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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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참을 수 없는 질투

성휘가 먼저 차에 몸을 실었다. 성혜원과 성한은 서로 눈을 한 번 마주치고 뒤따라 함께 차에 올라탔다.창가에 앉은 성혜원은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다.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외제차를 발견하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일렁였다.‘반승제의 차다!’“잠시만요, 누구 좀 만나고 올게요!”성혜원은 상기된 목소리로 외쳤다. 이곳에서 반승제를 만날 줄이야! 성휘와 성한이 반응하기도 전에 성혜원은 차 문을 열고 반승제의 차 앞으로 다가갔다.창문이 닫혀 있어 차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반승제를 몰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성혜원은 그가 타고 다니는 모든 차를 기억했다.이 차는 분명 반승제의 것이다. 그는 병원에 온 듯하다.성혜원은 급히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목소리에서는 간절함이 느껴졌다.“안녕하세요. 승제 씨도 병원에 오신 거예요?”성혜원은 창문을 두드리며 가볍게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그녀는 모르겠지만, 사실 창문을 두드린 그 자리에 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성혜인이었다.성혜인은 목에 무언가 턱 걸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성혜원이 어째서 반승제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인지 상황 파악을 할 수가 없었다.반승제와 성씨 집안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인사차 방문한 적도 없었다. 결혼을 할 때도 반승제는 모습을 감추어 성혜인 혼자 모든 절차를 처리해야 했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성혜원과 엮일 일이 없었다.게다가 성혜원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한다는 건, 성혜원이 이 차를 알아봤다는 것이다.성혜인이 머릿속으로 그들의 관계를 추측하고 있던 그때,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성혜원이 이름을 부르기라도 하면 더 이상 반승제에게 정체를 감출 수 없게 된다.창문이 내려가던 그 순간, 성혜인은 몸을 돌려 반승제를 껴안으며 그의 품속에 머리를 파묻었다.때마침 반승제가 한 여성과 껴안고 있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 성혜원은 눈빛이 크게 일렁였다. 그리고 그 놀란 감정은 순식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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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성혜인은 자신을 대하는 성혜원의 태도가 미심쩍었다. 둘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기에 성혜원은 성휘 앞에서 뒷담화를 하곤 했다. 종종 눈치 없이 말을 꺼냈다가 성휘가 화를 낼 정도로 말이다.그렇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매번 성혜인을 다정하게 ‘언니’라고 불렀다. 마치 정말 성혜인을 ‘언니’로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소윤은 대놓고 성혜인을 미워했지만, 성혜원은 달랐다. 늘 성혜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다.성혜인은 순간 깨달았다. 성혜원이 자신을 좋아할 수가 없다. ‘반승제의 아내’라는 그 자리를 성혜인이 차지했기 때문이다.그전에 있던 일을 떠올려 보니, 이제야 뚜렷하게 이해가 됐다. 성혜원이 왜 아픈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오려고 했는지 말이다.성혜원의 목소리가 멀어지자, 성혜인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코끝에서 반승제의 향기가 느껴졌다.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깝게 붙어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성혜인이 고개를 드는 순간, 반승제 역시 고개를 밑으로 떨구면서 두 사람의 코끝이 서로 부딪쳤다.성혜인은 이마를 짚는 척하며 급히 몸을 뒤로 뺐다. 마치 몸이 좋지 않아 그에게 기댄 것처럼 말이다.반승제는 눈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몸 앞이 갑자기 텅 비자 허전함이 느껴졌지만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성혜인은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혜원이 타고 있던 차는 이미 이곳을 떠난 상태였다. 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막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성휘에게 온 전화였다.성혜인의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순간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받기 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로 성휘의 목소리가 들렸다.“혜인아, 2차 융자 성공했다. 반씨 집안에서 투자해줬어. 퇴원 기념으로 같이 축하하고자 하는데, 승제랑 집으로 오렴. 감사 인사도 전해야 하니 이모에게 저녁 준비시킬게.”말이 좋아 ‘감사 인사’지, 사실 반씨 집안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속셈이었다.성혜인은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 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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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곧 한국 가

