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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열나요

위층.

더위를 느낀 반승제는 단추를 몇 개 푼 것으로도 부족했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등에 난 상처도 화끈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문득 반태승이 건네 마셨던 차가 생각났다. 이마의 핏줄도 당장 피부를 뚫고 나올 기세였고, 온몸이 뜨거웠다.

자리에서 일어난 반승제는 욕실로 가 찬물로 세수했지만 후끈한 기운이 도통 가시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들어 거울을 보았다. 그때, 욕실에서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호텔에서 나타난 그 여자에게서 맡은 향수 냄새와 달랐다.

약간의 결벽이 있는 그는 평소에 다른 사람과 욕실을 함께 쓰지 않는다. 더럽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불편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진다는 기분뿐이었다.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수법에 속수무책이었다. 집에서 체벌까지 받은 마당에 이제는 반승제와 성혜인이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 누구의 전화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전화에 자극받아 포레스트까지 온 것이다.

반승제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세면대 위에 올려진 물건을 쳐다봤다.

폼클렌징 하나뿐이었다.

욕실은 물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반승제는 시선을 떨구며 욕실에서 나왔다. 침대에서 미동도 없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픽 웃으며 소파로 돌아가 앉았다.

침대를 건드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몸에서 전해지는 열기를 견디기 어려웠다. 특히 욕실 안에서 맡은 익숙한 향수 냄새에 더 참기 어려워졌다.

“욕실에 둔 디퓨저, 뭐야?”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났다.

성혜인은 그 말에 눈썹을 들썩였다.

‘디퓨저?’

그녀는 디퓨저를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이 순간, 반승제가 이불을 들추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불을 꽁꽁 감쌌다.

하지만 반승제는 그 물음을 마지막으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불편한 느낌을 해소하려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까지 뜨거워지고 등에서도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니 눈앞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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