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 시간도 늦었는데 집에 들어가시지 않고 뭐 하세요? 오빠는 뭐 하는데 도와주지도 않아요?”임남호가 있었다면 이소애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성혜인이 말하자 이소애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성혜인의 손을 잡았다.“혜인아, 나랑 돌아가자. 네 방 아직도 그대로야. 이전에 너한테 신세를 이미 많이 졌어. 이번에 남호를 데리고 온 것도 말이야.”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리는 이소애를 보며 성혜인은 한숨을 쉬었다.“오빠가 돌아오고 나서 진희랑은 화해했어요?”“아니, 크게 싸웠지. 확실히 남호가 잘못했으니 반성문을 쓰라고 하더라. 아마도 용서해 주겠다는 뜻인 것 같아.”아무 말도 하지 않고 리어카를 끌고 하늘에 리조트를 지나던 성혜인은 마침 계단 앞에서 반승제를 만났다.반승제는 정장 대신 흰 와이셔츠만 입고 심인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두 사람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침 저녁 모임에 참가할 예정이었다.지금 시각은 이미 여덟 시였다. 모임은 이곳의 임원들도 참가하는 것이었는데 모두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성혜인은 이소애를 도와 카트를 밀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반승제는 눈썹을 까딱거리더니 카트 안의 과일들로 시선을 돌렸다.오렌지에, 포도에, 바나나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성혜인은 당연히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반승제가 서천에 나타날 리가 없었으니까.허리를 꼿꼿이 편 성혜인은 하늘에 리조트의 조명 아래에 우뚝 서 있는 반승제를 보았다. 조각 같은 얼굴의 날카로운 선들이 달빛에 융합되는 것 같았다.BH그룹에서 볼 때는 항상 엄숙하고 냉랭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셔츠 소매도 걷어 올린 상태여서인지 평소와 달라 보였다. 보아하니 잠시 후 있을 모임이 어려운 자리가 아니라서 다소 편하게 입은 모양이었다.“반 대표님?”성혜인이 긴가민가하면서 불렀다.계단 위에 선 반승제를 보며 계단 앞에 선 성혜인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반 대표님, 귤 하나 드실
최신 업데이트 : 2023-08-2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