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2198 챕터

제181화 들통나다

하지만 반희월은 임경헌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임경헌은 어떻게 해야 최효원이 내일 몸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정이 부유하지 않았던 최효원은 임경헌과 사귀면서 늘 조심스러웠고 멘털도 약한 데다 예민한 편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말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걱정됐다.임경헌은 한참 고민했지만 도저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빠르게 찾아왔다.성혜인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열은 다 내렸지만 목이 여전히 불편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따뜻하게 데우며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생각만 해도 미간이 좁아졌다. 올해는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았다.곧이어 어제 반희월을 보러 갈 여유가 되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오늘은 꼭 가야지.’막 컵을 집어 들었을 때,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최효원이었다.최효원은 속이 편해지는 아침밥을 챙겨왔다. 성혜인의 안색이 많이 좋아진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어제 열이 많이 났잖아요. 아침에 죽 좀 끓였어요. 드세요.”최효원은 말을 이어가면서 집안 곳곳을 빠르게 훑었다.어젯밤 반승제가 페니의 남편이 일찍 나갔다 늦게 돌아온다는 정보를 알려줬었다. 하지만 남편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페니 씨, 남편은 아주 바쁜가요? 어제 그렇게 열이 났는데 돌봐주지도 않고요.”성혜인은 남편에 관련된 일을 빨리 해결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이 사람들에게 남편이라고 소개할 남자라도 찾아야 한다. 이런 질문을 계속되면 들통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까.강민지는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인맥도 넓으니 믿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꽤 있을 것이다.“자주 출장 가야 하는 일이라서요.”최효원은 더 묻지 않고 죽을 권했다.성혜인은 감사 인사를 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그때, 최효원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표정이 한층 밝아지는 것만 봐도 전화를 건 주인공이 임경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임경헌은 최효원에게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문을 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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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틀어진 감정

성혜인은 심장이 바닥에 떨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거두려 했다.하지만 반희월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로 최효원을 쳐다봤다.최효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임경헌과 성혜인을 번갈아 가며 훑었다. 그러다 맞잡은 손에 시선이 멈췄다.그녀는 반희월을 알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반희월을 찾아가기 위해 자신의 월급으로 선물까지 준비했었다. 임경헌의 전화 때문에 무산되었지만 말이다.자신의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임경헌과 어울리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임경헌은 최효원에게 잘해주었고, 최효원도 그를 많이 좋아했다.그런데 임경헌의 어머니가 임경헌과 성혜인의 손을 잡고 있다니.이게 무슨 상황인가?‘페니는 이미 결혼했잖아.’반승제와도 미묘한 기류가 있는 성혜인이, 임경헌과도 사귀고 있다고?꼬일 대로 꼬인 관계에 최효원은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이런 여자를 친구라고 생각하다니, 처음부터 날 속인 거였어!’성혜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반희월도 여자로서 여자에게 까탈스럽게 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성혜인이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그런 말을 뱉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최효원은 수치심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면서 눈물을 떨궜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성혜인의 진짜 모습을 다 폭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최효원은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임경헌의 뺨을 때렸다.“나쁜 새끼!”그녀는 입술을 꽉 물며 소리쳤다. 곧이어 성혜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렸다.성혜인은 그녀의 손을 막아내면서 반희월에게 붙잡혀 있던 손도 풀었다.최효원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어떻게 욕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성혜인은 최효원의 심정이 이해됐다. 그렇지만 자신도 어쩌다 보니 이 일에 휘말리게 된 것이니 누군가에게 맞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임경헌을 쳐다봤다. 최효원은 그의 여자친구다. 당연히 임경헌이 나서서 설명을 해야할 때였다.하지만 임경헌이 나서기도 전에 반희월이 차분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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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다시 포레스트 펜션으로

