“여보!”성휘는 소리치며 다가가 소윤을 일으켰다.위층. 소윤이 쓰려 졌다는 걸 알게 된 성혜원 역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이 장면을 목격한 그녀는 깜짝 놀라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었다.혼비백산한 성휘는 옆에 서 있던 허진을 보고 소리쳤다.“당장 119 불러. 같이 병원으로 가자!”“하지만 주식양도 건은...”“지금이 그걸 따질 때야?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허진의 입술 끝이 미묘하게 위로 휘었다. 허진은 다급한 몸짓으로 소윤을 부축했다.“알겠습니다. 이미 119를 불러 뒀으니 걱정 마세요.”두 사람은 소윤과 성혜원 모두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주식양도의 일은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소윤은 어지러운 척만 했을 뿐인데 성휘의 말을 들으니 속으로 으쓱해졌다.병원에 도착해 검사를 마쳤지만 아무 문제가 없어 의사는 소견 낼 것이 하나밖에 없었다.“걱정을 많이 해서 피로가 쌓였나 보네요. 푹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원래 병원 단골이었던 성혜인 역시 수액을 맞고 있었다.병상에 걸터앉아 있던 성휘는 정신을 차린 소윤을 보고 나서야 안도했다.“어떻게 된 일이야? 어디 안 좋아?”소윤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여보, 나 때문에 업무에 지장 생겼죠? 미안해요. 잡생각이 많아서 문제네요. 혜인이가 날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에 들어가고 나면 한이와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거기다 혜원이의 병까지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만...”말을 마친 소윤은 돌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성휘는 아직 성한에게 지분을 양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게다가 성혜인에게 지분을 넘긴다면 직접 회사로 출근하라고 시켜야 할 것이다.페인트회사인 SY그룹은 인테리어 업체들과 협력을 해야 하는데, 마침 성혜인이 몸을 담고 있는 직종과 겹친다.외부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성혜인이야말로 시장 전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분을 손에 쥐는 순간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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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남편 노릇

“혜인아, 타렴. 거기 앉아서 뭐 해.”성혜인은 성휘와 말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 봤자 소귀에 경 읽기였다.그녀가 차에 오르자, 성휘은 분위기를 빌려 사과의 뜻을 전했다.“어제 일은 내 잘못이다. 조희준이 그런 일을 벌일 줄 몰랐어.”성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그것뿐이에요? 아빠, 이모가 저에게 한 말에 대해서는 사과 안 할 거예요?”성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이모가 쓰러졌어. 의사 말로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더라. 원래 너와 사이도 안 좋은데, 너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더 힘들어할 거야.”성혜인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이번에는 소윤이 심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던 성휘는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카드 안에 20억 있어. 아끼지 말고 써.”성혜인은 마치 못 들었다는 듯 카드를 받지 않았다.성휘 역시 난감했다. 이미 사과까지 한 상황에,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소윤이 직접 와서 사과하는 것도 어른으로서 보기 좋지 않은 행동이지 않은가.“혜인아, 넌 가끔 너무 고집부리더라.”이때 성혜인은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차 세워주세요. 밖에 차를 세워 둔 걸 깜빡했네요. 내일 서천에 다녀와야 해서 차 가져가야 해요.”“또 서천에 가서 뭘 하려고? 또 네 외삼촌이라도 만날 생각이니? 내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말했지!”성휘는 상체가 흔들릴 정도로 화를 내며 카드를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항상 아빠에게 반항하는구나. 이 카드는 필요 없는 걸로 알겠다.”차가 멈추자, 성혜인은 말없이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혜인아!”소리쳐 이름을 부른 성휘는 기침을 했다.그의 기침 소리에 성혜인은 발걸음을 멈췄다.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일하러 가는 거예요. 몸조심하세요.”말을 마친 성혜인은 자신의 차를 향해 큰 보폭으로 걸어갔다.너무 피곤했다.그녀는 차를 끌고 간신히 로즈가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 앞에는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고, 문은 흩뿌려진 잉크로 도배되어 있었다.성혜인의 표정이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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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연기 그만해

