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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뽀뽀에서 그치다

‘나는 뭐 잘못한 거 없는데?’

성혜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반승제는 벌써 뒷좌석에 앉아 서류를 펼쳐보기 시작했다. 그는 어제와 다른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완벽히 어울린다는 것만큼은 언제나 똑같았다. 한 줄기의 햇살이 그의 얼굴에 비쳐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차 안에 올라탄 성혜인은 문을 닫으려고 했다. 이때 방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녀의 가방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저 등교해야 하는데, 가는 길에 데려다줘요.”

반승제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머리를 들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서천에 있을 거야. 서울로 가는 게 아니라.”

방이서는 이미 차에 올라타서 반승제와 착 달라붙었다.

“괜찮아요. 그럼 저도 서천에서 놀죠, 뭐.”

보다시피 방이서의 목적은 차를 얻어타는 것이 아닌, 반승제와 함께 있는 것이었다.

다정하게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자신의 신분이 우스워졌던 성혜인은 말없이 창밖으로 머리를 돌렸다.

차가 서서히 출발하고 반승제는 서류에 시선을 고정했다. 반승제를 방해할 용기가 없었던 방이서는 만만한 성혜인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페니 씨가 다른 남자랑 같은 차를 탄 걸 알면 남편이 질투하지 않겠어요? 두 사람 올 때도 같은 차를 타고 왔잖아요.”

“제 남편은 일에 간섭한 적 없어요.”

“그럴 리가요. 그냥 페니 씨한테 관심 없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말한 방이서는 머리를 돌려 적나라한 눈빛으로 반승제를 바라봤다.

“아내가 이렇게 훌륭한 남자랑 같이 있다는데 위기감이 들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어요? 얼른 전화라도 해봐요.”

방이서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말했다. 성혜인이 결혼했다는 것을 안 뒤로 그녀의 적개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반승제가 아무리 어째도 유부녀와 데이트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혜인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래도 서로에게 존중과 믿음을 주는 게 건강한 혼인이 아닐까요?”

이 말을 들은 반승제는 사인하던 동작을 멈췄다. 머릿속에는 서민규가 다른 여자와 공공연히 키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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