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제 씨도 오늘 제원으로 오나?’어제 서천에서 반승제의 차를 보기는 했지만 자동차 정비소에 가야 하는 바람에 마주치지 못했다.지금은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곧바로 호텔에 방을 예약했다.해열제도 몇 개 챙겨 나왔다. 당분간은 약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호텔 로비. 문제가 생겼다. 시스템 착오로 성혜인이 예약한 방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입실한 것이다.“정말 죄송합니다. 보상의 의미를 담아 스위트 룸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해 드렸습니다.”성혜인은 고개를 숙여 객실 카드에 적혀 있는 번호를 읽었다. 반승제와 같은 층이다.그 층에는 스위트 룸이 두 개뿐이다.성혜인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없이 카드를 집었다.지금은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성혜인은 구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반승제와 심인우가 모습을 드러냈다.뜻밖의 만남에 반승제는 눈썹을 들썩였다. 심인우의 눈빛도 의미심장했다.두 사람 역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심인우가 방금 전 하던 말을 이어갔다.“단미 아가씨가 탄 비행기가 오후 4시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5시로 레스토랑 예약해 뒀습니다.”익숙한 목소리에 성혜인은 눈을 떴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자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엘리베이터 벽을 통해 모든 사람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반승제는 엘리베이터 앞에 위치했지만 시선은 거울을 향했다.성혜인은 말없이 구석에 서 있었다. 잘 쉬지 못한 탓에 살짝 눈이 감겼다.눈매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성혜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깨져버린 어여쁜 옥석처럼 외롭고 나약해 보였다.반승제는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서천에서 밖에 서 있던 성혜인을 본 그 장면 말이다.그때 마침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성혜인은 그 햇빛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지금의 성혜인의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고요했다.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반승제는
성혜인의 스위트룸. 이미 잠든 그녀의 눈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잠에서 깨어나니 이미 시곗바늘은 오후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수를 마친 성혜인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반승제의 방문 앞을 지날 때, 때마침 방문이 열렸다.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 같았다.‘오후 4시 입국이라고 하지 않았나? 2시인데 벌써 나가시네.’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반승제도 여느 남자들처럼 기다리기 힘든가 보다.“안녕하세요.”충분히 휴식을 취한 성혜인은 이제야 머릿속이 맑아졌다.반승제는 말이 없었다. 성혜인이 이 호텔에, 그것도 같은 층에 왜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다른 꿍꿍이가 없는 거라면 거짓말이지 않을까.무슨 속셈이 있다고 하기에도 이상하다. 그동안 다른 여자들처럼 얇은 옷을 걸치고 그의 방을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성혜인은 1층 버튼을 눌렀다.문이 닫히고, 성혜인은 천천히 입을 뗐다.“대표님, 유창목 바닥재는 결국 못 구했어요. 다른 재료로 알아볼게요. 작업은 이미 시작됐고 제가 상황 지켜볼게요. 중간에 다른 아이디어가 생기면 언제든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아주 공적인 이야기였다.‘허,’성혜인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신이한에게 걸려 온 전화다.살짝 멈칫한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페니 씨, 제가 도와 주기도 했는데 밥 안 사줄 거예요? 그냥 넘어갈 거예요?”임남호의 일을 도와준 건 확실히 큰 빚이긴 하다.하지만 외삼촌과 외숙모가 내린 결론이 떠오르자 마음이 시큰거렸다.“당연히 식사 대접 해야죠. 그런데 일주일 후에 만나도 괜찮을까요? 제가 먼저 연락드릴게요.”같은 시각. 신이한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감정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좋아요. 근데 일주일 후에 먹는 밥이라면, 지금 먹는 것과 다를 거예요.”성혜인은 그 말의 숨은 뜻을 못 알아들은 척하며 냉담하게 답했다.“네. 그럼 그렇게 하죠.”전