이성을 다잡고 마음을 가라앉힌 반승제는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병원으로 들어온 성혜인은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려 벽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었다.약 기운이 여전히 몸을 지배하고 있었고, 뺨을 맞은 얼굴은 여전히 화끈거렸다.따가우면서 화끈거리기까지 하니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때마침 앞을 지나가던 간호사 덕분에 부축을 받아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성혜인은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러다 정말 구토를 하고 말았다. 결국 창백한 얼굴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수액을 맞았다.하필 그때, 성휘가 또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잊지 말고 반승제를 데리고 오라는 내용이었다.「혜인아, 승제와 결혼했으니 한 번쯤은 집에 데리고 와야지.」성혜인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외부에서 판을 치던 유언비어를 잠재우고자 반승제를 불러들이려는 것이었다.2차 융자도 유치했으니 앞으로 인맥이 넓어질 일만 남았다.하지만 성씨 집안과 반씨 집안이 정략결혼을 하고 난 이후, 사람들이 성씨 집안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 반승제, 그리고 반씨 집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다.이 무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선 단체를 자처하고자 모인 것이 아니다. 체면을 살려줬다면 그만큼의 보답을 원하기 마련이다.성씨 집안과 반씨 집안의 사이가 좋지 않다면, 그건 분명 성씨 집안이 충분히 보답하지 못했다는 뜻이니 어느 누구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씨 집안은 반승제가 그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어야 했다.그래야만 그들의 체면을 살려줄 사람들이 계속 곁에 존재할 테니 말이다.성혜인은 홀로 병원에 앉아있으니 쓸쓸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하지만 성휘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나도 너와 다투기 싫어... 하지만 다 너를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라.」병 주고 약 주는 것이 성휘의 특기다.성혜인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성휘가 그녀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했다. 어렸을 때는 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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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그 자리, 내가 갖고 싶어

반승제는 어둠이 깔린 창밖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할 일 다 끝났어?”3년 전. 백연서는 반승제와 윤단미의 사이를 억지로 갈라놓았다. 반승제가 성혜인과 결혼하자 윤단미는 해외로 떠나버렸다.사실 윤단미에게 ‘할 일’ 같은 건 없었다. 백연서가 둘을 떼어놓으니 속으로 참고 삭이는 일 말고는 더 있겠는가.반승제가 직접 그녀를 찾으러 가거나 수도 없이 전화를 해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동안 반승제는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그렇다 보니 윤단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제 발로 돌아온다면 백연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돌아오지 않는다면 반승제와 완전히 끝이었다.사실 그 당시 반승제는 그녀를 말렸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그런 설득은 아니었다. 반승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싶었다. 자신을 위해 백연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과 함께 도망가길 바랐던 것이다.윤씨 집안은 적은 재산 정도 가지고 있는 가문일 뿐, 재벌에 속하지는 않았다.윤단미는 제원에서 권력 집단에 속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부유한 편에 속했다. 어려서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반승제와 사귄 이후로는 그녀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윤단미가 반승제에게 시집 가 그림 같은 한 쌍이 되리라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다.모두가 그렇다 보니 윤단미 역시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반승제가 자신과 화해하고자 고개를 숙이며 들어올 줄 안 것이다.반승제가 붙잡을 때, 윤단미는 거절했다. 그녀가 원하던 건 반승제가 평생 윤단미 없이 살 수 없다고 선포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반승제의 행동은 윤단미의 기대에 못 미쳤다. 