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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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30초짜리 키스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만약 성혜인과 반승제 사이에 무언가 있었다면 당연히 반승제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갈 데까지 간 사이에 키스 하나로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온시환도 물론 똑같이 생각했다. 게다가 성혜인이 지금껏 보여준 성격으로는 잘 아는 사람을 곁에 두고 모르는 사람을 선택할 것 같지 않았다.성혜인은 머리를 숙인 채 고민에 잠겼다. 그녀는 반승제 만큼은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사람들이 반승제의 대답 때문에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반승제를 선택한다면 의심을 굳히는 격이었다.사람들을 쓱 훑어보던 성혜인의 시선은 신이한에게 닿았다. 카사노바 신이한은 30초짜리 키스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와 반승제의 사이를 알고 있어서 귀찮은 일이 생길 리도 없었다.“페니 씨,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했어요?”온시환은 흥미진진한 방관자의 태도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소파에서 일어났다.온시환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만약 반승제를 선택한다면 몸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반승제를 선택하지 않았다.반승제와 성혜인이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여자들은 전부 한시름 놓은 눈치였다. 오직 반승제만 어두운 안색으로 성혜인이 일어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성혜인의 곁에 앉아있던 서수연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힘껏 밀쳤다.“너 뭐야? 이한 씨는 너 안 좋아하거든? 어디서 감히 들이대려는 거야!”서수연은 신이한을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다. 성혜인이 신이한을 노리는 것을 보고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모든 힘을 다해 밀쳤다.몸을 반쯤 일으켰던 성혜인은 그대로 반승제의 품으로 쓰러졌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고 은은한 술 냄새가 느껴졌다.성혜인은 서수연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 와서 신이한을 찾아가는 건 이상했기에, 그냥 이때다 싶어서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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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머리가 둔한 건가?

현장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사람들은 언짢은 표정의 반승제와 서수연에 의해 밀쳐진 성혜인을 보고 두 사람의 키스는 그저 사고일 뿐, 성혜인이 반승제의 하룻밤 상대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성혜인에게 질투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반승제의 키스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성혜인이 사과를 하고 나자 병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두 사람의 키스로 인해 약간 어색해졌다. 원래 놀리려고 했던 사람은 감히 반승제를 놀릴 수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서수연의 생각 없는 행동은 한 소리 들어야만 했다.“수연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현이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요.”서수연은 이제야 정신 차리고 당당하게 말했다.“제가 뭘요? 친하지도 않으면서 들이대려고 한 사람이 잘못이죠.”제원대학에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 그렇고, 자꾸만 엮이는 신이한과 성혜인에 서수연은 아주 불안했다.“이건 게임일 뿐이야. 못 놀겠으면 빠지던가.”신이한이 말했다. 서수연에게 이렇게 말할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서수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독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며 성혜인을 노려봤다. 성혜인은 보는 척도 하지 않고 게임이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한 시간 후, 게임이 드디어 끝나고 성혜인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아직 16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게 떠올라서 반승제에게 물었다.“대표님, 카드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반승제는 술잔을 돌리며 머리를 들었다. 그는 하나도 취하지 않았고, 이 중에서도 가장 멀쩡해 보였다.게임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신 성혜인은 약간 취기가 올라왔지만 갚을 돈이 있다는 것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났다.성혜인의 발그레한 얼굴에 빛나는 눈빛을 보고 반승제는 또다시 그날 밤이 생각났다. 술 냄새가 어우러진 공간 안에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약간 이상했다.“돈은 어떻게 구했어?”“빌렸어요.”반승제는 여자의 옷이나 가방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성혜인이 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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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무조건 넘어올 거라고 했지?