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한 성혜인. 소윤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미처 성혜인을 발견하지 못한 소윤은 의사에게 끊임없이 물었다.“저희 남편 언제 깨어나요? 들어가서 볼 수 없을까요? 최선을 다 해주셔야 해요.”그녀의 주위에는 두 간호사가 붙어있었다. 소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모님, 이미 몇 번이고 대답해 드렸어요. 3일 정도는 상태가 어떤지 천천히 지켜봐야 해요. 조급해 마시고 일단 앉으세요.”“안에 들어가고 싶어요.”“죄송해요. 지금은 들어갈 수 없어요. 나중에 면회시켜 드릴게요.”소윤은 마음이 놓였다. 들어가는 순간 호흡기 먼저 뽑아버릴 생각이었다. 절대로 성휘를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후회의 여지는 없다.시야에 성혜인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곧바로 얼어붙은 소윤은 황급히 간호사의 손을 뿌리쳤다.성혜인은 복도 의사에 앉아 조용히 의사의 소견을 기다렸다.소윤은 좌불안석이었다. 손에는 이미 땀이 맺혀 있었다. 혹여 성혜인에게 꼬리라도 밟힐까 차마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그때, 복도에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혜원이었다.성혜인을 발견한 성혜원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하지만 금방 연약하고 불쌍한 목소리를 장착했다.“엄마, 아빠는 어떻대요?”성혜원이 오자, 소윤은 그제야 불안한 감정을 떨칠 수 있었다.“나도 몰라. 혜원아, 엄마가 너무 경황이 없네.”만약 성휘가 깨어난다면 경찰서에 신고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들은 끝장이다.성혜원은 소윤이 성휘를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SY그룹의 지분도 아직 완전히 그들의 손에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괜찮을 거니까 걱정 마요. 하늘이 도와줄 거예요.”말을 마친 성혜원은 무표정으로 앉아있는 성혜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언니.”지난번에 그렇게 난리를 쳐 놓고, 마치 기억상실증이 걸린 듯 행동했다.뻔뻔한 건지, 대담한 건지.성혜인은 아무런 반응 없이 중환자실만 응시했다.“언니, 아빠가 큰 사고를 당했는데, 승제 씨는 와 보지도 않아?”역시
반승제가 막 차에 오르던 그때, 윤단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승제야, 나 벌써 20분째 기다리고 있어. 어디야?”반승제는 손목시계를 쳐다봤다.“이제 막 회의 끝났어. 20분 후에 도착해.”“넌 여전히 일이 먼저구나. 어떻게 날 이곳에 세워 둘 수가 있어!”“어디 들어가서 앉아 있어.”윤단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시울이 붉어질 뿐이었다.“너 변했어. 예전에는 안 이랬잖아.”반승제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손으로 문지르며 무덤덤하게 답했다.“곧 도착해.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그제야 윤단미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알았어,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후, 반승제는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앞좌석에 앉은 심인우는 사이드미러로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운전대를 돌렸다.20분 후, 차가 공항에 멈춰 섰다.윤단미는 진작 밖에 나와 있었다. 반승제의 차를 발견하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달려와 차 문을 열었다.“승제야!”애교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며 반승제를 껴안았다.“정말 보고 싶었어.”반승제는 그대로 굳어 미동도 하지 않았다.윤단미는 잠시 안겨 있다가 씩 웃었다.“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심 비서, 빨리요. 저 배고파요.”그녀는 반승제를 감고 있던 팔을 풀고 옆자리에 앉았다.반승제는 손을 뻗어 윤단미의 캐리어를 발밑으로 밀어 넣었다.윤단미는 아주 작은 캐리어만 하나 챙겨와 굳이 차 트렁크를 열 필요가 없었다.그의 행동에 윤단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반승제는 여전히 멋졌다. 여자를 대하는 모습까지 품위가 느껴졌다.윤단미는 발그레한 얼굴로 입꼬리를 귀엽게 올렸다.“아까 변했다고 한 거 미안해. 하나도 안 변했네. 여전히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말이야.”반승제는 아무 말 없이 캐리어를 정리하고 뒤로 몸을 기댔다.“외국 생활 어땠어?”“이제야 물어보면 뭐 해, 전화도 안 해주고. 내가 먼저 연락 안 했으면 나랑 평생 연락 안 할 생각이었던 거 아니야?”윤단미는 속상했다.윤씨 집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윤단미는