서러워진 최효원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머님, 정말이에요. 페니와 반 대표님이...”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반희월이 말허리를 잘랐다.“그건 승제가 알아서 할 일이니 나에게 말해도 소용없다. 난 그저 집안 어른일 뿐, 사생활에 끼어들 생각 없어.”반희월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최효원에게 말을 하면서도 시선은 성혜인을 향했다.믿기지 않았다. 반승제를 길들일 능력이 있다니.반승제는 집에 있는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밖으로 나돌 애가 아니었다.하지만 병원에서 두 번이나 우연히 마주친 데다, 힘든 데도 꾹 참고 버티는 성혜인의 모습에 자신도 흔들렸었다.‘승제가 그런 술수에 넘어갈 리가 없지.’이 사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았는데, 반희월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알아서 하렴.”반희월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반희월이 떠나고 난 뒤, 방 안에는 적막만이 맴돌았다.한참이 지나 성혜인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사장님, 여자친구분 데리고 가세요.”최효원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임경헌은 그녀를 달랬다.“자기야, 집에 데려다줄게. 가서 전부 설명할게.”이 상황이 달갑지 않은 최효원은 성혜인을 대놓고 노려봤다.“페니 씨, 이런 사람인 줄 몰랐네요. 친구라 생각해서 어젯밤 열심히 간호도 했는데... 두고 봐요!”임경헌은 계속 최효원을 달래며 끌고 나가려 했다. 최효원은 그제야 잠시 마음을 내려놓았다.성혜인은 현관문을 닫고 나서도 머리가 계속 지끈거렸다.이 건물에는 층마다 가구 수가 두 개뿐이다. 그렇다는 건 같은 층에 성혜인과 최효원, 둘만 산다는 것이다. 최효원과 틀어져 버린 것으로 모자라 임남호와 얽혀 있는 여자도 이 동네에 살고 있었다. 성혜인은 너무나도 괴로웠다.오랫동안 찾고 찾아 전 재산을 털어 구한 집인데, 결국 남은 건 이런 문제뿐이었다.포레스트 펜션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반승제만 피하면 되니까.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안 좋게 얽히면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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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이상하게 느껴지다

그 짧은 찰나, 성혜인은 차라리 반승제에게 솔직히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체를 밝히고 나면 이렇게 숨을 필요도 없고 임경헌에게 거짓말할 필요도 없으니까.하지만 반승제가 성씨 집안을 대하는 태도가 문득 떠올랐다. 게다가 디자이너로 협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게다가 반승제도 성혜인을 많이 돕지 않았는가.성혜인은 일을 벌일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력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온몸이 무거웠다.마음도, 몸도 다 피곤했다.“아주머니, 몸이 좀 안 좋아서 밥은 건너뛰어야 할 것 같아요. 부르지 않으셔도 돼요.”유경아는 난감했다.“저... 사모님. 지난번에도 그 핑계를 댔었는데 대표님이 화를 내셨어요.”성혜인은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괜찮아요. 어차피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이인데요, 뭘.”정확히 말하면, 성혜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반승제 ‘부인’과의 관계 말이다.성혜인이 반승제 부인의 신분으로 그에게 다가간다면 분명 싫어할 것이다.반승제는 부인이 자신의 삶에서 멀어지길 바라고 있다. 16억을 빌리던 그날도 반승제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이체를 해주었다. 스스로의 신분이 무엇인지 똑똑히 기억하라는 눈치와 함께.성혜인이 처음부터 반승제 부인의 신분으로 그를 만났다면, 반승제는 절대 그녀와 만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유경아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결국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저녁 무렵. 반승제는 별장으로 들어오면서 정장을 스탠드에 걸었다.방안에 향긋한 밥 냄새가 가득했다. 막 회의를 마치고 온 터라 피로감이 느껴졌다.유경아는 꾸물거리지 않고 급히 마중을 나왔다.“오셨어요?”반승제는 요즘 자신이 오고 싶을 때마다 포레스트에 오고 있다.할아버지도 검사하겠다고 갑자기 포레스트를 찾아오고는 했다. 그때마다 며칠 밤 이곳에 머물며 할아버지를 챙겼다.“저녁 준비해 뒀어요. 식사하세요.”유경아는 도우미들에게 음식을 내오라고 지시했다. 반승제는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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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결심

