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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옅은 조소

성혜인이 1층으로 내려왔을 때 마침 로비에 사람이 없었다. 회사 사람들과 저녁 7시로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현관에 둔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려 했다. 티테이블에 올려진 선물은 전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유경아는 주방에서 성혜인을 위한 보양식을 만들도록 지시를 내리고 있었기에 성혜인이 나가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포레스트 펜션 내 도우미는 많은 편이 아니다. 성혜인은 유경아 외에 다른 도우미들과는 대화해 본 적도 별로 없었다.

초반에 반태승에게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반태승은 최소 필요 인원 정도만 고용하도록 지시했었다.

포레스트 펜션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던 반승제는 마침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반태승의 잔소리에도 건강을 생각해 반박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저 이미 포레스트에 도착했어요.”

반태승은 드디어 걱정을 한결 덜 수 있었다. 아버지가 투병 중이니 성혜인이 우울한 것은 당연했다. 이럴 때 남편으로서 옆에서 위로할 줄도 알아야 했다.

전화를 끊은 반승제는 셔츠 단추를 풀며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가 막 끝났을 때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아 황급히 포레스트에 와야 했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명령 하나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셔츠 소매를 몇 번 접어 올렸다. 그러자 다부진 힘줄이 존재를 한껏 뽐냈다.

위로 우뚝 솟은 콧대에 비해 그의 입꼬리는 아래로 쳐져 있었다. 문을 열 때 느껴지는 냉기는 모든 걸 얼려버릴 것만 같았다.

반승제를 발견한 유경아는 멈칫하다 이내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대표님.”

반승제는 현관 옷걸이에 옷을 걸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1층을 둘러보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경아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냉기에 뼛속까지 오싹해졌다.

“저녁 준비해 두었습니다. 사모님 모셔 올게요.”

“네.”

반승제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소파에 앉았다.

티테이블을 가득 채운 선물을 보는 순간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최고급 식재료에 명품 액세서리까지 있었다.

도우미는 차를 내오면서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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