성혜인은 일단 16억 원을 갚고 다시 은행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려고 했다. 그리고 반승제가 손해 보는 일 없도록 이자까지 쳐주려고 했다. 하지만 반승제가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화까지 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반승제가 말하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온시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제야, 안가?”온시환도 꽤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반승제의 앞에 서 있는 성혜인을 힐끗 바라봤다.“두 사람 무슨 비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야?”반승제는 한 발짝 멀어지더니 먼저 밖으로 나갔다. 온시환은 성혜인에게 머리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그를 따라갔다.뒤늦게 술집에서 나온 성혜인은 대리기사를 부르려고 했다. 이때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으로 와서 천천히 멈춰 섰고 운전석에는 성한이 앉아 있었다.성혜인은 경계 섞인 눈빛으로 뒷걸음질 쳤다. 성한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너 혼자 술집에 놀러 온 거야?”성한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투로 물었다. 그는 병원에서 성혜인과 마주친 이후로 그녀가 무조건 더러운 여자일 것으로 생각했다. 한밤중에 술집 앞에 나타난 걸 보면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정장을 빼입은 성한이 차에서 내려왔다.“너 술 마셨지? 타, 내가 데려다줄게.”“됐어요.”대리기사가 이미 오고 있었기에 성혜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성한은 포기하지 않고 다가와 대놓고 그녀의 살냄새까지 맡았다.“에이, 오빠랑 무슨 내외 하고 그래.”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아빠도 없는데 연기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성혜인은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 때마침 대리기사가 도착하고 그녀는 성큼성큼 멀어져갔다.성한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성혜인이 밀쳤던 곳을 코에 가져다 댔다. 성혜인의 몸에서는 옅은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다른 여자처럼 향수를 쓰지 않아서 향긋한 살냄새가 나기도 했다.성한은 성혜인의 차를 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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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한 번 만나기 참 어렵네요

강민지는 칼같이 답장 왔다.「방금 헤어졌는데, 왜? 사장이 급하게 불러서 일 보러 갔어. 예준 씨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잖아.」재벌 2세인 강민지와 다르게 신예준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반지하에서 살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얼굴이 반반한 데다가 고생할 줄도 아는 노력형이었다.성혜인이 신예준에 대한 인상은 강민지의 일방적인 서술에 국한되었다.신예준은 학생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네 개씩 했다고 한다. 그의 학비와 생활비는 전부 자신이 스스로 번 것이었다. 반대로 강민지의 집안은 국내에서 가장 큰 보석 장사를 하고 있어서 돈 모자랄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성혜인은 그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아주 의아했다. 그리고 요즘에야 강민지가 자신의 재력을 숨기고 신예준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강민지는 신예준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가난한 척하면서 자신이 식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신예준은 그녀의 말을 순순히 믿었고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자신의 거짓말을 더욱 리얼하게 만들기 위해 강민지는 손바닥만 한 집을 구하기도 했다. 그녀의 말로 하면 본가의 수영장보다도 작다고 한다.성혜인은 두 사람의 만남을 좋게 보지 않았다. 재벌은 결혼 상대의 집안에 아주 예민했다. 그러니 두 사람이 결혼하고 싶다고 해도 강민지의 집안사람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강민지는 신예준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성혜인은 두 여자를 몰래 따라갔다.이 층에는 스위트 룸이 두 개 있었는데, 서로의 기척이 완전히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멀었다.기둥 뒤에 몸을 숨긴 성혜인은 두 명의 여자 중 한 명이 노크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 키 큰 여자는 문가에 서 있었고 문이 열리는 순간 폭죽이 터졌다.“생일 축하해요.”문을 연 사람은 신예준이었다. 여자는 그의 목을 끌어안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 만나기 참 어렵네요. 만약 오늘이 내 생일이 아니었다면 나오지도 않았을 거죠?”신예준은 뒤로 한 발짝 물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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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계획적인 행동

