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임남호 옆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에 짙고 검은 아이라인. 진한 화장 때문에 원래의 얼굴을 보아내기 힘든 정도였다. 여자는 성혜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순간 침을 뱉었다. “임남호, 이 사람은 누구야?”“아, 여긴, 내, 내 사촌 동생이야.”“너 거짓말이었지. 제원에 친척이 없다며? 네 여자친구는 아니고?”“아니야, 절대 아니야.”임남호가 설명하려고 하는데 상대방은 이미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리고 또 바닥에 침을 뱉었다.“꺼져,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임남호가 쫓아가려는데 이번에는 성혜인이 그의 옷깃을 잡았다.“임남호! 네가 유부남이라는 걸 잊지 마.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노는 건 뭐라고 안 할게. 일단 돌아가서 이혼부터 해!”여자는 멀리 가지 않아 임남호와 성혜인이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임남호는 자기가 2주 동안이나 공들인 여자가 떠나는 것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그 여자는 다시 돌아오더니 성혜인을 차버렸다. “더러운 년! 내 남자를 뺏을 생각이야? 내가 누군지는 알아?”성혜인은 이 여자가 다시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그녀에게 손을 댈 줄은 몰랐다.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 오더니 성혜인을 치려고 했다. 임남호는 길옆에서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는 성혜인과 10센치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멈춰 섰다. 성혜인은 임남호가 여자를 확 밀치는 것을 보았다. “가! 꺼져! 다신 보지 말자!”“어, 그래, 임남호. 감히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임남호의 얼굴이 삽시에 붉어졌다. 성혜인을 보기도 무서웠다. 성혜인은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익숙한 차 번호를 보고는 머리가 아파졌다. 차 문이 열리더니 반승제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마도 금방 접대를 마치고 온 것 같았다. 와이셔츠의 단추가 두 개 정도 풀어져 있었고 한 손은 차 창문에 걸친 채 그 푸른 커프스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을 보고 밤바람처럼 차갑게 물었다. “신 사기인가
Last Updated : 2023-08-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