그렇게 윤단미는 반승제가 결혼할 때까지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당장이라도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해외에서 슬픈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늘 반승제가 달래주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 이후로 3년 동안 반승제는 아주 드물게 연락을 하며 회사 업무에 치여 살았고, 그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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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일을 크게 만든 사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리가 없다.심지어 귀국한 이후, 반승제가 직접 자신의 아내와 상의해 윤단미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라고 할 것이라는 상상까지 했다.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알고 있으니까.윤단미가 냉전을 끝내기만 하면, 그 자리는 바로 그녀의 것이다.윤단미는 입꼬리를 올리며 휴대폰을 뒤져보다가 반승제와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의 반승제는 풋풋했다. 오랫동안의 애정이 갑자기 솟아난 돌부리에 부서질 리가 없기에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휴대폰을 막 내려놓자, 벨소리가 울렸다. 윤선미에게 걸려온 전화였다.며칠에 한 번씩 윤선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반승제의 최근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예전에 이미 이 디자이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윤단미는 불안하지 않았다. 그동안 반승제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캔들이랄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 디자이너에 대해서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언니, 그래도 빨리 오는 게 좋겠어. 그 여자, 아무래도 형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내가 지켜보고 있을게.”“선미야. 그렇게까지 의심 안 해도 돼. 승제 마음속에는 나뿐이니까.”윤선미의 머릿속에 성혜인이 떠올랐다.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성혜인은 정말 예뻤으니까.이렇게까지 안심하는 그녀에게 윤선미는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성혜인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얼굴이 거슬렸다....성혜인은 홀로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뺨에 남은 손자국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어젯밤 그 남자들이 무자비하게 힘을 휘둘렀던 걸 다시 떠올리니 조금 무서워졌다.그녀는 신고할 생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때, 경찰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순간 흠칫했지만, 반승제가 그들을 신고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납치 수법이 허술해서 경찰이 조사하면 금방 잡힐 것이다.“성혜인 씨, 맞으시죠? 어제 그 사람들 잡았는데 청부업자들이더군요.”“절 해치려 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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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또 마주쳤다

조희준은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자신이 차단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다.‘이 년이 감히...!’망할.성혜인을 잘 구슬릴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터지는 순간, 경찰에게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성혜인이 합의를 해주지 않아 경찰로 사건이 넘어간다면 분명 소문이 퍼지게 될 것이고, 회사는 그대로 나락의 길을 걷고 말 것이다.조희준은 속이 뒤틀렸다. 여자 혼자서 두 납치범을 경찰서에 보낸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그는 지금까지도 누군가 성혜인을 도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성혜인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바람에 이렇게 당한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나쁜 년!”그는 욕을 뱉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성혜인을 직접 찾아가 합의해 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다.조희준은 성혜인에게 가고자 급히 문밖을 나섰다.하지만 더 이상 이 일에 얽매여 있을 생각이 없던 성혜인은 경찰에게 모든 걸 맡겼다. 어차피 합의도 없으니까.그녀는 퇴원하는 길에 우연히 반희월과 마주쳤다.지난번 병원에서 반희월과 마주쳤을 때도 뺨에 손바닥 자국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성혜인은 최대한 몸을 돌리며 반희월과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반희월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페니 양?”지난번과 똑같았다.이름까지 불렀는데 숨는 건 의미가 없었다. 성혜인은 이렇게 된 거 당당하게 인사했다.반희월의 시선이 성혜인의 얼굴로 향했다.손바닥 자국이 너무 선명해서 무시하기도 애매했다.교양을 갖춘 반희월은 상대방의 상처를 대놓고 들춰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를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게다가 성혜인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 독립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경헌이 얘도 참... 여자친구가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데도 가만히 있다니.’“안녕하세요.”성혜인은 공손히 인사했다. 그러자 반희월이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왜 또 이렇게 된 거니? 아파?”갑작스러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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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이혼할 생각