성혜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때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한 사람이 아니었다.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개 키우는 사람이 있어요?”반승제다.성혜인은 급히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다시 닫았다.유경아가 아니라고 말하려던 그때, 그녀의 귀에도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반승제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다른 데로 보내요.”유경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반승제가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난 후, 그녀는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때마침 성혜인은 복도로 나와 유경아를 붙잡았다.“아주머니, 겨울이를 풀어뒀어요?”유경아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싸맸다.“제가 문을 안 잠갔나 봐요. 겨울이는 워낙 똑똑해서 제가 문을 안 잠그면 스스로 열고 나오더라고요.”유경아는 다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사모님, 걱정 마세요. 제가 얼른 안에 넣어둘게요.”성혜인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는 굳게 닫힌 반승제의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서요. 대표님이 알면 안 돼요.”유경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원으로 향했다.겨울이는 며칠 동안 성혜인이 새로 구입한 집에서 머물렀다. 작지 않은 집이었지만 그래도 이 드넓은 정원만큼 편할 수 없었다.그렇다 보니 포레스트 펜션으로 돌아오자마자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정원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던 것이다.유경아는 혹여 들킬세라 혼내지도 못하고 빠른 보폭으로 겨울이에게 다가가 옆으로 끌어당겼다.같은 시각. 반승제는 큰 창문 앞에 섰다. 강아지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개 짖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 도우미가 강아지를 키우는 듯했다.그는 별 신경 쓰지 않고 뒤로 돌아 진행하던 회의를 이어갔다.몸을 돌리던 바로 그때, 유경아에게 끌려가는 겨울이가 창문 밖을 지나쳐 갔다.“대표님, 서천 쪽에서 계획안이 나왔습니다. 이전에 있던 몇몇 임원들이 새로운 복지를 제시하였습니다. 저희는 그곳을 관광지로 만들 생각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기획부에서 기존 프로젝트에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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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가짜 남편 찾기

다음 날 아침. 성혜인은 반승제가 밖에 나가고 나서야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는 강민지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민지야, 사람 좀 한 명 찾아 줘. 잠깐 내 남편인 척할 사람이 필요해.”마침 커피를 들이키던 강민지는 하마터면 다 뱉을 뻔했다.“콜록콜록...”그녀는 기침을 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성혜인을 쳐다봤다.“아직까지도 반승제가 네 얼굴을 모르는 거야?”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으로 앞에 있던 커피잔을 쥐었다.그녀에게 반승제는 대표이자 자본주였다.하지만 매일 밤 그와 함께 보냈던 그날 밤이 떠오르는 걸 보면,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너무 격렬해서 조금 다친 것만 빼면 반승제의 테크닉은 사실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게다가 30초 정도의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목구멍에서 뻗어 나온 갈고리처럼 자꾸만 심장을 후벼 팠다.성혜인은 계속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눌렀기 때문에 반승제의 눈빛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다.네이처 빌리지의 공사를 끝내고 그 여자도 귀국해 반승제가 반태승에게 제대로 해명하고 나면 성혜인의 임무는 끝이 난다.성혜인은 반승제와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녀의 마음속에도 비밀이 있으니까.강민지는 한동안 놀란 얼굴로 넋이 나가 있었다. 성혜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깨닫고 난 후, 머릿속으로 후보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성혜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고급스러운 강민지를 쳐다봤다. 손톱까지도 매일 전문가의 케어를 받는 데다 비싼 액세서리와 가방까지... 어떻게 봐도 일반 가정의 딸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부잣집 딸처럼 보였다.하지만 신예준은 강민지와 사귀고 나서 지금까지 강민지가 계속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알고 있다. 너무 순진하다.성혜인과 강민지는 자란 환경이 다르다. 성혜인은 학교에서 그런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직장을 찾고 나서도 온갖 사람들을 다 마주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편이다.이와 반대로 강민지는 상아탑에서 나온 공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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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그저 돈 때문이니까

