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휴대폰 빛을 바닥에 비춰 깨진 조각들을 주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순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반승제의 목소리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반승제는 손에 컵을 쥐고 있었다. 야근을 위해 커피를 마시려는 것 같았다.정전 때문에 어두워져 반승제는 그녀의 희미한 형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도우미일 것으로 생각했다.“커피 머신 어디 있어요?”반승제가 물었다. 코끝에서 커피 향이 느껴졌다.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유경아가 커피는 항상 준비 되어있으니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지 내려오라고 했었다.밤새 일을 해야 할 때면 정신을 깨워줄 커피가 필요하다.널따란 주방. 커피 머신은 성혜인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성혜인은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커피 향을 맡은 반승제는 이미 주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그는 굳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도우미를 등진 채 머신 앞에 컵을 내려놓았다.보온 기능 덕분에 정전이 되었어도 따뜻한 커피를 컵에 담을 수 있었다.커피를 따르자 주방 전체에 짙은 커피 향이 퍼졌다. 반승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였다.바로 그때, 향긋한 커피 향을 비집고 들어오는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반승제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돌려 도우미를 쳐다봤다.성혜인은 그를 등진 채 여전히 쭈그려 앉아 있었다.‘귀가 먹었나?’성혜인은 여전히 깨진 그릇을 집고 있었다. 창밖에서 번쩍이는 번개를 불빛 삼아 빠르게 주워 담고 주방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일으켜 급하게 주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반승제가 입을 열었다.“차단기가 내려간 것 같아요. 다들 자고 있으니 분전함으로 안내 좀 해줄래요?”반승제는 포레스트 펜션의 집 구조가 익숙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도우미라면 잘 알 것으로 생각했다.아무래도 성혜인을 도우미로 착각한 것 같다.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던 성혜인은 그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맹하게 행동하는 그녀가 반승제는 조금 답답했다.성혜인은 목소리를 잔뜩 깔며 말했다.
핸드폰은 성혜인 옷의 호주머니에 있었다. 발신인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그녀가 수신 거절을 해도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오늘 운이 나쁜 건가. 핸드폰 벨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그녀가 받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전화를 걸 기세였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어떻게 해명해야 반승제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도 그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을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밤, 밖에는 빗소리와 천둥소리가 창문을 두드렸고 실내에는 핸드폰 벨 소리뿐이었다. 성혜인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다. “반 대표님, 사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번개는 치지 않아 방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천둥소리 때문에 반승제는 그녀가 목소리 톤을 바꾸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자기의 디자이너라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천둥소리와 핸드폰 벨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성혜인은 이미 포기한 상태로 어떻게 사과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내려던 순간, 핸드폰이 완전히 꺼졌다. 이번에는 그녀가 끈 것이 아니었다. 배터리가 다 닳은 것이었다. 오늘 밤 나올 때부터 급하게 나왔고 또 어제는 병원에서 온 하루 있었으니 핸드폰을 충전할 기회가 없었다. 또 계속해서 울린 벨 소리 때문에 배터리가 결국 다 닳은 것이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타이밍의 신이 그녀를 도운 듯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성혜인은 마침 기회라고 생각했다. 반승제도 그녀의 폰이 꺼진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익숙한 체향이 코끝을 스쳤지만 어디서 맡은 향기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반 대표님, 저는 새로 왔습니다. 방금 그릇을 깨서 살짝 긴장한 것입니다.”수상하게 쪼그려 앉아있는 것은 깨진 그릇 파편을 줍기 위해서였다. 분전함이 있는 곳도 모르는 이유는 새로 와서 였다. “아주머니께서 말씀하
