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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술기운

이 층에는 더 이상 살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층에 있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천장의 조명 때문에 성혜인의 피부가 유독 하얗게 보였다. 눈동자도 어느 때보다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얼마나 여기에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요. 대표님, 저 좀 들어가도 될까요?”

반승제은 눈썹을 들썩거렸다. 야밤에 호텔 문 앞까지 찾아와 기다리다니. 예전에는 그림을 그려준 적도 있었고 말이다.

그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서로 거리를 두어야만 했으니까.

성혜인은 반승제가 거절하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게다가 이번 일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반희월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반승제는 카드키로 문을 열었다.

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협력업체에서 온 전화였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었고 미리 공급업체들과도 이야기를 끝내둔 상황이었지만, 거의 모든 공급업체가 협력을 취소했다.

회사도 큰 타격을 본 상황이다.

반희월은 반씨 집안인 사람인 데다 업계에서 입김이 센 사람이기 때문에 임경헌도 엄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성혜인은 보온 도시락을 든 채 소파에 앉았다.

반승제는 정장 외투를 벗고 셔츠 윗단추를 풀어헤치자 쇄골이 드러났다.

반승제는 언제든 사람을 홀릴 수 있는 외모였다.

성혜인은 시선을 피했다. 그때 그 그림이 떠올랐다. 디테일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

반승제는 천천히 셔츠 소매를 접어 올렸다. 골격 잡힌 손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성혜인 건너편에 앉았다.

가장 밝은 조명을 켜지 않아 노란빛이 맴돌았다. 술 냄새까지 은은하게 퍼지니 성혜인은 눈앞이 아찔했다.

마치 성혜인이 술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분위기에 취하면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반승제는 조금 상기된 그녀의 시선을 느꼈다.

“페니?”

성혜인은 정신을 다잡고 보온 도시락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대표님, 상처는 다 나으셨어요?”

반승제 손에 난 상처에 대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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