신예준은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헤쳤다. 그는 껄렁한 모습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며 테이블에 놓인 돈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운이 좋았던 거지.”그가 말하는 ‘운’은 이번 도박판에 대한 답일까, 아니면 남자의 질문에 대한 답일까.신예준의 입술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적당히 훤칠한 외모는 ‘잘생쁨’, 그 자체였다.강민지 앞에서 보여주던 순진하고 깔끔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카리스마가 넘쳤다.“운 때문이겠어? 저 잘생긴 얼굴 덕이지. 얼굴로 부잣집 딸을 꾀었으니 망정이지, 도박해서 딴 돈으로 의료비에 보탤 수나 있겠어?”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물이 담긴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눌러 버리자 누런 찌꺼기가 새어 나왔다.신예준은 이런 광경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포커가 끝난 후, 돈을 몇 장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뒀다.“덕분에 커피값 생겼네. 나 간다. 병원에서 돈 내라 재촉해서 말이야.”“예준아, 부잣집 딸도 꼬셨으면서 돈이 모자란 게 말이 돼? 병원 가기 전에, 우리 형님도 계속 재촉해서 말이야. 오늘 이긴 돈도 빚진 사채에 비하면 어림도 없지.”“형, 이걸로 담배나 사. 꼭 갚을 테니까 형님 쪽에 잘 얘기해 줘.”‘형’이라는 남자는 돈을 받더니 안색이 한층 밝아졌다.“역시 사람이 됨됨이가 됐어. 언제 한 번 그 부잣집 여자친구 데리고 와. 금수저 아가씨는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사람들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낄낄 웃으며 바닥에 나뒹구는 물병과 쥐포 봉투 껍데기를 발로 찼다.신예준은 픽 웃으며 문을 열고 나갔다. 그때, 그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때마침 강민지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그는 먼 곳을 바라보며 따뜻한 목소리로 전화 받았다.“응, 민지야.”“예준 씨, 지난번에 만났던 내 친구 기억해? 성혜인이라는 친구. 지금 가짜 남편 역할 해줄 남자를 찾고 있는데, 설명하기에는 좀 복잡해. 아무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편이라고 말만 해주면 돼. 돈이 꽤 있는 친구라 사례도 넉넉히 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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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오해

서민규는 더 이상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예준이 꺼낸 제안이 신경 쓰였다.‘600만 원이라고? 그것도 얼굴만 비췄는데?’서민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부잣집 아가씨를 만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신예준 만큼 외모가 뛰어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봐줄 리가 없었다.“예준아, 그 일, 정말이야?”신예준은 계단에 걸터앉으며 긴 다리를 쭉 펴고 뒤로 몸을 기댔다. 남자인 서민규도 질투가 날 정도로 훤칠한 외형이었다. 다이아몬드 회사의 딸을 꼬실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게다가 강민지는 명실상부한 부잣집 외동딸인데, 신예준이 잘만 보이면 강씨 집안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정말이지. 강민지를 속이는 게 얼마나 쉬운지 너도 알잖아.”신예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런데 그 친구는 꼬시기 좀 까다로울 거야. 웬만하면 600만 원만 받고 빠져.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서민규는 돈이 필요하기도 했기 때문에 한참을 고심하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한편, 강민지와 성혜인은 줄곧 카페에 앉아 그들을 기다렸다.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신예준이 서민규와 함께 카페로 들어섰다.성혜인은 서민규의 얼굴을 바라봤다. 평범한 얼굴에 이쪽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계획은 순조롭게 정해졌다. 인색하지 않은 성혜인은 곧바로 600만 원을 이체해 주며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서민규는 ‘로즈가든’이라는 말에 움찔거렸다.그곳은 그의 회사 사장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수십억에 호가하는 집이라고 들었다.‘역시 금수저는 친구도 금수저구나.’서민규는 심장 박동이 조금 빨라졌다. 하지만 신예준의 부탁 때문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혜인 씨, 걱정 마요. 제가 남편 역할 잘 해낼게요. 메시지 보내면 바로 찾아오고요.”“혜인 말고 페니라 불러줘요.”성혜인은 서민규의 회사를 물어보았다. 마침 그녀가 협력하고 있는 BK 사였다.하지만 서민규는 일개 직원에 불과했고, 성혜인과 소통하는 사람들은 모두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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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부탁하는 입장