윤단미는 대단한 스캔들이라도 들은 것처럼 토끼 눈을 했다. 하지만 금방 기분 나빠졌다.‘여기저기 꼬리 치고 다니는 여자네.’반승제와 이혼하기도 전에 벌써 다음 남자를 찾아놨다니.하지만 눈이 너무 낮았다. 신이한 역시 꽤 괜찮은 집안 출신이지만 반승제와 반씨 집안에 비하면 터무니없었다.어쩌면 신이한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걸지도.윤단미는 마음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벌써 그분이랑 만나 본 거예요? 마음에 들어요?”신이한은 계속 웃었다. 의미심장한 미소였다.“물론이죠. 제가 많이 좋아해요.”반승제의 몸은 더 차가워졌다. 눈동자도 블랙홀처럼 검게 변했다. 그는 일말의 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좋아하면 양보해 드리죠.”무미건조한 말투였다. 서류상으로 아내인 그 여자를 전혀 마음에 품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심지어 그 여자를 언급하는 순간 미간 사이에서 느껴지던 냉기가 더 강해졌다.“너무 좋네요. 대표님, 후회하지 마요.”반승제는 미간을 좁혔다. 의심쩍은 말이었다.‘취향이 이렇게 독특했나?’냉기를 머금은 눈빛을 거두고 반승제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그 뒤를 따르던 윤단미는 몸을 돌려 신이한을 보며 씩 웃었다.“걱정 마요. 승제는 후회 안 해요. 할아버지가 승제 의사는 묻지도 않고 올린 결혼식이니까. 그것도 생판 모르는 여자랑요.”윤단미의 눈빛은 득의양양해 보였다.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신이한의 눈에는 다 보였다.입구에 서있던 신이한도 그들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 역시 이곳에 식사하러 왔다.그가 예약한 위치는 반승제의 테이블과 멀지 않았다. 그러기에 반승제가 윤단미에게 메뉴판을 건네자, 윤단미가 빙긋 웃으며 그에게 하는 말이 다 들렸다.일 키우는 걸 좋아하는 신이한은 그 장면을 찍었다. 게다가 반승제와 윤단미가 따뜻한 시선으로 눈을 마주치는 것처럼 각도를 잡았다.그 사진을 성혜인에게 보내며 말 한마디를 덧붙였다.「남편에게 곧 여자친구가 생기겠네요.」성혜인과 반승제 사이에
위층에 올라온 소윤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걸 벽면을 짚고 겨우 버텼다.이 고통을 견딜 수가 없던 소윤은 곧바로 성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이를 듣고 화가 난 성한이 말했다.“어머니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허진이 좋으면 옆에 두기만 하면 되잖아요. 걔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어떡해요!”소윤도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한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바람피우는 걸 성휘 씨가 봐 버렸어. 깨어나면 아마 우리 일가족 모두 쫓겨날 거야.”성한도 조급했지만, 허진이 잘못한 게 없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이미 이 지경까지 된 거 절대로 성휘가 깨어나면 안 된다.하지만 그래도 화가 났다. 소윤은 외도할 때마다 성씨 저택 별장에 데려갔고, 심지어 저번에는 별장에 돌아가던 성혜인과 하마터면 마주칠 뻔했었다. 그래서 이제는 정신 차리고 조심할 줄 알았는데 또 똑같은 짓을 한 것이다.“저는 도대체 걔가 어머니를 어떻게 홀렸는지 모르겠네요!”성한은 허진이 분명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아 표정이 일그러졌다.만약 성휘가 정말 죽는다고 해도 성씨 집안의 주식 지분을 남인 허진에게 절대로 줄 수 없다.“한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줘. 성혜인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성휘 씨 옆에 있어서 내가 기회를 만들 수가 없어. 만약 성휘 씨가 깨어나면...”하소연할 사람이 생긴 소윤은 냉정을 많이 되찾았다.“어머니, 제가 방법을 어떻게 알겠어요. 요즘 성씨 집안 쪽도 난리예요. 사업이 전부 가로막히고 임원들도 아수라장인데, 어머니는 정말 일 벌이시는데 뭐 있어요. 정말 창피합니다!”아들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소윤은 참기 힘들었지만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소윤은 만약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로 허진 때문에 도우미를 내쫓지도 않을 거고 허진과 별장에서 불륜을 저질러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지 않을 것이다.성한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신다 하더라도 말