성혜인의 발목은 살짝 삐끗했을 뿐이라서 금방 나았다. 하지만 반승제의 손은 완전히 관통되었기에 낫는데 한참 걸렸다. 게다가 하필이면 오른손을 다쳐서 가위로 낡은 붕대를 잘라내는 데 한참 걸렸다.오늘 술집에 있을 때, 반승제는 오른손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온시환도 그가 다친 것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성혜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가위를 뺏어 들었다. 반승제는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금세 시선을 돌렸다.성혜인은 반승제를 바라보지 않고 상처에만 열중했다. 그녀는 붕대를 잘라내고 한층 한층 풀어냈다. 곧이어 상처가 드러났고 꿰맨 곳은 잘 아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또 세심하게 약을 바르고 새 붕대를 감았다.모든 과정을 끝내고 머리를 들어 무언가 말하려고 했을 때, 문 쪽에서 한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문 쪽을 바라봤다. 갑자기 들어온 사람은 온시환이었다.온시환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는 자신이 방을 잘못 들어온 것은 아닌지 확인까지 했다.성혜인은 자신이 금방 다시 나갈 것이기에 방문을 닫지 않고 들어왔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후다닥 일어나며 말했다.“다 됐어요, 대표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시환은 한쪽에 서서 희대의 비밀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성혜인은 반승제가 당연히 설명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시환과 짧게 목례하고는 보온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온시환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만약 오늘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네가 페니 씨랑 키스할 때 지은 싫은 척하는 표정이 진짜인 줄 알뻔했어. 두 사람 역시 그렇고 그런 사이 맞지?”온시환의 직업은 작가였기에 상상력이 아주 풍부했다. 그래서 그는 제멋대로 상상하며 말하기 시작했다.“페니 씨가 진짜 너 좋아하는 것 같다니까, 왜 내 말을 안 믿어? 안 좋아하면 그렇게 열심히 상처 소독을 해주겠어? 설마 이 상처도 페니 씨 때문에 생긴 건 아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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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여자한테 빌붙어 살다

성혜인은 집으로 돌아가려다 말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엘리베이터 앞에서 강민지를 기다렸다.얼마 후 강민지가 카펫에 구멍을 뚫을 듯이 쿵쿵 소리를 내며 빠르게 걸어왔다.“민지야.”강민지는 성혜인의 부름에 대답하지도 않고 그녀가 말했던 방문 앞으로 왔다.쾅쾅쾅!한바탕 노크하고 나자 강민지의 손바닥은 빨갛게 되었다.같은 시각, 방 안에는 두 쌍의 남녀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생일 파티의 주인공인 송미나는 신예준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예준 씨, 혹시 나를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거예요?”송미나는 약간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신예준이 서프라이즈를 준비할 만한 사이즈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송미나가 통 크게 2000만 원을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오늘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신예준은 싱긋 웃으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노크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다른 여자가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강민지가 서 있는 방향에서 테이블 앞에 있는 신예준이 정확히 보였다. 송미나는 아직도 그를 안고 있었다.강민지는 이를 악물더니 성큼성큼 걸어가 가방을 휘둘렀다.“야, 이 미친놈아! 네가 감히 바람을 피워?”강민지가 찾아올 줄 몰랐던 신예준은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그러다 곧 당황하면서 벌떡 일어났다.“미... 민지야.”가방에 맞은 송미나가 욕하려고 했을 때, 함께 있던 남자가 그녀를 말려 섰다. 남자는 작게 머리를 저으며 그녀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나 파티에서 저 여자 만난 적 있어.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송미나는 이를 악물고 강민지를 노려봤다. 그녀는 문득 강민지의 가방을 바라봤다, 에르메스에서 새로 나온 4억짜리 가방이었다. 게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한정판만 걸치고 있었다.송미나는 순간 기세가 줄어들어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집안도 잘 사는 축이기는 했지만 몇억짜리 가방을 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예준 씨, 이 여자 누구예요?”강민지가 답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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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잘못 한 번 하지 않는 남자