성혜인의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공급업체들과 모두 상의를 마치고 내일 서천으로 가기 위해 막 준비하던 참이었다. 그때, 몇몇 협력사에서 머뭇거리며 전화를 걸어왔다.“페니 씨, 정말 죄송합니다. 페니 씨와 협력하지 말라는 통보가 갑자기 내려와서요. 다른 회사를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하지만...”성혜인은 구체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상대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네 통이나 다시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성혜인은 제자리에 앉아 미간을 구겼다.신이한 때문에 조희준과의 협력이 파기된 적이 있었다. 조희준이 아직까지 성혜인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그녀는 만날 생각이 없었다. 경찰이 알아서 처리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신이한까지 처리하고 BK 사도 그녀에게 넘어온 상황이니 원래대로라면 순조롭게 잘 흘러가야 할 것이다. 며칠 동안 공급업체와도 대화가 아주 잘 통했는데,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어디서 잘못된 거지?’성혜인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회사가 있는 단톡방을 열었다. 양한겸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냐고 물어왔다.성혜인은 답장을 보냈다.「제가요?」그러자 양한겸이 개인톡을 보냈다.「회사에서 주문 철회된 디자이너들이 꽤 있어. 사장님이 무슨 잘못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말이야. 우리 회사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네이처 빌리지 건은 우리에게 넘기고.」신이한 때보다 사안이 더 심각했다. 이미 회사까지 악영향이 끼친 상황이었다.원래 회사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 성혜인 때문에 철회까지 되었으니 이미 볼멘소리가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한지은 씨도 해고했어. 경찰에 붙잡혀 들어가서 큰돈을 물어야 한다고 들어서.」그제야 머릿속에 한 사람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반희월이다.최근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만한 사람은 반희월뿐이다.지금 반희월의 마음속에서 성혜인은 반승제와 임경헌을 갖고 논 여우일 것이다.반희월은 아들에게 늘 엄격하게 대했고, 반승제에게도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니 두 남자가 한 디자이너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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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술기운

이 층에는 더 이상 살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층에 있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라는 것이다.천장의 조명 때문에 성혜인의 피부가 유독 하얗게 보였다. 눈동자도 어느 때보다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얼마나 여기에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요. 대표님, 저 좀 들어가도 될까요?”반승제은 눈썹을 들썩거렸다. 야밤에 호텔 문 앞까지 찾아와 기다리다니. 예전에는 그림을 그려준 적도 있었고 말이다.그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서로 거리를 두어야만 했으니까.성혜인은 반승제가 거절하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게다가 이번 일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반희월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반승제는 카드키로 문을 열었다.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협력업체에서 온 전화였다.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었고 미리 공급업체들과도 이야기를 끝내둔 상황이었지만, 거의 모든 공급업체가 협력을 취소했다.회사도 큰 타격을 본 상황이다.반희월은 반씨 집안인 사람인 데다 업계에서 입김이 센 사람이기 때문에 임경헌도 엄하게 관리하고 있었다.성혜인은 보온 도시락을 든 채 소파에 앉았다.반승제는 정장 외투를 벗고 셔츠 윗단추를 풀어헤치자 쇄골이 드러났다.반승제는 언제든 사람을 홀릴 수 있는 외모였다.성혜인은 시선을 피했다. 그때 그 그림이 떠올랐다. 디테일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무슨 일인지 말해.”반승제는 천천히 셔츠 소매를 접어 올렸다. 골격 잡힌 손목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성혜인 건너편에 앉았다.가장 밝은 조명을 켜지 않아 노란빛이 맴돌았다. 술 냄새까지 은은하게 퍼지니 성혜인은 눈앞이 아찔했다.마치 성혜인이 술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다.남자든 여자든 분위기에 취하면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반승제는 조금 상기된 그녀의 시선을 느꼈다.“페니?”성혜인은 정신을 다잡고 보온 도시락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놨다.“대표님, 상처는 다 나으셨어요?”반승제 손에 난 상처에 대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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