윤선미가 사람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기에 성혜인은 자기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윤선미의 옆을 지나쳤다. 윤선미는 충분히 대놓고 그녀에게 망신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무시당하니 짜증이 치밀었다. '헤픈 여자 같으니라고! '윤선미가 성혜인을 따라가서 잡으려고 했지만 성혜인은 이미 반승제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사무실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성혜인은 걸어 들어갔고 분에 차 있는 윤선미만 사무실 밖에 남았다. 윤선미는 성혜인을 막으려고 달려들다가 하마터면 문에 코를 찧을 뻔했다. 놀란 그녀가 몇 걸음 뒤로 물러선 후에 겨우 중심을 잡았다. 이를 뿌득뿌득 갈며 윤선미가 닫힌 사무실의 문을 노려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또 사촌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야 할 참이었다. 그녀는 구석에서 윤단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빨리 전화를 받아 든 윤단미의 목소리는 꽤 친절했다. “선미야, 왜? 승제가 또 너한테 못되게 굴었니?”“언니, 내가 저번에 말했던 그 디자이너 있잖아. 또 형부를 찾아 BH그룹에 왔어. 저번에 깜빡하고 말 못 한게 있는데 저 디자이너가 형부를 따라 호텔까지 갔더라? 게다가 형부한테 4천만짜리 커프스를 선물했어. 언니, 언니가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저 디자이너가 언니 자리를 뺏을지도 몰라!”예쁘게 휘어졌던 윤단미의 눈이 순식간에 독기를 품었다. 그리고 미간이 살짝 찌푸려 지며 물었다. “어떻게 생겼는데?”“딱 봐도 꽃뱀처럼 생겼어.”윤단미는 살짝 불안했다. 그녀와 반승제가 오랫동안 냉전하고 있었으니 이젠 화해할 때도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예쁜 여자가 반승제의 곁에 나타나서 마침 반승제가 거기에 넘어갔다면?하지만 반승제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기에 윤단미는 다시금 안심되었다. 여태까지 어떠한 스캔들도 없었고 결혼했다고 해도 그저 허울뿐인 결혼이었다. 반승제는 지금까지 그 아내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꽃뱀따위에 쉽게 넘어갈 남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윤단미는 윤선미가
반승제는 시선을 내려 성혜인을 쳐다보지 않았다. 시야 밖에서는 그녀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어 윤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 대표님.”“들어와.”그는 시선을 돌려 또 컴퓨터에 집중했다. 윤선미는 성혜인을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아까 사촌 언니가 연락이 왔는데, 대표님께 선물을 준비했대요. 배달원이 급하게 가져왔어요. 반 대표님, 받으세요.”윤선미는 일부러 성혜인이 보게끔 커프스를 열어 보였다. “사촌 언니가 말하기를 맘에 들지 않으면 바꿔도 된다고 했어요. 아직 배달원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거든요.”성혜인은 그 커프스가 자기가 준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단번에 발견했다. 그때 커프스를 고를 때 죄책감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 골랐기에 아직도 인상이 깊었다. 윤선미가 무슨 생각으로 보낸 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살짝 과한 반응이었다. 반승제가 그렇게 중요한가. 반승제는 이미 성혜인이 그에게 준 커프스가 어떻게 생겼던지도 까먹었기에 그대로 건네받았다. “단미가 왜 갑자기 선물을?”윤선미는 잘난 척 성혜인을 쳐다보았다. 이게 바로 윤단미다. 반승제는 윤단미와 관련된 일이라면 바로 시선을 돌리곤 했다. 윤선미는 성혜인이 주눅 들 줄 알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마치 이 일이 그녀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듯. 무슨 일이지? 연기하는 건가? 그녀가 뭐라고 하려던 찰나, 반승제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단미가 걸어온 것이었다. 반승제가 수신 버튼을 누르자 그쪽에서 윤단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제야, 선물 받았어?”“응.”“마음에 들어? 꽤 오래 고른 건데, 너랑 어울릴 것 같아서.”“괜찮네.”반승제는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의 전속 코디네이터도 있었기에 전혀 이런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윤단미는 웃음을 지었다. 사무실 안에 성혜인도 있을 것을 생각하며 일부러 애교 섞인 말투를 썼다. “네 마음에 들면 됐어. 앞으로