위층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복도에서 조용히 11시까지 기다리다 일어난 성혜인은 다리가 조금 저린 느낌이 들었다.간호사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난 성혜인은 힘든 몸을 이끌고 차를 끌고 호텔로 돌아갔다.꼭대기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옆에 엘리베이터도 문이 열렸다.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반승제였다.양복을 입은 반승제는 커프스단추를 정리하고 있었다.뒤에 심인우가 없는 것을 보아 혼자 돌아온 것이다.성혜인은 졸린 눈을 깜박거리며 소리쳤다.“반 대표님.”두 사람 뒤에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문이 닫히고 천천히 내려갔다.이 층이 너무 조용한 탓인지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소리가 선명했다.반승제가 먼저 자기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성혜인 쪽이 더 가까워 방으로 들어가려면 성혜인을 지나쳐 가야 했다.성혜인은 반승제 몸에서 나는 라이트한 향수 냄새를 맡았다.이 향은 여성의 향이다.‘윤단미와 데이트하고 이제 돌아오는 건가?’역시 첫사랑이라 반승제와 오랜 시간을 같이 있을 수 있었다.반승제 방의 문을 지나쳐야 하는 성혜인도 그쪽으로 갔다. 그러나 반승제는 대꾸도 하지 않았고 성혜인도 호의를 무시당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러나 지나칠 때 반승제가 물었다.“많이 힘들어?”성혜인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만연했고 심지어 다크서클도 있었다.“아, 괜찮아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반승제는 방키를 방문에 갖다 대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바로 들어가지 않고 몸을 돌려 성혜인을 봤다.“또 남편과 관련된 일이야?”“아니에요.”아주 피곤한 성혜인은 말을 끝낸 후 하품이 몰려와 뽀얀 손으로 입을 가렸고 눈가는 촉촉해졌다.“반 대표님, 일찍 쉬세요. 안녕히 주무세요.”성혜인이 복도 다른 편으로 걸으려 할 때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페니, 결혼은 끝내야 할 때 끝내야 해.”발걸음을 멈춘 성혜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표정이 약간 밝아졌다.그러나 피곤한 성혜인은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반 대표님, 어떤 여자가 결혼하고 안 참고 살아요?”
윤단미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클럽에 빠르게 퍼지면서 반승제와 윤단미가 한때 일이 있었던 것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반승제가 언제 이혼하고 윤단미와 합칠지 내기를 했다.신이한은 자기 무리 사람 몇몇과 같이 술집에 있었다. 이들도 모두 제원클럽 사람들이라 소식이 빠르게 번졌다.그러나 운단미는 사실 일반적인 돈 있는 집안이기 때문에 재벌 축에는 끼지 못한다.하지만 윤단미가 반승제와 함께 했었기 때문에 이미 제원 클럽에 들어왔다.“윤단미가 언제 반씨 집안에 시집갈 것 같아?”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한 사람이 이 얘기를 하자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이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첫사랑인데 한 달 안에 시집갈 것 같은데. 그리고 반승제의 서류상 부인도 엄청나게 못생겼을 걸, 그러니까 사람들을 안 만나지. 아직 공식적인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고 반승제 귀국 파티에서도 아무도 못 보지 않았어?”“그 자리에서 부인을 아는 사람이 있었어? 3년 동안 나오지 못한 거 보면 면목이 없는 걸 알 수 있잖아.”“들어 보니 반 회장님을 구했다던데, 운도 좋지. 제원에서 이런 기회를 잡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그래도 반씨 집안이고 반승제인데 나중에 쫓아내도 안 떨어질까 봐. 그게 걱정이지.”레드 와인을 손에 쥔 신이한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니 웃겼다.“왜 그 부인이 이혼하고 싶어 한다고는 생각 안 해? 반씨 집안이 집안도 회사도 다 좋고 반승제도 잘 생겼지. 그런데 어떤 여자들은 이런 거 신경 안 써. 금이니 다이아몬드니 아무리 좋은 걸 가져다줘도 어쩌면 웃는 모습 한 번 못 봤을 수도 있어.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안 비추는 건 어쩌면 이혼할 준비를 하는 거일 수도 있지. 조용하게 끝내고 싶어서.”자리에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지만, 신이한의 말을 듣자 모두 웃었다.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이한아, 장난치지 마. 만약 그때 반승제와 윤단미가 일찍 사귀지 않았으면 반승제를 쫓아 다니던 여자들 때문에 반씨 집 문도 부서졌을걸? 그때 윤단미와 사귀자마자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