강민지는 휴지를 뽑아 들고 신예준의 얼굴을 닦아주며 자신의 옷차림을 설명했다.“이건 길가에서 대충 산 거야, 4000원짜리 신발 본 적 있어? 이 옷은 동대문에서 산 거고 가방은 6000원도 안 돼. 방금 그 사람들이 비싸다고 생각한 건 다 내 아우라 때문일 거야. 내가 원래 좀 옷을 잘 입잖아.”강민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신예준의 볼에 뽀뽀했다.“미안해, 예준 씨.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근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마. 예준 씨가 이렇게 벌어온 돈으로 산 선물을 받고 싶지 않으니까.”성혜인은 신예준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 잘생긴 것만큼은 진심으로 인정했다. 누군가가 몇천만 원으로 밥 한 끼 먹을 기회를 사는 것도 어쩌면 이해가 되었다.성혜인은 시선을 떨군 채로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민지는 신예준을 한참 타이르고 나서야 오해를 풀고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문 앞으로 왔을 때, 강민지는 머리를 돌려 윙크를 날렸다. 성혜인은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따라가지 않고 있었다.“예준 씨도 우리 집 상황 잘 알지? 내 동생이 돈을 엄청 많이 써. 엄마는 내 예물로 동생한테 집 사줄 생각만 한다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엄마를 설득해서 예물을 많이 요구하지 않을 거니까.”“고마워, 민지야.”성혜인은 어이가 없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한참 지난 다음에야 밖으로 나갔다. 강민지, 신예준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걸어가며 반승제의 방을 지나고 있을 때, 마침 안에서 나오는 온시환과 마주쳤다.온시환은 성혜인을 보자마자 눈썹을 찡긋했다. 성혜인은 왜 방금 강민지와 함께 내려가지 않았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온시환과 함께 있는 바에는 차라리 커플과 함께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또 보네요.”온시환은 성혜인의 뒤쪽을 힐끗 봤다. 왜냐하면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서 걸어왔기 때문이다. 방금 울고불고하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었기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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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배신자

성혜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나와 차에 올라탔다. 이때 신이한에게서 전화가 왔다.“폐니 씨, 제가 방금 전화번호 하나 보냈어요. 꽤 괜찮은 인테리어 회사이기는 하지만 조 사장이랑 경쟁 관계에요. 그래서 이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된다면 조 사장이 좋게 보지 않을 거예요.”“괜찮아요, 제가 조 사장님과 다시 일할 일은 없을 것 같거든요.”성혜인은 배신자에게 자비를 베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조희준은 아직도 그녀의 앞길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신이한은 작은 소리로 웃었다. 그는 성혜인과 반승제 사이의 일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전화를 끊고 난 성혜인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는 그녀도 알고 있는 회사였다. 조희준과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적도 있었다.성혜인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그녀의 디자인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반승제의 집이라는 말에 더욱 좋아했다. 비록 대부분 공로가 디자이너에게로 가겠지만 홍보만 잘한다면 회사에도 득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짧게 얘기를 나눠본 후, 성혜인은 각종 재료를 보내줬다. 소통 과정은 아주 순리로웠고 반승제의 집도 드디어 시공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한시름 놓은 성혜인은 포레스트 펜션으로 향했다. 십자로를 지나고 있을 때, 차 한 대가 무서운 기세로 다가와서 그녀의 차를 억지로 세웠다. 난생처음 이런 일을 당한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 문을 열었다. 건너편 차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내려왔다.“미안해요, 아가씨.”성혜인이 뭐라 말하려고 할 때, 중년 남자가 손을 뻗었다. 숨 막히는 냄새가 나는 손수건이 그녀의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그녀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성혜인은 상대가 무조건 조희준이 보낸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경쟁사를 선택한다면 조희준의 처지가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한 사람은 조희준이었기에 그녀는 찔리는 게 없었다.정신이 희미해지는 순간, 성혜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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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네 남편한테 전화해