전에 그녀를 위해 손바닥이 뚫렸고 지금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그 후에는 또 납치범한테서 그녀를 구해냈고. 반승제에게 있어서 그녀와 함께 있기만 하면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니 국을 갖다주는 것쯤은 당연한 것 아닌가?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태연하다는, 오히려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반승제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성혜인은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서류를 챙기고 나가버렸다. 윤선미는 성혜인을 괴롭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따라 나갔다. 사무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이제 마음 접어요. 사촌 언니랑 형부는 사이가 엄청 좋거든요. 누구도 못 끼어들 만큼.”성혜인은 그저 이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윤선미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했다. 윤선미는 그런 변함없는 성혜인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 '남자를 꼬시려고 왔으면서 도도한 척은. '“아, 그러고 보니 신이한씨랑 가깝게 지낸다더니. 진짜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잡네요. 어쩐지 형부가 싫어하더라니.”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성혜인은 계속 윤선미를 무시한 채 걸어 들어갔다. 윤선미는 화가 치밀어 목까지 빨개졌다. 마치 허공에 주먹질한 것 같았다. 아프지는 않지만 창피한. “이 더러운 년이!”결국 참지 못하고 따라 들어가 손을 올린 윤선미가 바로 성혜인의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 성혜인은 윤선미의 손목을 딱 잡고 윤선미를 벽으로 밀고 차갑게 말했다. “윤선미 씨, 제가 같은 수에 연속 당할 줄 알아요? 계속 사촌 언니를 들먹이는데, 당신 사촌 언니는 윤선미 씨가 반 대표님을 좋아한다는 건 알아요?”윤선미의 낯빛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이 일은 사촌 언니가 알아서는 절대 안 되었다. “놔!”성혜인은 CCTV를 확인했다. 여기는 BH그룹이니 여기서 윤선미와 싸웠다가는 윤선미와 같은 편인 윤단미를 위해 반승제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윤선미의 손목을 놓아주었다.아까 누구도 엘리베이터 층수를 누르지 않았기에 엘리베
윤선미는 지기 싫었다. 그녀는 사촌 언니와 사이가 좋아서 덕분에 BH그룹에 입사한 후 사촌 언니와 반승제의 관계 덕분에 BH그룹 안에서도 꽤 잘나갔다. 하지만 성혜인이 나타나면서부터 반승제에게 혼나고 형부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되고 또 혼났다. 반승제가 윤선미에게 이렇게 대한 건 처음이었다. 윤선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어차피 그녀가 입을 열지 않아도 다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성혜인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윤선미가 성혜인의 말을 무시하자 분위기는 오묘해졌다. 다들 성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로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고, 실내 디자이너로 살짝 이름이 있다고 해도 고위층들과는 큰 관계가 없었기에 다들 성혜인이 낯설었다. 하지만 윤선미는 윤단미의 사촌 동생이고, 윤단미는 BH그룹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었다. 이때 나서서 윤선미의 편을 들어준다면 반 대표와의 사이도 가까워질 것이었다. 생각을 마친 사람이 바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어디의 직원인가? 방금 문이 열릴 때 우리가 윤선미 씨가 자네 앞에 꿇어있는 것을 두 눈 똑똑히 뜨고 봤어. 그런데도 부축도 해주지 않았지. 게다가 이곳에 올라오는 건 예약해야 하는 건데 혹시 데스크 직원들을 속이고 몰래 올라와 대표님을 보려고 한 건 아닌가?”확실히 예전에 어떤 여자가 몰래 직원을 따라서 꼭대기 층에 올라왔다가 경찰에 잡혀간 적이 있었다. 다 알다시피, 반승제는 이런 추행을 싫어했다. 윤선미는 고위층의 말에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억울하다는 듯, 눈가는 여전히 붉었다. 원래도 예쁜 윤선미가 눈물을 흘리니 안아서 달래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하지만 윤선미와 윤단미의 신분을 아니 남자 직원들도 쉽사리 고백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는 사람을 적지 않았다. 게다가 고위층들 앞에서 여린 여자를 보호해 주는 것을 좋아했다. 연약한 윤선미보다 강인해 보이는 성혜인을 좋아하는 남자는 적었다. 대부분 남자는 영웅주의가 있어서 이런 여자를 보호해 주려고 한다. 성혜인은 반승제를 쳐
