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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남편 노릇

“혜인아, 타렴. 거기 앉아서 뭐 해.”

성혜인은 성휘와 말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 봤자 소귀에 경 읽기였다.

그녀가 차에 오르자, 성휘은 분위기를 빌려 사과의 뜻을 전했다.

“어제 일은 내 잘못이다. 조희준이 그런 일을 벌일 줄 몰랐어.”

성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뿐이에요? 아빠, 이모가 저에게 한 말에 대해서는 사과 안 할 거예요?”

성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이모가 쓰러졌어. 의사 말로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더라. 원래 너와 사이도 안 좋은데, 너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더 힘들어할 거야.”

성혜인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소윤이 심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던 성휘는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카드 안에 20억 있어. 아끼지 말고 써.”

성혜인은 마치 못 들었다는 듯 카드를 받지 않았다.

성휘 역시 난감했다. 이미 사과까지 한 상황에,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소윤이 직접 와서 사과하는 것도 어른으로서 보기 좋지 않은 행동이지 않은가.

“혜인아, 넌 가끔 너무 고집부리더라.”

이때 성혜인은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 세워주세요. 밖에 차를 세워 둔 걸 깜빡했네요. 내일 서천에 다녀와야 해서 차 가져가야 해요.”

“또 서천에 가서 뭘 하려고? 또 네 외삼촌이라도 만날 생각이니? 내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말했지!”

성휘는 상체가 흔들릴 정도로 화를 내며 카드를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항상 아빠에게 반항하는구나. 이 카드는 필요 없는 걸로 알겠다.”

차가 멈추자, 성혜인은 말없이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

“혜인아!”

소리쳐 이름을 부른 성휘는 기침을 했다.

그의 기침 소리에 성혜인은 발걸음을 멈췄다.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일하러 가는 거예요. 몸조심하세요.”

말을 마친 성혜인은 자신의 차를 향해 큰 보폭으로 걸어갔다.

너무 피곤했다.

그녀는 차를 끌고 간신히 로즈가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 앞에는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고, 문은 흩뿌려진 잉크로 도배되어 있었다.

성혜인의 표정이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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