성혜인은 반희월을 처음 봤을 때부터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말투에서부터 따뜻한 게 느껴졌다.임경헌은 자신의 어머니를 ‘호랑이’라 칭했지만 성혜인은 마냥 부러웠다. 성혜인이 만나본 사람 중 그녀의 어머니 다음으로 성격이 좋았기 때문이었다.납치 사건을 겪고 병원에서 지금까지 혼자 있었다 보니 정신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날이 습했던 지난밤. 얼굴에서는 통증이 느껴지고 약 기운으로 온몸이 불편했다.잠이 든 이후에는 꿈에서 엄마를 만났다.하지만 너무나도 짧은 꿈이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도 몇 년. 엄마의 온기가 이제는 기억 속에서 흐려지고 있다.반희월의 존재는, 온기 그 자체였다.“페니?”성혜인이 넋을 놓고 있자 반희월은 스스로 상처를 준 것으로 생각했다.“저마다 다 힘든 일이 있지. 내가 너희 부모를 만나는 게 불편하다면 가지 않을게. 지난번에 내가 한 말 기억나니? 무슨 일 있으면 경헌이한테 부탁해. 여자친구니까 도와줄 거야.”반희월이 잘해줄수록 성혜인은 죄책감이 더 커졌다.“네, 아주머니. 기억하고 있어요.”성혜인은 이곳을 어서 벗어나고 싶었다.불편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반희월은 자존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친구의 어머니에게 두 번이나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기도 센 성혜인이 이런 일을 경헌에게 알리는 게 난감한 일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반희월은 싱긋 웃어 보였다.“내 번호 갖고 있지? 내 마음은 예전과 변함없으니 편하게 연락해.”성혜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는 겨우 병원 입구를 빠져나왔다. 그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차에 올라탄 그녀는 포레스트 펜션으로 향했다.반승제가 회사에 있을 시간이니,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숨어 지내는 것도 질렸다. 은행 돈이 어서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로비로 들어서자, 성혜인의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발견한 유경아가 소스라치게 놀랐다.“사모님, 얼굴이 왜...”유경아는 황급히 계란을 가져와 성혜인의 얼굴을 문질렀다.어젯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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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옅은 조소

성혜인이 1층으로 내려왔을 때 마침 로비에 사람이 없었다. 회사 사람들과 저녁 7시로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현관에 둔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려 했다. 티테이블에 올려진 선물은 전혀 보지 못한 채 말이다.유경아는 주방에서 성혜인을 위한 보양식을 만들도록 지시를 내리고 있었기에 성혜인이 나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포레스트 펜션 내 도우미는 많은 편이 아니다. 성혜인은 유경아 외에 다른 도우미들과는 대화해 본 적도 별로 없었다.초반에 반태승에게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 때문에 반태승은 최소 필요 인원 정도만 고용하도록 지시했었다.포레스트 펜션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던 반승제는 마침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반태승의 잔소리에도 건강을 생각해 반박하지 않았다.“할아버지, 저 이미 포레스트에 도착했어요.”반태승은 드디어 걱정을 한결 덜 수 있었다. 아버지가 투병 중이니 성혜인이 우울한 것은 당연했다. 이럴 때 남편으로서 옆에서 위로할 줄도 알아야 했다.전화를 끊은 반승제는 셔츠 단추를 풀며 안으로 들어갔다.회의가 막 끝났을 때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아 황급히 포레스트에 와야 했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명령 하나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기 때문이었다.그는 셔츠 소매를 몇 번 접어 올렸다. 그러자 다부진 힘줄이 존재를 한껏 뽐냈다.위로 우뚝 솟은 콧대에 비해 그의 입꼬리는 아래로 쳐져 있었다. 문을 열 때 느껴지는 냉기는 모든 걸 얼려버릴 것만 같았다.반승제를 발견한 유경아는 멈칫하다 이내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대표님.”반승제는 현관 옷걸이에 옷을 걸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1층을 둘러보았다.어떤 이유에서인지, 유경아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냉기에 뼛속까지 오싹해졌다.“저녁 준비해 두었습니다. 사모님 모셔 올게요.”“네.”반승제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소파에 앉았다.티테이블을 가득 채운 선물을 보는 순간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최고급 식재료에 명품 액세서리까지 있었다.도우미는 차를 내오면서 상황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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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성혜인과 관련된 일은 듣고 싶지 않네요

