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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이상하게 느껴지다

그 짧은 찰나, 성혜인은 차라리 반승제에게 솔직히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체를 밝히고 나면 이렇게 숨을 필요도 없고 임경헌에게 거짓말할 필요도 없으니까.

하지만 반승제가 성씨 집안을 대하는 태도가 문득 떠올랐다. 게다가 디자이너로 협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게다가 반승제도 성혜인을 많이 돕지 않았는가.

성혜인은 일을 벌일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력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마음도, 몸도 다 피곤했다.

“아주머니, 몸이 좀 안 좋아서 밥은 건너뛰어야 할 것 같아요. 부르지 않으셔도 돼요.”

유경아는 난감했다.

“저... 사모님. 지난번에도 그 핑계를 댔었는데 대표님이 화를 내셨어요.”

성혜인은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괜찮아요. 어차피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이인데요, 뭘.”

정확히 말하면, 성혜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반승제 ‘부인’과의 관계 말이다.

성혜인이 반승제 부인의 신분으로 그에게 다가간다면 분명 싫어할 것이다.

반승제는 부인이 자신의 삶에서 멀어지길 바라고 있다. 16억을 빌리던 그날도 반승제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이체를 해주었다. 스스로의 신분이 무엇인지 똑똑히 기억하라는 눈치와 함께.

성혜인이 처음부터 반승제 부인의 신분으로 그를 만났다면, 반승제는 절대 그녀와 만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경아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결국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 무렵. 반승제는 별장으로 들어오면서 정장을 스탠드에 걸었다.

방안에 향긋한 밥 냄새가 가득했다. 막 회의를 마치고 온 터라 피로감이 느껴졌다.

유경아는 꾸물거리지 않고 급히 마중을 나왔다.

“오셨어요?”

반승제는 요즘 자신이 오고 싶을 때마다 포레스트에 오고 있다.

할아버지도 검사하겠다고 갑자기 포레스트를 찾아오고는 했다. 그때마다 며칠 밤 이곳에 머물며 할아버지를 챙겼다.

“저녁 준비해 뒀어요. 식사하세요.”

유경아는 도우미들에게 음식을 내오라고 지시했다. 반승제는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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