성혜인은 정신만 희미했을 뿐 감각은 아주 선명했다. 그녀가 타고 있는 차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고 역겨운 휘발유 냄새 때문에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귀가에서 들려왔고, 그의 손은 그녀의 몸을 만지작대고 있었다.차는 폐공장 앞으로 와서 멈춰 섰다. 이곳은 시내와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아주 으스스했다.바닥에 내팽개쳐진 성혜인은 겨우 눈을 떴다. 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고 끈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생김새는 참 괜찮단 말이야.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봐.”“형님 먼저 하십시오. 저는 마지막으로 맛만 보게 해주시면 됩니다.”형님이라는 남자는 술배를 흔들거리며 성혜인의 다리를 잡더니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비포장도로의 흙모래 때문에 그녀의 피부는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다. 덕분에 정신 차린 그녀는 손을 올려 남자의 뺨을 때렸다.“꺼져!”뺨을 맞은 남자는 성혜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너 죽고 싶냐?”남자는 바로 성혜인의 뺨을 때렸다. 성혜인의 입안에는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눈에는 실핏줄이 터졌다.남자는 성혜인의 멱살을 잡더니, 그녀의 옷을 확 찢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 겪는 무기력감에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성혜인이 희망의 끈을 놓아가고 있을 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가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왔다.성혜인은 겨우 눈을 떴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고 익숙한 향수 냄새도 났다. 주변에는 물건이 떨어지는 쨍그랑 소리와 남자들의 욕설이 들려왔다. 이 욕설은 금방 애원으로 변했다.성혜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돌 하나를 주어서 꽉 쥐었다. 날카로운 돌 모서리가 손바닥에 박히자 드디어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렇게 반승제의 얼굴을 본 그녀는 이제야 자기가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알아차렸다.반승제는 성혜인을 훌쩍 안아 올려 자신의 차 안으로 왔다. 겁먹은 납치범들은 구석에서 말 한 마디 못하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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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거짓말

성혜인은 반승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손에 힘이 풀려 휴대폰도 스르르 미끄러졌다. 인내심이 바닥 난 반승제는 그녀의 휴대폰을 들고 지문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했다.이 휴대폰은 일 전용이었기에 연락처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물론 반승제는 그녀에게 휴대폰이 두 개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일 전용 휴대폰에는 당연히 ‘남편’으로 저장된 사람이 없었고, 반승제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봤다.성혜인의 연락처는 아주 깔끔했다. 고객은 한눈에 알리게 따로 표기하기도 했다. 반승제는 남편을 찾다 말고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이름은 ‘반승제 대표님’, 간단하고 보기 쉬웠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빴던 그는 연락처를 끝까지 뒤졌다. 그리고 결혼했으면서도 불구하고 남편의 연락처가 없는 성혜인이 참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다.반승제는 심인우에게 성혜인을 병원으로 데려다주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최선을 다했으니 나머지는 병원에 맡길 생각이었다.성혜인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저번에 일어난 일은 아직도 악몽처럼 기억에 생생했고, 그녀는 최대한 반승제와 멀리 떨어져 앉으려고 했다. 주먹을 쥐고 입술을 깨물며 버티다 보니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견디기 어려웠는지라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했다.반승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태연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의 자태는 도무지 방금 폭력을 행사한 사람 같지가 않았다.성혜인은 창문을 통해 점점 가까워지는 병원을 바라봤다. 하필이면 성휘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 저번에 안 좋게 헤어진 기억 때문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운이 안 좋았던 성혜인은 부쩍 병원에 자주 오는 것 같았다. 병원 대문에 거의 도착할 때, 그녀는 대문에서 부축받으며 나오는 성휘를 발견했다.성휘는 간암 말기로 이렇게 빨리 퇴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에게 전화 한 통도 안 하고 말이다. 성휘를 부축하고 있는 사람은 성혜원과 성한이었다. 두 사람은 아주 친한 모양새로 양쪽에 서 있었다.성혜인은 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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