성혜인은 시선을 거두었다. 마음은 평소와도 같이 고요했다. 그저 제원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이 커플의 인연을 축복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반승제의 눈이 낮다고 생각했다. 윤단미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윤단미의 행동은 약간의 여우짓이 첨가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를 좋아하는 여자를 곁에 두다니. 첫사랑을 위해서 많은 것을 참고 있었다.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1층에 도착했다. 성혜인은 매너 있게 기다리다가 그들보다 한발 늦게 내렸다. 반승제의 뒤로 고위층들이 같이 걸어 나갔다. 성혜인은 원래 회사로 가려고 했지만 또 아버지가 얘기한 임무를 떠올리니 오늘 밤 무조건 반승제를 성씨 저택에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솔직히 반승제는 아내를 증오해서 아내가 갑자기 죽었다고 해도 장례식에 참가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반 회장이 시키지 않는다면 성씨 저택에 발조차 들여놓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성혜인은 반승제와 숨바꼭질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계약했으니 계속 연기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 가장 중요한 시공 시간도 확정되었으니 재료시장에 오다가다보면 바빠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포레스트에 돌아와서 또 전전긍긍하며 반승제를 피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더욱 피곤해졌다. 성혜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은행에서 걸어온 전화였다. 그녀가 집을 판 돈이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확 밝아졌다. 요즘 계속 운이 좋지 않았는데 드디어 기쁜 일이 생겼다.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중개인에게 연락할게요.”반승제의 16억을 갚지 않아도 되어서 확실히 쉬워졌다. 그의 온정을 빚지고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내라는 신분으로 그의 시야에서 멀어져 그와 첫사랑의 다시 만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성혜인은 눈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반승제가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자기가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중개인에게 가서 남은 돈을 건네고 그 집에
우연이었다. 너무나도 기막힌 우연이었다. 성혜인의 심장이 멎을 정도로. 앞으로 임경헌과 만나야 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게다가 임경헌은 반승제의 사촌 동생이니. 임경헌은 살짝 놀라더니 걸어들어왔다. “페니 씨, 여기 살아요?”성혜인은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 사장님과... 여자친구분?”임경헌은 바로 여자의 허리를 감아 안으며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 “네. 두 분이 이웃이 되겠네요.”성혜인은 청소하며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다. 성혜인은 임경헌의 여자친구와 이웃이 되기 싫었다. 게다가 임경헌의 어머니는 성혜인이 여자친구인 줄 알고 계시니. 지금 그의 여자친구 앞에서 성혜인은 어느 날 반희월을 마주칠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반희월이 여기 올 리는 없었다. 임경헌이 여자에게 돈을 물 쓰듯 쓰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반희월이 잡으려고 해도 힘들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성혜인은 안심이 되었다. 임경헌은 성혜인이 홀로 청소하는 모습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남편은요? 제가 맞은 쪽에 살 때는 이 집이 안 팔렸었는데. 최근에 산 거죠? 남편이랑 이사하려고요?”성혜인은 골치가 아파 그대로 굳어버렸다.확실히, 오늘 성혜인은 이사해 왔고 임경헌은 진작에 맞은편의 집을 사들였었다. 원래 한참 전에 샀다고 거짓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남편의 일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건지. 임경헌 옆의 여자는 임경헌을 안고 성혜인을 향해 날을 세웠다. 원래는 임경헌과 친한 여자인 줄 알고 그런 것이었다. 임경헌과 친한 여자는 대부분 그의 전 여자친구였다. 그녀는 경계하다가 임경헌의 말을 듣고 다시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그냥 친구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효원이라고 해요. 효원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사실 성혜인도 그 얼굴을 봤을 때 어딘가 익숙했다. 그러다가 최효원의 눈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