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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김칫국

‘승제 씨도 오늘 제원으로 오나?’

어제 서천에서 반승제의 차를 보기는 했지만 자동차 정비소에 가야 하는 바람에 마주치지 못했다.

지금은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곧바로 호텔에 방을 예약했다.

해열제도 몇 개 챙겨 나왔다. 당분간은 약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호텔 로비. 문제가 생겼다. 시스템 착오로 성혜인이 예약한 방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입실한 것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보상의 의미를 담아 스위트 룸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해 드렸습니다.”

성혜인은 고개를 숙여 객실 카드에 적혀 있는 번호를 읽었다. 반승제와 같은 층이다.

그 층에는 스위트 룸이 두 개뿐이다.

성혜인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없이 카드를 집었다.

지금은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성혜인은 구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반승제와 심인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뜻밖의 만남에 반승제는 눈썹을 들썩였다. 심인우의 눈빛도 의미심장했다.

두 사람 역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심인우가 방금 전 하던 말을 이어갔다.

“단미 아가씨가 탄 비행기가 오후 4시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5시로 레스토랑 예약해 뒀습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성혜인은 눈을 떴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자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엘리베이터 벽을 통해 모든 사람의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반승제는 엘리베이터 앞에 위치했지만 시선은 거울을 향했다.

성혜인은 말없이 구석에 서 있었다. 잘 쉬지 못한 탓에 살짝 눈이 감겼다.

눈매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성혜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깨져버린 어여쁜 옥석처럼 외롭고 나약해 보였다.

반승제는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서천에서 밖에 서 있던 성혜인을 본 그 장면 말이다.

그때 마침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성혜인은 그 햇빛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

지금의 성혜인의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고요했다.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반승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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