반승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의 얼굴에서 냉기가 느껴졌다.유경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불안해하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회장님, 사모님께서는 해열제 먹고 잠에 들었어요.”하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태승은 성혜인의 방문을 열라고 명령했다.유경아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섰다.반태승은 반승제를 매서운 눈초리로 흘겼다.“안 들어가고 뭐 해? 예전에 나한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 전부 거짓말인 게냐?”반승제는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반태승이 오늘 누구의 전화를 받고 포레스트까지 찾아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성혜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문이 닫혀버렸다.표정이 어두워진 반승제는 눈빛마저 싸늘해졌다.반태승은 유경아에게 문을 잠그도록 시켰다. 유경아는 차마 말리지 못하고 문을 잠갔다.문을 사이에 두고 반태승은 방안을 향해 말했다.“승제야, 안에서 혜인이를 잘 보살피거라. 너희 각방 쓰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구나. 혜인이가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할 정도로 못살게 굴다니! 앞으로 날 속일 생각 마라. 혜인이가 널 위해 거짓말까지 하고, 얼마나 착해! 오늘 밤 밖으로 나올 생각 말고 같이 자!” 방 안. 반승제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그의 눈은 당장이라도 베일 것처럼 날카로웠다.침대에 누워있던 성혜인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긴장한 탓에 손바닥이 땀으로 젖었다.반태승이 반승제와 같은 방안에 가둬버리는 방법까지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성혜인은 조용히 이불로 자신의 머리를 바람 들 틈도 없이 꽁꽁 싸맸다.반승제는 픽 조소를 뱉으며 싱글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침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연기 그만해.”그의 말투에서 혐오감이 느껴졌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침대를 응시했다.할아버지가 찾아오도록 일부러 아픈 척하는 것이라 확신했다.이제 반승제까지 온 마당에 머리는 숨겨서 무얼 하겠는가?반승제는 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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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열나요

위층.더위를 느낀 반승제는 단추를 몇 개 푼 것으로도 부족했다.익숙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등에 난 상처도 화끈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문득 반태승이 건네 마셨던 차가 생각났다. 이마의 핏줄도 당장 피부를 뚫고 나올 기세였고, 온몸이 뜨거웠다.자리에서 일어난 반승제는 욕실로 가 찬물로 세수했지만 후끈한 기운이 도통 가시지 않았다.그는 시선을 들어 거울을 보았다. 그때, 욕실에서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호텔에서 나타난 그 여자에게서 맡은 향수 냄새와 달랐다.약간의 결벽이 있는 그는 평소에 다른 사람과 욕실을 함께 쓰지 않는다. 더럽다는 생각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불편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진다는 기분뿐이었다.이번에는 할아버지의 수법에 속수무책이었다. 집에서 체벌까지 받은 마당에 이제는 반승제와 성혜인이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 누구의 전화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전화에 자극받아 포레스트까지 온 것이다.반승제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세면대 위에 올려진 물건을 쳐다봤다.폼클렌징 하나뿐이었다.욕실은 물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반승제는 시선을 떨구며 욕실에서 나왔다. 침대에서 미동도 없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픽 웃으며 소파로 돌아가 앉았다.침대를 건드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몸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견디기 어려웠다. 특히 욕실 안에서 맡은 익숙한 향수 냄새에 더 참기 어려워졌다.“욕실에 둔 디퓨저, 뭐야?”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났다.성혜인은 그 말에 눈썹을 들썩였다.‘디퓨저?’그녀는 디퓨저를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이 순간, 반승제가 이불을 들추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불을 꽁꽁 감쌌다.하지만 반승제는 그 물음을 마지막으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그는 눈을 감은 채 불편한 느낌을 해소하려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까지 뜨거워지고 등에서도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니 눈앞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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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넌 충분히 자격 있어

