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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귀가 먹었나

성혜인은 휴대폰 빛을 바닥에 비춰 깨진 조각들을 주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순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반승제의 목소리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반승제는 손에 컵을 쥐고 있었다. 야근을 위해 커피를 마시려는 것 같았다.

정전 때문에 어두워져 반승제는 그녀의 희미한 형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도우미일 것으로 생각했다.

“커피 머신 어디 있어요?”

반승제가 물었다. 코끝에서 커피 향이 느껴졌다.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유경아가 커피는 항상 준비 되어있으니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지 내려오라고 했었다.

밤새 일을 해야 할 때면 정신을 깨워줄 커피가 필요하다.

널따란 주방. 커피 머신은 성혜인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성혜인은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커피 향을 맡은 반승제는 이미 주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굳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도우미를 등진 채 머신 앞에 컵을 내려놓았다.

보온 기능 덕분에 정전이 되었어도 따뜻한 커피를 컵에 담을 수 있었다.

커피를 따르자 주방 전체에 짙은 커피 향이 퍼졌다. 반승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였다.

바로 그때, 향긋한 커피 향을 비집고 들어오는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

반승제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돌려 도우미를 쳐다봤다.

성혜인은 그를 등진 채 여전히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귀가 먹었나?’

성혜인은 여전히 깨진 그릇을 집고 있었다. 창밖에서 번쩍이는 번개를 불빛 삼아 빠르게 주워 담고 주방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일으켜 급하게 주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반승제가 입을 열었다.

“차단기가 내려간 것 같아요. 다들 자고 있으니 분전함으로 안내 좀 해줄래요?”

반승제는 포레스트 펜션의 집 구조가 익숙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도우미라면 잘 알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성혜인을 도우미로 착각한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던 성혜인은 그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맹하게 행동하는 그녀가 반승제는 조금 답답했다.

성혜인은 목소리를 잔뜩 깔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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