반승제와의 약속을 어긴 것도 벌써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치고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늦잠이라니.반씨 집안만 믿고 세상 편히 살아가는 여자.반승제의 눈에 성혜인은 그런 여자였다.“기다리지 말고 먹죠.”반승제는 무덤덤하게 몸을 일으켜 식탁으로 걸어갔다.이 순간 유경아는 너무나도 조심스러웠다. 반승제의 화난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하지만 성혜인이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안색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문 두드리는 소리를 정말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성혜인을 대신해 몇 마디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하기도 전에 반승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성혜인과 관련된 일은 듣고 싶지 않네요.”차가운 눈빛으로 말하는 반승제는 목소리에서도 냉기가 느껴졌다. 그의 말에 유경아는 말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식사 시간 내내 유경아는 최대한 존재감을 없애려 했다.다른 도우미들 역시 매우 조심스러웠다.반승제는 입이 짧은 편이었다. 조용히 식사를 마친 그는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유경아는 도우미들에게 그릇을 치우도록 지시한 후 성혜인의 식사를 따로 마련해 두었다.그 시각. 성혜인은 BK사가 위치한 곳에 이미 도착했다. BK사는 성혜인과 이번 작업을 함께 하게 된 협력사다.한숨 자고 난 이후 컨실러로 손바닥 자국을 가린 덕분에 얼굴 흉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으로 협력사를 찾아가는 건 실례일 것 같았다.BK사의 책임자는 조희준보다 훨씬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회의를 진행하다 저녁 식사 약속까지 잡았다.일종의 성의를 보이는 자리이다 보니 술을 피하기란 어려웠다. 성혜인은 세 시간 동안 두 잔 정도 마시고는 다음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그녀는 상대에게 시공 설계도를 건넨 뒤 기본 인테리어와 관련된 자재 선택 역시 거의 다 맞췄다.매우 순조롭게 협상이 이뤄진 덕에 이틀 후 곧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성혜인은 술을 몇 잔 했기 때문에 대리운전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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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귀가 먹었나

성혜인은 휴대폰 빛을 바닥에 비춰 깨진 조각들을 주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순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반승제의 목소리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반승제는 손에 컵을 쥐고 있었다. 야근을 위해 커피를 마시려는 것 같았다.정전 때문에 어두워져 반승제는 그녀의 희미한 형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도우미일 것으로 생각했다.“커피 머신 어디 있어요?”반승제가 물었다. 코끝에서 커피 향이 느껴졌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유경아가 커피는 항상 준비 되어있으니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지 내려오라고 했었다.밤새 일을 해야 할 때면 정신을 깨워줄 커피가 필요하다.널따란 주방. 커피 머신은 성혜인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성혜인은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커피 향을 맡은 반승제는 이미 주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그는 굳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도우미를 등진 채 머신 앞에 컵을 내려놓았다.보온 기능 덕분에 정전이 되었어도 따뜻한 커피를 컵에 담을 수 있었다.커피를 따르자 주방 전체에 짙은 커피 향이 퍼졌다. 반승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였다.바로 그때, 향긋한 커피 향을 비집고 들어오는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반승제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돌려 도우미를 쳐다봤다.성혜인은 그를 등진 채 여전히 쭈그려 앉아 있었다.‘귀가 먹었나?’성혜인은 여전히 깨진 그릇을 집고 있었다. 창밖에서 번쩍이는 번개를 불빛 삼아 빠르게 주워 담고 주방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일으켜 급하게 주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반승제가 입을 열었다.“차단기가 내려간 것 같아요. 다들 자고 있으니 분전함으로 안내 좀 해줄래요?”반승제는 포레스트 펜션의 집 구조가 익숙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도우미라면 잘 알 것으로 생각했다.아무래도 성혜인을 도우미로 착각한 것 같다.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던 성혜인은 그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맹하게 행동하는 그녀가 반승제는 조금 답답했다.성혜인은 목소리를 잔뜩 깔며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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