한밤중이 되어서야 수액 주입이 끝났다. 성혜인은 바늘을 뽑았다.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정신이 든 반승제가 눈을 떠 성혜인을 바라봤다.“대표님, 깨셨어요?”반승제는 목소리가 잠긴 느낌이 들었다. 천장을 한 번 쳐다보고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병원이야?”“네. 열이 났어요.”“넌 왜 여기에 있어?”“가족이 여기에 입원해 있어서요. 마침 대표님을 봐서 와봤어요. 좀 괜찮아요?”약 기운이 떨어져서인지 등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제 몸이 참을 수 없이 뜨거운 것은 아니었다.그 덕에 마음은 한결 가벼웠지만 할아버지가 한 행동을 떠올리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BH그룹의 바쁜 업무라는 핑계는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그 여자와 아이를 가지도록 요구할 것이다.반승제은 차가운 콧방귀를 뱉었다.그의 웃음소리만으로 성혜인은 할아버지가 반승제를 제대로 건드렸다는 것이 느껴졌다.반승제는 휴대폰으로 심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씨 집안에서 오늘 할아버지께 연락한 적이 있는지 좀 알아봐 줘요.”지난번에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이런 일을 벌인 거라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이다.5분도 채 되지 않아 심인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회장님께 전화한 이력이 있습니다.”반승제의 안색이 무서울 만큼 어둡게 변했다.“당분간 SY그룹 운영 못 하게 해요.”지난번에는 정을 생각해서 봐줬는데, 너무나도 뻔뻔한 성씨 집안이다.성혜인은 그의 옆에 앉아 차갑다 못해 증오심이 느껴지는 그의 지시를 듣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런 해명도 할 수 없었다.성휘는 반태승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이런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반승제는 성씨 집안이 갖고 놀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전화를 끊은 반승제가 성혜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성혜인은 무표정으로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물 드실래요?”그녀의 눈빛이 맑게 반짝였다. 반승제의 가정사에 전혀 관심 없는 모습처럼 보였다.“응.”성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승제에게 물을 가져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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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눈빛

조용한 방 안. 반승제는 성혜인에게 진심 어린 대답을 들었다.“감사해요, 대표님.”반승제가 증오하도록 싫어하는 그 여자가 성혜인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전제하에, 반승제는 성혜인을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두 사람에게 결혼이란 필요 없는 것이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장이니 누구 한쪽을 나무랄 필요도 없었다.성씨 집안은 이 혼례로 이미 득을 봤기 때문에 반승제에게 부인을 존중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모든 걸 그 여자에게 맞출 수는 없는 거니까.반승제는 말없이 눈꺼풀을 닫았다.쉬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에 성혜인 역시 입을 닫았다.오전 여섯 시.심인우의 목소리가 들렸다.“페니 씨, 여기 아침 식사입니다. 대표님을 간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니에요. 비서님 오셨으니 전 가볼게요.”“네. 다음에 정식으로 감사 인사드릴게요.”병실 문이 조심스럽게 닫혔다. 그제야 반승제는 눈을 떴다.깨어난 반승제를 발견한 심인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테이블을 폈다.“대표님, 식사부터 하시겠어요?”하룻밤 내내 열에 시달린 반승제는 입맛이 없었다.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성씨 집안의 일은 처리했나요?”“운영 중단시켰습니다. 성씨 집안은 아마 오늘부터 패닉 상태에 빠질 겁니다. 성휘가 회장님께 연락하지 못하도록 지시해 두기도 했습니다. 이제 회장님께서 그쪽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받지 못하실 겁니다.”이제 귀찮을 일이 없을 것이다.성씨 집안에서 일이 터져 성휘가 반태승에게 연락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반태승은 건강상의 이유로 집 밖을 잘 나가지 않기 때문에 성휘와 마주칠 일도 없다.이것으로 SY그룹이 파산하지는 않겠지만, 성휘에게는 고난의 시간이 될 것이다.반승제는 몸을 일으켰다. 심인우가 가져온 세면용품으로 샤워를 마친 뒤 호텔로 향했다.포레스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한편, 성혜인은 포레스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오늘 서천으로 가려 했지만 밤사이 반승제의 곁을 지켰더니 눈도 뜨지 못할 만큼 피곤했다.포레스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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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네

성휘는 온몸을 떨었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어떻게 이모를 깎아내릴 수 있어! 혜원이도 말이야!”성혜인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곧이어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했다.“아빠, 병원에 가서 쉬세요. 회사도 할 일 없을 거니까 휴가라고 생각하시고요.”성휘는 딸을 응시했다. 던진 베개로 인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보니 조금 후회됐다.그는 한숨을 쉬었다.“내가 은퇴하려면 회사를 너에게 넘겨야 안심이 될 거다. 네게 지분을 좀 넘겨 당분간 내 자리를 네가 좀 채워야겠다. 지금 네 일은 조희준과 접점이 있는 데다 널 그렇게 못살게 굴지 않았니. 혜인아, 넌 할 수 있어. 네가 회사로 출근한다고 하면 내가 마음 편히 요양할 수 있을 거야.”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바에 딸에게 주는 것이 더 낫다.다른 사람은 성휘를 배신할 수 있지만, 딸은 그러지 않을 것이니까.성휘는 성혜인을 잘 알고 있었다. 외강내유라는 것을.성휘가 무탈하기를 바라는 딸이다.성혜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오히려 그 옆에 있던 소윤이 분노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하지만 성휘에게 본심을 들킬까 봐 차마 끼어들 수 없었다.성휘에게 의심 살 만한 행동을 했을 때 꾀병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들키면 안 된다.소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망할 년!’오랫동안 성휘의 곁을 지켰지만 받은 지분은 겨우 10%였다. 그런데 전처의 딸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다니!성혜인 역시 흠칫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았다.성한은 다른 남자의 아들이다. 성휘가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아픈 게 아니라면 회사를 물려줄 일이 없을 것이다.성혜원 역시 환자다. 직장 내 스트레스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갈지도 모를 일이다.소윤도 회사에 있지만, 성휘의 부인이니 그 권리가 있는 것이지 사실 그럴 능력이 없는 여자다.이들을 다 제외하고 남는 적임자는 단 한 사람뿐, 성혜인이다.하지만 성혜인은 생각이 달랐다. 반승제의 집 인테리어가 끝나고 난 뒤 화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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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성혜인과 엮기 위해

“성혜인, 대표님과 한 침대 써봤다고 정말 널 좋게 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침대에 쉽게 오르는 여자를 남자가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만, 곧 널 차 버릴 거야.”성혜인은 이미 액셀을 눌렀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그전까지 넌 옆에서 부러운 마음에 침이나 흘리고 있겠지.”성혜원의 가슴팍이 파르르 떨렸다. 분노에 그대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젠장... 젠장...!’성혜인은 무표정으로 사이드미러에 비친 성혜원을 흘겼다.한동안 제원에서 머물지 못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서천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유창목 바닥재 일만 얼른 해결하면 반승제 쪽에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그녀는 커피 한 잔을 샀다. 너무 피곤하지는 않을까 싶어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커피를 다 마시고 나니 졸음이 달아난 듯했다. 그녀는 그제야 노트북을 들고 서천으로 출발했다.때마침 반승제의 차도 서천을 향했다.반태승은 반승제를 성혜인과 엮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다. 이럴 때는 서천으로 몸을 피하는 게 나았다. 그동안 BH그룹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 둘 생각이다. 반태승 역시 반승제가 눈앞에 없으면 잠시 휴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반승제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등에 난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렸다.운전석에는 심인우가 앉아있었다. 차 안은 적막만이 흘렀다.심인우는 사이드미러로 뒷좌석을 슬쩍 확인했다.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단미 아가씨가 어젯밤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오늘 아침에 저에게 귀국 수속을 밟는 중인데 예정 일자보다 일찍 들어올 것 같다고 하십니다.”“네.”반승제는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 무릎 위에는 이번 서천 출장에서 필요한 서류들이 놓여있었다.한참을 달려 서천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하늘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그는 이번에도 하늘에 리조트에서 묵을 예정이었다. 성혜인은 이번에 외삼촌에게 연락하지 않고 일반 호텔에서 묵을 생각이었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호텔 입구에 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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